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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50년 11월 1일, 한반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MiG-15는 당시 UN 군이 사용한 모든 전투기들을 압도하며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들의 독주도 12월 13일에 서둘러 배치된 F-86의 등장으로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하늘의 제왕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MiG-15와 F-86은 제1세대 전투기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유명세에 비하면 이들 전투기들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미 이들보다 강력한 후계기의 개발이 시작된 상태였다. 미국, 소련 그리고 당시 전투기를 만들던 나라들이 모여서 규격을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제2세대 전투기에게 먼저 요구된 것은 초음속 돌파였다. 아직은 기관포로 공대공 전투를 벌이던 시기여서 속도가 전투기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우선 지표였다. 1947년에 로켓추진 실험기인 벨(Bell) X-1이 마하의 벽을 돌파했지만 전투기에게 이런 성능을 구현하려면 해결할 난제가 많았다.

미국의 자부심인 P-51 머스탱(Mustang)과 F-86 세이버(Sabre)를 연이어 만들어낸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Aviation)은 계속해서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F-86이 실전 투입된 직후인 1951년 1월에 NA-180으로 명명된 신예기 프로젝트를 제안해서 당국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초음속 비행을 목표로 한 NA-180은 35도 후퇴익 주익을 가진 F-86보다 주익이 10도나 더 젖혀진 형태여서 흔히 ‘세이버 45’로 불렸다.

제안을 검토한 미 공군은 이를 F-100 슈퍼 세이버(Super Sabre)로 명명하고 그해 11월 노스 아메리칸과 도입 계약을 맺었다. 미 공군은 이듬해 2월 YF-100으로 명명된 2기의 프로토타입을 포함해 23기를, 그리고 8월에 양산형 250기를 추가로 발주했을 만큼 서둘렀다. 예상을 웃도는 MiG-15의 성능에 놀랐던 데다 소련이 개량형인 MiG-17의 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정보를 획득하자 그만큼 조급했던 것이다.

아직 탑재할 엔진의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XJ57-P-7 엔진을 장착하고 실험에 나선 YF-100이 1953년 5월 25일 마하 1.05로 비행하는데 성공해서 미 공군을 흥분시켰다. 10월 29일에는 초기 양산형 F-100A이 당대 최고인 시속 1,215km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양산을 시작한 후 운용에 들어가려 하자 예기치 못한 심각한 여러 문제들이 발견되어 배치가 곧바로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주익의 날렵한 후퇴각은 고속 비행에 적합하지만 저속 비행을 할 경우에 끝단의 양력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기체의 안정성이 무너졌다. 특히 기수를 들 경우 자세 제어가 되지 않아 세이버 댄스(Sabre Dance)라 불릴 정도로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며 추락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했다. 고속 비행 중에 러더로 방향 전환에 들어가면 기체가 스핀에 빠지고는 해서 기동력이 몹시 떨어지는 단점도 드러났다.

결국 대대적인 개선에 착수해 주익 끝단과 수직미익의 크기를 늘려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렇게 F-100은 세계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1954년 9월 27일부터 배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제점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아 그해 11월까지 6건의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에 실망한 미 공군은 최초 기대했던 공대공 임무 대신 F-100에 폭격 기능을 추가해 공격용으로 운용했다.

이처럼 제공 전투기로 채택이 불발되자 노스 아메리칸은 미 공군 전술작전사령부(Tactical Air Command)가 핵폭탄 운용 기종으로 예정한 F-84F의 개발 지연으로 애를 먹는 것을 보고 F-100의 기수에 레이더 수납 공간을 마련하고 인테이크를 조종석 뒤로 옮긴 F-100B(이후 F-107로 명칭 변경)를 제안했다. 하지만 리퍼블릭의 F-105와 경쟁에서 탈락했고 이후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전투기 분야에서 노스 아메리칸은 내리막을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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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F-100은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라는 명예를 차지했지만 외부에 무장 등을 장착하면 초음속으로 비행이 어려웠다. 성능이 개량된 F-100C는 미 공군의 공중 곡예팀인 선더버드가 사용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비행 능력은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구식인 AN/APG-30 조준기의 성능도 부족해서 공대공 전투 능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CAS(근접 항공 지원), FAC(전선 통제), 와일드 위즐 같은 공대지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

기체 재료로 티타늄 합금을 사용한 것도 커다란 특징이다. 티타늄은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고 가공도 쉽지 않아 지금도 흔한 재료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사용한 이유는 고속 비행 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하는 목적도 있지만 기체의 무게를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기체의 재질이 중요하지만 강력한 엔진 덕분에 고속 비행과 관련한 제약이 많이 낮아진 것과 달리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속도를 향상시켰다.

주익의 커다란 후퇴 각도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으나 사실 기체의 일부 설계는 상당히 뛰어났다. 예를 들어 주익을 수평미익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배치한 덕분에 피치업(Pitch up) 억제에 효과적이었다. 이는 이후 등장하는 전투기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전에서의 전과가 좋지 않고 비전투 손실이 많아 노스 아메리칸의 전작인 F-86과 비교하면 성공한 전투기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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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F-100은 1954년부터 1959년까지 총 2,294기가 생산되어, 미 공군에서는 1971년까지, 주방위군에서는 1979년까지 운용했다. F-100은 최악의 비전투 손실률로 유명한 F-104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군에서만 150여 기를 사고로 잃었을 만큼 탄생 직후부터 안정성에 문제가 많았고 F-4 팬텀처럼 뛰어난 후속기가 등장하자 10년도 되지 않아 미군 주력기의 지위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실전 경험은 의외로 풍부한 편이다.

F-100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초기부터 활약했다. 처음에는 제공 임무에 투입되어 MiG-17을 공대공 전투로 격추시키기도 했으나 일선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CAS처럼 공대지 작전으로 임무를 전환하면서 전쟁 말기까지 그럭저럭 꾸준히 활약했다. 특히 미끼 역할인 와일드 위즐(Wild Weasel) 기체를 최초로 담당하면서 SEAD(적 방공망 제압) 기법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대만 등에 공급되었다. 항공 전력이 풍부한 미국과 달리 이들 국가에서는 상당히 귀한 전력으로 취급받고 오랫동안 주력기로 활약했다. 대만은 정찰 활동에 투입한 기체 중 일부가 중국군의 요격을 받고 격추된 사례도 있다. 터키는 1974년 키프로스 분쟁 당시에 F-100을 투입해 지상 공격에 많은 전과를 올리기도 했으나 그리스 해군 구축함의 요격에 4기가 격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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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YF-100A : 프로토타입. 2기

F-100A : 초기 양산형. 203기

RF-100A : F-100A 기반 정찰기. 6기 개조

F-100B : 전술핵 폭탄 운용 목적을 위한 제안형. 후에 F-107로 변경. 3기

F-100C : 대지 공격 능력이 추가된 전폭기형. 476기

TF-100C : F-100C 기반 복좌 훈련기.

F-100D : 항전장비. 주익, 수직미익 등이 개량된 후기 양산형. 1,274기

F-100F : 복좌훈련 겸용기. 339기가 생산되어 7기가 와일드위즐기로 개조.

DF-100F : F-100F 기반 무인 통제기

NF-100F : F-100F 기반 실험기

TF-100F : 덴마크 공급용 F-100F. 

QF-100 : 훈련용 표적기

F-100J : 일본 수출 제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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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