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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화약이 발명되면서 고대부터 이어진 해전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상대의 군함에 직접 충돌하여 선체를 손상시키거나 갑판 위로 돌격하여 백병전을 벌이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화약의 힘을 이용하는 대포가 등장하면서 해전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제대로 포격으로 상대의 군함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함에 탑재한 초창기 함포는 사거리와 위력이 충분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목선이라고 하여도 포격만으로는 충분하게 타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으로 근대에 들어서 거함거포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벌어진 해전에서 백병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승조원 자체가 전투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국 해군은 식민지 개척에 따라 대양을 횡단하여 멀리 떨어진 도서 지역을 정찰하거나 점령할 때 육지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투입할 전투병이 필요하였다. 일종의 해군 보병(naval infantry) 성격을 가진 전문적인 전투 병력은 점차 규모를 갖추어 17세기 중반에 영국 해병대(Royal Marines)로 독립하였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 해병대는 상륙 작전을 비롯하여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전 부대(Commando Force)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2차 대전 당시 영국 해군은 노르망디 작전을 비롯하여 많은 상륙 작전에 참전하였다. 그러나 전시에 산업동원 능력이 부족하였던 영국은 미국과 같은 대규모 상륙함대를 확보할 여력이 부족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대여한 상륙함정에 많이 의존하는 형편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에 영국이 보유한 많은 식민지가 속속 독립을 선언하면서 일부는 무력 분쟁까지 발생하였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하여 경제적인 타격이 심각하였던 영국은 해외에 산재한 식민지에 무력으로 개입할 군사력이 부족하였다. 특히 상륙작전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영국 해군은 신속하게 분쟁에 개입하기 힘들었다.

1950년대 영국 해군은 대서양에서 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기동함대로 소련 해군에 대응하는 작전이 가장 중요하였고 상륙함대 건설은 우선순위가 낮았다. 1956년에 발생한 수에즈 사태에서 영국은 낙하산부대를 투입하여 대응하였다.

그러나 실전에서 적절하게 작전을 전개하지 못한 영국은 미국이 보유한 상륙작전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영국 해군은 도크형 상륙함(LPD, Landing Platform, Dock)이 보유한 입체적인 작전 능력을 재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1958년에 임시로 항공모함 2척(HMS 알비온, HMS 불워크)을 헬기탑재 상륙함(command helicopter carrier)으로 개조하고 중동에 파견하였다. 이때 해병대 병력과 함께 헬기와 차량을 함께 전개하여 실전에서 효과를 확인하였다. 이를 계기로 영국 해군은 미 해군이 보유한 만재 배수량 15,000톤 급 롤리(Raleigh)급을 참고하여 도크형 상륙함(LPD)을 건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등장한 영국 해군 최초의 독자적인 상륙함이 바로 피어리스(Fearless)급 도크형 상륙함이다. 2척이 건조된 피어리스급 상륙함은 1965년에 처음 취역하였다. 만재 배수량 12,000톤 급인 피어리스급 상륙함은 완전무장한 400명 규모의 해병대가 탑승할 수 있다.

영국 해군의 귀중한 전력인 피어리스급 상륙함은 원양 작전에 많이 투입되었고 급속하게 노후화되었다. 이에 따라 1981년에 영국 해군은 1984년부터 대체함이 없는 퇴역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1982년에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하면서 퇴역은 취소되었다. 그러나 장기간 항해로 인한 선체의 노후화가 심각하였기 때문에 대체함의 건조가 시급하였고, 1988년에 대체함 건조 사업의 검토가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2척의 차기 상륙함의 건조가 결정되었고, 1992년에 기본 설계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등장한 최신 상륙함이 바로 알비온급이다. 1958년에 항공모함을 임시로 개조한 상륙함으로 등장하였던 HMS 알비온(Albion), HMS 불워크(Bulwark)의 함명을 계승한 알비온급 상륙함은 2003년부터 순차적으로 취역하였다. 2018년에 오션(Ocean)급이 퇴역하면서 영국 해군의 주력 상륙함을 맡고 있는 알비온급은 영국 해군의 중요한 전력이며 상륙작전을 비롯하여 장거리 병력 수송, 자국민 구조, 인도적 지원, 재해 지역 구호 등에 다양하게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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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미 해군의 도크형 상륙함을 기반으로 건조된 알비온급은 상륙 작전에서 단순하게 병력만 투입하지 않고 전차, 차량과 보급 물자를 함께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도크형 상륙함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병력수송함(LPA), 화물수송함(LKA), 전차상륙함(LST)을 각각 따로 투입하였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상륙함을 동시에 투입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하나로 합쳐 등장한 상륙함이 바로 도크형 상륙함(LPD)이다. 도크형 상륙함은 상륙 작전을 전개할 때 헬기와 상륙정을 동시에 사용하여 병력과 장비를 해안까지 수송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간 항해하여도 전투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병대원의 거주 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다.

알비온급의 경우에도 선체의 앞부분부터 대형 상부 구조물이 설치되어 항해 승조원과 해병대원의 거주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상갑판 아래에는 각종 전투차량과 화물을 적재하는 차량 갑판이 있으며, 함미에는 상륙정을 수용하는 요갑판(凹甲板, well deck)이 있다. 요갑판에는 대형 상륙정(LCU) 4척을 탑재하며, 상부구조물 측면에 소형 상륙정(LCVP) 4척을 거치식으로 탑재한다. 2척의 대형 상륙정이 나란히 정박할 수 있는 요갑판은 규모가 큰 편이며, 미 해군의 고속상륙정(LCAC)도 수용이 가능하다. 한편 필요에 따라 소형 고속정을 사용하여 병력을 수송할 수 있으며, 특수전을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400명 규모의 완전무장한 해병대원이 탑승할 수 있으며, 단기간 작전이라면 700명 규모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700명 규모의 해병대대가 탑승할 수 있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 규모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선체의 화물 갑판은 챌린저(Challenger) 2 주력전차를 적재할 수 있는 강도를 가지며, 갑판에는 2대의 CH-47 수송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다. 차량 갑판에는 주력전차 6대, 장갑차 31대 또는 대형 차량 31대, 소형 차량 36대를 탑재할 수 있다. 선체의 좌현, 우현에는 각종 차량을 싣고 내릴 수 있는 출입구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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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알비온급은 영국 해군 최초로 전기추진 방식을 채택한 함정으로 유명하다. 고속 항해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상륙함이기 때문에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을 대신하여 디젤 엔진(Diesel engine)으로 주발전기를 구동하여 전력을 생산한다. 그리고 보조 디젤발전기는 함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하며, 주발전기가 고장이 날 경우 항해용 전력을 공급한다. 전통적인 증기추진 방식과 비교할 때 전기추진 방식을 사용하면 기관실 인원이 33% 감소하며, 함정 전체 승조원은 40% 인력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관실은 침수에 대비하여 좌우 분리되어 있으며 2축 추진 방식으로 항해에 필요한 동력을 전달한다. 함수에는 옆 방향 추진기(bow thruster)가 설치되어 있어 예인선의 도움이 없어도 입출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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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체계

알비온급 상륙함은 전투함이 아니기 때문에 유도무기를 통제하는 전투체계가 요구되지 않는다. 함 내에는 영국 해군의 표준 전투체계를 개조한 DNA2 전투체계를 탑재하며 주로 상륙 작전의 통제에 사용된다. 복잡하게 전개되는 상륙 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함 내에는 합동전투지휘소가 있으며 72대의 통제 콘솔(console)이 설치되어 있다.

마스트(mast)에는 2종류의 레이더(radar)가 설치되어 있다. 하나는 항해용 레이더이며 상륙함에서 출격하는 헬기를 비롯한 항공기 통제를 겸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공 및 해상 탐색용 레이더로 2013년에 구형 레이더를 대신하여 신형 3차원 레이더로 교체되었다.

상륙함인 알비온급은 함대공 미사일과 같은 유도무기는 탑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공 방어용으로 30mm 골키퍼(Goalkeeper) 근접방어 기관포 2문을 함수와 상부구조물 후미에 탑재하고 있다. 2017년에 30mm 골키퍼를 철거하고 20mm 팰랭크스 블록 (Phalanx Block) 1B 근접방어 기관포로 교체되었다. 팰랭크스 CIWS 이외에 수동으로 조작하는 7.62mm 미니건(Minigun) 4문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필요 시 의심 선박 접근에 대비하여 12.7mm 기관총 4정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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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 헬기

도크형 상륙함은 헬기와 상륙정을 동시에 출격시켜 입체적인 상륙작전 전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선체 중간부터 함미까지 넓은 비행갑판이 설치되어 있다. 비행갑판에서는 영국이 보유한 가장 큰 헬기인 CH-47 수송헬기 2대가 동시에 작전할 수 있다. 한편 필요에 따라 AW101 멀린(Merlin) 수송헬기 및 AW159 대잠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다만 함 내 공간의 제약 때문에 헬기용 격납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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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알비온 2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L 14	알비온(Albion)	1998.5.22	2001.3.9	2003.6.19	BAE Systems	현역
L 15	불워크(Bulwark)	2000.1.27	2001.11.15	2005.4.28	BAE Systems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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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노후한 피어리스급을 대체하기 위해 2척이 건조된 알비온급은 1998년 5월부터 선도함의 건조가 착공되었다. 선도함인 알비온함(L 14)은 2003년 6월에 취역하였으며, 후속함인 불워크함(L 15)은 2005년 4월에 취역하였다.

영국 해군의 중요 전력인 알비온급 상륙함은 상륙 작전뿐만 아니라 많은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2004년 11월에 알비온함은 아프리카 상아해안에서 자국민 철수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2006년 7월에 불워크함은 베이루트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소말리아 인근에서 출몰하는 해적 소탕 작전에도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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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개량

선도함인 알비온함은 2011년부터 대대적인 성능 개량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2033년까지 작전이 가능하도록 수명이 연장되었으며, 비행갑판에 2대의 CH-47 수송헬기가 이착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30mm 골키퍼는 20mm 팰랭크스 CIWS로 교체되었다. 레이더와 전투체계도 모두 현대화되었다. 후속함인 불워크함은 2010년에 성능 개량 공사가 진행되었으며, 특히 야간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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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함명 : LPD
함종 : 도크형 상륙함
기준 배수량 : 14,834톤
만재 배수량 : 18,797톤
전장 : 176.0m
전폭 : 28.9m
흘수 : 7.1m
최대 속도 : 18kt
항해거리 : 8,000nm/15 kt
승조원 : 325명
주기관 : 디젤전기추진 방식, Wärtsilä Vasa 16V 32E 디젤엔진 × 2(17,000 마력), Wärtsilä Vasa 4R 32LNE 디젤엔진 × 2(4,216 마력), 2축 추진, 옆 방향 추진기(1,176마력) × 1
무장(함포) : 20mm Mk.15 Phalanx Block 1B  × 2, M323 Mk.44 7.62mm 미니건 × 4, 12.7mm 기관총 × 4
방어 체계 : Sea Gnat 디코이 발사기 × 8, 2170형 어뢰방어 체계
ESM/ECM :  Thales Thorn UAT Mod 1
레이더 : BAE Systems 997형(ARTISAN) 대공/해상탐색 레이더,  Kelvin Hughes SharpEye 해상탐색 레이더, Kelvin Hughes 1007형 항해/항공관제이더 × 2
헬기 : CH-47 수송헬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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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