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안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거동 수상자는 부대 안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초병(A상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방부가 14일 밝혔다. 사건 발생 후 8일 동안이나 잡히지 않던 '범인'이 국방부 수사단이 파견된 지 만 하루도 안 돼 검거됐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초동 수사부터 그만큼 부실했다는 반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범인을 못 잡아 엉뚱한 장병을 허위 자수시켰던 군이 하루 만에 범인을 잡았다니 이번엔 진범(眞犯)이 맞느냐"고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허위 자수 유도 장교, 3일 뒤 업무 배제

국방부는 이날 "정경두 국방장관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 25명을 급파해 현장 수사를 실시하던 중 13일 오전 1시 30분 거동 수상자를 검거했다"며 "거동 수상자는 당시 합동병기탄약고 초소 인접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상병은 이날 밤 10시 2분쯤 인근 초소에서 함께 근무하던 병사에게 "음료수를 구매하러 잠깐 자판기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초소에서 이탈했다. 그는 약 200m 떨어진 생활관 건물에 설치된 자판기에 다녀오다 탄약고 초소 경계병에게 발견됐다. 하지만 신원 확인(수하)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

국방부는 "A상병과 동반 근무자가 두려운 마음에 자수하지 못하고 근무지 이탈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군 수사 당국은 A상병에 대해서는 군형법 제28조상의 '초병의 수소(守所) 이탈' 혐의를, 동반 근무자에 대해서는 '수소 이탈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8일간 '거동 수상자'에 대한 조사를 하고도 진상을 못 밝혔던 군이 합동조사 하루도 안 돼 A상병의 무단이탈을 밝힌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해군 2함대 지휘통제실 영관장교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5일 아침 생활관(내무관)에 찾아가 병사 10명을 모아놓고 허위 자수까지 유도했다. 바로 옆 초소 근무자를 놔두고 엉뚱한 장병을 허위 자백토록 한 것이다. 군 당국이 애초부터 이번 사건을 적당히 뭉개려 했거나 소극적으로 조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이 장교를 이번 사건이 크게 불거진 직후인 12일 오후에야 해당 업무에서 배제, 미온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군 수뇌부, 왜 장관에 보고 안 했나

초병의 근무지 무단이탈과 허위 자수 유도 사실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해 군 기강이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9일 오후 5시쯤 2함대사령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12일 오전까지 정경두 장관이나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심 총장은 대공 용의점이 없고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조사가 끝난 뒤 군 수뇌부에 보고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북 목선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의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 군이 호된 비판을 받고 있던 때여서 심 총장이 이를 즉각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野 "정 국방 해임건의안 낼 것"

자유한국당은 15일 정경두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방장관이 져야 할 책임에 대해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정 장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국당은 오는 1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상정하고, 19일 추경(추가경정)안과 해임건의안을 함께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110석)과 바른미래당(28석), 민주평화당(14석)이 모두 '해임 찬성표'를 던질 경우 152석으로 과반이 되지만, 평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민생 추경을 볼모로 정략적인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기 위한 '정치공세'적 본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