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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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나강 리볼버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러시아의 역전노장 리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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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강 M1895 <출처: Case Antiques>


개발의 역사

아직 자동권총이 실용화되지 않거나 초기 단계에 불과했던 1880~90년대 당시, 많은 나라에서는 군용 권총을 단발권총 혹은 싱글액션 리볼버에서 더블액션 리볼버로 바꾸고 있었다. 사실 더블액션 기구 자체는 이미 1850년대에 개발된 것이었지만, 이것이 보다 실용적으로 다듬어지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고 1880년대에 접어들자 싱글액션을 대체할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물론 더블액션 방아쇠는 싱글액션 방식에 비해 방아쇠 압력이 높고 당기는 데 힘이 들지만, 손가락만으로 연속 사격이 가능한 데다 1880년대에 이르면 사용자가 해머 조작만으로 싱글액션과 더블액션 선택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싱글액션만 가능한 총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거의 사라졌다. 게다가 제조기술의 발달로 싱글액션 리볼버에 비해 조금 더 많은 부품과 가공이 요구되는 더블액션 리볼버의 제조도 큰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그 때문에 각국 군대와 경찰이 차례차례 더블액션 리볼버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사용하던 싱글액션의 S&W(스미스&웨슨) 모델 3 리볼버보다 발전된 새로운 리볼버를 찾고 있었다.

레옹 나강과 에밀 나강 <출처: Public Domain>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눈에 들어온 총은 벨기에 사람 레옹 나강(Léon Nagant)이 디자인한 리볼버였다. 레옹 나강은 이미 1880년대 후반부터 더블액션 리볼버를 설계했는데, 스웨덴이 1887년에 그의 총을 제식으로 채택하는 등 1890년대에 들어서면 이미 나름대로의 실적을 과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레옹 나강의 리볼버가 러시아군의 관심을 끈 이유는 엄밀하게 따지면 그가 러시아군에 자신의 발명품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홍보할 수 있어서였다.
1887년형 스웨덴 군용 나강 리볼버 <출처: Public Domain>

레옹 나강은 그의 형 에밀(Emile)과 함께 1880~90년대 사이의 러시아군에 아주 중요한 발명품 하나를 팔 수 있었다. 바로 소총이다. 1891년에 제식 채택된 러시아군 모신-나강 소총의 ‘나강’이 바로 이 형제의 성이다. 모신-나강이라는 이름 자체가 러시아군 장교 세르게이 모신(Sergei Mosin)과 나강(Nagant)이 합쳐진 것으로, 세르게이 모신이 설계한 볼트 액션 작동 기구에 레옹 나강이 디자인한 탄창이 결합된 것이었다.

1887년형 스웨덴 군용 나강 리볼버(반대편) <출처: Public Domain>
어쨌든 이처럼 러시아군의 소총 개발과 생산에 관여한 인연에 더해, 그가 ‘벨기에인’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러시아가 팽창정책을 펼치면서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다른 주요 총기 개발-생산국들의 무기를 직도입하거나 국내에서 면허생산하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점점 껄끄러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마찰 관계가 없을 소국 벨기에의 총기 설계자는 귀중한 협력선이었다.(실제로 모신-나강 소총의 개발 과정에서도 나강 형제가 자신들이 한 것보다 더 큰 대가를 요구하고 심지어 세르게이 모신의 설계 일부를 가로채 특허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러시아 정부는 이런 이유로 세르게이 모신과 나강 형제에게 동등한 보상금을 지불했다)
나강 M1895 리볼버 <출처: Case Antiques>
이렇게 해서 1895년에 레옹 나강이 설계한 리볼버가 러시아군의 제식 권총인 ‘M1895 나강’으로 채택된다. 그리고 이 총은 제정 러시아와 러시아 혁명, 구 소련 시대를 거쳐 현대의 푸틴 러시아 시대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게 러시아에서 어떤 형태로든 공공기관용 무기로 사용되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로 도입 후 초반 3년 간은 벨기에의 에밀/레옹 나강 형제가 설립한 회사 공장에서 생산되어 납품됐지만, 제정 러시아 정부는 1898년에 이들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생산권을 구입해 러시아의 툴라 조병창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 곧 매년 2만 정씩의 권총을 생산하게 된다.
M1895 나강 리볼버의 사격장면 <출처: 유튜브>

특징

구 소련군의 표준 홀스터에 장착된 나강 리볼버 <출처: Public Domain>
나강 M1895 리볼버는 사실 특이한 점이 매우 적은 총이다. 더블액션은 이미 이 시대에 당연한 기능 중 하나였고, 솔리드 프레임, 즉 프레임 자체가 열리지 않고 전후/상하 모두가 닫혀있는 상태를 유지하는(미국의 S&W 스윙아웃식 리볼버들도 따지자면 솔리드 프레임에 해당) 것 역시 이 시대에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린더 자체가 열리지 않고 실린더 뒤의 게이트를 열어서 총에 달려있는 밀대를 이용해 약실의 탄피를 한 발씩 밀어 빼내고 재장전을 할 때에도 약실 하나에 한 발씩 따로 넣어야 하는 번거로운 재장전 방식은 콜트 피스메이커와 별 차이가 없어 당시 기준으로 오히려 약간 낙후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탄환의 재장전과 탄피 배출은 모두 우측면에 있는 게이트를 열고 한 발씩 해야 한다. <출처: Olegvolk / WikiCommons>

하지만 이 리볼버에는 정말 특이한 점 하나가 있었다. 실린더에 가스 실링(Gas Sealing), 즉 ‘밀폐’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기능은 레옹 나강이 설계한 모든 리볼버에 적용된 것도 아니고 러시아군용에 처음 적용된 것이다(실제로 스웨덴이나 터키 등에 수출된 버전에는 이런 기구가 없다).

리볼버에는 흔히 ‘실린더 갭’이라고 불리는 빈틈이 있다. 총열과 약실(회전 탄창) 사이의 빈틈이다. 절대 다수의 리볼버들은 이것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지만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실이 계속 회전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총열과 약실 사이에 빈틈이 없이 밀착되려 해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량 생산되는 리볼버라면 이 틈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품에 따라 이 틈의 간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심하면 0.25mm에 달하는 틈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총들은 약실이 총열의 일부라 이런 문제가 없지만, 리볼버는 약실과 총열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M1895 나강 리볼버의 작동방식 <출처: 유튜브>

실린더 갭은 이런저런 부작용을 불러온다. 이 틈으로 새어나간 가스나 화약 찌꺼기, 탄두 외피의 파편 등이 사수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고, 주변에 있던 다른 물건들을 파손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사격 성능에도 미세하게나마 영향을 끼친다. 화약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추진 가스가 약실 바로 코앞에서 약간 새어 나가는 만큼 탄속이 미세하게나마 느려지고 위력도 그만큼 조금이라도 약해지는 것이다.

M1895 리볼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구조인 가스 실링 기구를 도입했다. 방아쇠를 당겨 격발될 때 실린더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전진한다. 그러면 총열 맨 뒷부분이 약실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면서 실린더 갭이 사라진다. 이때 탄피 앞부분도 총열 뒤쪽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자동권총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가스 누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M1895의 단면도 M1895의 단면도 <출처: Public Domain>

물론 이것이 정말 실용적인 기구냐 하면 거기에는 다소 이론의 여지가 있다. 일단 같은 탄을 쓴다고 가정하면 실린더 갭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탄속을 거의 10~15% 정도 높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총의 위력이 정말 가공할 수준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 총에 사용되는 탄약인 7.62mm 나강(7.62x38mm R) 탄은 이 총에 맞춘 독특한 탄피 디자인 -탄두가 탄피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을 채택했지만, 그 위력은 군용탄 기준 340J 정도로 당대의 다른 군용 리볼버들과 비교해 유별나게 센 편은 아니다. 물론 7.62mm라는 비교적 작은 구경에서 얻을 수 있는 위력으로는 나름 강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당시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그런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작은 구경의 탄환 덕분에 탄창 용량이 7발로 리볼버 치고는 다연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장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탄피 제거 및 재장전으로 인해 솔직히 빛이 바랬다. 차라리 미국이나 영국처럼 그냥 여섯 발이 들어가더라도 구경을 크게 해서 위력을 좀 더 높이고 재장전 시간을 줄이는 설계가 실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용 탄약인 7.62x38R탄(오른쪽) <출처: Drake00 / WikiCommons>

다만 장점이 없던 것은 아니다. 실린더가 전진해 직접 총열 뒤와 맞물리는 데다 탄피 자체가 팽창해 빈틈을 막아준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다른 리볼버들보다 실린더와 총열 사이의 기계적 오차를 조금 덜 신경 써도 된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리볼버의 경우 실린더와 총열의 기계적 오차는 상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으로, 탄속 같은 문제도 문제지만 자칫하면 총열과 실린더의 흔히 말하는 ‘센터’가 어긋나 대형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나강 리볼버는 실린더가 전진하면서 이 ‘센터’가 자동적으로 맞춰지므로 비교적 덜 정밀한 부품으로도 안전성이 확보되는 셈이다. 즉 부품 숫자나 구조는 약간 복잡할지 몰라도 주요 부품들에 안전상 요구되는 정밀도는 의외로 높지 않았고, 그 점이 기술력이 떨어지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나름 환영할만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나강 리볼버의 방아쇠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더블액션의 압력이나 느낌이 ‘섬세함’과는 꽤 거리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18년까지 더블액션 기구는 장교용에만 주어졌고 장교 이외에게 주어지는 총에는 더블액션 기능 없이 싱글액션만 가능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군 장교의 대다수는 귀족층인 만큼, 이런 구분은 어떻게 보면 ‘귀족용’과 ‘평민용’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운용의 역사

 제정 러시아군의 마지막 제식 권총이 된 나강 리볼버는 러일전쟁과 1차 세계대전에서 대량으로 사용되었지만, 당시 러시아의 열악한 공업 능력으로 인해 러시아군은 이 총 외에도 수많은 해외 수입 권총이나 구식인 S&W 리볼버 등도 총동원해야 했다.

소련은 적백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형 나강 리볼버를 계속 생산하여 사용했다. <출처: Public Domain>

그러다가 결국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공산 소비에트 연방(소련)이 들어섰지만, 이들이라고 이 총을 대체할 다른 총을 하루아침에 만들 뾰족한 방법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신생 소련 정권은 모신-나강 소총이나 맥심 기관총 등 제정 러시아가 생산-운용하던 화기 대다수를 이어받아 계속 생산해서 사용했고, 나강 리볼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공산화로 인해 얼마 전까지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던 우방국들이 하루아침에 적국으로 돌변하면서 당장 자국 내에서 탄약과 함께 생산이 가능한 나강 리볼버를 계속 생산해 사용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시피 했다(아이로니컬한 것은 1917년까지 적국이던 독일이 막상 공산화 뒤에는 중요한 권총 공급처가 되었다는 것이다- 1920~30년대 사이에 소련 공산정권은 독일 마우저의 C96을 상당수 수입해서 사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제정 러시아 시대의 ‘귀족용’과 ‘평민용’, 즉 장교용과 부사관용 구분이 1922년부터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장교용만 더블액션을 주고 그 외에는 싱글액션으로만 쓰라는 것은 이론상 장교들은 훈련이 잘 되어서 연속 사격을 해도 탄약 낭비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 시대에는 장교들의 권총 실사격 훈련의 양도, 그들의 평균 실력도 별로 좋지 않았다. 솔직히 싱글액션 전용이라고 딱히 많이 싸거나 단순한 것도 아니어서 이런 이원화된 생산은 비효율적이었다. 결국 소련 정권은 이런 비효율적인 이원화를 폐지했고, 또 기존의 싱글액션 전용 버전들도 어렵지 않게 개조가 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은 1922년 이후에 더블액션 방식으로 개조되었다.

소련은 토카레프와 같은 자동권총을 개발했지만 나강 리볼버는 여전히 일선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물론 소련도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리볼버를 계속 군용 제식으로 쓰는 데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고, 1930년대에 대대적인 자동권총 개발을 진행해 마침내 우리가 잘 아는 토카레프 자동권총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나강 리볼버의 생산은 멈추지 않는다. 사실 권총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병과에서는 한 번에 7발 이상 쏠 일이 없었다. 아니, 몇 발이나 쏘느냐의 문제 이전에 대부분의 권총은 전쟁통에도 사격 훈련 외에는 실제로 발사될 확률이 꽤 낮다. 이런 마당이니, 자동권총이 채택되어도 중요성이 떨어지는 병과들인데 권총이 필요하다 싶은 곳들에는 나강 리볼버가 계속 지급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1941년에 독소전쟁이 벌어지면서 나강 리볼버의 생산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생산 라인이 살아있는 무기는 뭐든 하나라도 더 급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권총이 실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든 2차대전 중 권총 소요량은 만만찮게 늘어났고, 소련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력이 늘어나면 그만큼 권총이 지급되어야 하는 인원도 늘어나고, 특히 소련군 같으면 간부들이 독전을 위해 즉결 처분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아 자연스럽게 권총의 소요도 늘어났다. 토카레프든 나강 리볼버든 소련군 권총에 맞아 죽은 독일군보다 소련군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있을 정도였다.

2차대전을 계기로 나강 리볼버는 또다시 대량생산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그 때문에 1943년에는 원래의 툴라 조병창 외에도 이셰프스크 조병창에서도 생산이 시작되었는데, 이렇게 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50년간 생산된 나강 M1895 리볼버의 숫자는 대략 260만 정 정도로 추산된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나강 리볼버의 생산은 자연스럽게 중지된다. 하지만 소련군 내에서의 사용은 195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950년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 총들은 군 이외의 곳들에서 사용되었다. 사실 철도 경비나 우편물 호송, 교도소 경비 같은 임무에는 리볼버가 전혀 문제가 없다. 또 경찰용으로도 치안 소요가 낮은 한적한 동네 같으면 구형 리볼버가 안될 이유가 전혀 없다. 사실 절대 다수의 나강 리볼버는 생산된 뒤 약간의 사격 훈련 외에는 실전에 사용될 일도 없어 상태도 좋았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편 보안업무에 사용되던 나강 리볼버는 2003년에야 퇴역했고, 사법 시설 보안업무용으로도 2009년까지 현역으로 사용됐다.

영화속에 묘사된 나강 리볼버 즉결처형 장면 <출처: imfdb.org>
참고로 이 총은 러시아 황실에 종지부를 찍은 총이기도 하다. 1918년, 공산 정부에 의해 유폐된 러시아 황제 일가족을 7정의 나강 리볼버로 사살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이 총은 체카(Cheka), 즉 공산당 비밀경찰을 위시한 많은 소련 공산당 및 군 기관들에서 처형용으로 애용되었다.


파생형


나강 M1910: 벨기에에서 개발한 스윙아웃 실린더, 즉 실린더 전체가 옆으로 열리는 방식을 채택한 변형. 나강 리볼버의 느린 재장전 시간을 대폭 개선할 개량형으로 만들어졌으나 러시아군에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러시아군의 마음을 돌렸을지도 모르겠지만,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결국 이 총은 2,500정만이 생산된 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강 M1910 <출처: Public Domain>

KR-22: 나강 리볼버를 .22LR탄을 사용하도록 개조한 민수용 사격 총기.

Ng Wz.30: 폴란드에서 생산한 버전. 주로 경찰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Ng Wz.30 <출처: Public Domain>

폴란드는 군과 경찰 모두 1918년에 독립한 뒤 한동안 자국 내에 남은 다양한 총기들을 사용했는데, 그중 권총으로는 러시아가 남기고 간 상당수의 나강 리볼버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1927년에 폴란드 경찰에서 일선 경관들에게 여론조사를 통해 어떤 총이 가장 필요하냐고 물어보자 대부분이 나강 리볼버라고 답했고, 그 때문에 나강 리볼버로 경찰용 권총을 통일하기로 했으나 상태 좋은 권총의 숫자가 의외로 많지 않다 보니 1929년부터는 폴란드 국내에서 자체 생산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Ng Wz.30으로, 러시아제 오리지널보다 총열이 약간 짧다. 폴란드는 사실상 적국이나 다름없던 이웃 소련에게 이 총의 생산에 필요한 기술 지원을 받을 도리는 없었지만, 벨기에에 남아있던 생산설비와 도면 등을 비교적 싸게 넘겨받을 수 있어 자체 생산이 가능했다고 한다. 1935년까지 7,166정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소음기 장착형: 나강 리볼버의 가스 실링 기구는 사실 일반적인 리볼버의 용도상 별 의미가 없다. 약간의 명중률과 탄속 증가는 있으나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설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용도를 부여했으니, 바로 ‘소음 리볼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음기 장착형 M1895 <출처: Public Domain>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리볼버는 실린더 갭 때문에 가스가 누출되는 만큼 소음기를 달아도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나강 리볼버는 실린더 갭이 없기 때문에 발사 가스가 사실상 전부 소음기로 흘러드는 만큼 소음기가 의미를 가진다- 게다가 자동권총과 달리 슬라이드의 왕복음도 없기 때문에 소음기의 종류 등에 따라서는 상당히 조용한 소음 권총을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소음기 장착형 M1895. 이 총은 리볼버로는 드물게 소음기가 쓸모가 있는 총이다. <출처: Public Domain>

물론 구 소련군이나 비밀경찰 등도 이런 특징을 모를 턱이 없었고, 그 때문에 꽤 많은 종류의 소음기 장착형 나강 리볼버가 만들어져 사용되었다. 심지어 베트남전쟁 당시에도 노획되어 현재 워싱턴 DC의 CIA 박물관에도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

총열 단축형: 총열을 3.3인치(약 8cm)로 줄인 버전. NKVD나 세관 등에서 사용.

총열을 짧게 줄인 단축형 <출처: Public Domain>


저자 소개

홍희범 | 군사전문지 편집장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 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전투외상 응급처치>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