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K프레임, 전설의 시작

K 프레임의 역사는 18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가 되기 바로 직전 스미스&웨슨(Smith and Wesson, 이하 S&W)은 .38 밀리터리&폴리스(Military and Police, 이하 M&P)를 발매했다. .38 M&P는 S&W에서 만든 .38 스페셜(Special) 탄환을 사용한 최초의 K프레임 리볼버였다.

.38 M&P에는 "핸드 이젝터(Hand Ejector)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는 스윙아웃 방식 실린더(swing out cylinder)에서 탄피를 제거하기 위해 손으로 이젝터 로드를 누르는 작동방식에서 연유한다. 스윙아웃 방식의 리볼버는 무연화약이 널리 보급되면서 1890년대에  등장했다. 이전까지 활용되던 중절식(top break) 리볼버에 비하여 38 M&P의 스윙아웃 방식은 더욱 뛰어난 강성으로 고위력탄에도 버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사실 K프레임 리볼버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I 프레임 리볼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S&W은 이미 1894-5년 사이에 소형 리볼버인 모델 I와 군용 풀사이즈 리볼버인 모델 K의 발매를 준비하고 있었다. 1896년 .32 S&W Long 탄환용 리볼버인 모델 1896(애초의 모델 I)가 발매되면서 I 프레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원래 당시 미군의 리볼버 탄환인 .38 롱 콜트(Long Colt)탄을 만들도록 설계되었던 모델 K는 비슷한 시기에 양산을 준비했지만, 창업주이자 경영자인 D.B. 웨슨의 반대로 출시가 연기되었다.

38 스페셜을 위한 리볼버

.38 롱 콜트 탄은 표적을 맞추는데는 상당한 정확성을 보였지만, 목표를 제압하는 저지력은 취약했다. 실제로 미군은 1899년 미서전쟁 이후 필리핀 전선에서 원주민을 제압하면서 38 롱 콜트 탄의 위력부족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D.B. 웨슨은 38 롱 콜트보다 위력을 높이기 위하여 블랙파우더를 21.5 그레인으로 늘리고 탄자의 무게를 150-158그레인으로 증가시킨 새로운 38 롱 탄환을 만들어냈다. 이 탄환을 실제로 직경은 .357인치로, .38인치는 탄피의 직경에 해당했다. 새 탄환은 .38 스페셜로 명명되어 1898년에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38 스페셜 탄환을 발사하기 위한 모델 K 리볼버가 바로 1899년 발매된 .38 M&P였다.

.38 M&P 리볼버는 당시로서는 강력한 .38 스페셜 탄환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발매된 지 6년만인 1905년에 4번째 교체모델까지 등장하면서 시장의 요구에 맞는 총기로 진화해나갔다. 특히 1차대전을 계기로 미군에 대량 납품이 시작되었다. M&P는 2차대전에서도 채용되어 무려 57만여 정이 생산되었으며,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생산된 총기에는 일련번호 앞에 "V"자가 붙어 '빅토리(Victory) 모델'로 불렸다.

2차대전 후에도 M&P의 생산은 계속되었으며, 특히 1957년 S&W이 자사의 총기에 번호모델명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M&P는 모델10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1960년대말 등장한 모델10-5에서부터는 이전까지의 테이퍼 형상 총열(tapered barrel; 총구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상의 총열)과 반달형 가늠쇠가 강화형 총열과 삼각형 가늠자로 교체되었다. 모델 10은 이후 NYPD(뉴욕시 경찰청)를 포함하여 미국 경찰관서의 대표적인 리볼버로 자리를 굳혔다.

K프레임의 진화

물론 K 프레임 리볼버는 모델 10에서 그치지만은 않았다. 2차대전 종전 후인 1947년 모델 10을 바탕으로 만든 사격경기 전용 권총인 K-38 타겟 마스터피스(Target Masterpiece)가 등장했다. 타겟 마스터피스는 1957년 번호분류법에 따라 모델 14로 분류되었다. 타겟 마스터피스는 1935년 발매되었던 32구경의 K-32(모델 16) 리볼버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22구경탄을 사용하는 K-22 타겟 마스터피스(모델 17)도 1947년 K-38과 함께 개발되었다.

K-38 타겟 마스터피스의 뛰어난 명중률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특히 FBI는 스미스 & 웨슨에게 타겟 마스터피스를 4인치 경찰용 총기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스미스 & 웨슨은 K-38 타겟 마스터피스의 총열을 4인치로 줄이고 보우만 퀵드로 가늠자(Baughman Quick Draw front sight)를 장착한 K-38 컴뱃 마스터피스(Combat Masterpiece)가 1949년 등장하게 되었다. 컴뱃 마스터피스는 1957년 이후 모델 15로 명명되었다.

한편 컴뱃 마스터피스의 등장으로 K프레임 리볼버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오랜 기간 경찰관이자 총격전의 전문가였던 빌 조단(Bill Jordan)은 357 매그넘을 K프레임에 결합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스미스&웨슨에 전달해왔다. 이미 S&W은 1935년 대형 리볼버용인 N프레임에 357탄환을 채용한 바 있으나, K프레임에는 전례가 없었다. S&W은 조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K프레임 357 매그넘 리볼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S&W은 컴뱃 마스터피스를 바탕으로 총열을 강화하여 휴대성 좋은 K프레임에 .357 매그넘 탄환을 결합하는데 성공했다. 새로운 총기는 1955년 컴뱃 매그넘(Combat Magnum)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으며, 1957년 번호분류법과 함께 모델 19로 명명되었다.

K프레임의 다변화

스미스 & 웨슨은 1953년 미 공군의 요구에 따라 조종사의 부무장으로 초경량리볼버를 개발하여, 밀리터리&폴리스 에어웨이트(Airweight)가 만들어졌다. 프레임은 물론이고 실린더까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가벼웠기에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다만 강성의 확보문제로 초기생산분 이후에는 실린더는 강철로 재질이 변경되었다. 이 권총은 미 공군의 조종사 및 승무원용으로 약 4만여 정이 도입되었으며, 공군에서는 "M13 38스페셜 구경 경량리볼버(Revolver, Lightweight, Caliber .38 Special, M13)"로 명명되었다. M13의 민간형은 M&P 에어웨이트로 1953년부터 민간에서 판매되었으며, 1957년에는 번호분류법에 따라 모델 12로 명명되었다.

한편 모델 10의 357 매그넘 버전을 만들어 달라는 NYSP(New York State Police; 뉴욕 주 경찰)의 요청에 따라 1972년부터는 모델 13이 등장했다. NYSP에 제공된 모델은 프레임에 모델 "10-6"으로 표시되었으나 실린더와 총열이 357 매그넘 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모델 13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다름 아닌 FBI였다. FBI는 1980년부터 모델 13 3인치 모델을 요원들에게 지급하면서 요원들의 화력을 보장하고자 했다. 모델 13은 1991년까지 지급되다가 이후 자동권총으로 교체되었으며, FBI가 채용한 마지막 리볼버이기도 하다.

1970년이 되면서 스미스 & 웨슨은 NYPD(New York Police Department; 뉴욕시 경찰국)의 요청에 따라,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 10 밀리터리 & 폴리스를 바탕으로 스테인레스 스틸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1965년 만들어진 모델 60 치프 스페셜에 이어 스미스 & 웨슨에서 만든 2번째의 풀 스테인레스 스틸 모델로, 모델 64로 명명되었다. 모델 64는 5가지 버전으로 생산되었고 1974년에는 헤비배럴 모델도 등장했다. 당연히 NYPD는 모델 64를 채용했는데, 경관이 스스로 총기를 구입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휴대가 허가된 총기목록에 포함되었고 9mm 자동권총을 채용하기 전에 허가목록에 포함된 마지막 리볼버가 되었다. 스테인레스 스틸 리볼버의 인기는 계속되어 모델 13의 스테인레스 스틸 버전인 모델 65, 모델 19의 스테인레스 스틸 버전으로 모델 66이 발매되었다.

K프레임의 현재

38 스페셜 탄환의 시대에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K프레임 리볼버는 점차 그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1970년대에 들어 357 매그넘탄이 각광 받으면서 K프레임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미스 & 웨슨은 모델 19/66이나 모델 13/65 등의 K프레임의 357 매그넘 리볼버를 발매했지만 이로는 충분치 않았다. 38 스페셜 탄환의 경우도 158그레인의 탄자를 사용하는 +P 탄환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K프레임은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탄환을 견디어내야만 했다. 대부분의 총기들은 마모가 급속화되었고 일부는 파손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그리하여 스미스 & 웨슨은 더욱 강력한 N프레임과 K프레임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L프레임 리볼버를 선보였다.

L프레임의 등장으로 K프레임의 위상은 점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많은 K프레임 총기들이 점차 발매를 중단했고, 심지어는 6백만정이나 팔렸던 모델10도 2012년 이후로 4인치 모델만 생산되다가 최근에는 더 이상 발매되지 않고 있다. 2019년 현재 스미스 & 웨슨 카탈로그 상에 남아 있는 K프레임 리볼버는 모델 617 4.13인치와 6인치 총열, 모델 64 4.13인치 총열, 모델 66 2.75인치와 4.25인치 총열, 모델 67 4.13인치 총열 등 스테인레스 스틸 리볼버 6개 모델에 불과하다.

그러나 리볼버의 역사에서 K프레임이 남긴 발자국은 선명하다. .38 밀리터리&폴리스의 기본이 되어 38 스페셜 리볼버의 시대를 이끌었으며, 스미스&웨슨이 20세기에 만든 최초의 표준프레임으로서 다양한 파생형들을 만들어내면서 혁신의 주도해나갔다. K프레임은 파괴력, 휴대성, 신뢰성의 3가지 요소에서 균형감을 갖춘 리볼버로서 총기의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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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