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6.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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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잰클 폭스 전술차량

적진 침투에 특화된 장거리 특수작전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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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LRPV 장거리 정찰차량 <출처: Jankel Group>

개발의 역사

SUV의 명작인 랜드로버 디펜더나 벤츠 G바겐은 애초에 군용트럭으로 개발되었다가 민수용으로 전환된 경우이다. 미군의 전천후 소형전술트럭 험비(HMMWV)도 군용의 인기를 바탕으로 민수형인 험머H1으로 재탄생했고, 윌리스MB는 여러 세대의 변화를 거쳐 지프 랭글러(Jeep Wrangler)로 인기를 끌고 있다. 쉐보레 서버반(Chevrolet Suburban)이나 닷지 램(Dodge RAM)도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 군용트럭으로 개발된 차량들이 시발점이다.

랜드로버 디펜더(좌)는 군용에서 민수용으로, 벤츠 유니목(우)은 민수용에서 군용으로 전환되어 사용되는 대표적인 전술차량들이다. <출처: Public Domain>
반면 민수용에서 군용으로 활용되는 차량도 있다. 예를 들어 벤츠 유니목은 원래 2차대전 후 독일의 농경용 트랙터로 개발되었다가 뛰어난 야지성능으로 군에 채용된 경우이다. 이베코(Iveco)의 데일리(Daily)라는 밴트럭은 VM90으로 이탈리아 군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민수용 차량을 그대로 군용으로 쓰려는 움직임으로 인하여 다양한 상용차량들이 야전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시리아 내전 등에서 간혹 한국산 트럭들이 전투용 장비로 개조되는 경우가 목격된다. <출처: Public Domain>
한편 상용차량이 민병대나 반군에 의해 군용으로 개조되는 경우도 있다. 사회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가 전투에 활용하는 시리아 내전 같은 경우에 현대 마이티나 기아 봉고와 같은 상용트럭들이 기관포 탑재차량이나 MLRS로 운용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민수차량을 개조하여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는 차량을 "테크니컬(technical)"이라고 부른다. 미군에서는 NSTV(non-standard tactical vehicle)이라는 정식명칭까지도 붙인다.
도요타의 힐럭스 픽업 트럭에 기반한 테크니컬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민병대와 반군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이러한 테크니컬의 정점에 서 있는 차량은 바로 도요타의 픽업트럭이다. 사실 중동지역에서 도요타 랜드크루저나 픽업트럭에 대한 인기는 높다. 예를 들어 카타르 같은 지역에는 각 세대별 연도별로 랜드크루저가 있어 마치 역사전시관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실제로 테크니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도요타 힐럭스(Hilux) 픽업트럭이다. 어느 경우건 중동지역에서 도요타 차량이 가지는 장점은 상당하다. 애초에 차량이 많기 때문에 정비와 부품수급의 면에서 안정적이므로, 제대로된 군수지원체계를 갖지 못하는 민병대나 반군에게는 매우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요타 픽업트럭을 운용하는 미 육군 특수부대원들 <출처: Public Domain>
사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중동지역에서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들은 도요타 트럭을 선호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되었던 특수부대들은 초기에는 현지에서 중고 도요타 트럭을 구매하여 작전차량으로 활용했고, 전쟁이 본격화되면서는 아예 도요타 트럭을 구매하여 기관총 거치대만 장착하여 전투용으로 운용해왔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특수부대는 ROV나 디펜더 WMIK처럼 4륜구동 차량에 바탕한 특수한 정찰차량이 있었지만, 적진 깊숙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지에서 흔한 도요타 트럭이 더욱 적합했다.
잰클 그룹을 창설한 로버트 잰클 <출처: Jankel Group>
한편 이런 현상에 착안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영국의 차량개조업체 잰클(Jankel)에서 도요타 랜드크루저 기반으로 신형 특수작전 차량을 만들어낸 것이다. 잰클은 1955년 로버트 잰클(Robert Jankel, 1938-2005)이 만든 특수차량 제조업체로 상용차를 개조하여 리무진이나 방탄차량, 군경용 특장차량을 만드는 것이 특기인 업체였다. 잰클은 1972년 팬더(Panther Westwinds)라는 럭셔리 자동차업체를 창립하기도 했지만 1979년 파산했고, 그럼에도 차량개조업체인 잰클 그룹을 경영하며 명성을 이어나갔다. 특히 잰클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군과 경찰용의 특수차량이나 방탄차량에 집중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잰클과 '전사국왕' 압둘라 2세의 만남으로 신형 특수작전차량이 등장했다. <출처: 요르단 정부>
한편 9.11테러 이후로 각국에서 특수작전에 대한 소요가 늘어나면서 잰클은 특히 중동을 겨냥하여 도요타 랜드크루져에 바탕한 특수작전차량을 만들었다. 마치 랜드로버 디펜더를 베이스로 특수부대용으로 개조한 디펜더 WMIK(Weapons Mount Installation Kit, 무장장착키트)처럼 도요타 랜드크루져를 장거리 정찰차로 만들어낸 것이다. 신형차량의 개발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특수전을 사랑하는 '전사 국왕'인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Abdullah II bin Al-Hussein, 1962-)였다.
잰클과 요르단의 공동개발 전술차량인 엘쌀라브 <출처: Jankel Group>
잰클은 2003년 요르단의 '국왕 압둘라2세' 설계개발국(KADDB)과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잰클의 기술력에 바탕한 새로운 특수작전차량의 양산체제를 갖췄다. 요르단의 참여에 따라 신형 차량은 '엘쌀라브(الثعلب; al thalab, 여우라는 뜻)'로 명명되었다. 양산차량은 2005년 6월부터 요르단의 생산시설에서 출고되기 시작했으며, 이듬해부터 배치가 시작되었다.
잰클은 전세계의 특수부대를 대상으로 폭스 전술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출처: Jankel Group>

'엘쌀라브'의 출시 이후 잰클은 이를 '폭스'라는 이름으로 판촉에 나섰다. 그러나 폭스는 좀처럼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지 못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폭스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ISIS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자, 영국, 프랑스,벨기에 등 다양한 국가들이 폭스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특징

최초로 개발된 엘쌀라브/폭스 LRPV <출처: Jankel Group>
폭스 전술차량은 도요타 랜드크루저 79의 샤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사실 랜드크루저 79는 꽤나 구형의 사양이지만 여전히 영연방권에서는 인기가 높아, 도요타는 차대와 파워트레인 만을 팔기도 한다. 랜드크루저 79는 랜드크루저 차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픽업트럭으로, 랜드크루저의 부품과 대부분 호환되기 때문에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현지 정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폭스에 사용되는 랜드크루저 79의 차대와 파워트레인 <출처: Jankel Group>
엔진으로는 4.2리터 6기통 터보인터쿨러 디젤이나 4.5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다. 한편 가장 최근 버전인 폭스 RRV-x는 2.8리터 4기통 터보차져 디젤엔진에 225마력까지 낼 수 있다. 트랜스미션은 최초에는 5단 수동기어였지만, 최근에는 6단 자동기어가 장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의 최대 시속은 120km/h 정도이다. 차량의 공차중량은 2.8톤이며, 탑재중량은 최대 1,550kg에 이른다. 최대 4.5톤까지 버틸 수 있도록 빌슈타인 쇽 옵서버를 채용하여 신뢰성을 높였다.
폭스 LRPV는 중앙터렛과 조수석에서 동시에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출처: Jankel Group>
폭스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인원이 전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용화기 마운트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량 중심의 터렛 마운트는 차량 중앙을 지지하는 롤바와 결합되어 있으며, 조수석에도 기관총 사격을 위한 마운트가 장착되어 있다. 심지어는 필요에 따라서는 후방에도 기관총을 거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하여 차량의 전후방에 연막차장 유탄발사기가 장착된다.
폭스 LRPV는 후방 케이지식 개폐문에 기관총을 장착할 수도 있다. <출처: Jankel Group>
다양한 탄약과 장비를 수납할 수 있도록 유개식 내부수납함 2개가 좌우에 장착되었고, 차량의 외부에는 개방식 철장이 여러 개 만들어졌다. 특히 5.56mm, 7.62mm, 40mm 유탄 등 다양한 탄약을 보관할 수 있는 개방형 탄통이 모두 14개소에 장착되어 있다. 한편 차량외부에는 도랑극복용 받침대가 장착되는데, 비상시에는 받침대를 90도로 결합하여 환자후송을 위한 받침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차량의 전방에는 무려 4톤의 인장력을 갖춘 윈치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폭스 LRPV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특징이다. <출처: Jankel Group>
운전석 옆에 장착된 조명조절장치 <출처: Jankel Group>
연료는 좌우에 90리터 짜리 연료통을 장착하여 총 180리터를 탑재할 수 있어, 최대 항속거리는 900km에 이른다. 장거리 정찰을 위해서는 250리터짜리 대용량 연료통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전력시스템은 12V와 24V를 선택하거나 양쪽을 모두 사용할 수도 있어, 다양한 정보통신장비를 활용하는 특수부대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 또한 야간 특수작전을 위해서 모든 조명등을 끌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 당연히 이 경우에는 야시경을 쓰고 원활한 작전이 가능하도록 IR조명도 채용했다. 심지어는 사이렌까지 채용하고 있다.
모듈러 형식으로 생산이 가능한 폭스 전술차량 <출처: Jankel Group>
폭스 LRPV의 경우 사막지역을 염두에 둔 정찰차량이자 전투용 차량이므로 뚜껑이 없이 전체가 개방되어 있다. 필요할 경우 비닐 덮개로 지붕과 문짝을 덮을 수 있으며, 방탄이 필요한 경우에는 방탄판을 롤케이지에 결속하는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다. 추후 개발된 폭스 RRV에서는 방탄을 내장할 수도 있다. 폭스 LRPV는 운전석과 조수석 이외에도 4개의 좌석을 추가로 장착하고 있는 반면, 폭스 RRV는  운전석·조수석을 포함하여 4명의 좌석이 전부이다.
폭스 LRPV는 모두 6개의 좌석이 장착될 수 있다. <출처: Jankel Group>


운용현황

폭스의 첫 구매고객은 공동개발자이기도 한 요르단 정부였다. 요르단군은 2006년부터 약 200대의 엘쌀라브 차량을 인도받아 운용중으로 대부분은 정찰용인 LRPV 사양이다. 이후 아일랜드 등의 국가에서 채용했으나 결코 주된 구매는 아니었다.

요르단 군이 운용중인 엘쌀라브 LRPV <출처: KADDB>
하지만 폭스 전술차량으로 작전 중인 SAS의 모습이 시리아에서 2016년 확인됨으로써 영국도 폭스를 채용했음이 언론을 통해 목격되었다. 정비소요가 많은 랜드로버보다 현지에서 신뢰성 높은 도요타 랜드크루저 차대를 채용하는 것이 적진 깊숙히 침투하는 부대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SAS 이외에도 2018년에 들어 프랑스 군도 폭스 LRPV 10대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에서 작전 중인 영국 SAS의 폭스 LRPV <출처: Public Domain>
한편 폭스는 RRV-R 버전이 벨기에 군에 채용됨으로써 그 가능성을 과시했다. 벨기에 국방부는 2015년 신형 전술차량의 도입사업을 시작하여 잰클의 폭스 RRV가 선정되었는데, 108대를 도입하기로 하여 엘쌀라브 이후 폭스 계열 차량에서 가장 커다란 판매실적을 올렸다. 벨기에는 2018년 하반기부터 차량을 인도받기 시작하여 아프리카 지역의 파병임무에 투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벨기에군이 채용한 폭스 RRV-R <출처: 벨기에 국방부>
한편 대한민국도 폭스 LRPV 차량을 '고기동전술차량'이란 명칭으로 2010년부터 사업을 실시하여 2012년부터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용으로 X대가 도입되었다. 원래 폭스 LRPV는 아크부대 3진부터 투입되기로 예정되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차대도입이 늦어지면서 생산이 지연되었다. 이에 따라 3진이 이미 UAE로 배치된 이후에 장비가  UAE로 쫓아가 파병지에서 신무기를 받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차량은 면세통관여부 확인을 두고 UAE 세관에 잡혀 무려 2개월 이상 부대에 공급되지 못한 에피소드도 기록되었다.
아크부대가 운용중인 폭스 LRPV <출처: 아크부대>


파생형

폭스 LRPV(Long Range Patrol Vehicle) : 장거리 정찰용 전술차량.

폭스 LRPV <출처: Jankel Group>
엘쌀라브 LRPV(Long Range Patrol Vehicle) : 요르단 군용으로 생산된 폭스 LRPV
폭스 RRV(Rapid Reaction Vehicle) : 신속대응차량형. 벨기에군을 위해 만들어진 모델이 RRV-R이다.
폭스 RRV-R <출처: Jankel Group>
폭스 RRV-X :  경량화와 효율성을 높인 RRV의 최신형. 2,8리터 디젤엔진을 채용했으며, 공차중량은 2.6톤으로 줄어든 반면 탑재중량은 1.8톤까지 늘었다. 연료는 140리터를 탑재하지만 엔진효율이 좋아져 항속거리는 1,500km까지 늘어났다.
폭스 RRV-X <출처: Jankel Group>
폭스 LUV(Light Utility Vehicle) : 도요타 랜드크루저 79에 바탕한 경량 수송차량
폭스 LUV <출처: Jankel Group>
폭스 TUV(Tactical Utility Vehicle) : 기존의 픽업트럭 차대에 가장 손쉬운 무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술차량
폭스 TUV <출처: Jankel Group>


제원

- 엔진: 4.2L 6기통 터보인터쿨러 디젤 (168마력)
- 트랜스미션: 4륜구동, 자동 CVT  
- 최고속도: 120km/h
- 항속거리: 900km (4인 작전기준 1,500km)
- 연료탑재량: 180리터
- 크기: 5,600 x 1,800 x 1,930 mm
              (전장 x 전폭 x 전고)
- 지상고: 26cm
- 도섭: 70cm
- 공차중량: 2,800 kg
- 탑재중량: 1,550 kg
- 탑승원: 4명
- 타이어: 285/75R16
- 대당가격: 미화 약 250,000~305,000 달러 (ILS 포함가)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