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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다양한 유도 방식으로 목표만 골라 정밀하게 타격하는 지금과 달리 초창기 폭격의 정확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래서 대규모 편대가 출격해 목표 근처에 마치 비를 뿌리는 것처럼 폭탄을 던지는 이른바 ‘융단 폭격’이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민간의 피해를 차치하고라도 일단 폭탄의 낭비가 심하고 작전 중 요격 가능성도 높아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당연히 이를 대신할 폭격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중에는 목표까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접근해 폭탄을 투하하는 급강하 폭격도 있었다. 제1차 대전 당시에 기존 작전기로 급강하 폭격을 시도해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원활히 작전을 펼치려면 강하 시 발생하는 저항을 감당할 만큼 기체가 튼튼해야 하고 폭탄 투하 후에 신속히 자세를 바꿔 상승할 수 있는 능력처럼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를 급강하 폭격으로 볼 것인지, 최초의 급강하폭격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히 분분한 편이다. 다만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한 급강하폭격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가 1930년대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견이 없다. 융커스(Junkers) Ju 87도 이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Ju 87이라는 제식명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슈투카(Stuka)는 독일어로 급강하폭격기라는 Sturzkampfflugzeug의 줄임말일 정도다.

Ju 87의 탄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람은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한 후 공군 재건에 앞장선 에른스트 우데트다. 제1차 대전 당시 에이스였던 그는 1933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커티스 F11C의 급강하 시범에 깊게 감명받아 연구 목적으로 즉시 2기를 구입했다. 급강하폭격기가 독일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확신한 것이었다. 여담으로 F11C는 태평양전쟁 초기에 미 해군이 사용한 커티스 SB2C 급강하폭격기의 기술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우데트의 보고에 히틀러가 관심을 보이면서 1935년 급강하폭격기 사업이 본격 시작되었고 독일의 여러 항공기 제작사들이 경쟁에 참여했다. 군비 확장에 여념이 없고 서서히 주변국과 갈등이 고조되다 보니 당장의 전력 공백을 우려해 복엽기인 헨쉘의 Hs 123을 해당 임무 기종으로 우선 투입했을 정도로 급강하폭격기 확보에 대한 독일의 집념은 대단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Ju 87이 치열한 경쟁 끝에 낙점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개발 당시에 엔진이 완성되지 않아 5기의 실험기에 롤스로이스의 캐스트랄 엔진이 장착되었던 사실이다. 비록 상업적으로 제공이 가능한 엔진이었지만 이처럼 영국은 본의 아니게 적국의 무기 개발에 공헌을 했다. 여러 사고를 겪었지만 1937년 제작을 완료하고 납품이 시작되었다. 이듬해 스페인내전에 최초로 실전을 경험했고 이후 제2차 대전 내내 쉬지 않고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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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융커스의 엔지니어 헤르만 폴먼이 설계 당시에 삼았던 기본 원칙은 튼튼하고 다루기 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루기 쉬움은 조종뿐 아니라 유지 보수까지 포함한 것이었다. 덕분에 Ju 87은 지상군 지원이 편리한 곳에 전진 배치되어 운용될 수 있었다. 속도가 느려 전투기들에게 손쉬운 요격 대상이 되었지만 기본에 충실하게 개발된 덕분에 변신을 거듭하며 전쟁 말기까지 활약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Ju 87은 90도의 수직 강하도 가능했지만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폭탄 투하 후 이탈 등을 고려해서 시속 240킬로미터 정도로 줄인 후 80도 정도의 각도로 강하했다. 급강하에 돌입하면 최대 5G의 압력이 발생해서 조종사가 의식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에 대비해 특정 고도에서 폭탄을 자동 투하하고 기체의 자세를 잡아주는 장치도 설치되었다. 하지만 이때가 외부의 요격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시점이었다.

기체 아래의 시계를 용이하게 확보하도록 주익이 갈매기 날개 모양이고 강착장치가 고정식으로 되어 있어 외형상 특징이 뚜렷하다. 공중전에서 피아식별이 되지 않아 아군을 공격하는 사고는 생각보다 흔하다.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각종 인식표를 부착하거나 P-51처럼 도장을 하지 않기도 했다. 반면 Ju 87은 멀리서부터 쉽게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여타 기종들과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Ju 87을 유명하게 만든 것 중 하나가 사이렌이다. Ju 87이 급강하를 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공포를 준다고 밝혀지자 ‘여리고의 나팔’이라고 불린 사이렌을 장착해서 효과를 더욱 극대화했다. 많이 익숙해진 1941년 이후에는 공포를 느끼기보다 특유의 소음 때문에 Ju 87의 위치가 노출되고 상대가 방어 준비를 갖추어 대항하면서 사용하지 않게 되지만 지금도 사이렌은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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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Ju 87은 1944년 말까지 6,500여 기가 생산되었다. 비교 대상인 IL-2 슈트르모빅의 3만 6,000여 기나 독일 공군의 또 다른 상징인 Bf 109의 3만 4,000여 기와 비교하면 유명세에 비해 많은 수량은 아니다. 이탈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도 일부 공급되었지만 대부분은 독일이 사용했다. 최초의 실전은 1938년 스페인내전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독일은 급강하폭격 전술을 터득했고 Ju 87의 문제점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듬해 제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Ju 87은 유감 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공군이 요충지를 폭격해 상대를 흔들어 놓으면 곧바로 기갑부대가 돌풍같이 전선을 돌파해 들어가 적의 후방을 차단했다. 결국 포위된 상대방은 궤멸되거나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전격전(Blitzkrieg)이라 명명된 이러한 독일의 기동전에 의해 폴란드와 프랑스가 순식간 점령당했다. 이때 가장 선두에 섰던 것이 Ju 87이었다.

제2차 대전의 발발 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 속에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Ju 87은 독일에는 자랑이, 상대방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폭격의 정확도가 뛰어나 괴링을 비롯한 독일 공군의 많은 이들이 급강하폭격기 만능론을 맹신할 정도였다. 덕분에 당시 활약한 동종 기종들이 많았지만 Ju 87은 급강하폭격기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전성기는 거기서 멈추었다.

프랑스 정복 직후 곧바로 이어진 '영국본토항공전'에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속도가 느려 요격에 나선 영국 전투기들의 밥이 되었고 급강하에 들어가면 자세를 바꾸기 어려워 대공포화에 걸려들고는 했다. 그동안 독일은 제공권이 장악된 곳에서만 작전을 펴왔기에 이런 Ju 87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몰랐던 것이었다. 결국 독일은 영국 침공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Ju 87의 작전 투입을 중지시켰다.

1941년 독소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전선에 등장했고 특별히 제작한 1,400kg짜리 폭탄으로 소련 전함 마라를 격침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Ju 87은 37mm 기관포를 주익에 장착해 대전차전에 본격 투입되었다. 이른바 '대포 새(Kanonenvogel)'라고 불린 Ju 87G인데 독일 지상군에게 천군만마 같은, 반면 소련군에게는 지옥의 사자같은 존재로 군림했다. 그렇게 변신을 거듭하며 패망 직전까지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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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Ju 87A : 시험용 저율양산기

Ju 87B : 초기 양산형

Ju 87R : 장거리 작전형

Ju 87C : 항공모함 탑재용 시험기

Ju 87D : 영국본토항공전 전훈을 반영한 개량형

Ju 87H : D형을 기반으로 한 복좌 연습기

Ju 87G : 37mm 기관포 2문을 장착한 대전차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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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Ju 87B)

- 전폭 : 13.8m 
- 전장 : 11.0m 
- 전고 : 4.23m 
- 주익 면적 : 31.90㎡
- 최대 이륙 중량 : 5,000kg 
- 엔진 : 융커스 유모 211D 수랭식 V12(1,184파운드)
- 최고 속도 : 380km/h 
- 실용 상승 한도 : 8,200m 
- 최대 항속거리 : 500km 
- 무장 :  2 × 7.92mm MG17 기관총
          1 × 7.92mm MG15 기관총
          1 × 250kg 폭탄
          4 × 50kg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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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