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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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개발과 운용

서구유럽의 목을 찌를 러시아의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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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K720 이스칸데르 단거리 전술미사일 <출처: militaryrussia.ru>


개발의 역사

INF조약과 오카 미사일의 폐기

스커드 미사일은 1950년대 후반 실전배치된 이후 줄곧 소련군의 단거리 미사일 전력의 핵심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스커드 D형처럼 스커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세대교체가 답이었다. 이에 따라 1972년부터 단거리 전술핵미사일인 9K714 오카(Ока, NATO 분류명 'SS-23 스파이더')가 개발되어 1980년부터 전력화되었다.

오카는 스커드 미사일의 대체전력으로 개발되어 소련군 내부에서 호평을 얻었다. <출처: militaryrussia.ru>
그러나 레이건 집권 1기부터 가열되었던 미소의 핵 경쟁으로 국력을 소진한 소련은 고르바초프(Михаи́л Серге́евич Горбачёв, 1931-) 서기장이 집권하면서 개혁노선을 추구함과 동시에 군비 감소를 위한 군축에 나섰다. 그리하여 레이건(Ronald W, Reagan, 1911-2004) 대통령과 고르바쵸프 서기장은 1987년 INF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INF는 미소 양국이 사거리 500km에서 5,500km 사이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실험·보유·배치하는 것을 모두 금지하였다. INF 조약에 따라 1991년까지 미국은 846발, 소련은 1,846발의 미사일을 폐기했다.
INF 협정에 사인 중인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레이건 대통령 <출처: US National Archives>
문제는 이 폐기의 대상 중에 최신전력인 오카 미사일이 포함되었다는 것이었다. 협정 이전까지 소련은 오카의 최대사거리는 400km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미국은 500km가 넘으므로 INF 규제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자 했다. 고르바쵸프 서기장은 미국과의 불화를 피하고자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카를 INF 폐기대상에 포함시켰다. 스커드를 대체하는 오카를 겨우 전력화했지만, 이제 오카를 폐기함으로써 스커드 대체전력은 소련군에게 또다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폐기를 위해 도열된 오카(SS-23 스파이더) 미사일 <출처: militaryrussia.ru>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라
오카가 폐기되자 소련은 신속히 토츠카를 개량한 새로운 전술미사일의 개발에 나섰다. <출처: militaryrussia.ru>
다급해진 소련군은 1987년 곧바로 오카를 대체할 신형 미사일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소련군은 오카의 개발에 성공하고도 1978년 새로운 단거리 미사일 체계에 대한 연구개발을 했었다. 당시 연구에서 소련군은 9M79 토츠카(Точка, NATO 분류명 'SS-21 스캐럽') 미사일의 개량형을 2발 장착하여 적의 핵심표적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을 구상했다. 이 사업은 조준 및 미사일제어체계를 개발하던 도중 1980년 초반 예산부족으로 중단된 바 있다. 신형미사일의 개발은 바로 이 때 중단된 개발사업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손쉽게 출발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 SS-21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KBM(КБМ; КБ Машиностроения, 콜롬나 기계제작설계국)이 신형 미사일의 개발주체가 되었으며, 사업책임자로는 토츠카와 오카를 개발했던 세르게이 니포비디미(Серге́й Па́влович Непобеди́мый, 1921-2014)가 임명되었다. 소련 중앙국무회의는 1988년부터 개발 예산을 할당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조준시스템과 발사플랫폼 차량에 대한 개발이 시작되었다. 발사체의 개발은 타이탄 중앙설계국(TsKB Titan)에서 담당했는데, 미사일의 초도시험발사는 이미 1991년 여름부터 실시되었다.
1991년에 등장한 '이스칸데르'의 프로토타입 체계는 두발의 미사일 발사기와 차량이 결합된 형태였다. 차량은 BAZ-69501에 바탕하고 있었는데, 공개된 모델은 모크업으로 추정된다. <출처: militaryrussia.ru>
1991년 공개된 프로토타입은 BAZ-69501 차량에 쌍발 발사기를 결합한 형태로 Br-1555-1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작동이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 모크업에 불과했다. 결국 초도 시험무기체계는 BAZ-6954차량에 바탕하여 제작되었으며, 발사차량에는 9P76이라는 제식 명칭이 부여되었다. 9P76 발사차량은 1992년 여름부터 발사시험을 거쳐 1993년에 시험평가를 마치고 완성되었다. 그리하여 1994년부터 9M723 "이스칸데르(Искандер, 영어번역 Iskander)" 미사일과 9P76 발사차량이 결합된 시험평가가 시작되었다. 시험발사에 투입된 시제차량은 쌍발이 아니라 단발의 발사기만을 장착하였다. 한편 NATO는 이스칸데르 무기체계를 "SS-26 스톤(Stone)"이라는 암호명으로 명명하였다.
시험발사에 사용된 9P76 발사차량. 오직 1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출처: mil.ru>

이스칸데르-M의 개발

1991년말 소련이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그만큼 신형 미사일체계의 개발은 소련군을 이은 러시아군에게 매우 중요한 전력이었다. 애초에 소련군은 "이스칸데르"를 개발하면서 스커드와 폐기된 오카를 대체하여 단거리 전술핵미사일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최초의 시험발사 이후 러시아군은 "이스칸데르"를 지상군용 다목적 모듈러 미사일 체계로 변경하고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선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M"의 개발이 1993년부터 시작되었다.

MZKT-7930 차량 샤시에 바탕한 9P78 발사차량에서 드디어 쌍발 발사기가 구현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러시아 '이스칸데르-M' 미사일<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이스칸데르-M도 역시 KBM에서 담당하여 올렉 마말리기(Олега Мамалыги)의 책임 하에 개발이 추진되었다. 다목적 모듈러 미사일로서 이스칸데르-M은 MD를 포함한 적 방공체계, 지휘통제시설, 군용기 및 항공기지, 주요 인프라시설, 집결된 병력과 장비, 적 전술미사일체계, 사전포병전력, 선박 등을 목표로 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또한 이스칸데르는 애초에 INF조약으로 폐기된 오카를 대체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므로, 사정거리는 500km 미만으로 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스칸데르-M의 사정거리를 415km라고 공식적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서구권에서는 실제로는 700~8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스칸데르-M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정점에 다달하여 하강하면서도 추진과 기동을 통하여 편심궤적(Eccentric Ballistic)으로 비행하면서 목표를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 같은 MD 체계를 회피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기본적으로 이스칸데르-M은 탄도미사일이지만 비정상적이고도 독특한 탄도궤적으로 인하여 유사탄도미사일(quasi ballistic missile)로도 불린다.
시험발사 후 미사일을 점검하는 KBM 설계진들 <출처: colomna.ru>
이미 미사일의 개발은 상당히 진척되어 있었지만 발사차량은 늘 문제였다. 1995년 MZKT-7930 차량 샤시에 바탕한 9P78 발사차량이 개발되었다. 애초에 이스칸데르 사업이 목표했던 대로 2기의 미사일발사기가 차량 1대에 결합된 것도 9P78부터였다. 1995년부터 시험과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상승발사와 유도 항법장비 등이 시험되었으며, 1996년 시험발사에서 첫 성공을 기록했다. 1997년부터는 미사일과 발사차량이 결합되어 본격적인 시험평가가 시작되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시험발사가 실시된 카스푸친 야르 시험장 <출처: militaryrussia.ru>
시험평가의 결과가 축적되면서 무기체계의 완성이 가까워지자, 러시아 정부는 드디어 1999년부터 국가최종평가를 시작했다. 9M723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시험평가가 실시되어 이스칸데르는 2000년에는 평가가 종료되었다. 그러나 후속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됨에 따라 2004년 8월에는 최신형 9M723K5의 시제탄두까지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이스칸데르-M은 모두 13차례의 발사시험에서 우수한 성능을 시연하면서 2004년에 드디어 모든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로써 15년여에 걸친 꾸준한 개발 끝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드디어 개발에 성공했다.
순항미사일로 구성된 이스칸데르-K <출처: Vadim Grishankin / Mil.ru>
한편 이스칸데르 시스템의 개발은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M에 그치지 않았다. 발사대를 교체함으로써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2007년에 개발되었다. 또한 수출전용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E도 개발되어 다양한 전시회를 통하여 판촉되고 있다.


운용 현황

러시아 전술탄도탄의 주력

이스칸데르-M 미사일의 발사장면 <출처: Алексей Иванов / 러시아 국방부>
이스칸데르-M은 미사일과 발사차량을 합쳐 9K720 "이스칸데르-M" 컴플렉스로 명명되었으며, 2004년부터 시험평가부대에 배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6년에서야 드디어 9K720 이스칸데르-M 체계는 정식으로 전력화에 이르렀다. 전력화가 2006년에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양산은 2010년부터 시작되어 최초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단은 2010년 창설되었다.
이스칸데르 1개 여단은 12대의 발사차량을 포함하여 모두 51대의 차량으로 구성된다. <출처: KBM>
러시아군은 2011~2020년 국가무장계획에 따라 최초에는 10개의 미사일 여단을 창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연간 이스칸데르-M 미사일 여단 1개를 무장시킬 무기체계들을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 통상 1개 이스칸데르 여단은 발사차량 12대, 미사일 장전차량 12대, 지휘통제차량 11대, 각종 지원차량 14대 등 모두 51대로 구성된다. 이스칸데르 여단은 3개의 대대로 구성되며, 1개 대대는 각 2대의 발사차량을 보유한 포대로 구성된다. 이스칸데르가 여단 단위로 배치가 시작된 것은 2013년 6월부터였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이스칸데르 발사차량을 모두 136대 획득하여, 미사일 여단 11개와 1개의 독립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2005년 8월 25일 고리의 한 가정집 거실에 떨어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추진체 부품 <출처: Lt. Jim Hoeft / 미 해군>

이스칸데르는 최초의 여단급 배치가 완료되기도 전인 2008년, 남오세티야-조지아 전쟁에서 러시아 군에 의해 사용되었다. 자국 국민보호의 명분으로 개입한 러시아군은 조지아의 도시인 포티(Poti)와 고리(Gori), 바쿠-숩사(Baku-Supsa)간 파이프라인에 대하여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공격을 가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특히 고리에서는 조지아군 전차대대 기지에 미사일이 착탄하여 무기고를 초토화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8월 12일에는 고리 지역에서 이스칸데르의 대인용 자탄에 네덜란드 국적의 스탄 슈토리만스(Stan Storimans, 1969-2008) 기자가 맞아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스칸데르의 사용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서구-러시아 갈등의 전면에 서다
러시아군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를 서구에 가깝게 배치하면서 NATO군을 위협하고 있다. <출처: Mil.ru>
조지아 개입으로 NATO회원국들과 갈등에 접어든 러시아는 2008년 11월 5일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연방의회 연설에서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 지역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 체계를 배치함에 따라 그 대응책으로 이스칸데르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한편 2009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이 폴란드와 체코에 대한 MD배치계획을 철회했으며, 며칠 후 메드베데프도 배치계획의 철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미국의 유럽MD계획에 대응하여 다시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를 배치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2014년과 2014년 러시아는 군사훈련의 명목으로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를 파견했으며, 2016년 10월에는 러시아군이 이스칸데르의 배치를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An-124 수송기 편으로 전개된 이스칸데르 포대의 모습 <출처: militaryrussia.ru>

칼리닌그라드의 경우에서처럼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군의 모든 군구(military district)에 신속하게 배치하여 활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2014년 크림 반도를 장악한 러시아군은 서구권의 반발이나 무력개입을 예방하기 위해 핵 투발이 가능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 여단을 크림반도에 배치한 바 있다. 2016년부터는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에 발맞춰 시리아의 흐메이밈(Hmeimim) 공군기지에 최소한 포대급의 이스칸데르 부대를 배치했으며, 이후에는 최소한 대대급 이상이 파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군은 2017년 5월말 두샨베(Dushanbe) 대테러훈련을 위하여 이스칸데르 포대를 수송기편으로 타지키스탄(Tajikistan)까지 공수하면서, 이스칸데르의 신속대응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INF 조약을 위협한 미사일
2017 두샨베 대테러훈련을 위하여 타지키스탄으로 공수된 이스칸데르-M(우)과 이스칸데르-K(좌) 발사차량들 <출처: Fergana>
한편 이러한 이스칸데르의 공격적인 배치는 점차 국제정치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는 사정거리 700km 이상(서구 추정)급의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과 사정거리 2,500km급의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을 러시아군은 칼리닌그라드-크림반도-흐메이밈에 배치하여 NATO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2018년 12월 4일 러시아가 60일 이내에 이들 미사일을 철수하지 않으면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배치상황으로 맨위부터 칼리닌그라드, 크림 반도, 흐메이밈이다. 붉은 원의 9M723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녹색원은 9M729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를 의미한다. <출처: VictorAnyakin / WikiCommons>
이에 따라 2019년 1월 15월 미소 양국은 제네바에서 만나 INF 조약의 지속여부를 논의했다. 비교적 사정거리가 짧은 이스칸데르-M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특히 러시아가 배치한 신형 9M729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은 INF 조약 취지의 중대한 위반으로 떠오르며 이슈가 되었다. 결국 2019년 1월 30일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INF조약의 유지가 타결되지 않음에 따라, 동년 2월 2일 폼페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당일부터 6개월 내에 INF 조약에서 탈퇴할 것을 선언했다. INF조약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INF조약의 파기를 가져오게 된 형국이다.
INF 조약파기 결정에 핵심적 영향을 끼친 9M729 순항미사일 <출처: Public Domain>

나토를 위협하는 초정밀 타격 순항미사일, 러시아 '이스칸데르-K' 지대지 순항미사일<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