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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2차세계대전을 통해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전이 벌어진 후, 항공 기술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전쟁 기간 중에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항공역학뿐 아니라 전자공학 분야도 크나큰 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에 이 두 기술이 접목되면서 항공 기술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이게도 각국 간의 위협 범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사일과 항공기의 항속 거리가 늘고, 그만큼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전 세계적인 군비 경쟁의 불을 지폈고, 2차세계대전이 종식됨에 따라 모처럼 평화를 찾아가던 전 세계 각국은 소리 없는 새로운 전쟁, 통칭 “냉전(冷戰)”에 다시 돌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스웨덴은 잠재 적국의 빠른 영공 침입을 대응할 전투기의 개발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1952년부터 기존에 운용해오던 사브(Saab)32 란센(Lansen)의 대체기 개발을 서두르게 되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은 1950년대 기준으로 항공역학상 가장 뛰어난 전투기로 손꼽힌 J35 드라켄(Draken)이었으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스웨덴 환경 조건에 맞춘 전투기 개발은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미 드라켄이 초도 비행을 실시한 1955년 이전부터 J35와 A32 란센(Lansen)을 대체할 후속 기종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에 스웨덴의 항공 산업 업체인 사브(Saab)는 핀란드계 항공 엔지니어인 아르네 라코마(Aarne Lakomaa, 1914~2001)의 주도로 1952년부터 1956년까지 100여 개가 넘는 항공기 설계를 검토하며 개발 사업 타당성을 검토했고, 그 결과 선정된 ‘1300번 설계’에서 다시 다양한 파생 설계가 탄생했다. 그중 프로젝트 1357번은 사브가 디자인한 최초의 이중 삼각익에 카나드(Canard: 귀날개)를 채택한 전투기였으며, 이는 곧 탄생하게 될 AJ37 비겐(Viggen) 뿐 아니라 향후 사브 전투기 시리즈의 특징이 되었다.

스웨덴 정부는 이 차세대 전투기가 저고도에서도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고, 적정 고도에서는 마하 2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임시 활주로를 파손시키지 않고도 짧은 활주 거리에서 착륙이 가능하도록 낮은 받음각으로 단거리 착륙을 할 수 있는 기체를 요구했다. 스웨덴 공군은 이에 더해 수리 정비가 간편하여 정비요원을 양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항공기를 주문했다. 스웨덴은 냉전을 대비하면서 ‘제60 공군기지 체계’ 계획, 통칭 BAS 60(Flygbassystem 60)을 추진 중이었는데, 이는 소련군이 대규모로 스웨덴에 침공해 올 경우를 대비해 전국 각지에 전투기 및 지원 세력을 주둔할 시설을 각지에 지어두고, 이곳에 전투기를 산개시켰다가 게릴라 전술로 적의 공격 기세를 꺾겠다는 계획이었다. BAS 60 계획은 특히 핵 전쟁 위협이 커지면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1958년부터 약 800m 길이의 활주로를 낀 임시 항공기 주기 시설들이 전국 각지에 설치됐으며, 스웨덴 국방부는 최초 70개의 시설을 설치하려 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총 40개 가량만이 완성되었다. 향후 개발될 차기 전투기는 이들 기지에 산개시켜 전투를 수행하는 상황을 처음부터 고려했기 때문에 활주 길이가 500m 정도만 확보되어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주문받았다.

한편 냉전이 심화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스웨덴은 1960년부터 소련에 대한 공동 대응 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아이젠하워(Eisenhower) 행정부는 미 국가안보회의를 거쳐 소련의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이 스웨덴을 지켜준다는 안보 보장 안에 서명했다. 이 안보 보장에 기반하여 양국은 군사기술협정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부속조항 제37조(Annex 37)로 알려진 협정서에 의거하여 스웨덴은 차기 전투기 개발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항공역학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스웨덴은 차기 전투기를 더 싸고 빠르게 개발할 길이 열렸으며, 미국은 반대급부로 만약 미국의 폴라리스(Polaris)급 잠수함이 스웨덴 해역에서 소련 해상초계기의 위협을 받을 경우 스웨덴 공군의 즉각적인 지원을 기대했다.

스웨덴 정부는 1961년 12월에 공식적으로 통칭 “37번 항공기 체계”, 일명 “비겐(Viggen)”의 개발을 승인했다. 기체 기본형은 공격기에 중점을 둔 형상인 “AJ37”이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정찰용 형상과 공중전용 형상인 JA(Attack/Jakt, 공대지 및 공대공)37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비겐’은 산악 지형 중심이라 이착륙용 활주로를 충분하게 확보하기도 어렵고, 높게 솟은 산 때문에 이륙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스웨덴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활주 거리를 짧게 한 단거리 이착륙 (STOL: Short Take-off and Landing) 개념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따라서 스웨덴 국방부는 AJ37 요구도를 짜면서 이륙 후 기동성을 위해 삼각익을 채택하고, 기체 전면에 넓은 카나드(Canard: 귀날개)를 설치할 것을 넣었다.

하지만 이미 이 사업은 사전 준비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1962년 2월이 됐을 무렵까지 항공기 자체뿐 아니라 엔진, 사출좌석, 무장, 정찰체계, 지상 정비 장비, 시뮬레이터까지 모두 거의 완성되었다. 스웨덴 정부는 사브와 1962년 10월부로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당시까지 존재했던 스웨덴의 모든 방산 연구개발 사업 중 단연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다. 1960년대를 기준으로 비겐 사업은 스웨덴 연구개발 예산의 10% 이상을 소비했다. 사브는 1963년에 항공 역할 설계가 완료됐으며, 앞서 나온 요구도를 충족하기 위해 파격적인 설계가 반영되어 있었다. 우선 비겐은 이중 삼각익 설계에 플랩(flap)이 설치된 대형 카나드가 주익 앞쪽에 설치되었다. 특히 주익과 카나드가 저익, 고익으로 교차되어 설치됐으므로 단거리 이착륙 및 초음속 비행 간 난류를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아음속 비행 간 효율적으로 양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투기 형상인 JA37에는 신형 항전장비와 공대공 미사일, 그리고 유럽 국가 전투기로써는 최초로 펄스-도플러(Pulse-Doppler) 방식의 레이더를 장착했다.

스웨덴 정부는 1964년 4월부로 비겐 사업 예산안을 공개했으며, 이를 통해 퇴역이 임박한 스웨덴 공군 보유 기체를 모두 비겐 한 대로 대체할 계획이 있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다른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으며, 총 329대 양산으로 그치고 말았다. 비겐의 시제기는 1967년 2월 8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스웨덴 정부는 1968년 4월부터 AJ37의 양산을 승인하여 1971년 7월부터 양산 기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비겐은 1969년 르부르제(Le Bourget)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AJ37로 제식 번호가 붙은 양산 1호기는 1971년 2월 23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스웨덴 공군은 1971년 7월부터 비겐의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1980년을 기준으로 스웨덴 정부는 총 149대의 JA37 형상을 양산하고자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장비의 발전이 이루어졌으므로 비겐을 계속 운용하기보다는 새 기체를 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산업계의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비겐의 양산은 1990년을 기준으로 중단되고 대신 후속 기체인 JAS-39 그리펜(Gripen)의 개발이 추진되면서 스웨덴 공군은 4세대 항공기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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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비겐의 주익은 저익(底翼)의 삼각익이며, 동체 중간부터 날개가 시작된다. 또한 동체 전반부에는 소형의 카나드가 고익(高翼)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항공기 전체의 모습은 마치 드릴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갖고 있다. 비겐은 한 개의 터보팬 엔진을 채택했으며, 반원형 공기 흡입구가 카나드 바로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또한 동체의 모습은 짧고 넓으며, 기수는 매우 특징적인 뾰족한 형상으로 제작되었다. 동체 하부에는 소형 날개가 있으며, 수평 미익은 따로 설치되지 않았다. 주익은 끝부분에서 살짝 꺾인 모습을 해 전체적으로 번개 모양의 형상으로 제작되었다. 비겐의 등장 시기에는 아직 카나드(canard)가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파격적인 설계로 받아들여졌으나, 비겐의 성능이 입증되면서 뒤이어 이스라엘 IAI의 크피르(Kfir), 사브의 JAS-39 그리펜, 유로파이터 컨소시엄의 EF-2000 타이푼(Typhoon), 다소(Dassault)의 라팔(Rafale) 등이 카나드를 채택했다.

비겐의 엔진인 볼보(Volvo) 사의 RM8 터보 팬(Turbo Fan) 엔진은 프랫 & 위트니(Pratt & Whitney) 사의 JT8D 엔진을 면허 생산한 것으로, 1960년대에 주로 민항기 엔진으로 운용됐으나 여기에 애프터버너(afterburner)가 추가되면서 비겐의 엔진으로 채택되었다. RM8 엔진에는 역(逆)추진 장치가 채택되어 착륙 간 활주 거리를 줄이는 역할을 수행하여 최소 500m의 공간만 확보되어도 비겐이 착륙할 수 있게끔 한다. 사브는 원래 롤스-로이스(Rolls-Royce) 사의 메드웨이(Medway) 엔진을 채택하려 했으나 메드웨이 엔진 개발 자체가 취소되었으므로 채택되지 못했다.

비겐의 조종석은 아날로그 및 기계식 계기를 혼용하고 있으나, 전방상향 시현장치(HUD)는 디지털식으로 설치되어 있다. 비겐에는 또한 1970년대 전투기로는 드물게 3개의 에릭슨(Ericsson)의 다목적 CRT 디스플레이가 3개 설치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창은 레이더 정보뿐 아니라 항공 지도, 비행 및 무장 데이터, 정밀 착륙 정보 등이 표시된다. 이는 1992년부터 기체 업그레이드가 실시되며 AP-12 디스플레이가 채택되어 LCD 창으로 변경됐다. 비겐의 사출좌석은 사브가 직접 설계하여 저고도 고속 비행 간 사출에 특화시킨 라켓스톨(Raketstol) 37 사출좌석이 채택되었다. 라켓스톨 37의 사출 버튼은 좌석 양옆 팔걸이에 설치되어 있으며, 캐노피 제거를 비롯한 사출 시퀀스는 모두 자동으로 진행된다. 비겐은 특이하게도 조종사의 다리 앞쪽에 경고 패널들이 설치되어 있어 비행 통제 표시, 무기 및 무장 통제, 항법 상태, 산소 On/Off, 앞 유리 성애 제거, 피아식별장치(IFF) 통제, 점멸등의 상태가 이곳에 표시된다. 왼쪽 콘솔에는 레이더 통제, 캐노피 개폐, 랜딩기어 개폐, 무전기 및 기체 여압에 대한 표시가 들어온다.

비겐의 가장 큰 장점은 유지 관리가 단순하고, 기술 교육이 크게 필요 없다는 점이다. 비겐은 의무병으로 모집한 다섯 명의 병사만 있으면 최소한의 교육 후 유지 정비를 실시할 수 있으며, 재급유와 무장 재장착을 포함한 재출격(turnaround)도 10분 이내에 가능하다. 엔진 교체 역시 4시간 정도면 완료가 가능하며, 창 정비에 들어가더라도 비겐 한 대에 소요되는 맨 아워(man hour)는 22 정도이고, 일선에서 소티 당 필요한 재정비도 약 9 맨 아워 정도에 불과하다.

비겐의 초창기 형상에는 기총이 장착되지 않아 포드(Pod) 형태로 날개에 장착했는데, 이는 베트남전쟁을 전후하여 항공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총의 무용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당시의 전투기 트렌드에 따라 비겐 역시 내부에 기총을 설치하지 않았으나, 이 조치에 대해 일선 조종사들의 항의가 심했으므로 결국 내부에 따로 기총을 장착했다. 비겐은 최대 7,000kg까지의 무장을 총 9개의 하드포인트에 장착할 수 있다. 비겐에는 동체 하부 중앙에 파일런이 하나가 있고, 동체에 두 개 파일런이 있으며, 주익에 4개, 주익 랜딩기어 뒷부분에 4개가 설치되어 있다. 중앙 하부의 파일런은 오직 외장 연료탱크만 장착할 수 있으며, 주로 날개 바깥쪽 파일런에 중량이 가벼운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다. 랜딩기어 뒤쪽의 2개 하드포인트는 JA37D형부터 추가된 것으로, 이전 모델에서는 미사일 대응체계가 설치되어 있어 자리가 없었다.

AJ37형은 7개의 하드포인트를 갖추었으며, RB-04E 대함미사일이나 RB-05 공대지 미사일, AGM-65 매버릭(Maverick) 미사일(RB-75) 등을 운용할 수 있다. 지상 공격 임무를 수행할 시엔 무(無)유도식 135mm 로켓 포드, 120kg 파편식 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으며, 30mm ADEN 기관포 포드 또한 파일런 안쪽에 장착하여 약 150발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비겐 시리즈의 마지막 형상인 JA37에는 하방탐지/하방공격(Look down/shoot down) 능력을 제공하는 에릭슨 사의 PS 46/A 레이더가 장착되어 반능동식 RB-71 스카이플래쉬(Skyflash) 공대공 유도 미사일 등을 운용해 시계 밖(BVR: Beyond the Visual Range) 전투가 가능하다. 또한 JA37형은 ADEN 기관포를 대신하여 제네럴 다이내믹스(GD) 사의 M61 벌컨포, 오리콘의 KCA 30mm 기관포를 대체품으로 고려했으며, 결국 KCA 기관포를 선택해 최대 126발을 탑재해 동체 하부 증가 포드에 설치했다. KCA는 분 당 22발 혹은 11발로 조종이 가능하며, 유효사거리는 약 2km 정도에 달한다. 특히 화력통제체계와 레이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에 당대의 전투기들보다 훨씬 긴 거리에서 공대공 교전을 실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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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비겐의 첫 양산 기체는 1971년 7월부터 스웨덴 공군의 스카라보리(Skaraborg) 제7전투 비행단에 인도되었다. 최초로 인도된 형상은 AJ37 공격기와 SK37 훈련기(복좌식)였으며, 비겐이 인도되자마자 란센과 교대를 시작했다. 스웨덴 공군은 비겐 기종 전환을 위한 교육 파이프라인을 짜면서 사브 105 고등 훈련기로 훈련을 시작하고, 그다음에는 란센으로 전투기 전 단계 훈련(LIFT: Lead-In Fighter Training)을 실시하며, 마지막으로는 비겐에 직접 탑승하여 기종 적응 훈련을 실시하게끔 했다. 특히 사브는 이때 시뮬레이터를 도입하여 훈련 과정에 포함시켰는데, 그 덕에 저 비용으로 자주 훈련을 실시할 수 있었으므로 기종 전환을 훨씬 수월하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카라보리 공군기지는 1973년 10월 자로 기체 운용 준비가 완료됐음을 선언했으며, 1974년 5월부터 두 개의 전투비행대대에 정식으로 비겐을 배치하고, 이후 한 개의 예비 비행대대를 하나 더 운용하면서 AJ37의 본격적인 운용 준비를 마쳤다. 특히 비겐은 이전 어느 기종보다도 안전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입증되어 금방 스웨덴 공군의 주력 기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비겐은 1970년대~80년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파생형이 개발됐다. 복좌식 실전기 전환 훈련기(OCU: Operational Conversion Unit)인 SK37이 1972년부터 도입되었고, 정찰기 형상인 SF37은 1977년부터 제13정찰 비행단에서 운용되었으며, 해상정찰기인 SH37은 1975년부터 도입되었다. 특히 SF37은 어둠 속에서도 정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IR 장비가 장착됐으며, 카메라 또한 7대가량이 설치됐다. SH37은 이에 고급 해상 레이더가 설치되었으며, 13 정찰비행단과 17, 21 정찰비행단에 각각 배치되었다가 이후 업그레이드를 받으면서 각각 AJSF37과 AJSH37로 제식 번호를 다시 부여받았다. 본격적인 요격기 형상이자 마지막 형상인 JA37은 1980년 9월부터 스웨덴 제13 전투비행단에 배치되면서 스웨덴의 방공을 책임졌다. JA37은 수직 미익이 커지고 동체 길이 또한 사이즈가 큰 RM8B 엔진을 장착함에 따라 13cm 가량 길어졌다. 또한 초기형인 AJ37 개발 때와 비교하여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JA37의 임무 컴퓨터 용량은 AJ37에 비해 다섯 배로 증가했고, 레이더나 무전 장비, 항법 장비도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제품이 되었기 때문에 기체 전체의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흥미롭게도 비겐은 미사일조차 떨쳐내는 것으로 알려진 SR-71 블랙버드(Blackbird) 초음속 정찰기를 세상에서 유일하게 “락온(Lock-on)” 했던 기종으로 알려졌다. 발트해에서 비행하는 SR-71의 비행 패턴을 파악한 스웨덴 공군은 SR-71의 레이더 재밍(jamming)에도 불구하고 지상 레이더가 위치를 대략 포착한 후 비겐의 화력통제 컴퓨터에 데이터를 넘겼으며, 비겐은 고틀란드(Gotland) 인근을 거쳐 미국으로 귀환하는 SR-71을 몇 차례 락온 하는데 성공했다. 비겐은 현재까지 SR-71을 락온 하는데 성공한 유일한 항공기 기종으로 기록됐다.

최후의 비겐인 JA37 329번기는 1990년에 생산되어 린셰핑(Linköping)에서 스웨덴 공군에 인도되었으며, 1994년 JAS-39 그리펜이 개발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퇴역 절차를 밟았다. 비겐은 2005년 11월부터 스웨덴 공군에서 정식으로 퇴역을 시작했으며, 일부 기체만이 린셰핑에 훈련용이나 기술 개발 플랫폼 용도로 남았으며, 비겐의 마지막 공식 비행은 2007년 6월에 이루어진 후 일선에서 완전히 퇴역하게 됐다.

비겐은 몇 차례 해외 수출을 진행한 바 있으나 한 건도 수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선 해외 수출용으로 개발된 사브 37E는 유로파이터(Eurofighter) 사업을 위해 개발한 기체로, 1970년대 초 JA37에 기반하여 개발되었다. 당시 E형은 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가뿐 아니라 오스트리아(1972), 일본(1973), 인도(1978) 등에도 판매를 타진했지만 수출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1980년대에는 오스트리아가 다시 JA37의 수출용 형상인 사브 37X에 잠시 관심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같은 사브 사의 전투기인 J35DO 드라켄(Draken)을 선택했다. 한편 대한민국도 비겐이 400m 정도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1970년대 말에 일시적으로 도입을 고려했던 것으로 일각에 알려졌으나, 사브 측이나 한국 쪽 공식 기록에서 언급되는 바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사브 측이 제안서를 제출하거나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판매 활동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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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AJ37 비겐: 단좌식 지상공격기로 개발된 기본 형상. RM8A를 엔진으로 채택했으며 PS-37A를 레이더로 장착했다. 1971년 중반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으며, 총 108대가 양산됐다. 이 중 48대가 AJS37로 업그레이드되었다.

SK37: 복좌식 훈련기 형상으로, 레이더가 없으며 후방석 장착에 따라 내부 연료탱크가 빠져 항속 거리가 줄었다. 1970년 7월 2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1972년 6월부터 인도가 시작되어 총 17대가 양산됐다. 2003년 전부 퇴역한 후 SK37E형으로 개조되었다.

SF37: 단좌식 정찰기 형상으로, 영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레이더 자리에 카메라용 배터리가 장착되고 파일런에는 정찰용 포드가 설치됐다. 1973년 5월 21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총 28대가 양산되었다. 25대는 추후 AJSF37로 업그레이드되었다가 1998년에 일부 기체가 퇴역했다.

SH37: 단좌식 해상정찰/공격기. PS-371A 레이더가 장착되었으며, 1975년 6월부터 인도되어 총 27대가 양산되었다. 이 중 25대는 AJSH37로 업그레이드되었다가 1998년에 퇴역했다.

사브(Saab) 37E 유로파이터(Eurofighter): 197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F-104 스타파이터(Starfighter) 대체 기종 도입을 추진하자 이에 사브가 제안했던 형상. 채택되지 않아 실제 제작된 기체는 없다.

사브 37X: 1967년~1968년에 노르웨이 수출을 위해 제안했던 수출용 형상. 노르웨이가 도입하지 않아 실제 제작된 기체는 없다.

JA37: 단좌식 전천후 요격기 형상이며, 공격 임무도 일부 소화했다. 1974년 9월 27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1979년부터 인도가 시작되었다. PS 46A LD/SD 레이더가 장착되었으며, 1998년에 일부가 퇴역하고 일부는 JA37D형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AJS/AJSF/AJSH37: 1993년~1998년 사이에 AJ/SF/SH37을 업그레이드 한 형상. 항전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총 48대의 AJ37, 25대의 SH37, 25대의 SF37 동체가 개조되었다. 2005년에 전량 퇴역했다.

JA37C: JA37의 업그레이드 형상으로, 항전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었다.

JA37D: 1993년~1998년 사이에 개선한 한 JA37 업그레이드 형상. 항전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했으며, 총 35대가 개조되었다.

JA37DI: 해외 파병 임무를 위해 JA37D의 항전장비와 소프트웨어 일부를 개량한 형상. 계기판이 영어로 표기되었으며 미터법으로 표기된 계기판이 피트/노트(Feet/Knot)로 변경되었다. 총 20대가 개조되었다.

SK37E: 전자전 훈련기로 구형 SK37 훈련기 10대를 1998년에서 2000년 사이에 개량했다. 2007년에 전량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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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종류: 공격기/전투기/정찰기
- 제조사: 사브
- 승무원: 1명
- 전장: 16.4m
- 전고: 5.9m
- 날개 길이: 10.6m
- 날개 면적: 46㎡
- 자체 중량: 9,500kg
- 탑재 중량: 16,000kg(AJ형) / 17,000kg(JA형) 
- 최대 이륙 중량: 20,000kg
- 추진체계: RM8B 애프터버너 터보팬 엔진 x 1(72.1kN 드라이/125kN 애프터버너)
- 최고 속도: 마하 2.1(고도 11,000m)
- 항속 거리: 2,000km(내장 연료만 사용 시)
- 실용 상승 한도: 18,000m
- 상승률: 203m/s
- 기본 무장: 30mm 오리콘(Oerlikon) KCA 기관포 x 1(150발 적재)
- 장착 무장: 6개 하드포인트에 무장 선택 장착
ㄴ RB71 스카이플래시(Skyflash) 중거리 반능동 레이더 유도식 공대공 미사일
ㄴ AIM-120 암람(AMRAAM) 공대공 미사일
ㄴ AIM-9J/L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공대공 미사일 x 6
ㄴ RB-04E / RB-15F 대함미사일 
ㄴ AGM-65 매버릭(Maverick) 공대지 미사일
ㄴ DWS-39 묠니르(Mjölner) 공대지 미사일
ㄴ M70 135mm 로켓
- 센서: U95 ECM 포드(JA 37D형)
- 대당 가격: 2,000,000달러(1967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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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