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1905년에 벌어진 쓰시마해전은 해군의 무기 체계와 전략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원거리에서 일격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거포로만 무장하는 것이 효과적임이 입증되면서 그동안 이어져온 전함의 무장체계에 대한 논쟁이 끝난 것이다. 거포를 탑재하려면 선체도 커져야 했고 포격전을 견딜 만큼 방어력도 늘어나야 했다. 이듬해 드레드노트(Dreadnought) 전함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거함거포사상이 주인공인 시대가 열렸다.

이를 기점으로 20세기 초에 열강들의, 특히 영국과 독일 사이에 있었던 건함 경쟁은 제1차 대전 발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될 만큼 치열했다. 하지만 국가 재정에 무리를 줄 정도였기에 제1차 대전이 끝나자 승전국 위주로 자연스럽게 군축이 논의되었다. 1922년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 1930년 런던 해군 군축 조약이 연이어 체결되었고 이때 중점 감축 대상이 되었던 것이 전함이었다.

태평양에서 우위를 달성하려면 미국, 영국과 대등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본은 자국의 해군력을 계속 3위 수준에 묶어버리는 이런 제약이 못마땅했다. 결국 대외 침략 의지를 노골화하며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한 일본은 1940년대에 주력으로 삼을 신예 전함에 대한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함과 동시에 1937년에 제2차 런던 해군 군축 조약을 거부하고 본격적으로 전력 확충에 나섰다.

일본은 미국, 영국과의 국력 격차가 크다는 현실을 인정해서 같은 수량으로 군비를 갖추기는 무리라고 보고 질로써 양의 부족을 메우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함을 위주로 한 당시의 해전 방식을 고려한다면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리 수적으로 열세여도 상대를 격파할 수 있을 만큼 공격력이 강하고 반대로 상대가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방어력이 좋다면 이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난 쓰시마 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서는 전력을 총동원해 상대방을 일거에 섬멸시켜버리는 함대결전사상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태였다. 해군력은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므로 초전에 상대의 주력함들을 격멸해버리면 상당 기간 제해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사상 최대의 전함인 야마토(大和)급은 이처럼 일본 해군이 맹신한 거함거포주의와 함대결전사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야마토급은 침몰당하는 순간까지도 주포의 규격이나 장갑을 비롯한 상당 부문을 비밀로 유지했다. 1936년 말, 의회에서 2척의 예산을 획득했을 당시에 서류 상으로는 35,000톤 급 전함 2척, 구축함 3척과 잠수함 1척을 건조한다는 명목이었을 정도였다. 1937년 11월 4일 초도함 야마토, 1938년 3월 29일 2번 함 무사시(武蔵)의 건조가 시작되었고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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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야마토급의 핵심은 역사상 최대의 함포인 구경 460mm(18.1인치) 주포다. 이를 3연장으로 조합한 포탑 1개의 무게가 당시 중형 구축함과 맞먹는 3,000여 톤이었다. 일본이 건조한 전투함 중 최초인 3연장 포탑 덕분에 이전 함들보다 야마토급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총 3개의 포탑을 장착했고 포탄은 91식 철갑탄의 경우 길이가 1.95m에 무게가 1.46톤에 이르렀다.

대공 용도로 155mm포 12문(개장 후 9문)과 127mm포 12문이 선체 좌우에 촘촘히 배치되었다. 부포탑의 방어력이 취약하고 배치 위치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대 서방 구축함의 주포가 127mm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야마토급의 화력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진, 레이더, 사통장치, 포신안정장치 같은 부분은 관련 기술력이 부족해서 성능이 떨어졌고 크기도 컸다.

장갑은 주포 포탑 전면이 660㎜, 측면이 410㎜, 갑판이 200~226.5㎜에 이르렀다. 당시 일본의 제철, 제강 기술이 뒤져서 두터울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방어력은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거포를 얹고 방어력을 키운 덕분에 선체의 크기가 263m에 만재 배수량이 72,000톤에 이르렀다. 덕분에 야마토급은 1950년대에 미 해군의 항공모함 포레스탈(Forrestal) 등장 전까지 사상 최대의 군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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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야마토급의 획득 계획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내용이 조금 차이가 나는 편이다. 다만 건조에 착수한 함은 총 4척이었고 그중 2척이 전함으로 건조되었다. 1척은 건조 도중 항공모함으로 바뀌었고 나머지 1척은 중도에 취소되었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였다. 오늘날 기준으로 약 1조엔 정도로 추정되는 척당 9,800만 엔의 건조비는 당시 일본 경제에 많은 부담을 주었다.

많은 돈을 들였고 그만큼 일본 해군에게 엄청난 기대를 안겨주었지만 야마토급의 실전 결과는 초라하다. 1번 함 야마토는 1944년 6월, 필리핀 해 전투에서 처음으로 함포를 발사했으나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텐고(天号) 작전 중이던 1945년 4월 7일에 미군 항공기의 공격을 받고 격침되었다. 2번 함 무사시함은 그보다 이른 1944년 10월 24일 레이테만 전투에서 반복적인 항공기의 공격을 받아 격침되었다.

이처럼 별다른 전과도 기록하지 못하고 피격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야마토급은 너무 과대평가되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야마토급이 배치되었을 때는 이미 바다의 주인공이 항공모함으로 바뀐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이런 변화를 선도한 이가 일본 해군이었다. 포격 대신 하늘을 통해 보다 멀리서 때릴 수 있는 자가 승리하게 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야마토급은 거함거포주의의 막을 내린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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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야마토(大和)

제작 :  구레 해군 공창
건조 : 1937년 11월  4일
진수 : 1940년  8월  8일
취역 : 1941년 12월 16일
비고 : 1945년  4월   7일 격침

무사시(武蔵)

제작 : 미쓰비시중공업 나사사키 조선소
건조 : 1938년  3월 29일
진수 : 1940년 11월  1일
취역 : 1942년  8월  5일
비고 : 1944년 10월 24일 격침

시나노(信濃) 

제작 : 요코스카 해군 공창
건조 : 1940년  4월  7일
      1942년 미드웨이 해전 후 항공모함으로 용도 변경
진수 : 1944년 10월  8일
취역 : 1944년 11월 19일
비고 : 1944년 11월 29일 격침

111호

제작 : 구레 해군 공창
건조 : 1940년 11월 7일
비고 : 1941년 12월 30퍼센트 상태에서 건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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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만재 배수량: 72,000톤
- 전장: 263m
- 선폭: 36.9m
- 흘수: 10.4m
- 추진기관: 로호 함본식 중유 전소 수관 보일러×12 / 150,000마력(110MW)
- 속력: 27노트
- 항속 거리: 7,200마일
- 무장: 460mm 함포 × 9 (3×3)
        155mm 함포 × 12 (4×3)
        127mm 함포 × 12 (6×2)
        25mm 대공포 × 24 (8×3)
        13.2mm 대공포 × 4 (2×2)
        아이치 E13A 정찰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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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