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으로 인해 피해를 본 나라는 부지기수지만 특히 소련에게는 초유의 악몽이었다. 최소 추산으로도 무려 2,00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발생했고 물적 손실도 어마어마했다. 비록 승자가 되었지만 이처럼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소련의 판단 착오와 실책도 그런 피해를 불러온 이유 중 하나였다. 장차전에서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반복할 수는 없기에 모든 군사 전략이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었다.

핵폭탄이라는 변수가 등장했고 해군, 공군의 역할도 커졌지만 거대한 국토를 보유한 국가답게 여전히 소련군의 핵심은 육군이었다. 서쪽의 피레네산맥에서 동쪽의 우랄산맥에 이르는 거대한 유럽 평원을 고려할 때 만일 새로운 전쟁이 벌어진다면 기갑부대가 차지할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했다. 냉전 초기에 소련이 보유한 전차들은 당대 최고라고 자부할 만했지만 문제는 함께 작전을 펼칠 보병이었다.

지난 전쟁을 겪으며 보병의 지원 없이 전차 단독으로 작전을 펼치는 것이 위험함을 잘 알기에 보병용 차량이 필요했다. 일단 서둘러 제작된 BTR-40, BTR-152 등을 투입했다. BTR(병력수송장갑차: Bronetransportyor)라고 명명했을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트럭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제2차 대전 당시 사용한 하프트럭처럼 방어력이 취약해서 1956년 벌어진 헝가리혁명, 제2차 중동전쟁에 쉽게 격파 당했다. 

그러자 일부 특수 병과를 제외한 모든 보병 부대를 기계화하기로 결정했던 국방장관 주코프(Georgy Zhukov)는 목적에 보다 부합한 신형 장갑차 개발을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PT-76 경전차를 기반으로 한 BRT-50이 개발되었으나 너무 비쌌고 성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연이은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연구에 나선 소련군은 전투에 중점을 둔 궤도식 BMP(보병전투차: Boyevaya Mashina Pekhoty)와 수송을 주목적으로 하되 보다 성능이 향상된 장륜식 BTR로 장갑차 전력을 이원화하기로 했다.

1956년 소련군은 야지에서 양호한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바퀴가 구동하고, 2개 이상의 회전 차축에 독립된 현가장치 등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한 차기 BTR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GAZ 설계국의 8 x 8 오비옉트 1015B 프로토타입과 ZiL 설계국이 개발한 6 x 6 ZiL-153 프로토타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 설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양산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은 GAZ의 제시안이 선정되었다.

새로운 장갑차는 BTR-60로 명명되어 사업을 개시한 지 불과 4년 만인 1960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했다. 동서 대립이 심각해 우선 배치하고 개량을 동시에 진행했던 것이다. 초기형은 오픈탑 구조였지만 교리가 핵전쟁 위주로 재편되자 완전 밀폐되고 기관포탑을 탑재해 화력을 강화한 개량형이 등장했다. 이는 현재 최신작인 부메랑(Bumerang)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되었다. 때문에 BTR-60은 소련(러시아) 병력수송장갑차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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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4축 8륜의 8 x 8 구조가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이다. 엔진 중 하나가 고장 나거나 일부 축이 손상을 받더라도 작동할 수 있도록 2개의 엔진으로 제1, 3축과 제2, 4축을 각각 분리해 구동하는 특이한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전자제어 기술이 없던 시기에 개발되다 보니 엔진 동조가 어려워 그만큼 주행 중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전방 하단의 파도막이와 후방에 장착한 워터 제트를 이용해서 수상 도하도 가능하다.

차체 후부에 엔진이 장착되어 상부와 측면에 위치한 해치를 통해 보병이 출입하지만 크기가 상당히 협소해서 신속한 승하차가 어렵다. 보병의 전투 투입에 걸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피탄 등으로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다. 때문에 종종 피격 위험을 감수하고 마치 탱크 데산트(Tank desant)처럼 병력이 장갑차 외부에 타고 작전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포탑에는 부앙각이 -5도 ~ 60도에 이르는 KPVT 14.5mm 중기관총과 부무장으로 PKT 7.62mm 기관총이 탑재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전력화된 BMP-1나 후계자인 BTR-80처럼 이후 등장한 동종 장갑차에 비해 빈약하지만 서방의 APC와 비교하면 그래도 보통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차체 측면 상부 좌우에는 탑승 보병들이 이동 중 사격을 할 수 있는 건 포트가 설치되어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는 않는다.

차체는 강철로 제작되었으나 주행력과 수상 도하를 위해 무게가 20톤 이하로 제한을 받아 가장 두터운 전면 장갑이 9mm에 불과해 방어력이 빈약하다. 7.62mm 탄이나 수류탄의 파편 정도만 막을 수 있는 수준이어서 개발 당시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지간한 소부대의 화력으로 격파가 가능하다. 특히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후방이 피격되었을 경우 화재가 쉽게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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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1960년 초부터 본격 배치가 시작되면서 BTR-152를 급속히 대체해 나갔다. 특별히 기밀을 요할 만큼 중요한 무기는 아니어서 소련군 배치 개시 직후부터 동맹국, 공산국 친소 국가에도 대량 공급되었다. 1976년까지 25,000여 대 이상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70여 개국에서 사용했다. 루마니아처럼 면허 생산한 국가도 있지만 중국처럼 무단 카피하거나 사용국에서 자체 개량한 형태도 있어 파생형이 많다.

소련군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 운동 제압 당시에 최초로 실전에 투입했으나 교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이후 중소분쟁, 아프가니스탄 침공전 등에서 활약했다. 많이 생산되고 많은 나라에 공급되어 베트남전쟁, 중동전쟁, 앙골라내전, 이란-이라크전쟁, 걸프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 분쟁에 등장했다. 비록 오래전에 개발이 종료되었으나 러시아를 포함한 60여 개국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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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BTR-60P : 오픈탑 구조를 채택한 초기 양산형

BTR-60Pu : 지휘차

BTR-60PA : 상부가 밀폐된 개량형

BTR-60PB : KPVT 14.5mm 중기관총과 PKT 7.62mm 기관총을 장착한 포탑 탑재형

BTR-60PBK : PB 기반 지휘차

BTR-60 1V18 : 포병관측차

BTR-60PZ : BTR-70 포탑 탑재 개량형

BTR-60PBM : BTR-80 사양 개량형

MTR-2 : 구난회수차

BTR-60PB-MD : 불가리아 자체 개량형

BTR-60SP AAG : 쿠바 자체 개량형
 
TAB-71 : 루마니아 생산형

Heidar-5 : 이란 자체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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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BTR-60PB)

- 생산 업체: GAZ
- 도입 연도: 1960년 
- 중량: 10.3톤
- 전장: 7.56m
- 전폭: 2.83m
- 전고: 2.31m
- 무장: 14.5mm KPV 기관총 1문
      7.62mm RKT 기관총 1문
엔진: GAZ-40P 6기통 가솔린×2 180마력(134 kW)
- 추력 대비 중량: 18.4마력/톤
- 서스펜션: 8×8
- 항속 거리: 약 500km
- 최고 속도: 80km/h, 10km/h(수상)
- 탑승 인원 : 승무원 2명 + 보병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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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