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제1차 대전 후반기인 1916년에 등장한 Mk 전차는 참신한 시도였지만 전선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전차에 대해 참고할 것이 없어 어떤 구조가 좋은지, 어떻게 작전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아는 것이 없어 벌어진 현상이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향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이었다. 종전 후 대대적인 군비 축소가 시작되었음에도 열강들은 이 새로운 무기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중 프랑스의 FT-17, 영국의 Mk VIII 등을 면허 생산해 사용했을 만큼 전차에 대한 관심 많았고 전후에는 독자 개발에도 나섰다. 하지만 군비가 축소된 데다 유럽과 달리 육지로 국경을 마주한 주변에 강력한 적대 세력이 없어 전력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30년대가 되었을 때 유럽 열강들의 전차와 비교해 성능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미군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1939년 9월에 있었던 폴란드 전역에서 가능성을 선보인 기갑부대가 7개월 후 발발한 프랑스 전역에서는 확고한 전선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것이었다. 미국이 1930년대에 배치한 M1 전투차, M2 경전차 등은 무기로서의 가치가 없었고 1939년에 개발한 M2 중형전차(이하 M2)도 독일, 영국, 프랑스의 동급 전차들과 비교하면 열세였다.

M2를 독일의 4호 전차와 비교한 결과 방어력과 기동력은 얼추 비슷하지만 공격력이 절대 열세라고 분석되었다. 37mm M5포는 여타 동급 포보다 훌륭했지만 앞으로 기갑전을 펼치기에는 성능이 많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1940년 8월, 의회로부터 1,500대 분의 M2 획득 예산을 승인받은 미 육군은 계획을 취소하고 신뢰성이 입증된 75mm 포를 탑재한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훗날 M4 셔먼이 탄생하지만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포탑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직은 중립이지만 참전 가능성도 있었으므로 전력 공백을 최대한 줄이고자 신예 전차 연구를 지속하는 것과 별개로 M2 차체에 75mm 포를 결합한 과도기적 전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어력과 구조가 개량된 T5 프로토타입 차체 전면 우측에 75mm 포를 장착해 실험에 나섰다.

주포가 마치 돌격포나 구축전차처럼 고정되고 부포도 장착된 다포탑 전차였지만 당시 이런 형태가 낯선 구조는 아니었다. 비록 프랑스가 독일에 패했지만 1940년 5월 15일에 있었던 스톤(Stonne)전투에서 보듯이 75mm 주포를 차체에 장착한 샤르(Char) B1 전차가 독일 3호, 4호 전차들과의 기갑전에서 대단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까지 프랑스제 무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미군에게 이는 좋은 전례가 되었다.

1941년 1월, 시제차인 T5E2가 완성되었고 각종 실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M3라는 제식명으로 8월부터 양산이 시작되었다. 개발에 나선지 불과 1년 만에 이루어진 전광석화 같은 행보였다. 그만큼 미국의 조바심이 대단했다고도 할 수 있다. 후속작인 M4가 본격 양산을 시작한 1942년 12월까지 총 6,258대가 제작되어 미군, 영국군 및 영연방군이 주로 사용했고 소련에도 1,386대가 공여되었다.

같은 시기에 활약한 전차들과 비교하면 중간 이하의 성능이었지만 배치 초기에 영국군은 화력이 강하다며 대단한 호평을 보냈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리(Robert E. Lee)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도 영국군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국은 포탑 등을 전면 재설계한 개량형을 별도로 제작해 사용했는데 이는 북군 총사령관인 그랜트(Ulysses S. Grant)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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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3의 차체는 M2의 개량형이므로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항공기에 장착하는 공랭식 9기통 성형엔진을 장착해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어쩔 수 없이 전고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수명이 짧지만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 VVSS(Vertical volute spring suspension) 현가장치를 채택해서 정비 효율을 높였다. 이처럼 M2부터 시작된 높은 차체와 특징적인 현가장치는 M4까지 이어지는 초기 미국 중형전차의 특징이 된다.

M3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포탑이다. 차체 우측 포좌에 초기형 M4도 사용한 31구경장 75mm 포를 장착했다. 포구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독일 3호, 4호 전차와 충분히 교전이 가능했다. 회전식 포탑에는 M2 경전차, M3 경전차, M2가 사용한 37mm 포를 장착했다. 이처럼 무장이 많으면 전투력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전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장갑은 당시 등장한 여타 전차들과 비교해 보통의 수준이었다. 초기형은 리벳으로 마감되어 승무원이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아 M3A1에 와서 주물 제작으로 바뀌었다. 이는 비단 미국 전차만이 아니라 제2차 대전 초기에 활약한 전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문제점이었다. 무장이 많고 자동화된 부분이 적어 M3 리에는 7명이, 개량형인 M3 그랜트도 6명이 탑승했을 만큼 많은 승무원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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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후속작인 M4나 동시기에 주인공으로 활약한 독일의 4호 전차, 소련의 T-34 같은 동급 전차들과 비교한다면 6,000여 대의 생산량은 많은 수준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처음부터 임시변통의 성격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은 수량도 아니다. 실전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영국군이 먼저 경험했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개량을 해서 사용했을 만큼 초기에 일선의 반응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미군은 1942년 말 북아프리카 상륙 당시에 사용했으나 곧바로 M4가 배치되면서 2선급 전차로 역할이 바뀌었고 1944년이 되어서는 전투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잉여 차체가 여타 기갑 차량 제작에 사용되었다. 소련군은 자국 전차에 비해 승차감이 좋은 전차라고 평가했지만 너무 쉽게 격파되어 7인승 관(棺)이라는 부를 만큼 선호하지 않았다. 반면 태평양 전선에서는 일본군 전차나 장비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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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3 (Lee Mk.I / Grant Mk.I) : 초기 양산형. 4,724대 제작

M3A1 (Lee Mk.II) : 차체 상부를 주조 일체식으로 제작. 300대 제작

M3A2 (Lee Mk.III) : 차체를 용접 접합으로 변경 한 타입. 12대 제작

M3A3 (Lee Mk.IV / Lee Mk.V) : GM 6-71 디젤 엔진 2기 장착. 322대 생산

M3A4 (Lee Mk.VI) : 크라이슬러 A57 엔진 장착. 109대 생산

M3A5 (Grant Mk.II) : GM 6-71 디젤 엔진 2기 장착, 리벳 접합. 591대 생산

M31 TRV : 구난전차

M33 : 포 견인차

M7 자주포 : M3 차체에 105mm 곡사포를 탑재 한 자주포

M12 자주포 : M3 차체에 155mm 곡사포를 탑재 한 자주포

Grant ARV : 영국이 개조한 구난전차

Grant Command : 영국이 개조한 지휘차

Grant Scorpion : 영국이 개조한 지뢰지대 개척전차

Grant CDL : 포탑을 제거한 적 폭격기 유인용 차량

BARV : 호주군이 개조한 구난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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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도입 연도: 1941년
- 중량: 30톤
- 전장: 5.64m
- 전폭: 2.72m
- 전고: 3.12m 
- 장갑: 38~51mm
- 무장: 75mm M2/M3포×1 
        37mm M5/M6포×1         
        7.62mm M1919A4 기관총×2
- 엔진: 콘티넨털 R975EC2 성형엔진 엔진 400마력(300kW) 외
- 추력 대비 중량: 13.3마력/톤 외
- 서스펜션: VVSS
- 항속 거리: 193km
- 최고 속도: 42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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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