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2차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서유럽 해군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한 존재가 바로 소련 해군의 잠수함이다. 당시 대규모 잠수함 함대를 보유한 소련 해군은 은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잠수함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재래식 잠수함이지만 그 존재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유사시 소련 해군의 잠수함이 서유럽 해군의 주요 해군 기지 앞에 기뢰를 설치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협을 줄 수 있었다.

1949년 4월에 미국과 서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를 창설할 때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분야가 바로 대잠전(ASW, Anti-Submarine Warfare)이었다. 그리고 1950년대에 원자력 잠수함이 등장하면서 대잠전은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잠수함에 미사일 탑재가 가능해지자 미 해군은 큰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종전에는 소련의 잠수함이 미국 본토에 접근할 때까지 다소 여유가 있었으나, 잠수함에 미사일을 탑재하게 되자 멀리서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서유럽 해군은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소련 해군의 잠수함이 대서양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압박하였다. 이를 위해서 1950년대에 미 해군은 대잠 임무에 적합한 전투함과 무장을 서유럽 해군에 원조하였다. 서유럽 국가도 전후 경제 복구를 마치고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국의 대잠작전에 적합한 호위함을 속속 건조하여 실전에 배치하였다.

1980년대에 NATO의 8개 회원국(캐나다,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미국)은 1960년대에 취역하여 노후화 되는 호위함을 대체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NFR-90(NATO Frigate Replacement for 90s)이라 불린 이 계획은 8개국 해군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52척을 대량 건조하여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건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NFR-90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선체와 기반 전투체계를 공용화하고, 각 국가의 요구에 따라 전술정보처리체계(TDPS : Tactical Data Processing System), 레이더(radar), 통신, 무장을 선택하여 탑재하는 개념이었다. 어떻게 보면 1980년대 초부터 취역하기 시작한 서독 MEKO 호위함과도 비슷한 개념이었다.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각 국가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하나의 호위함에 모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었기에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차츰 세부적인 협상을 시작하면서 서로 갈등을 겪게 되었다. 노후함 대체가 시급했던 서독은 1987년에 계획에서 이탈하였고 이어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차례로 탈퇴하였다. 이후 나머지 5개 국가는 공동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자 노력하였지만 결국 1990년 1월에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다.

1989년에 NFR-90 계획에서 탈퇴한 영국은 독자적으로 7,200톤 급 방공구축함 개발을 추진하였다. 당시 영국 해군은 핵심 전력인 인빈시블(Invincible)급 항공모함 기동전단의 대공 방어를 담당하는 방공구축함을 계획하였다. 프랑스 해군도 클레망소(Clemenceau)급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쉬프랑(Suffren)급을 대체하는 6,000톤 급 방공구축함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러한 공통점은 두 나라의 국방장관이 1991년 초에 신형 방공함을 공동 개발에 합의하도록 이끌었다. 이에 따라 1991년 12월부터 영국과 프랑스는 A3F(Anglo French Future Frigate) 계획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이탈리아도 1992년 4월에 참관인으로 참여하였다. 1992년 12월에 이탈리아가 정식으로 참여하면서 CNGF(Common New Generation Frigate) 계획으로 발전하였고, 1993년 3월에 런던에 공동사무소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큰 기대와 달리 CNGF 계획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영국 해군은 대양에서 작전하는 항모기동전단을 충분하게 방어할 수 있는 장거리 방공 능력이 필요하였다. 이미 1982년 포클랜드 분쟁 당시에 42형 구축함의 성능 부족을 경험한 영국 해군은 강력한 방공 능력을 주장하였다. 특히 영국 해군의 인빈시블급 항모는 고정익 조기경보기가 없어서 방공 능력이 부족하였다. 반면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해군은 단거리 방공 능력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였다. 프랑스 해군의 클레망소급 항모는 E-2C 호크아이(Hawkeye) 조기경보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방공 능력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탈리아 해군의 항모전단도 지중해에서만 활동하며 공군 전투기의 공중 지원을 받기 때문에 단거리 방공 무장으로도 충분하다. 3개국 해군의 이러한 작전 개념의 차이로 인하여 탑재할 대공탐색 레이더와 함대공 미사일의 성능과 기종을 놓고 갈등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에 결정타는 선형(船形)의 대립이었다. 영국 해군은 스텔스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유사시 피격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부 구조물을 앞뒤로 분리할 것을 주장하였다. 반면에 프랑스 해군은 해상 전투에서 스텔스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상부구조물을 일체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프랑스 해군의 주장은 라파예트(La Fayette)급 호위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대립은 공동 개발 이후 건조 작업의 업무 분담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결국 영국은 1999년 4월에 CNGF 계획에서 탈퇴하였다.

영국이 탈퇴한 다음에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재협상을 진행하여 2000년 6월에 호라이즌 계획(Project Horizon)을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영국이 탈퇴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공동 개발의 의견 차이가 많이 좁혀졌고 이후 공동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2000년 11월에는 조선업체와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고, 2002년 4월에는 철판 절단 작업이 시작되었다. 건조를 마치고 2007년 12월에는 이탈리아 해군에 초도함을 납품하였고, 2008년 12월에는 프랑스 해군에 초도함을 납품하였다. 공식적으로는 구축함으로 분류되지만 프랑스 해군은 방공 호위함(FREDA, Frégates de défense aériennes)이라고 구분한다.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호라이즌급은 나라마다 호칭이 다르다. 프랑스 해군에서는 포르뱅(Forbin)급, 이탈리아 해군은 안드레아 도리아(Andrea Doria)급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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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스텔스성을 높이기 위해 거대한 상부 구조물을 가진 호라이즌급은 선체는 평갑판형에 가깝다. 스텔스성을 위해 선체를 설계하면서 단지 레이더 반사뿐만 아니라 적외선 방출, 수중 소음 등 여러 가지 탐지 요인을 줄이려고 노력하였다. 상부 구조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거대한 전방 마스트(mast)이다. 대공탐색 레이더가 설치된 마스트는 함교 위에 상당히 높은 키를 자랑한다. 그리고 상부 구조물의 후방에도 마스트가 있으며 장거리 대공탐색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스텔스 성능을 위해서 선체와 상부 구조물에는 필요 최소한의 장비만 설치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매우 매끈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기관

3개국이 모여서 신형 호위함을 계획할 때 소음이 적고 효율적인 CODLAG(COmbined Diesel-eLectric And Gas turbine) 방식을 검토하였다. CODLAG 방식은 디젤엔진 2대와 가스터빈엔진 4기로 발전기를 구동하고, 이때 생산한 전력으로 전동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계적으로는 다소 복잡하지만 소음이 적고 연료 소비 효율이 높아서 장거리 항해에 적합하다. 그러나 영국이 탈퇴한 다음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CODLAG 방식을 대신하여 기술적인 위험이 적은 기존 방식인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을 채택하였다. 호라이즌급은 순항할 때 SEMT-Pielstick 12PA6 STC 디젤엔진을 가동하고, 최대 속도로 항해할 때는 GE LM2500 가스터빈엔진을 사용한다. 기관실은 좌우가 분리되어 있는 2축 추진 방식이다. 그리고 함수에는 정밀한 조함을 위해 함수추진기(bow thruster)가 설치되어 있다. 함 내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디젤 발전기 4대로 공급한다.

전투체계

3개국이 공동계획을 추진할 때 가장 대립하였던 부분이 바로 전투정보체계(Combat Data System)이다. 영국이 탈퇴하면서 EUROSYSNAV CMS를 채택하였다. 이 체계는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급 항공모함에 탑재된 SENIT 8 체계를 개량한 것으로 방공 및 대잠 전투 상황을 통제하는데 주안점을 두어 개발되었다. 전술데이터링크(Tactical Data Link)는 Link-11, Link-16을 사용한다.

호라이즌급의 가장 핵심 탐지 장비(sensor)가 바로 SPY-790 EMPAR(European Multi-function Phased-Array Radar)이다. 레오나르도(Leonardo)에서 개발한 EMPAR는 수동식 위상배열(PESA, Pass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3차원 레이더로 방공 무장의 사격 통제에 사용한다. 그리고 별도로 탈레스(Thales) S1850M 대공 및 해상 장거리 탐색레이더를 탑재한다.

미사일

본래 방공전투함으로 시작한 호라이즌급의 핵심 무장이 바로 PAAMS(Principal Anti Air Missle System)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개발한 함대방공체계인 PAAMS는 3차원 다기능 레이더를 중심으로 고성능 함대공 미사일과 결합되어 강력한 동시교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PAAMS 방공 미사일체계는 미 해군의 ESSM 체계에 필적한다.

호라이즌급에는 실버(Sylver) A50 수직발사기(VLS, 48 셀)에 아스터(Aster) 15(16발, 사거리 30km)와 아스터 30(32발, 사거리 120km) 함대공 미사일을 함께 탑재한다. 수직발사기는 함교 앞쪽에 설치되어 있다. 대함 공격용으로 프랑스 해군은 엑조세(Exocet) MM40 블록(Block) 3 함대함 미사일을 8발 탑재한다. 반면에 이탈리아 해군은 오토 멜라라 테세오(OTO Melara Teseo) Mk.2A 함대함 미사일을 8발 탑재한다.

함포

호라이즌급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함포이다. 일반적으로 5,000톤이 넘는 대형 전투함은 기본적으로 5인치(127mm) 함포를 주로 탑재한다. 그러나 대함/대지 포격보다는 대공 전투에 중점을 두고 개발된 호라이즌급은 근접하는 대함미사일을 포격으로 격추하기 위해 레이더로 정밀하게 조준되는 62구경 3인치(46.2mm) 단장 고속발사 함포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특이하게 2문의 3인치 함포를 함교 바로 앞에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프랑스 해군은 2문의 3인치 함포를 탑재하지만, 이탈리아 해군은 헬기 격납고 위에 3번째 3인치 함포를 탑재하는 점이 다르다.

프랑스 해군은 90구경 20mm 단장 기관포를 근접방어용으로 탑재한다. 반면에 이탈리아 해군은 근접방어용으로 80구경 25mm 기관포를 탑재한다.

대잠 무장

적 잠수함을 공격할 때 프랑스 해군은 TLS 324mm 고정식 어뢰발사관으로 MU90 경어뢰를 발사한다. 어뢰발사관은 스텔스성을 위해 상부 구조물 내부에 숨겨져 있으며, 사용할 때만 문을 열고 발사한다. 이탈리아 해군은 미국제 Mk.32 3연장 324mm 어뢰발사관을 국산화한 B515/3 어뢰발사관을 내부에 탑재한다.

대잠 헬기

함미에는 대형 비행갑판이 있으며, 헬기 격납고가 설치되어 있다. 프랑스 해군은 최신 기종인 NFH 90 대잠헬기이다. 반면에 이탈리아 해군은 NFH 90 또는 EH101 대잠헬기를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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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포르뱅급 2척, 프랑스 해군)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D 620	포르뱅 (Forbin)	2004.1.16	2005.3.10	3010.10.14	DCN	현역
D 621	슈발리에 폴 (Chevalier Paul)	2005.1.13	2006.7.12	2011.6.10	DCN	현역

동급함(안드레아 도리아급 2척, 이탈리아 해군)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D 553	안드레아 도리아 (Andrea Doria)	2002.7.19	2005.10.14	2008.12.22	Fincantieri	현역
D 554	카이오 우일리오 (Caio Duilio)	2003.9.19	2007.10.23	2009.4.3	Fincantieri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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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이탈리아 해군은 프랑스 해군보다 2년 앞서 호라이즌급의 건조를 시작하였다. 이탈리아 해군은 노후한 아우다체(Audace)급 구축함과 안드레아 도리아급 순양함의 후속함으로 6척을 건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하여 4척으로 축소하였다가 다시 2척으로 축소하였다. 이탈리아 해군은 안드레아 도리아급이라는 이름으로 2척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해군은 2척의 샤를 드골급 항공모함의 호위용으로 4척의 호라이즌급을 건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샤를 드골급 2번 함의 건조가 취소되면서 대공호위함 2척의 건조 계획도 취소되었다. 프랑스 해군은 현재 2척의 포르뱅급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해군은 부족한 호위함 전력의 보강하고자 현재 호라이즌급을 개량한 FREMM(FRégate Européenne Multi-Mission) 다목적 호위함 계획을 이탈리아 해군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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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포르뱅급
- 함종 : 미사일 구축함(DDG)
- 기준 배수량 : 5,791톤
- 만재 배수량 : 7,163톤
- 전장 : 152.9m
- 전폭 : 20.3m
- 흘수 : 8.0m
- 최대 속도 : 31kt
- 순항 속도 : 18kt
- 항해 거리 : 7,000 해리/18 노트
- 승조원 : 195명 (사관 27) 
- 주기관 : CODOG 방식, Avio/GE LM2500 가스터빈 엔진 × 2(63,030 마력), SEMT-Pielstick 12 PA6 STC 디젤 엔진 × 2(11.700 마력), 2축 추진
- 무장(미사일) : Exocet MM40 Block 3 함대함 미사일 × 8, EUROPAAMS PAAMS Sylver A50 수직발사기(48 cell), Aster 15(16발), Aster 30(32발)
- 무장(함포) : OTO-Melara 3인치(76.2 mm)/62 고속발사 함포 × 2, GIAT 20F2 20 mm 기관포 × 2
- 무장(어뢰) : Eurotorp TLS 324 mm 어뢰발사관 × 2
- 방어체계 : EADS NGDS 디코이 발사기 × 2, SLAT 어뢰방어체계
- ESM/ECM : SIGEN EW suite 
- 레이더 : Thales S1850M 대공/해상탐색 레이더, Leonardo SPY-790 EMPAR 감시/사격통제 레이더, SPN-753 해상탐색 레이더 × 2, Leonardo  NA-25XP (RTN-30X) 사격통제 레이더
- 소나 : Thales TUS-WASS 4110CL 소나, Thales 견인식 소나
- 헬기: NFH 90 대잠 헬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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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