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일찍이 전진익(前進翼, Forward-swept wing) 항공기 개념은 1931년 미국의 국립 항공 고문위원회(NACA: 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에서 처음 연구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NACA는 버지니아 주 햄튼(Hampton, VA)에서 모형을 제작한 후 풍동(風洞) 실험까지 실시한 바 있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독일이 제트 추진식 전진익 항공기 개념을 연구하면서 융커스(Junkers) Ju-287을 개발했으며, 1944년 중기에 두 대의 시제기를 완성했다. 하지만 전진익 항공기를 양산하기에는 당시 기술 수준이 부족했으므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는데, 우선 항공기 중량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혹독한 공기 흐름을 견딜 주익을 만들 튼튼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융커스의 공장은 독일로 진주해 온 소련군이 접수했고, 두 대의 전진익 항공기 시제기 역시 그대로 소련 손에 들어가 OKB-1 EF 131과 OKB-1 140 폭격기 설계에 영향을 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거의 20년이 지난 뒤인 1964년, 독일의 함부르거 플루크취바우(Hamburger Flugzuebau) 사는 금속 소재만을 사용한 전진익 민항기인 HFB-320 한자 젯(Hansa Jet)을 내놓았고, 이는 1964년 4월 21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후 1994년까지 총 47대가 양산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전진익 항공기 개발에 도전이 가능해진 것은 1970년대 이후로, 이때 처음 첨단 복합재가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첨단 복합재는 기존 재료로 제작한 동체와 구조물보다 훨씬 강도와 내구성이 높아 엄청난 공기력(空氣力, aerodynamic force)을 견딜 수 있지만 중량은 비행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항공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현존 기술력이 전진익 항공기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미 국방 고등연구사업국, 일명 다르파(DARPA)와 미 공군 비행역학연구소(현재의 미 공군연구소, AFRL)는 1977년에 전진익기 개념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용 항공기 개발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행했다. 이 사업은 전진익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전진익 특유의 높은 기동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기술을 마련하고, 전진익 항공기의 공기 항력을 최소화하며, 순항 비행 속도에서 효율적인 비행을 하는 기술과 방안을 창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사업으로 개발할 전진익기에는 디지털 비행 통제 제어체계, 통칭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를 채택함과 동시에 첨단 복합재를 사용하여 소재의 강도와 중량을 테스트하도록 했다. 해당 사업에는 그루먼(Grumman, 現 노스롭-그루먼) 사와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사가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그루먼은 노스롭(Northrop, 現 노스롭-그루먼) 사가 개발한 F-5A 프리덤파이터(Freedom Fighter) 동체를 활용한 제안서를 냈고, 제네럴 다이내믹스 사는 F-16을 활용한 설계 안을 제출했다. 이에 다르파는 두 기체 제안서를 검토한 후 그루먼을 1981년 12월에 제조사로 선정했으며, 두 대의 시제기 개발비로 8,700만 달러를 지급했다.

X-29는 F-5A의 동체와 비행통제면 액츄에이터(control surface actuator)를 사용했으며, 랜딩기어는 F-16의 랜딩기어를 활용했다. 전진익기 개념의 가장 핵심인 주익(主翼)은 그래파이트 에폭시(graphite epoxy)와 카본 섬유 복합재를 사용해 제작했다. 전진익의 각도는 33도로 잡았으며, 전면 동체 쪽에는 카나드(귀 날개, canard)를 달아 통제력과 비행 안정성을 높였다. 그루먼은 자체적으로 해당 기체에 모델 712, 혹은 G-712라는 명칭을 붙였으나 다르파가 별도로 X-29라는 제식 번호를 부여함에 따라 이들 기체는 미 공군이 “X” 식별 부호를 부여한 사실상의 첫 항공기가 되었다. 원래 F-5A였던 두 시제기도 번호를 재지정해 1번 기는 63-8372에서 82-0003번기로 번호가 재지정되었고, 2번 기는 65-10573에서 82-0049번으로 재지정됐다. X-29 1번 기는 1984년 12월 14일 에드워즈(Edwards) 공군기지에서 그루먼 선임 시험비행 조종사인 척 시웰(Charles A. Sewell, 1930~1986)에 의해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역사상 세 번째로 제작된 전진익 항공기이자 본격적인 첫 전진익 제트기로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특징

X-29는 F-5A 프리덤 파이터의 동체를 활용했으며, 여기에 전진익과 카나드를 설치해 독특한 외형을 완성했다. X-29는 3개의 비행 면을 갖고 있으며, 이는 각각 카나드, 주익(전진익), 그리고 측면 스트레이크(strake) 통제면이다. 이 중 비행 통제면은 기수 쪽에 붙은 카나드이며, 카나드는 주익과 양중부하를 분산하고, 기본적인 피치(pitch, 항공기의 위아래 움직임) 통제를 맡는다. 날개에 설치된 플래퍼론(Flaperon, 플랩과 에일러론을 일체화한 것)은 비대칭으로 움직이면서 기체의 좌우 회전(rolling)을 담당한다. 양쪽 스트레이크 끝에 붙은 플랩(flap)은 카나드의 피치 통제를 도우며, 이들 모든 통제면은 모두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로 연결되어 자동으로 비행을 통제함과 동시에 인위적으로 비행 중인 기체를 안정시키게끔 설계했다.

사실 X-29처럼 전진익을 채택하고 일체형 카나드를 장착한 항공기는 비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러한 불안정성을 해소한 것이 디지털 비행통제체계(DFCS: Digital Flight Control System), 일명 플라이-바이-와이어다. DFCS는 컴퓨터를 통해 항공기의 비행 면 움직임을 항시 계산하며, 고도, 속도, 방향 등을 연속으로 측정하면서 항공기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각 비행 면을 움직인다. DFCS에 탑재된 컴퓨터는 초 당 40회의 명령을 비행 면으로 보내면서 기체의 비행 안정성을 유지한다. 바꿔 말하자면 애당초 X-29는 설계 상 비행 안정성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항공기이지만, 디지털 비행통제체계의 발달로 인해 오히려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게끔 완성한 것이다. 이 기술은 훗날 더 진일보하면서 비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무(無)미익 항공기 개발 등에도 적용됐다.

X-29에는 오늘날까지도 롱런 중인 제네럴 일렉트릭(GE) 사의 F-404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16,000파운드 급의 F-404 엔진은 최초 F/A-18 호넷(Hornet)을 위해 개발했으나, 이후 F-117 나이트호크(Nighthawk), F-20 타이거샤크(Tigershark), A-4SU 슈퍼 스카이호크(Super Skyhawk) 뿐 아니라 T-50 골든이글(Golden Eagle), 라팔(Rafale), 보잉 T-X 훈련기, 그리고 팬텀 레이(Phantom Ray) 같은 무인기도 채택한 베스트셀러이다. X-29는 기술 개발과 시험을 위한 목적의 테스트 항공기였으므로 무장은 따로 통합하지 않았다.

X-29는 전진익 항공기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우선 전진익 항공기의 장점은 주익이 주로 동체 후방 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동체 자체 내부의 활용 공간이 넓다는 점이 있으며, 기체 비행 간 공기의 흐름이 날개 끝에서 안쪽으로 흘러 들어와 동체 후방으로 빠지기 때문에 날개 끝에서 양력을 잃어 실속 하게 되는 날개 끝 실속(tip stall) 현상을 피할 수 있다. 또한 항공기의 받음각이 큰 상황에서도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단점으로는 항공기가 좌우로 요잉(yawing)을 할 때 한쪽 전진익은 뒤로 빠지는 반면 다른 쪽 전진익은 앞으로 나가는 모양이 됨에 따라 뒤로 빠진 날개에 가해지는 항력이 커지며, 이로 인해 기체가 좌우로 떨리게 되는 현상(일명 덧치 롤[dutch roll]이 발생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공력탄성 문제인데, 전진익 항공기는 날개 끝 붙임각이 커짐에 따라 날개 끝에 대한 양력이 커지고, 그 결과 날개가 소재의 피로로 인해 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날개에 무장까지 달 경우 구조적인 피로가 커져 비행 간 날개가 부러질 수도 있었으며, 이 경우 전진익기 특성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한 스톨(stall)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 또한 음속 돌파를 비롯한 고속 비행을 반복할수록 더욱 더 날개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는데, 일단 이러한 부담은 카본 복합재 등으로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지만 항공기가 얼마까지 견딜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또한 주익에 가해지는 피로에 따른 잦은 부품 교체 문제 역시 전진익 항공기의 양산을 가로막는 경제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X-29가 퇴역한 후, 러시아 역시 전진익 항공기 개념을 연구함에 따라 1997년 Su-47 베르쿠트(Berkut)를 파리에어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베르쿠트는 이후 여러 에어쇼 등에 선보이며 비행 능력을 과시했으나, 일반 공개 후 20년이 넘어가는데도 양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본다면 X-29가 직면했던 기술적 한계를 똑같이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KB SAT SR-10이라는 단발식 전진익 훈련기를 개발해 2015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향후 수출 시장에 뛰어들 것임을 천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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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X-29는 1944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Ju-287, 1964년에 등장한 HFB-320 한자 젯에 이어 세 번째로 완성된 전진익 항공기였다. 하지만 X-29는 1985년 12월 13일 자로 음속 돌파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로 초음속 전진익 항공기의 타이틀을 쥐게 되었다.

X-29는 1985년 4월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시험 비행에 들어갔으며, 1986년 중순까지 대부분의 임무를 소화하며 안정적인 비행 성능을 자랑했다. X-29 1번 기에는 스핀 회복용 낙하산이 장착되지 않았으므로 비행 간 균형을 흩트릴 수 있는 스핀 기동 등을 지양한 반면, 2번 기는 낙하산을 장착했기 때문에 고 받음각 시험 등을 소화했다. 2번 기는 받음각을 25도에서 최대 67도까지 꺾어 올리며 기동을 실시해 우수한 비행 능력과 통제력을 선보였다.

NASA 측은 시험 결과 X-29가 여러 다양한 신 기술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현존 기술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증명해 보였다고 보고했다. NASA는 전진익 항공기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냈으나, 최초 사업이 증명하려 했던 공기항력 저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X-29는 구조적 분기 통제를 위한 공기력 탄성 재단업(aeroelastic tailoring), 종 방향 제어를 위한 대형의 일체형 카나드의 활용처럼 기존 기술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NASA는 또한 X-29가 3면 종 방향 제어 능력이 우수하고, 초음속 비행 간 이중경첩 방식의 트레일링 엣지(trailing edge) 플래퍼론(flaperon)을 활용할 수 있으며, 고 받음각에서 우수한 통제력을 보이고, 군용 전투기로 활용 가능한 기술임을 증명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전진익과 가변식 카나드의 조합은 조종사가 최대 45도 받음각에서 뛰어난 통제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 미래 기술로 활용할만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시험 비행 기간 중 두 기체 중 1번 기는 총 242 소티를 소화했으며, 2번 기는 120 소티(sortie)를 소화했다. 또한 별도의 60 소티는 와류(vortex) 통제 시험을 위해 2번 기를 이용해 따로 실시했다.

X-29는 처음부터 전진익 항공기의 기술 개발과 시험을 위해 개발한 항공기였으므로 예정된 목표가 달성되자 사업을 종료했으며, 이 시점에 해당 기술을 활용한 항공기의 양산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X-29는 더 이상의 비행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실 X-29가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한 것은 F-22 등에 적용된 추력변향엔진(TVE: Thrust-Vectoring Engine) 기술이 등장하고, 고급 미사일 기술이 발달해 공군의 기본적인 공중전 전술이 중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교전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굳이 기동성만 높은 항공기 개발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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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X-29A: 전진익 기술 실증용 시험기. 총 2대가 제작되었으며, 현재 1번 기는 미 공군이 인수해 오하이오 주 데이튼(Dayton, OH)의 라이트-페터슨(Wright-Patterson) 공군기지 내 미 공군 연방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2번 기는 에드워즈(Edwards) 공군기지 내 암스트롱 비행 연구센터 내에 전시 중이다. 이와 별도로 1989년부터 2011년까지 워싱턴 D.C.의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 1:1 축적의 모형 한 대가 전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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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종류: 기술시험기
- 제조사: 그루먼
- 승무원: 1명
- 전장: 14.7m
- 전고: 4.26m
- 날개 길이: 8.29m
- 날개 면적: 17.54㎡
- 자체 중량: 6,260kg
- 탑재 중량: 1,810kg
- 최대 이륙 중량: 8,070kg
- 추진체계: 16,000 파운드(71.2kN)급 GE F404 터보 팬(Turbo Fan) 엔진 x 1
- 최고 속도: 마하 1.8 
- 항속 거리: 560km
- 실용 상승 한도: 16,800m
- 개발비: 약 435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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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