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16 08:46

글자크기

[무기백과]

윌리스 MB 지휘정찰차

지프(Jeep)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걸작 차량

0 0
윌리스 MB의 애칭이었던 지프는 이제 동종 차종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다. <출처: (cc) BrokenSphere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14년 9월에 벌어진 마른전투는 제1차 대전의 운명을 바꾼 엄청난 전환점이었다. 이때 프랑스가 독일의 진격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예비대를 적시에 투입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송 수단을 동원했다. 그중 파리에서 징발한 택시들은 한 번에 많이 운송할 수는 없었지만 시골의 좁은 농로도 쉽게 통과해 전투가 벌어지는 바로 앞까지 병력과 장비를 신속히 이동시켰다.

마른전투 당시 파리에서 지원 병력을 싣고 전장으로 향하는 택시들. 이때의 활약상을 지켜본 독일은 다목적 소형 차량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출처: Public Domain >
이들의 활약은 2년 후 베르됭 전투에서도 재현되었지만 여전히 마차가 주요 운송 수단으로 사용되던 시기다 보니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는 이를 전력화할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추후 전쟁이 재발한다면 같은 방식으로 다시 민간에서 동원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전쟁에서 패한 독일은 소형 차량이 수송 뿐 아니라 지휘, 정찰, 연락 등의 용도로 매우 적합한 수단임을 간파했다.
제2차 대전 당시 대표적인 독일군의 지휘정찰차인 폭스바겐 쿠벨바겐은 지프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출처: (cc) Darkone at Wikimedia.org >
나치의 집권 직후인 1934년 독일은 3명 내외의 병력이나 비슷한 중량의 화물을 싣고 오프로드에서도 무난히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주행력과 내구성이 좋고 구조가 간단해서 양산과 정비가 쉬운 소형 군용차량의 개발을 시작했다. 폭스바겐의 쿠벨바겐(Kübelwagen), 4륜 구동의 메르세데스 벤츠 G-5 등이 이렇게 해서 탄생한 대표적인 차량이다. 기대대로 이들은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종횡무진 활약했다.
1940년에 실시된 미군의 지휘정찰차 도입 사업 경쟁에 참여했던 포드의 피그미 <출처: (cc) Hichary at Wikimedia.org >
전격전의 신화가 탄생한 1940년 프랑스 전역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공군의 호위를 받는 독일군 기갑부대가 신속히 전선을 돌파해 불과 6주 만에 연합군을 굴복시킨 것이다. 이때 전차 못지않게 기계화, 차량화된 보병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마차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각종 차량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런 모습은 자동차 대국이라 자부하던 미국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야지 주행 실험 중인 윌리스 MA <출처: Public Domain >
당시 미국은 중립국이었지만 참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단히 전력 확충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소총에서 폭격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대상이었는데 그중에는 차량도 있었다. 1940년부터 닷지(Dodge)의 WC 시리즈가 배치되었으나 오프로드에서의 주행 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실전에서 돋보인 활약을 펼친 쿠벨바겐, G-5 등을 참고해 새로운 야전용 지휘정찰차의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밴텀 BRC의 기동장면 <출처: Public Domain >
미군은 당시 국내의 모든 차량 제조사라 할 수 있는 135개 업체에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그런데 불과 49일 안에 시제 차 40대를 제출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제약 때문에 윌리스-오버랜드(Willys-Overland, 이하 윌리스)와 밴텀(Bantam)만이 경쟁에 참여했고 나중에 포드(Ford)가 추가되었다. 시제품으로 윌리스는 쿼드(Quad), 밴텀은 BRC, 포드는 피그미(Pygmy)를 제작해서 당국에 제출했다.
1941년 포드 GP의 야지기동 평가장면 <출처: Public Domain >
그런데 의외로 이들 모두 사양이 준수하자 저율 생산형인 윌리스 MA, 밴텀 BRC-40, 포드 GP가 각각 1,500대 씩 제작된 후 일선 부대에 배치되어 최종 테스트에 들어갔다. 치열한 경합 결과 1941년 7월, 고 데빌(Go Devil) 엔진의 강력한 힘, 튼튼한 차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좋은 평가를 받아 MA가 최종 승자로 결정되었고 좀 더 보완을 거쳐 MB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시작되었다.
윌리스 MB <출처: Public Domain >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미국이 참전하면서 MB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포드에서도 GPW라는 이름으로 생산이 이루어졌다. 제2차 대전 중에만 65만 여 대가 전선에 공급되어 맹활약 했는데 미군은 ‘4륜 구동, 1/4 톤, 지휘, 정찰 차량’이라는 복잡한 정식 명칭을 부여했지만 지프(Jeep, 이하 지프)라는 이름으로 통용됐다. 지프의 정확한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946년 윌리스가 저작권을 획득하면서 지금은 민간 차량도 사용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특징

지프는 철저하게 미군이 정한 규격에 따라 제작이 되었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4륜 구동, 4기통 45마력에 85lbft 토크를 낼 수 있는 엔진, 최고 80㎞/h의 속도, 오픈된 차체에 접이식 전방 유리, 운전수를 제외하고 3명의 병력이 탑승하거나 660파운드 화물을 적재 또는 견인할 수 있는 힘, 이후 기술적 문제로 조금 더 늘리는데 동의했지만 최초에는 1,300파운드 이하의 무게처럼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영국군에 공여된 밴텀 BRC-40. 군에서 정한 규격대로 개발되다 보니 지프와 상당히 유사한 모양이다. <출처: Public Domain >
때문에 사업에 참여했던 후보작들은 외형이 상당히 비슷하다. 다만 지프는 차체 전방의 스탬프형 수직 슬롯 철재 그릴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된다. 현재까지 이는 지프의 상징처럼 되었고 윌리스가 상표권을 등록한 후에 포드는 M151 모델에 수평식 그릴을 채택해서 차이를 두고 있다. 최초 의도대로 거친 야전에서 충실한 마당발이 되어 지휘, 정찰뿐만 아니라 수송 및 전투 용도로도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37mm 포와 M1917 기관총으로 무장한 윌리스 MB. 이처럼 지프는 전투용 플랫폼으로도 사용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

양산과 정비를 쉽게 하고 차체가 쉽게 지면에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차대가 높게 제작되었다. 오프로드에서의 주행도 염두에 두었으나 원칙적으로는 도로 주행이 기본이다 보니 당시 도로 폭에 맞춰 설계되어 폭이 좁다. 때문에 급커브나 등판 각도가 큰 험지에서 전복 사고가 벌어지고는 했다. 지프를 대체한 험비(Humvee)를 보면 외형만으로도 어떤 점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운용 현황

뒤에 민수용으로 유명세를 치르게 되지만 지프의 전성기는 제2차 대전이다. MB, GPW 합쳐 총 647,925대가 생산되어 미군이 가는 곳이면 항상 함께 했고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에도 대량 공급되었다. 8만 대 이상을 지원받은 소련은 1943년 지프를 벤치마킹해서 GAZ-67을 제작해 사용했을 만큼 주요 사용자였다. 때문에 지프는 동구권 소형 유틸리티 차량의 탄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프는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사용되었으며 민수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출처: (cc) Bull-Doser at Wikimedia.org >

종전 후에도 꾸준히 개량형 모델이 등장해 계속 생산되어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비롯한 수많은 분쟁에서 활약했다. 동맹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 공급되었고 프랑스처럼 면허 생산한 국가들도 있었는데 한국군도 주요 사용자였다. 미군은 1983년부터 양산된 험비로 완전히 대체했고 현재 군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지프는 이후 등장한 후속 동종 차종과 민수용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변형 및 파생형: 민수용 제외

윌리스 쿼드 : 프로토타입. 2대.

대중 앞에서 시연중인 윌리스 쿼드 <출처: Public Domain>
윌리스 MA : 저율 생산형. 1,553대.
윌리스 MA <출처: (cc) Van Deusen, Edwin S. at Wikimedia.org >
윌리스 MB : 초기 양산형. 361,339대
윌리스 MB <출처: Public Domain >
포드 GPW : 포드 양산형. 277,896대
포드 GPW 1943년 생산분 <출처: RM Sotheby's>
포드 GPA : 상륙용 수륙양용형. 12,778대
포드 GPA <출처: (cc) Joost J. Bakker at Wikimedia.org >
윌리스 M38(MC) : 서스펜션 등이 개량된 전후 양산형. 61,423대
윌리스 M38(MC) <출처: (cc) AlfvanBeem at Wikimedia.org >
윌리스 M38A1(MD) : 허리케인 I4 엔진 장착, 펜더 등을 개량한 양산형. 101,488대
윌리스 M38A1(MD) <출처: (cc) JePe at Wikimedia.org >
윌리스 M606 : 민수용 CJ-3B 기반 양산형. 155,494대
윌리스 M606 <출처: (cc) Louise Wolff at Wikimedia.org >
윌리스 M170 : M38A1 장축형. 6,500여 대
윌리스 M170 <출처: Public Domain>


제원

윌리스 MB / 포드 GPW

- 생산 업체: 윌리스-오버랜드, 포드 
- 도입 연도: 1941년
- 중량: 1,040kg
- 전장: 3,327mm
- 전폭: 1,575mm
- 전고: 1,829mm
- 엔진: 4기통 윌리스 L134 "고 데빌" 수랭식 가솔린 엔진 60마력(45kW) 
- 추력 대비 중량: 49마력/톤
- 최대 토크 : 13.2㎏·m·2000rpm
- 적재 중량 : 360kg
- 변속기 : 4단 수동 
- 서스펜션: 활축 판스프링
- 항속 거리: 482km 
- 최고 속도: 105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