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과정

근대 이후 영국과 식민지 경쟁을 벌였던 프랑스는 아시아, 태평양, 인도양, 아프리카에 많은 영토를 차지하였다. 특히 프랑스 해외 영토는 외딴섬이 많기 때문에 주변 해역의 경비, 구난에 필요한 경비함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경비함은 오늘날 해경에서 사용하는 경비함과 달리 해역을 방어하기 위해 적 함정과 교전할 수 있을 정도의 무장을 탑재한다. 그리고 최대 속도는 주력 전투함보다는 다소 느리지만 본국과 통신이 두절될 경우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먼 거리를 항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별한 경비함을 통보함(通報艦, Aviso)이라고 부른다. 장거리 무선통신은 기상 조건에 따라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이러한 통보함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본국은 조기에 독일에 항복하였지만 해외 식민지에 있던 통보함은 자유프랑스군에 편입되었다.

2차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고 해외 영토가 축소되면서 프랑스 해군은 변경된 작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통보함에 새로운 임무를 추가하였다. 냉전 시대에 소련 해군의 잠수함 활동을 차단하는 대잠작전과 선단 호위 임무는 중요한 과제이었다. 유럽 각국의 해군은 호위구축함 전력을 증강하였고 프랑스 해군은 통보함과 호위구축함의 임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군함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1962년에 등장한 전투함이 바로 코만단 리비에르(Commandant Rivière)급 호위통보함(Aviso-Escorteur)이다. 프랑스 해군의 독특한 전투함이라고 할 수 있는 호위통보함은 1976년에 취역한 데스티엔느 드 오르브(D'Estienne d'Orves)급 통보함으로 전통을 유지하였다.

1990년대 초에 냉전이 종식되면서 대규모 분쟁보다는 저강도 분쟁, 비대칭 전쟁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프랑스 해군은 이러한 작전 환경에 대응하고자 기존 통보함보다 크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플로레알(Floréal)급 초계호위함(Frégate de surveillance)을 건조하였다.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플로레알급은 카리브, 폴리네시아, 뉴칼레도니아와 같은 해외 영토의 해양 경비와 해난 구조, 어업 단속과 같은 경비함의 임무와 함께 인질 구출과 같은 특수전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다. 함정의 규모에 비해 적은 수의 승조원으로 작전이 가능한 플로레알급은 대해상 전투에 특화되어 있으며, 대잠작전에 필요한 장비는 갖추고 있지 않았다.

넓은 바다 위에서 대공, 대해상 전투를 수행하려면 먼저 적을 발견하되 자신은 최대한 적에게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괴선박에 대응하는 대형전투함은 쉽게 눈에 띈다는 단점이 있다. 3,000톤 급 호위함은 어선에서 사용하는 항해 레이더에도 쉽게 탐지된다. 이러한 사정으로 해양 경비 임무가 날로 어려워지고, 반대로 정밀유도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전투함 자체의 생존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프랑스 해군이 이러한 작전환경에서 전투함의 생존성을 높이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개발한 신형 호위함이 바로 라파예트(La Fayette) 호위함이다. 노후한 데스티엔느 드 오르브(D'Estienne d'Orves)급을 대체하는 라파예트급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하게 스텔스(stealth) 개념을 도입하였다는 점이다. 3,600톤 급 호위함인 라파예트급의 레이더(radar) 반사는 500톤 급 경비함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양과 중동 해역에서 주로 작전하는 라파예트급은 대해상 전투와 특수전 지원이 주임무이며 생존성에 중점을 두고 건조되었다. 반면에 일반적인 호위함과 달리 대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스텔스 설계를 적극 도입하여 생존성이 높고 대잠작전을 제외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라파예트급은 자동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건조 비용을 최대한 억제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장점을 가진 라파예트급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이다. 라파예트급은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에 3척, 대만 해군에 6척이 수출되었다. 싱가포르 해군은 라파예트급을 기반으로 방공전투능력을 강화한 개량형인 포미더블(Formidable)급 6척을 도입하였다. 프랑스 해군의 라파예트급 호위함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척이 순차적으로 취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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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레이더 반사를 줄이기 위해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라파예트급은 선체와 상부 구조물이 매끈한 것으로 유명하다. 상부 구조물은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으며, 단순한 평면 구조로 되어있다. 또한 외부로 튀어나온 불필요한 돌출물이 거의 없으며 연락용 고속단정은 내부에 격납한다. 선체는 고장력 강판을 사용하였지만 상부 구조물은 경합금과 복합재(GFRP)를 사용하여 최대한 무게를 줄이고 있다.

미래의 전투함이라는 인상이 강한 라파예트급은 향후 임무 확장에 필요한 공간을 설계에 반영한 모듈(module) 개념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선체는 11개의 블록(block)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완전한 화생방 방호가 가능하다. 기본적인 전투는 선내에 수행하도록 적극적인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으며, 충분한 냉난방 성능을 가지고 있다. 전투지휘소와 탄약고와 같은 중요 구역은 방탄판으로 보호되고 있다.

기관

장거리 항해에 적합하도록 연비가 우수한 고속 디젤엔진(Diesel engine, 5,250 마력) 4대를 탑재한다. 15노트(knot)로 순항할 때는 2대의 디젤엔진을 가동하며, 25노트 최대 속도로 항해할 때는 4대의 디젤엔진을 모두 가동하는 CODAD(COmbined Diesel And Diesel) 방식을 사용한다. 디젤엔진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진동 방지 받침대 위에 설치되어 있으며, 추진 프로펠러(propeller)는 고무로 코팅 처리되어 있다.

전투체계

프랑스 해군은 톰슨-CSF(Thomson-CSF)에서 개발한 SENIT(Systeme d‘Exploitation Navale des Informations Tactiques) 전술정보처리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미 해군의 해군전술정보체계(NTDS)와 유사하지만 전술정보처리와 사격통제기능을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라파예트급은 2세대에 해당하는 SENIT 7(TAVITAC 2000)을 탑재하고 있다. 분산처리방식을 일부 도입한 TAVITAC 2000 전술정보처리체계는 가격을 낮춘 수출용으로 개발되었다. 프랑스 해군은 대잠 능력을 제외한 라파예트급 호위함을 개발하면서 수출용 TAVITAC 2000 체계를 자국 전투함에 채택하였다. SENIT 7 체계는 데이터링크(Link-11)를 사용하여 지휘본부와 다른 함정과 연결 가능하다.

미사일

라파예트급은 개함방공이 가능한 크로탈(Crotale) CN2 8연장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발사기를 헬기 격납고 윗부분에 탑재한다. 한편 프랑스의 걸작 미사일인 엑조세(Exocet) MM40 함대함 미사일을 4연장 발사기에 격납하여 탑재한다. 함교 앞쪽에 MBDA 아스터 15 함대공 미사일 8연장 수직발사기(VLS)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다만 라파예트급의 임무 성격 상 아직 탑재하고 있지 않다.

함포

함수에 자동사격이 가능한 Modèle 100TR 55구경 100 mm 단장 함포를 탑재한다. 이 함포는 Modèle 68의 발사 속도를 개량한 함포로 분 당 78발 사격이 가능하다. 스텔스성을 강조하는 라파예트급은 레이더 반사를 줄이기 위해 스텔스 포탑으로 개량하였다. 현측에는 괴선박 접근에 대응하는 20mm 기관포를 탑재한다.

탑재 헬기

함미에는 비행갑판(30m × 15m)과 헬기 격납고가 설치되어 있으며 10톤 급 헬기 운용이 가능하다. 함정이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 비행갑판에 설치된 강제착함장치(Harpoon Grid System)를 사용한다. 라파예트급은 지휘 연락이나 특수전 지원용으로 AS565 다목적 헬기 1대를 탑재한다. 장래에는 NH90 헬기로 교체될 예정이다.

고속단정

상부 구조물 양현에 연락용 고속단정을 각 1척 씩 탑재한다. 스텔스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속단정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덮개로 가려진다. 특수부대원이나 해병대원 25명이 탑승할 수 있는 라파예트급은 신속한 작전을 위해 함미에서 고속단정이 진수(進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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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프랑스 해군, 라파예트급 5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F 710	라파예트 (La Fayette)	1990.12.15	1992.6.13	1996.3.23	DCN	현역
F 711	슈르쿠프 (Surcouf)	1992.7.6	1993.7.3	1997.2.7	DCN	현역
F 712	쿠르베 (Courbet)	1993.9.15	1994.3.12	1997.4.1	DCN	현역
F 713	아코니트 (Aconit)	1996.8.1	1997.6.8	1999.6.3	DCN	현역
F 714	게프라트 (Guépratte)	1998.10.1	1999.3.3	2001.10.27	DCN	현역

동급함(사우디아라비아 해군, 알 리야드급 3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812	알 리야드 Al Riyadh)	1999.9.29	2000.8.1	2002.7.26	DCN	현역
814	메카 (Makkah)	2000.8.25	2001.7.20	2004.4.3	DCN	현역
816	알 담맘 (Al Dammam)	2001.8.26	2002.9.7	2004.10.23	DCN	현역

동급함(대만 해군, 캉딩급 6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FF-1202	캉딩 (康定)	1993.8.26	1994.3.12	1996.5.24	DCN	현역
FF-1203	시닝 (西寧)	1994.5.17	1994.11.5	1996.9.15	DCN	현역
FF-1205	쿤밍 (昆明)	1994.11.7	1995.5.13	1997.2.26	DCN	현역
FF-1206	디화 (迪化)	1995.7.1	1995.11.27	1997.8.14	DCN	현역
FF-1207	우창 (武昌)	1995.7.1	1995.11.27	1997.12.16	DCN	현역
FF-1208	첸데 (承德)	1995.12.27	1996.8.2	1998.1.15	DCN	현역

운용 현황

프랑스 해군은 1988년 7월에 DCN 국영 조선소와 3척의 라파예트급 호위함 1차분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다. 1992년 9월에는 2차분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예산 확보 문제로 1996년 5월에 6번 함의 건조를 취소하였다. 프랑스 해군은 현재 5척의 라파예트급 호위함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구형 호위함과 통보함을 모두 대체하기 위해 20척을 건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프랑스 정부의 재정 위기로 인하여 건조 계획이 대폭 축소되었다. 현재 프랑스 해군은 노후한 구형 호위함을 교체하는 FREMM 호위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은 라파예트급을 기반으로 대공, 대잠 능력을 높인 알 리야드급 3척을 도입하였다. 무장과 레이더, 전투체계를 개량한 결과 배수량이 900톤 증가하였다. 프랑스 DCN 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친 리야드급은 2002년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에 인도되었다. 2004년 12월 3일에 2번 함인 메카함(814)이 고속 항해 도중에 좌초하면서 대파되었다. 사고로 인하여 기관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대규모 수리를 마치고 2009년에 복귀하였다.

대만 해군은 1980년대에 노후한 미국제 호위함을 교체하는 광화(光華) 2 계획을 추진하였다. 대만 해군은 방공 호위함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독일과 프랑스 정부의 수출 거부로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내 1990년 8월에 프랑스의 미테랑 정부는 라파예트급 호위함 16척(6척 수출, 10척 면허생산)의 수출을 승인하였다. 당초 대만 해군은 16척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확보 문제로 6척만 도입하였다. 대만 해군의 캉딩급은 무장이 대폭 변경되었으며 대잠전 능력이 추가되었다. 주요 무장은 76mm 함포, 40mm 기관포, 20mm 팰랭크스(Phalanx) 근접방어무장(CIWS), RIM-72C 시 채퍼럴(Sea Chaparral)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HF-II(雄風 II型) 함대함 미사일, Mk.32 3연장 어뢰 발사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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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개량

라파예트급 호위함의 3번 함(F 712 쿠르베), 4번 함(F 713 아코니트), 5번 함(F 714 게프라트)은 대규모 성능 개량이 예정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선체 개량을 비롯하여 신형 전투체계(SENIT 8 CMS), 신형 데이터링크가 설치된다. 방공무장은 크로탈 함대공 미사일 8연장 발사기를 대신하여 MBDA 사드랄(Sadral) 6연장 발사기로 교체된다. 대함무장은 엑조세 MM40 블록 II 함대함 미사일이 MM40 블록 III 미사일로 개량된다. 가장 주목할 점은 탈레스(Thales) 킹클립(Kingklip) 소나(sonar)와 어뢰기만기를 탑재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생략되었던 라파예트급의 대잠전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의미한다. 3번 함의 성능 개량은 툴롱(Toulon) 프랑스 해군 정비창에서 2021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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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라파예트급
- 함종 : 호위함
- 표준 배수량 : 3,353톤
- 만재 배수량 : 3,810톤
- 전장 : 124.2m
- 전폭 : 15.4m
- 흘수 : 5.8m
- 주기관 : CODAD, SEMT-Pielstick 12PA6V-280 STC 디젤엔진(5,250 마력) × 4, 2축 추진
- 최대 속도 : 25kt
- 항해 거리 : 7,000nm/15kt, 9,000nm/12kt
- 승조원 : 178명 (사관 15명)
- 무장(미사일) : 엑조세 MM40 Block 2 함대함 미사일 4연장 발사관 × 2, Crotale Naval CN 2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8연장 발사기 × 1
- 무장(함포) : DCN 100mm/55 함포 × 1, GIAT 20F2 20mm 기관포 × 2
- 방어체계 : CSEE AMBL-1C (Dagaie Mk 2) × 2, SLQ-25A Nixie 어뢰기만기
- ESM/ECM : Thomson-CSF ARBR 21A (DR 3000-S) 레이더신호 감지기, ARBG-1 (Saigon) 또는 ARBG 2A 통신정보 감지기, DIBV 10 Vampir 적외선신호 감지기,  Dassault ARBB 33 전파기만기
- 레이더 :  Thales DRBV-15C (Sea Tiger 2) 대공/대해상 레이더, Racal Decca 1229 (DRBN 34B) 항해 레이더, Thomson-CSF Castor 2J/C 사격통제 레이더
- 전투체계 : Thomson-CSF TAVITAC 2000, Link-11
- EO체계 : Sagem TDS 90 VIGY
- 헬기 : AS565 Panther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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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