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제1차 대전을 통해 기관총은 최고의 살상 무기로 등극했다. 특히 최초의 중(重)기관총이라 할 수 있는 맥심(Maxim)은 동맹국이건 연합국이건 상관없이 모두가 애용했다. 물론 야포 등에 비하면 위력이 떨어졌지만 당시에 보병을 제압하는데 이보다 효과적인 무기가 없었다. 오죽하면 기관총을 사용한 전투는 너무 불공정하다며 상대 기관총 사수를 생포하면 악에 받혀 즉결처분하는 행위가 일상이었을 정도였다.

양측 모두 기관총을 사용하면서 이처럼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참호전의 특성 때문이었다. 당시 중기관총은 부속 장비를 포함하면 무게가 40kg 가까이 나가 참호에 거치해 사용하는 방어용 무기였다. 반대로 공격자는 단발로 사격하는 소총이나 위력이 약하고 사거리가 짧은 권총, 기관단총만 사용할 수 있어서 공격에 돌입하면 절대적으로 화력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방어자가 우위에 선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이처럼 중기관총이 방어전에서 엄청난 위력을 떨치자 종전 후 승전국들이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의 군비를 제한할 때 보유를 금지시켰다. 그런데 독일은 탄창식 경기관총의 개발은 가능하다는 조약의 맹점을 파고들어 무게나 크기로는 경기관총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유사시 탄띠식으로도 개량이 가능하고 삼각대에 거치하면 중기관총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총의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하기 전인 1934년에 제식화하는데 성공한 기관총이 MG34다. 기존 기관단총이나 경기관총이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화력과 연사력을 자랑하고도 사수와 부사수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1939년 폴란드 침공전을 시작으로 실전에서 예기치 못한 단점들이 드러났다. 총열 교환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먼지 등에 노출되면 오작동이 벌어지고는 했다.

이런 일선의 요구에 따라 MG34를 후속할 새로운 중기관총 사업이 시작되었다. 핵심은 30초 이내에 총열 교환이 가능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무난히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때 폴란드를 점령하면서 확보한 롤러잠금장치(Roller Locking System) 기술을 개발에 응용했다. 폴란드의 에드발트 슈테케(Edward Stecke)가 개발한 이 기술 덕분에 구조가 단순화되었고 반면 연사 속도는 증대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기관총이 바로 MG42다. 소부대 화력 지원용 경기관총 역할은 물론 삼각대에 거치하면 거점 방어용 중기관총이나 대공기관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각종 차량용 무장으로도 사용되었다. 전차는 측면으로 총열을 교환하는 구조 때문에, 항공기용으로는 화력이 부족해서 기본 장비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고 독일군이 있는 곳이면 항상 함께한 기본 병기였다.

때문에 MG42를 다목적기관총(General Purpose Machine Gun)의 효시라고 본다. MG34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후 등장하는 많은 기관총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을 정도로 MG42는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특히 MG42이 보급되기 시작한 1942년은 독일이 수세기로 접어들던 시점이어서 방어전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실 아무리 다목적기관총이라도 무게가 10kg이 넘으므로 휴대가 쉬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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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G42는 구조가 단순한 편이어서 그만큼 기계적 신뢰성이 높았고 정비 및 유지 보수가 편리했다. 프레스로 제작해 단가가 저렴했고 생산성도 좋았다. 전작인 MG34도 종전 때까지 생산되고 사용된 무난한 기관총이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MG42에게 주력 자리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독일군 표준인 7.92x57mm 마우저 탄을 사용하며 탄창, 탄띠 겸용이어서 범용성이 높다.

쇼트리코일 방식으로 작동하고 앞서 소개한 롤러잠금장치 덕분에 분 당 최대 1,500여 발을 발사할 수 있다. 현재 미군의 주력 기관총인 M249가 분 당 1,000발 이하인 점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사 속도가 빠른 만큼 사격 시 반동이 커서 라페테(Lafette)42 삼각대에 거치하지 않으면 명중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소부대가 이동하며 사용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연사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소음에 빗대어 연합군 병사들은 MG42를 '히틀러의 전기톱(Hitler's buzzsaw)'으로 불렀다. 이 같은 연사력은 MG42의 상징과도 같지만 사실 너무 과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필요 이상으로 탄 소비가 많고 총열이나 기관부의 마모가 쉽게 발생해 작전 중 곤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점사를 많이 사용했고 전후 등장한 후속작인 MG3는 연사 속도를 20퍼센트 정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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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G42는 1942년부터 Mauser Werke AG를 비롯한 복수의 회사에서 1945년까지 423,600여 정이 생산되었다. 대부분 독일군이 사용했고 추축국에도 일부 물량이 공급되었다. 독일군은 분대에 3인 1조로 구성된 팀이 경기관총용으로 사용했고 삼각대에 거치해 방어용 중기관총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중대 예하 중기관총 소대에서 운용했다. 이는 MG42에만 해당되는 지침이 아니고 MG34는 물론 노획된 기관총들도 그렇게 사용했다.

제2차 대전 당시에 MG42는 영화 속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소품일 정도로 독일군이 있는 곳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며 소부대 간 전투에서 화력의 우위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을 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기관총이 비록 제1차 대전 당시에 최고의 살상 병기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전쟁 전체를 관조한다면 아래 단계의 무기이므로 MG42도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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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핀란드 MG 42 : 7.62×54mmR 탄을 사용하는 핀란드 변형. 양산은 이루어지지 않음

MG45(MG42V) : 무게를 9kg까지 줄인 개량형. 종전으로 10정만 생산되고 생산이 종료. 

MG 51 : 7.5×55mm GP11탄을 사용하는 스위스 변형. 1951년부터 양산.

M53 : 유고슬라비아가 전쟁 배상금 조로 제작 설비를 넘겨 받아 생산한 모델로 발사 속도를 분 당 950발로 줄여 1953년부터 양산.

MG3 : 7.62x51mm NATO탄을 사용하는 독일 후속작. 1960년부터 양산

MG74 : 7.62x51mm NATO탄을 사용하는 오스트리아 변형. 1974년부터 양산.

T24 : 전쟁 중 미국이 카피한 모델이었으나 개발 실패로 끝남 

SIG MG710 : 7.62x51mm NATO탄을 사용하는 민수용 스위스 변형으로 MG45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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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구경: 7.92mm
- 탄약: 7.92×57mm 마우저
- 전장: 1,220mm
- 총열: 530mm
- 중량: 11.6kg
- 유효사거리: 2,0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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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