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고대부터 넓은 바다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려면 군함과 보급품이 필요하다. 하루라도 식량과 탄약과 같은 보급품이 없다면 제대로 작전을 펼치기 힘들다. 그리고 사람의 체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간 해상 작전을 수행한 다음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함정이나 항공기도 바다에서 오래 사용하면 고장이 자주 발생한다. 이처럼 거친 바다에서 작전을 펼치는 해군은 일정 기간 해상 작전을 마치고 나면 기지로 귀환하여 부대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귀항할 수 있는 기지가 없는 경우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1982년 초에 일어난 포클랜드(Falklands) 전쟁 당시에 영국 해군은 본국에서 13,000km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서 작전을 전개하였다. 이처럼 장거리 항해를 하면 일정 기간 부대를 재정비하여 전력을 보충한 다음에 전투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포클랜드 주변에는 영국 해군이 기항할 수 있는 항구가 없었다. 영국 해군은 출항 이후 부대를 재정비하지 못한 상태로 전투를 시작하였다. 이처럼 바다에서 작전하는 해군도 지상 기지가 중요하며, 해외 파병의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다.

1980년 9월 22일에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은 8년 간 계속되었다. 예상과 달리 장기전이 시작되었고, 서로 상대방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원유 수송로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국제연합(UN)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1984년부터 민간 유조선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었고 석유 공급 위기가 발생하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이라크가 이란의 원유 선적항에 기뢰를 부설하자 1987년부터 미국의 대응 작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국제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미국은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미 해군의 호위함을 홍해에 파견하여 민간 유조선을 안전하게 호송하였다. 미국은 특수전사령부(SOCOM) 소속 MH-6/AH-6 특수전 헬기를 출동시켜 기뢰를 설치하거나 민간 유조선을 공격하려는 시도를 차단하였다. 미 해군 대잠헬기가 해상을 순찰하다가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면 즉시 특수전 헬기 편대(MH-6 1대, AH-6 2대)가 출동하도록 조치하였다.

초기에 특수전 헬기는 호위함에서 작전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고정된 작전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무장 헬기가 계속 이동하는 호위함에서 작전을 펼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에 따라 특수전사령부는 민간 바지선(barge) 2척을 임차하여 쿠웨이트 인근에 이동식 해상기지(MSB, Mobile Sea Base)를 마련하였다. 비록 작은 바지선이지만 특수전 헬기와 고속정의 작전 지원이 가능하고 특수부대원이 머물기에 충분하였다. 1988년에는 미 육군 항공대의 OH-58D 무장 헬기가 파견되어 특수부대와 교대하였고 1989년까지 작전이 계속되었다.

한편 미 해군도 홍해에 부설된 기뢰를 제거하면서 MH-53E 소해헬기의 작전을 지원하는 해상 기지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미 해군은 불필요한 군사적인 긴장을 피하고자 상륙함을 파견하여 소해 작전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400명이 넘는 승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해 작전을 지원하기에는 비경제적이었다.

이동식 해상 기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군사해운사령부(MSC, Military Sealift Command)는 퇴역한 도크형 상륙함(LPD)인 폰세이(USS Ponce, LPD-15)함을 이동식 해상 기지로 개조하기로 결정하였다. 2011년 12월에 퇴역한 폰세이함은 개조 공사를 거쳐 AFSB(I)-1 전진해상기지함(Afloat Forward Staging Base, Interim)로 2012년 6월에 재취역하였다. 1971년에 취역하여 40년이 넘게 활동한 폰세이함은 비록 낡은 군함이지만 MH-53E 소해헬기를 지원하는 해상 기지로 부족함이 없었다. 재취역한 폰세이함은 미 해군 5함대에 배속되어 페르시아만에서 활동하였다. 폰세이함은 루이스 B. 풀러함(Lewis B. Puller, ESB-3)이 취역하면서 2017년 10월에 퇴역하였다.

2013년에 미 해군 참모총장은 바다에 떠있는 기지라고 할 수 있는 원격해상기지함(ESB, Expeditionary Mobile Base) 개념을 발표하였다. 기동상륙지원함(ESD, Expeditionary Transfer Dock)을 개조한 원격해상기지함은 소해 작전에 투입되는 MH-53E 소해헬기를 지원하기 위한 함선이다. 대형 유조선을 개조한 원격해상기지함은 넓은 비행갑판과 격납고, 반잠수식 진수갑판, 작전 병력의 숙소, 장비 및 보급품 저장 창고를 모두 갖추고 있다. 원격해상기지함은 비슷한 규모인 대형 상륙함의 1/4 정도에 불과한 비용으로 건조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미 해군의 입장에서는 상륙작전에 투입할 상륙함의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조 비용이 저렴한 원격해상기지함은 동급의 상륙함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원격해상기지함은 소해 작전을 비롯하여 특수전, 해적 소탕, 해상 경비, 인도적 지원, 재해 구호 등에 다양한 임무에 사용할 수 있다. 원격해상기지함의 가장 큰 장점은 상륙함에 비해서 적은 승조원으로 항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크형 상륙함(LPD)이 작전하려면 400명 이상의 승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간 유조선을 개조한 원격상륙지원함은 불과 33명만으로 운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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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원격해상기지함은 먼저 등장한 기동상륙지원함과 동일하게 알래스카급 유조선의 선체를 이용하여 건조되었다. 유조선에서 선수와 선미만 남겨 놓고 중간 부분을 생략한 점도 기동상륙지원함과 같다. 원격해상기지함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비행 기지의 역할을 담당한다. MH-53E 소해헬기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원래 유조선의 상갑판과 같은 높이로 대형 비행갑판과 격납고가 설치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화물선에 속하는 원격해상기지함은 거친 바다에서 자력으로 항해가 가능하다. 원래 유조선이었던 원격해상기지함은 선체 아래에 유류저장고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항공유와 항해용 연료를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함 내 창고에는 각종 무장, 탄약, 장비를 저장할 수 있으며 25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숙소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지원 능력을 활용하여 필요한 경우 함 내에 작전본부를 설치할 수 있다.

원격해상기지함은 기동상륙지원함처럼 선체의 부력 탱크(ballast tank)에 물을 주입하여 선체를 약간 가라앉게 할 수 있다. 하갑판에 물이 약간 차오르면 고속단정(RHIB)이 진수(進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체를 가라앉도록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크레인(crane)을 사용한다. 해상 기지에서의 고속단정 작전 지원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원격해상기지함은 7척의 고속단정을 탑재한다.

기관

원격해상기지함은 연비가 높은 디젤 전기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두 4대의 디젤 엔진(Diesel engine)이 생산하는 전기로 발전기를 구동한다. 그리고 발전기로 생산한 전력으로 2대의 전동기에 연결된 2개의 추진축을 구동한다. 항해 속도는 15노트이며 자력으로 9,500 해리(nautical mile)를 항해할 수 있다. 함수에는 추진기(bow thruster)가 설치되어 있어 예인선의 도움이 없어도 자력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무장

기본적으로 이동 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원격해상기지함은 전투 지역에 진입하지 않으며 무장을 탑재하지 않는다. 다만 유사시 필요한 경우 접근하는 괴선박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용 기관총을 추가할 수 있다.

탑재 헬기

소해헬기의 작전을 지원하는 원격해상기지함은 대형 비행갑판(4,800 ㎡)이 설치되어 있다. 비행갑판은 MH-53E 소해헬기를 비롯하여 MH/UH-60 헬기, MV-22 틸트로터(Tilt Rotor) 항공기가 충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는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넓은 비행갑판에서는 4대의 헬기가 연속으로 뜨고 내릴 수 있으며, 1대의 헬기를 보관할 수 있는 격납고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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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ESB 3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ESB-3	루이스 B. 풀러 (Lewis B Puller)	2013.11.5	2014.11.6	2017.8.17	General Dynamics NASSCO	현역
T-ESB-4	헨셸 “우디” 윌리엄즈 (Hershel "Woody" Williams)	2016.8.2	2017.8.19	2019	General Dynamics NASSCO	시험중
ESB-5	미구엘 키스 (Miguel Keith)	2018.1.30	2019	2020	General Dynamics NASSCO	건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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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첫 번째 원격해상기지함인 루이스 B. 풀러함은 2017년 8월에 취역하였으며 폰세이함과 교대하였다. 루이스 B. 풀러함은 원래 원격해상기지함(AFSB)이 아니라 기동상륙지원함(MLP)으로 건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상륙작전 지원에 특화된 기동상륙지원함보다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진해상기지함이 더욱 유용하다고 판단하여 함종을 변경하였다. 2015년 9월 4일에 미 해군은 원정 함대 개념을 확정하면서 전진해상기지함(AFSB, Afloat Forward Staging Base)을 원격해상기지함(ESB, Expeditionary Mobile Base)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루이스 B. 풀러함은 건조 도중에 T-MLP-3에서 T-AFSB-1, 그리고 다시 T-ESB-3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취역한 다음에 소속이 군사해운사령부(MSC)에서 해군으로 이관되면서 ESB-3로 변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 해군은 모두 6척의 원격해상기지함을 확보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선호함(ESB-3)이 취역하였고 2번 함(T-ESB-4)은 건조를 마치고 시험 중이다. 현재 3번 함(ESB-5)이 건조 중이며, 4번 함과 5번 함은 건조 예산이 승인되었다. 건조는 기동상륙지원함과 동일하게 NASSCO에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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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ESB(Expeditionary Mobile Base)
- 함종 : 원격해상기지함
- 기준 배수량 : 81,435톤
- 전장 : 239.3m
- 전폭 : 50.0m
- 최대 속도 : 15노트
- 항해 거리 : 9,500 해리/15노트
- 승조원 : 33명
- 주기관 : 디젤엔진 × 4, 전동기 × 2, 2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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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