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된 경기관총 중 하나가 바로 독일군의 MG08/15다. 아이로니컬하게도 MG08/15는 동시에 진정한 경기관총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군은 원형인 MG08보다도 더 많은 양을 생산해 일선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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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MG08은 1차 세계대전의 독일을, 아니 전쟁 자체를 상징하는 중요한 아이콘 중 하나이다. 맥심 기관총을 독일에서 면허생산한 것은 1892년부터의 일이고 독일군에서의 채택도 1899년부터 시작되었지만, 독일군은 채택 후 거의 10년 가까이를 본격적인 대량 운용보다는 실험에 가깝게 운용했다. 채택 후 수년 간 독일군의 기관총 편제는 ‘군단에 6정’ 수준이었는데, 물론 독일군이 정말 1개 군단에 6정만 필요하다고 믿은 것은 아니다. 1개 보병대대에 6정을 편성해 그 1개 대대를 1개 군단에 하나씩 배속한 것인데, 보다 정확히는 6정의 기관총으로 무장한 기관총반 16개를 편성해 군단에 하나씩 배치한 셈이었다.

사실 본격적인 대대 당 6정 배치는 1912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독일군은 이를 위해 꽤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1908년에 본격적인 양산형인 MG08이 생산된 것은 그 준비 중 하나였다. 독일군은 1899년과 1901년에 각각 MG99, MG01이라는 이름으로 맥심 기관총의 개량형을 소량 도입했으나 MG08은 본격적인 대량 도입용 총으로 무게도 앞서의 총기들보다 약 7.7kg 정도 가볍게 만들고 여러 가지 면을 개량하는 등 보다 실전 운용과 대량 생산에 맞춰진 총으로 거듭났다.

MG08을 비롯, 이들 독일의 맥심 기관총에는 다른 나라의 기관총들과는 다른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바로 ‘썰매형 거치대(schlittenlafette: sled mount)’였다. 완전히 눕혀 놓으면 마치 썰매처럼 쉽게 끌고 다닐 수 있는 이 거치대는 필요하면 다리를 높여 매우 높은 사격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심지어 대공 사격 자세까지 취할 수 있는 편리한 거치대였다. 또 거치된 상태에서 쉽게 좌우로 총구를 움직일 수 있고, 매우 안정적인 사격 플랫폼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특히 1차 세계대전 초반의 기동전 상황에서 무모하게 돌격해 오는 프랑스군을 맞아 방어 태세로 전환할 때 엄청난 위력을 떨쳤고 그 뒤의 참호전 상황에서는 더더욱 치명적인 무기로 작용했다.

사실 MG08이야말로 1차 세계대전을 참혹한 참호전으로 만드는 데 참호와 철조망과 함께 1등 공신으로 꼽히는데, 이렇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숫자였다. 1차 세계대전 초반 독일군에는 거의 5,000정의 기관총이 있었고 그 대부분은 MG08이었다. 그리고 이 숫자로 대대 당 6정의 편제를 적어도 주력 전투부대에서는 대부분 맞출 수 있었다. 지금 보면 하찮아 보이는 숫자이지만, 맥심의 종주국인 영국만 해도 대대 당 2정 배치가 고작이던 것과 비교하면 만만찮은 숫자였다.

이처럼 독일군은 전쟁 초반 기관총 화력의 우위를 자랑했지만, 곧 그 우위는 상쇄됐다. 당연히 영국과 프랑스도 미친 듯이 기관총을 만들어 일선에 배치했고, 무엇보다도 독일군이 갖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기관총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바로 ‘경기관총’이다.

영국은 루이스, 프랑스는 쇼샤와 오치키스 ‘포르타티브’(Mle1909)라는 세 종류의 경기관총을 다급히 생산해 일선에 배치했고 이 총들은 곧 독일군에게는 없는 새로운 전술적 이점을 제공했다. MG08은 우수한 기관총이었지만 냉각수까지 포함하면 운용 중량(거치대 포함)이 무려 69kg에 달했다. 즉 기동성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물건이었으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운반에 세 사람은 필요했다. 반면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곧 루이스와 쇼샤 등으로 한 사람이 총을 운반하고 다른 한 명이 예비탄약을 운반하는 2인조 운용도 전혀 문제없었고, 이는 방어와 공격 모두에서 MG08 같은 중(重)기관총에는 없는 신속성과 편의성을 제공했다.

독일군이라고 이런 경기관총의 편리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전쟁 전에 경기관총 개발을 해 둘 수 있었던(혹은 영국처럼 전쟁 전에 개발된 남의 나라 총을 채택할 여유가 있었던) 연합국들과 달리 독일은 전쟁 중에 그 필요성을 깨닫고 급하게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이미 있고 검증된 총을 기초로 경기관총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바로 1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아이콘, MG08/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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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G08/15는 말 그대로 ‘경량화된 MG08’이다. 원래 26.5kg이던 MG08의 본체 무게를 줄여서 17.8kg까지 깎아 놓은 것이다. 동시에 38kg이 넘던 거치대를 없애고 훨씬 작고 단순한 양각대로 바꿔서 총 본체에 붙여버렸다(총 본체 중량은 양각대 포함). 덕분에 최소한 사수 혼자서 운반하고 아무 곳에나 놓고 사격하는 ‘경기관총스런’ 운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사실 17.8kg이라는 무게 자체부터 그 당시의 경기관총 치고도 무거운 편이었다. 무거운 축에 드는 루이스 경기관총보다도 더 무거웠고 10kg이 채 안 되는 쇼샤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루이스나 쇼샤는 탄약을 제외하면 총에 더해지는 무게가 없다. MG08/15는 탄약에 더해 또 다른 짐이 총에 더해졌다- 바로 냉각수였다.

독일군은 경기관총을 만들면서도 수랭식 기관총이 주는 엄청난 방어적 이점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이는 보수적이던 당시 독일 군부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덕분에 MG08/15는 다른 나라의 경기관총들과 달리 지속 사격이 필요한 방어전에서도 거의 중기관총급에 가까운 방어 능력을 자랑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위해 3kg에 달하는 냉각수가 총에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고, 또 부사수가 냉각수통을 따로 들고 다니며 보충해야 한다는 것 역시 만만찮은 문제였다. 즉 총 무게가 실질적으로 20kg에 육박했다. 이는 기동성이라는 면에서 적잖은 손해였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MG08/15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관총’이라기보다는 ‘이동성을 높인 중(重)기관총’, 혹은 중(中)기관총이라고 불러야 맞았다.

사실 경량화 노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같은 맥심이 기반이라고 해도, 영국이 1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으로 운용한 비커스 중(重)기관총은 본체 무게가 14kg이 안 됐다. 이는 기본 설계 개념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맥심의 노리쇠 작동 방향(맥심은 앞뒤로만 노리쇠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일종의 관절이 상하 방향으로 꺾이는 ‘토글 액션’방식이다- 맥심 원형은 아래로 꺾이며, 비커스는 이를 위로 꺾이게 바꿨다)을 뒤집어 리시버의 상하 폭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근본적인 경량화에 성공했지만, 독일은 이미 검증된 맥심의 기본 작동 설계를 최대한 안 건드리고 싶었으며 이 때문에 MG08/15 역시 불필요하다 싶은 부분을 어떻게든 깎고 자르고 줄이는 방식으로 무게를 줄이는 ‘답답한’ 경량화 방식을 채택했다. 미묘하게 ‘꺾인’ 것 같은 모양의 리시버가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보니 또 다른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급탄이다. 영국의 루이스나 프랑스의 쇼샤는 탄창을 사용하므로 재장전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탄이 총에 장전된 상태에서의 휴대성도 나쁘지 않지만, MG08/15는 탄약띠 장전 방식을 그대로 고집했다. 그 때문에 총에 탄약을 장전하려면 총 옆에 꽤 큼직한 탄약통이 추가되어야 했다. 물론 독일군도 바보는 아니어서 총에 직접 장착하는 200 연발 혹은 100 연발 드럼식 탄약통이 따로 개발되었지만, 그래도 옆에 크고 무거운 것이 달려있기 때문에 불편해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연사 능력은 크게 높았지만, 일반적으로 ‘경기관총’에 요구되는 기동성에는 적잖이 손해가 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나마 오치키스 경기관총의 클립(보탄판) 방식 장전보다는 낫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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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의 역사

1915년에 시제품이 완성된 MG08/15였지만, 새로운 총의 개발과 생산, 배치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MG08/15가 처음 실전에 투입된 것은 1917년 4월부터의 일로, 그전까지 독일군은 경기관총의 수요를 노획한 루이스나 쇼샤, 마드센(러시아군 기병대가 사용하다 노획됨) 등의 노획 장비로 충당했다- 특히 루이스 경기관총은 상당히 높게 평가받아 노획되는 대로 적극적으로 운용되기도 했다.

독일군이 MG08/15를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한 시기는 독일군의 교리가 재정비되던 시기였다. 1차 세계대전 중반까지 대대적인 공세는 먼저 대규모 공격 준비 포격을 적진에 퍼부어 적을 무력화시킨 뒤 대규모 정면 돌격을 감행해 엄청난 포격에 살아남은 극소수의 적을 ‘쓸어만 담는’것으로 끝낼 수 있으리라 믿어졌다. 그러나 솜므 대공세 등을 통해 아무리 대규모 포격을 퍼부어도 적의 방어선을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하다못해 기관총 1정과 극소수의 병력만 방어선에 살아 남아도 1개 대대의 돌격을 간단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1차 세계대전 기간 내내 반복되었다.

이렇게 되자 독일군은 준비 포격을 없애거나 아주 짤막하게 집중해서 적진에 혼란만 주는 정도로 하고, 실제 공격은 전투공병과 잘 훈련된 충격대(Stoßtruppen)가 적이 가장 취약한 시간대와 지점을 노려 기습적으로 가하며 이들이 뚫은 돌파구를 신속하게 후속 병력이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리를 차츰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시기 독일군에게 더 기동성이 높아진 MG08/15가 도입되는 것은 나름 타이밍이 맞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는 있었다. 여전히 독일군은 충격대로 대표되는 공격의 선봉 부대에서는 MG08/15보다는 더 가볍고 기동력 좋은 기관총들 -특히 영국군에서 노획한 루이스- 을 선호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총 무게만 해도 루이스보다 무거운 데다 몇 킬로그램의 냉각수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MG08/15는 아무리 경량화되었어도 ‘돌격’용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최소한 전과 확대를 위해 투입되는 후속 부대 등 여전히 높은 이동성이 필요한 기관총을 요구하는 부분은 독일군에 많았고, 이들을 위해서는 MG08/15는 최소한 MG08보다는 기동성이라는 면에서는 나은 선택이었다.

실제로 MG08/15에 대한 수요는 실전 배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방어전에 유리한 중(重)기관총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있지만, 방어와 공격 모두에 유리한 MG08/15 같은 경기관총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컸던 것이다. 특히 MG08/15는 수랭식이기 때문에 방어적 상황에서도 냉각수만 제때 보충해주면 매우 높은 연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고, 또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다른 걸 다 떠나 수십 kg의 썰매형 마운트부터 필요 없는 MG08/15 쪽이 MG08보다 유리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영국군에서 비커스보다 루이스가 더 많이 생산됐 듯, 독일군에서도 전쟁 막바지 2년 사이에 13만 정의 MG08/15가 생산됐다(심지어 그중 8만 정은 1918년의 11개월 간 생산). 전쟁 전 기간 동안 72,000정의 MG08이 생산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런 대량 생산 덕분에 독일군의 기관총 배치 수량은 중대 당 6정으로 늘어났다. 보병 연대급 차원에서 따져보면 MG08/15가 MG08보다 4배나 더 많았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군이 무장해제되자 MG08/15는 오히려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독일 제국이 무너지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신생 바이마르 공화국군은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중(重)기관총 보유가 금지되었으나 경기관총 보유는 가능했고 그 덕에 MG08/15가 독일군의 주력 기관총으로 한동안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독일군에서 자리 잡고 있던 MG08/15는 1930년대 후반부터 MG34로 대체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독일군은 이 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1936년 경에는 총 가운데에 달려있던 양각대를 앞으로 옮겼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의아한 결정이다- 1차 세계대전 중에 했어야 정상이니 말이다. MG08/15의 양각대는 총을 신속하게 좌우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가운데가 옳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위치로 인해 사격 시에 총이 심하게 들썩거려 사격이 상당히 불편하다(20kg에 달하는 무게와 느린 발사 속도에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리 전쟁 후반에 나왔어도 결코 어렵지 않은 이런 개조가 왜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실현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렇게 개량된 MG08/15는 2차 세계대전 개전기인 1939년에만 해도 아직 일선 부대들에서 적잖이 쓰였고 그 뒤에도 2선 급 부대들에서 계속 쓰였다.

이처럼 독일군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한 덕분에 MG08/15는 독일군 내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쓰였다. 다만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08/15’(nullachtfünfzehn)라는 표현은 ‘정말 특이할 것 하나도 없는 흔한 것/표준지급품’의 대명사처럼, 혹은 ‘지겹고 변함없는’ ‘깐깐하고 짜증 나는 고참 부사관’의 상징처럼 쓰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1954~1955년에 2차대전 중의 독일 병영 생활을 풍자한 독일 영화 3부작의 제목도 ‘08/15’였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군만 이 총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이 총은 대량으로 노획되거나 연합군에 몰수되었고, 그중 상당수는 독일 주변국, 특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새로 독립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 배분되었다. 덕분에 이 총은 얼마간 중동부 유럽에서 가장 흔한 무기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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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MG08/15: 표준형. 본문 참조.

MG08/18: MG08/15는 대량으로 생산되어 사용되었지만 독일군 내부에서 불만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당연히 20kg이 넘는 무게와 냉각수의 필요성은 루이스 등 연합군 경기관총들과 늘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독일군에서는 MG08을 생산하던 에르푸르트 조병창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량화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제작된 것이 MG08/18이다. 수랭식 기관총의 경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냉각수를 없애는 공랭식으로 바꾸자는 결론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MG08/18도 마찬가지였다. 1918년에 완성된 이 총은 MG08/15의 냉각수통을 제거하고 이를 많은 구멍이 뚫린 방열(放熱: 열 방출) 재킷으로 바꿨는데, 덕분에 무게를 14.5kg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사실 MG08/18은 어느 모로 봐도 만족스러운 설계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수랭식 기관총을 공랭식으로 ‘억지로’ 바꾼 총이기 때문이다. 공랭식으로 바꾸려면 총열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게 하든가, 아니면 원래보다 더 굵게 해서 과열이 늦게 일어나게 만들어야 하지만 MG08/18은 사실상 원래의 MG08/15 총열을 그대로 쓰면서 냉각수와 총열을 둘러싼 냉각수통을 없앤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면 과열 문제가 꽤 심각하게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총은 결국 본격적으로 실전에 쓰이지 못했다. 1천 정 정도가 생산된 시점에서 전쟁이 끝나면서 과연 실전에 투입이나 됐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의 사용은 허용되었지만, 그 뒤 독일군이 재무장에 나서면서 MG34가 등장하는 바람에 완전히 잊히고 말았다- 하지만 운용 가능한 총들은 2선 급 부대들에서 계속 사용되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고, 또 이 총의 형태는 나중에 MG34까지 이어지는 독일군의 기관총 개발에 나름 영향을 끼쳤다.

LMG08/15: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독일군은 항공기라는 신무기에 처음에는 다른 나라들처럼 무장을 싣지 않았지만, 곧 그것이 권총, 소총, 그리고 기관총까지 업그레이드 되는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1915년이 되자 본격적으로 기관총이 달리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제식 기관총이던 MG08에서 냉각수를 없애고 총열을 둘러싼 냉각수통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바람이 쉽게 들어오게 만든 공랭식 버전인 lMG08(앞 글자는 소문자 L: 공랭식luftgekühlt (air-cooled)의 약자)이 주력 항공기용 기관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냉각수를 대책 없이 없애버리면 어쩌나 싶지만, 늘 바람을 맞는 데다 전투기 같으면 아예 프로펠러 바로 뒤에 설치되고 지상에서처럼 장시간의 지속 사격이 요구되지도 않는 만큼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 MG08/15가 등장하자 자연스럽게 더 가벼운 이 총을 공랭식으로 개조해 항공기용으로 탑재한 LMG08/15가 등장했다(여기서 L은 Luft, 즉 항공기용이라는 뜻이다- MG08/15자체가 이미 경량화된 총이기 때문에 ‘경량화’를 뜻하는 소문자 L 대신에 ‘항공기용’이라는 대문자 L을 사용한 것이다). lMG08의 구멍 뚫린 총열 덮개나 프로펠러용 동조장치(프로펠러가 총구 앞에 위치하면 발사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기구) 등을 이어받은 이 총은 곧 독일군의 새로운 주력 항공기관총이 되었고, 1차 세계대전 종전 시까지 23,000정이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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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무게: 17.8kg(총 본체)+3kg(냉각수)
- 길이: 1.445m
- 총열 길이: 720mm
- 장탄수: 100발 혹은 200발 탄띠 방식
- 발사 속도:  450~500발/분
- 사용탄:  7.92x57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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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홍희범 | 군사전문지 편집장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전투외상 응급처치>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