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미국이 제2차 대전에 참전했을 때 보유한 전차의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비록 체급이 달랐지만 주력이던 M4 전차가 독일의 5호 전차 팬터나 6호 전차 티거와 정면으로 대결을 펼치기 어려웠다. 때문에 질적 격차를 압도적인 양과 항공대의 지원으로 밀어붙이는 전술을 구사했다. 전쟁 말기에 90mm 구경의 M3 전차포와 방어력이 강화된 M26 전차가 개발되면서 마침내 대항마를 갖추었지만 곧바로 전쟁이 끝났다.

비록 M26이 많은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으나 미국은 티거와 능히 대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차를 보유했다는 자부심에 충만했다. 이제 M26 중전차, M4 중형전차 그리고 M24 경전차 조합이면 향후 그 어떤 지상전도 능히 치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 좋은 전망은 곧바로 무너져 내렸다.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한 소련의 전차들이 예상보다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1945년 9월 7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승전국 합동 기념식에서 선보인 IS-3 전차가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이는 단지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소련이 이보다 강력한 신예 전차의 개발을 완료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었다. 바로 100mm 구경 주포를 탑재한 T-54였다. 나치에 대항해 함께 싸우느라 미국제 전차를 소련에 공급해 주었지만 정작 소련제 전차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적었기에 미국의 불안감은 컸다.

그렇게 1948년 8월부터 M26을 대체하기 위해 신예 전차인 프로젝트 T42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당장의 전력 공백이 우려스러워 T42의 진행과 별개로 기존 M26을 기반으로 화력을 강화하고 주행력을 향상시킨 M46을 불과 1년 만에 만들어 실전에 배치했다. 그 정도로 미국은 소련의 움직임을 의식했다. 그런데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M46이 보여준 전과는 충분히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비록 T-34/85에 우세를 보였지만 이보다 강한 T-54와의 대결은 장담할 수 없었다. M46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미국의 조급증은 상당해서 T42의 개발이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자 일단 위력이 향상된 90mm M36 주포를 장착한 T42의 포탑을 성능이 입증된 M46 차체에 결합하기로 결정했다. 소소한 여러 문제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마침내 1951년 개발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했다.

시험작은 M46E1으로 명명했으나 양산형부터는 별개의 전차로 볼 수 있을 만큼 외형과 성능의 차이가 커서 M47이라는 새로운 제식 부호가 부여되었다. 다만 M46과 동일한 패튼으로 명명되었다. 제2차 대전에서 활약한 기갑부대의 맹장인 조지 패튼(George S. Patton Jr)을 기리기 위한 이름인데, 이는 이후 M47의 후속작인 M48과 비공식적이지만 M60에도 이어졌다. 그래서 흔히 M46, M47, M48, M60을 패튼 시리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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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47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포탑이다. 전작보다 크기가 커졌고 전방 장갑이 강화되었다. 전체적으로 마름모꼴인데 보관 공간 등으로 엔진 데크 위까지 튀어나올 정도로 후부가 길쭉해서 여타 패튼 시리즈와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차체는 M46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나 방어력 향상을 위해 전면부가 곡선형 경사장갑으로 바뀌었다. 텐션 아이들러가 제거되고 리턴 롤러의 수량도 변경되어 궤도의 모양이 상당히 달라졌다.

주포의 구경은 M26, M46과 동일한 90mm이지만 포구 속도가 빨라진 M36 전차포를 채택했다. 포구의 머즐브레이크가 양쪽이 뚫려있는 T자 형태로 이런 특징은 M48A3까지 이어진다.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목측식 조준경 대신 M12 영상합치식 광학 거리측정기를 채택했으나 주포에 가까운 부분에 장착되어 포격 시의 충격으로 오작동을 일으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차체 전면 볼마운트에 부무장 기관총을 탑재한 미국의 마지막 전차이기도 하다.

방어력 향상에 신경을 썼지만 압연 장갑을 채택한 여타 1세대 전차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퇴역한 M47을 표적으로 사격 훈련을 하면 가장 두꺼운 정면도 M60 전차의 105mm HEAT 탄에 쉽게 관통되었다. 야전에서 정비가 쉬운 편이었지만 연비가 떨어지는 AVDS-1790-5B 가솔린 엔진 때문에 주행력은 상당히 나빴다. 이처럼 M47은 공격력, 방어력, 기동력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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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47은 1954년까지 총 8,576대가 생산되었다. 각각 10,000대가 훌쩍 넘는 M48, M60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놀라운 점은 불과 2년 만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양산이 1951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본격적인 생산은 이듬해부터 이루어졌다. 처음부터 임시 역할이어서 생산량이 적었던 M46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2차 대전 말에 2년 동안 생산된 M26이 2,212대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물량임을 알 수 있다.

오로지 소련을 의식한 결과였다. 당연히 소련에게도 M47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존재여서 곧바로 T-54를 기반으로 성능이 향상된 T-55의 제작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소련의 이런 응전은 불과 2년 만에 미국이 M47의 양산을 종료시키고 한창 개발 중에 있던 M48의 등판을 촉진시키도록 만들었다. 이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신예 전차 개발 경쟁은 계속되었다. 냉전 시대의 모습이었다.

M48의 배치와 동시에 미국에서는 곧바로 퇴역 처리되었고 동시에 동맹국과 친미 국가에 대량 공여되었다. 약 20여 개국에서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도 531대를 운용했던 주요 사용국 중 하나로 2000년대 초반까지 운용했다. 운용 기간이 짧았던 미군에서는 개발 직후 시험용으로 한국전쟁에 투입된 것을 제외하면 실전 경험이 없다.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이란, 프랑스에 공급된 물량이 국지전이나 분쟁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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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46E1 : M36 주포, M12 거리측정기, 고성능 무전기 등을 장착한 T42 포탑과 M46 차체를 결합한 시험작. 1대 생산

M47 : 차체의 전면 장갑과 궤도를 개량한 양산형. 8,576대 생산

M47M : 이란, 파키스탄 공급용으로 M60A1 전차의 사통장치를 장착한 성능 개량형.

M47E : M47M 사양에 준한 스페인 자체 개량형 

M47E1 : M47E을 디젤 엔진으로 환장한 개량형

M47E2 : M47E1의 주포를 L7 105mm 전차포로 환장한 개량형

M47ER3 : M47로 스페인 자체 제작한 구난회수전차

사바란(Sabalan) : M47E2 사양에 준한 이란 자체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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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생산업체: 디트로이트 조병창, 알코(ALCO)
- 도입 연도: 1952년
- 중량: 48.6톤
- 전장: 8.51m
- 전폭: 3.51m
- 전고: 3.35m 
- 장갑: 압연장갑
- 무장: M36 90mm 강선포×1
        12.7mm M2 중기관총×1 
        7.62mm M1919A4 기관총×2
- 엔진: 콘티넨탈 AVDS-1790-5B V12 공랭식 가솔린 엔진 810마력(600kW)
- 추력 대비 중량: 17.6마력/톤
- 서스펜션: 토션 바
- 항속 거리: 160km
- 최고 속도: 48km/h
- 양산 대수: 8,57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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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