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16 09:43

글자크기

[무기백과]

B-36 폭격기

대륙 간 횡단 폭격의 역사를 열다

0 0
B-36은 기체의 크기로만 따지면 역사상 가장 큰 폭격기다. 피스메이커(Peacemaker)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출처: (cc) Leoparmr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40년 6월이 되자 서유럽에서 나치와 맞서는 유일한 나라는 영국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본토항공전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궁지에 몰린 영국은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중립국임에도 항상 참전 가능성을 머리에 담아두고 있던 미국은 이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독일이 워낙 호전적이어서 만일 영국이 굴복한다면 다음 차례는 자신들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대서양 때문에 당장 지상군 간에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했으나 준비는 해야 했다. 독일이 바다를 건너 와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만일 전쟁이 시작되면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영국본토항공전처럼 공군을 앞세울 것이 분명했다. 다행이라면 아직 독일이 대서양을 건너와 폭탄을 던질 만한 장거리 폭격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미국도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Me 264처럼 독일도 대륙 간 횡단 폭격기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말미암아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출처: (cc) Bundesarchiv >

따라서 그런 폭격기를 먼저 보유한다면 전략적 우위를 잡을 것은 확실했다. 문제는 요구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우선 대서양 왕복이 가능한 약 10,000km를 비행할 수 있어야 했다. 장거리 폭격은 자주 펼치기 어려우므로 1회 출격으로도 많은 타격을 입힐 수 있도록 10,000파운드 이상의 폭장이 가능해야 했다. 또한 그 정도 거리를 호위할 수 있는 전투기가 없으니 적진에서 홀로 작전을 펼칠 만큼 방어력도 좋아야 했다.

이미 제식화 된 B-17, B-24나 한창 개발 중에 있던 B-29도 이런 어마어마한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사실 이들도 당대 최고 수준의 폭격기들이었지만 눈앞에 전쟁이 다가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미국은 조급했다. 미 육군 항공대는 1941년 4월 1일 항공기 제작사들에게 이런 엄청난 조건에 걸맞은 새로운 폭격기의 개발을 의뢰했다.

B-29와 함께 주기한 XB-36.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출처: Public Domain >

하지만 노스롭처럼 불가능하다면서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은 회사도 있었을 만큼 어려운 과제였다. 경쟁 결과 지난 1940년 9월부터 모델 35로 명명한 장거리 폭격기를 자체 연구 중이던 콘솔리데이트(Consolidated)의 시안이 채택되었다. XB-36라는 제식 번호를 부여받고 곧바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XB-36은 당시까지 지구 상에 존재한 그 어떤 항공기보다 크고 성능도 대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B-29조차도 여러 문제로 말미암아 개발에 애를 먹던 중이었다. 당연히 이보다 크고 고성능인 XB-36은 더욱 어려웠다. 그해 말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참전하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XB-36의 개발은 오히려 축소되었다. 유럽 전역은 영국에 B-17을 전개시켜 운용하는 것이 유리했고 태평양 전역은 전쟁 말기 배치된 B-29가 탁월한 전과를 보이자 XB-36 개발이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다.

XB-36의 초도 비행 모습. 후방으로 향한 6발의 엔진이 특징적이다. <출처: Public Domain >

결국 1946년에서야 초도 비행에 성공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여서 애초 목표대로 대서양을 횡단해 폭격할 일이 사라진 어정쩡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냉전이 시작되고 B-29로 소련의 깊숙한 곳까지 날아가 핵폭탄을 던지는 것이 불가능하자 B-36가 새롭게 부각되었다. 그렇게 기사회생한 B-36은 세계 최초의 대륙 간 폭격기 임무를 부여받고 1948년부터 본격 배치되기 시작했다.


특징

B-36은 현재까지 등장한 모든 폭격기 중에서 가장 크다. 이런 거대한 기체를 날리기 위해 3,800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프랫앤위트니 R-4360-53 성형엔진을 6발이나 달았다. 그럼에도 힘이 부족하고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제너럴일렉트릭 J47 터보제트 엔진을 4발 추가 장착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정비 요소와 연료 소모가 많아졌고 그만큼 가동률이 떨어졌다.

주익 끝에 4기의 터보제트 엔진을 추가 장착했으나 비행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출처: Public Domain >

피스톤 엔진의 한계로 인해 후에 등장하는 소련의 Tu-95보다 속도와 폭장량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고 결국 이는 B-36이 단명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만일 터보프롭이나 제트엔진이었으면 좀 더 오랫동안 활약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엔진의 성능이 미흡한 편이어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 마그네슘 소재를 많이 사용했으나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한 대신 오히려 화재에 취약했다.

최초의 항공기인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처럼 프로펠러가 주익 후방에 장착되고 마치 제트기처럼 에어인테이크가 전방에 있는 특이한 푸셔(Pusher) 방식을 채택한 것도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또한 B-29처럼 기수와 꼬리 부분을 제외한 방어용 기관포탑을 인입식으로 제작해서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트 시대에 활약하기에는 속도가 많이 느렸다.

20mm 기관포 2문을 장착한 기관포탑 <출처: (cc) Sturmvogel 66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B-36은 1954년까지 총 384기가 생산되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전략폭격기로 상당한 수량처럼 보이지만 전작인 B-29와 후계기인 B-52와 비교하면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구나 배치된 지 불과 10년 만인 1959년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폭장량과 비행 거리가 얼추 비슷한 B-52가 1955년에 최초 배치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생애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후계기인 B-52의 실험기와 함께 한 B-36 <출처: Public Domain >

기대가 컸지만 이처럼 활동 기간이 짧았던 이유는 제2차 대전 후 본격 도래한 제트 시대에 활동하기에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었다. 핵폭탄을 전담으로 운용하는 전략공군에 배치되어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았지만 B-29가 MiG-15에 속절없이 당한 결과는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분명히 B-36이 소련 영공에 침공했을 때 손쉬운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리 방어력 향상에 신경을 썼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ICBM처럼 다양한 장거리미사일이 본격적으로 실전에 배치되자 굳이 폭격기로 적진 깊숙이 침투해 핵폭탄을 던지고 올 필요성도 사라졌다. 사실 현재 미국이 운용 중인 B-52, B-1, B-2도 핵폭탄 운반 측면에서는 효용성이 그다지 크지 않아 주로 공중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한마디로 B-36은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B-36은 인상적이기는 했으나 제트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단명으로 막을 내렸다. <출처: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XB-36 : 프로토타입. 1기

XB-36 <출처: Public Domain >
YB-36 : 실험기. 1기
YB-36 <출처: Public Domain >

YB-36A : 강착장치를 4륜으로 개량한 실험기

B-36A : 초기 양산형. 22기

B-36B : R-4360-41 엔진을 장착한 후기 양산형. 62기

B-36B <출처: Public Domain >

RB-36B : B-36B를 개조한 정찰기

YB-36C : B-36B를 R-4360-51 엔진으로 환장한 개량형. 개발 취소

B-36C : YB-36C 양산 기종. 양산 취소.

B-36D : B-36B에 J47 터보제트 엔진 4발을 추가한 개량형. 26기

RB-36D : B-36D를 개조한 정찰기. 24기

RB-36D <출처: Public Domain >
GRB-36D : B-36D를 개조한 전투기 결합(FICON) 실험기
GRB-36D <출처: Public Domain >

RB-36E : YB-36A, B-36A를 RB-36D 수준으로 개량한 기종.

B-36F : B-36D를  R-4360-53 엔진으로 환장한 개량형. 34기

B-36F <출처: Public Domain >

RB-36F : B-36F를 개조한 정찰기. 24기

GRB-36F : B-36F를 개조한 전투기 결합(FICON) 실험기

YB-36G(YB-60) : 완전 제트기형 실험기. YB-60로 재명명됨. 1기

YB-60 <출처: Public Domain >

B-36H :  B-36F 조종석 개량형. 83기

NB-36H : B-36H를 기반으로 한 핵추진 실험기

RB-36H : B-36H를 개조한 정찰기. 73기

RH-36H <출처: (cc) Perry Clarke at Wikimedia.org >
B-36J : B-36H의 연료 탑재량을 증가한 개량형. 33기
B-36J <출처: (cc) Leoparmr at Wikimedia.org >

GRB-36J : B-36J를 개조한 전투기 결합(FICON) 실험기

XC-99 : B-36을 기반으로 한 수송기 프로토타입. 1기 제작

XC-99 <출처: Public Domain >


제원  (B-36J)

- 형식: 6발 성형엔진+4발 제트엔진 장거리 중폭격기
- 전폭: 70.12m
- 전장: 49.42m
- 전고: 14.25m
- 주익 면적: 443.5㎡
- 최대 이륙 중량: 186,000kg
- 엔진: 프랫앤위트니 R-4360-53 성형엔진(3,800마력)×6
        제너럴일렉트릭 J47 터보제트 엔진(5,200파운드)×4
- 최고 속도: 69km/h
- 실용 상승 한도: 13,300m
- 전투 행동 반경: 6,415km
- 무장: 최대 39,000kg 폭장
        20mm M24A1 기관포×2문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