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대만은 무기 획득에 제약이 상당히 많은 나라다. 여건 상 자력 개발이 어렵고 중국의 견제로 말미암아 외부에서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미국이 유일한 무기 공급국이라 할 수 있는데 정치, 외교적인 이유 때문에 최신 무기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운용 중인 무기 중에서 AH-64E 공격헬리콥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구식이거나 다운그레이드형이다.

육해공 모두 상황이 어렵지만 중국의 침공이 있을 경우 가장 앞에서 상륙 부대를 저지해야 할 해군은 유독 고민이 많다. 한때 대만 해군은 중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1990년을 기점으로 전력이 역전 당했고 갈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발판 삼아 1970년대의 소련 이후 최대라고 평가될 만큼 대대적인 건함을 진행 중인 반면 대만은 함정을 도입할 수 없어 전력이 갈수록 퇴보했다.

그러던 지난 2005년 미국에서 4척의 지룽(基隆)급 구축함을 도입하면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비록 원했던 이지스 구축함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만 해군의 최상위 전투함으로 활약 중인 지룽급은 2019년 현재 건조된 지 무려 40년 가까이 된 구형함이다. 그만큼 대만에 오기까지 사연이 많았는데,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룽급의 탄생은 이란과 관련이 많다. 1970년대에 중동에서 소련의 남진을 막아내던 친미 국가였던 이란은 페르시아만 제해용으로 4척의 최신 구축함을 미국에 주문했다. 이란이 도입을 결정한 구축함은 당시 미 해군의 주력이던 스프루언스(Spruance)급 구축함 선체에 상위 전투함인 버지니아(Virginia)급 순양함의 전투체계를 결합한 것이어서 최강의 스프루언스급이라 할만했다.

이란이 이처럼 미국이 보유한 것보다 강력한 함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 해군이 획기적인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새로운 전투함의 배치를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조에 들어간 4척은 이란 역사에서 위대한 군주였던 키루스 2세(Kouroush), 다리우스 1세(Daryush), 나디르(Nader), 호스로 1세(Andushirvan)의 이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건조 당시 미국에서 샤(Shāh)급으로 불렸다.

그런데 1979년 이란에서 혁명이 발생하고 반미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은 이들의 인도를 거부하고 전쟁 중 산화한 제독들을 기려 DDG-993 키드(Kidd), 994 캘러헌(Callaghan), 995 스코트(Scott), 996 챈들러(Chandler)로 명명한 후 자국 해군에서 운용하도록 조치했고 이때부터 키드급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 주력이 되자 체계가 다른 4척의 키드급을 별도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 그리스 등에 판매를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로 끝났고 1998년 전량 퇴역시켰다. 그러던 중 최신 함이 아니어서 중국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대만이 협상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만 의회가 노후함을 강매한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대안이 없어 SM-2 블록 IIIA 대공미사일과 하푼 블록 II 대함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량하는 조건으로 도입이 결정되면서 지룽급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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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지룽급은 같은 함을 기반으로 제작된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과 외형이 유사하다. 선체와 동력이 동일해서 순항 능력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투체계와 무장의 차이로 구분이 된다. 최초 제작 당시에는 걸프해에서의 연안 제해 임무가 주목적이어서 이란 해군의 요구에 따라 장갑이 추가되고 버지니아(Virginia)급 순양함의 전투체계를 탑재하면서 배수량이 1,000톤 정도 증가되었다.

키드급으로 바뀐 후에는 방공구축함으로 임무를 변경하고 1980년대 말에 레이더와 사통장치를 이지스함과 맞먹은 수준으로 개장했다. 지룽급으로 변경되면서 추가 개장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Mk.41 VLS 대신 2연장 Mk.26 발사대를 계속 사용하는 관계로 탐지 및 추적 능력에 비해 전투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대만에서 자체 개발 중인 VLS를 탑재한다는 소식도 있지만 선체가 오래되어 개장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함 능력은 보통 수준이고 대잠 능력은 예인 소나가 없는 데다 대잠 전투체계가 탑재되지 않아서 떨어지는 편이다. 대만에서 자체 개조를 시도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함포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대지 작전 능력은 전무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의 최신 주력함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대만의 현재 입장을 고려한다면 최전선에서 방공 임무를 담당하는데 그럭저럭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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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미 해군에서 키드급으로 운용할 때는 주로 중동 지역 작전에 투입했다. 제작 당시에 이란의 요구 사항에 맞춰 공조 장치, 방진 장치 등을 강화했기에 현지에서 작전을 펼치는데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대만 해군에서는 주된 목표가 중국의 전투기지만 SM-2 블록 IIIA를 장착했기에 각종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현재 대만해협과 인근 해역의 방공망의 일익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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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DDG-1801 지룽(基隆)

건    조  1978년  6월 26일 (나디르)
진    수  1979년  8월 11일
미국 취역  1981년  3월 24일 (DDG-995 스코트)
미국 퇴역  1998년  3월 12일
대만 취역  2005년 12월 17일

DDG-1802 쑤아오(蘇澳) 

건    조  1978년 10월 23일 (다리우스)
진    수  1979년 12월  1일
미국 취역  1981년  8월 29일 (DDG-994 캘러헌)

미국 퇴역  1998년  3월 31일
대만 취역  2005년 12월 17일

DDG-1803 쪼잉(左營)

건    조  1979년  2월 12일 (키루스)
진    수  1980년  3월  1일
미국 취역  1981년 10월 24일 (DDG-993 키드)

미국 퇴역  1998년 12월 11일
대만 취역  2006년 11월  2일

DDG-1805 마공(馬公)

건    조  1979년  5월  7일 (안뒤쉬르반)
진    수  1980년  6월 28일
미국 취역  1982년  3월 13일 (DDG-996 챈들러)

미국 퇴역  1999년  9월 23일
대만 취역  2006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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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제작: 잉걸스 조선소
- 만재 배수량: 9,783톤
- 전장: 172m
- 선폭: 17m
- 흘수: 9.6m
- 추진기관: 4 × 제너럴 일렉트릭 LM2500 가스터빈 80,000마력(60MW)
- 속력: 33노트
- 항속 거리: 6,000마일
- 무장:  2 × 127mm 54구경장 Mk.45 함포
        2 × Mk.26 미사일발사대 (68 × SM-2MR 블록 IIIA）
        2 × 20mm 팰렁스 CIWS
        2 × 4연장 Mk.141 하푼발사관
        2 × Mk.32 3연장 12.75인치 Mk.46 어뢰발사관
        2 × SH60 대잠헬기 / 1 × S-70C 대잠헬기
- 센서: SPS-48E
        2 × SPG-51D
        AN/SPG-60
        SPS-55
        SPQ-9A
        SQS-53
        AN/SLQ-32(v)3
        Mk.36 SRBOC
        AN/SLQ-2
        AN/SLQ-32(v)
        AN/SLQ-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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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