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남반구에 자리 잡고 있는 호주는 넓은 국토와 더불어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큰 대륙이자 거대한 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양주에 위치한 대륙국가이다. 영연방국가인 호주는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특히 군사 분야에서도 영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로 구성된 안작(ANZAC) 동맹군은 근대 이후 크고 작은 전쟁에 참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해외 원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호주 해군은 일찌감치 영국 해군과 같은 대양 해군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차대전에서 연합군으로 참전한 호주 해군은 태평양 해전에서 항공모함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이에 따라 호주 해군은 1944년에 영국 해군과 협조하여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항모기동함대를 편성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여 기동함대 창설은 지연되었다. 그러나 기동함대 창설은 종전 이후에 냉전이 시작되면서 계속 추진될 수 있었다. 1948년에 호주 해군은 영국 해군으로부터 2척의 머제스틱(Majestic)급 항공모함을 도입하여 대양 해군을 건설하였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사일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자 수상전투함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세계 각국 해군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함대방공전투함을 앞다투어 개발하였다. 미국은 RIM-8 탈로스(Talos), RIM-1 테리어(Terrier)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개발하여 실전 배치하였다. 그러나 탈로스, 테리어 함대공 미사일 체계는 너무 무거워서 순양함 정도의 대형 전투함에만 탑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구축함에 탑재할 수 있도록 테리어 체계의 크기를 줄인 RIM-24 타타(Tartar)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체계를 개발하였다. 한편 영국 해군도 구축함에 탑재할 수 있는 시슬러그(seaslug) 함대공 미사일 체계를 개발하였다.

1960년대에 호주 해군은 미사일을 탑재한 방공 구축함의 추세에 맞추어 항모 기동함대의 방공 임무를 맡을 신형 방공구축함(Air Warfare Destroyer) 도입을 추진하였다. 호주 해군은 전통적으로 영국 해군의 기술을 많이 도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주 해군은 미 해군의 타타 체계와 영국 해군의 시슬러그 체계를 비교한 결과 미 해군의 타타 함대공 미사일 체계의 도입을 결정하였다. 1962년에 호주 해군은 미 해군의 찰스 F. 애덤스(Charles F. Adams)급 미사일 구축함을 개량한 퍼스(Perth)급 미사일 구축함 3척을 도입하여 2001년까지 운용하였다.

호주 해군은 기동함대 방공임무를 맡은 퍼스급과 별도로 수송선단의 호송 임무를 담당하는 애들레이드(Adelaide)급 미사일 호위함 6척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2001년까지 노후한 퍼스급 구축함이 퇴역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미 해군의 올리버 H. 페리(Oliver H. Perry)급을 면허 생산한 애들레이드급은 타타 함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다용도 호위함이다. 그러나 함대공 미사일 탑재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3차원 레이더가 아닌 2차원 레이더를 탑재하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함대 방공능력에 공백이 발생하자 호주 해군은 SEA1400 계획이라는 신형 방공구축함의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신형 방공구축함 사업은 1992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예산과 정치적인 문제로 번번이 지연되었고 퍼스급이 퇴역하면서 후속함 문제가 떠오르게 되었다.

호주 해군은 미국의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급, 스페인의 알바로 데 바산(Álvaro de Bazán)급, 독일의 작센(Sachsen)급, 영국의 45형 구축함 등 4가지 후보를 검토하였다. 비용 대 성능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미 해군의 이지스(Aegis) 무기체계 도입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1982년을 끝으로 항공모함을 모두 퇴역시킨 호주 해군은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보다는 성능과 비용을 낮춘 스페인의 알바로 데 바산급이 가장 적합하다고 2007년 6월에 결정하였다. 호주 해군은 같은 해 10월에 스페인의 나반티아(Navantia) 조선소와 체결하였고, 설계와 건조를 거쳐 2017년 9월에 선도함인 호바트(Hobart)함이 취역하였다. 호주 해군은 2018년에 2번 함인 브리즈번(Brisbane)함을 도입하였으며, 현재 3번 함인 시드니(Sydney)함이 건조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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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호바트급 방공 구축함은 스페인 나반티아 조선소에서 건조한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의 선형을 물려받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탐지 장비인 AN/SPY-1D(V) 3차원 평면배열 레이더 안테나(3D radar antenna)는 함교보다 높은 상부 구조물 윗부분에 설치되어있다. 이러한 배치는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의 경우 함교가 레이더 안테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과 정반대이다.

호바트급은 기본적으로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의 5번 함(F-105 Cristóbal Colón)의 설계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호주 해군은 F-105 설계를 기반으로 자국의 작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추가적인 성능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선체의 길이를 약간 확장(전장 0.3 m, 전폭 0.07 m)하고 배수량이 400톤을 증가하면서 연료탑재량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선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관

호바트급은 알바로 데 바산급과 같이 저속항해용 디젤엔진과 고속항해용 가스터빈을 교체하여 가동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저속 항해는 캐터필러(Caterpillar) 브라보(Bravo) 16기통 디젤엔진(15,153 마력)을 사용하여 18노트(knot)까지 낼 수 있다. 고속 항해는 미 해군의 표준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LM2500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을 가동하여 최대 28노트까지 낼 수 있다.

기관실은 좌우 분리되어 있으며 각 기관실에는 디젤엔진 1대, 가스터빈 엔진 1기가 설치되어 있다. 추진방식은 대부분 군함의 표준인 2축 추진 방식이다. 함수에는 보조 추진기(bow thruster)가 설치되어 있어 예인선의 도움이 없이도 조함이 가능하다.

비슷하면서도 호바트급과 알바로 데 바산급은 항해 거리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주로 대서양 해역에서 작전을 하는 스페인의 알바로 데 바산급은 18 노트의 순항 속도로 4,500 해리(nm, nautical mile)를 항해할 수 있다. 반면에 영국 해군과 연합하여 대양 작전을 수행하는 호주 해군은 항속 거리 향상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선체를 개량하여 18 노트로 5,000해리를 항해할 수 있도록 연료 탑재량이 증가하였다.

전투체계

호바트급의 첫 번째 임무는 함대방공이다. 함대방공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가 바로 이지스 무기체계(AWS, Aegis Weapon System)이며, 호바트급은 이지스 베이스라인(baseline) 7.1 R2 버전(version)을 탑재하고 있다. 다수의 목표에 대한 동시 교전 성능과 더불어 연합교전능력(CEC, 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ty)을 보유하고 있다. 링크(Link)-11, 링크-16 전술데이터링크(tactical datalink)에 연결된 AN/USG-2A CETPS(Cooperative Engagement Transmission Processing Set)는 자신과 다른 함정을 실시간으로 연동하여 함대 전체의 전투력을 높일 수 있다.

이지스 무기체계의 핵심 탐지 장비인 AN/SPY-1D(V) 3차원 전자주사 위상배열 레이더는 150km 거리에서 접근하는 항공기를 식별하고 필요한 경우 SM-2 함대공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 호주 해군은 영국의 해상무기체계를 오랫동안 사용하였지만 호바트급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실전에서 성능이 충분하게 검증된 이지스 무기체계를 선택하였다.

미사일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보다 규모가 작은 호주 해군의 호바트급은 함교 앞부분에만 48셀(cell) 규모의 Mk.41 수직발사기(VLS, Vertical Launching System)가 설치되어 있다. 함교 구조물의 뒷부분에는 헬기 격납고만 있고 수직발사기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수직발사기에는 SM-2 블록(Block) IIIB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32발, RIM-162B ESSM(Evolved Sea Sparrow Missile)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64발을 탑재할 수 있다. 하푼(Harpoon) 블록 2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은 Mk.41 수직발사기와 별도로 4연장 발사관에 탑재한다.

함포

고전적인 기본 무장인 함포는 Mk.45 Mod.4 62구경 5인치(127 mm) 함포 1문을 함수에 탑재하고 있다. 분 당 발사 속도는 20발이며 함포 사격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다. 한편 접근하는 대함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인 팰랭크스(Phalanx) 블록 1B 20mm 기관포를 헬기 격납고 윗부분에 탑재하고 있다. 한편 접근하는 의심 선박에 대응하기 위한 M242 부시마스터(Bushmaster) 25mm 기관포 2문을 탑재하고 있다.

대잠 무장

함대방공 구축함이 주임무이지만 호바트급은 대잠 작전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함이다. 적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탐지 장비로 호바트급은 영국의 울트라 일렉트로닉스(Ultra Electronics) 2150형 통합형 음향탐지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이 장비는 함수 소나(bow sonar), 견인식 소나를 통합하여 운용하며 잠수함을 비롯하여 어뢰와 같은 수중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다. 적 잠수함을 공격할 때는 Mk.32 Mod. 9 2연장 323 mm 어뢰발사관을 사용하여 음향유도 경어뢰로 공격한다. 필요시에는 탑재한 대잠헬기를 출격시켜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다.

대잠 헬기

대양 해군을 지향하는 호주 해군은 구축함과 호위함에 대잠헬기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상부 구조물 가장 뒤쪽에 있는 헬기 격납고에는 MH-60R 시호크(Seahawk) 대잠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으며, 함미에는 길이 26.4 m, 폭 17.0 m 크기의 비행갑판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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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 (호바트급, 3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DDG-39	호바트 (Hobart)	2012.9.6	2015.5.23	2017.9.23	ASC 조선소	현역
DDG-41	브리즈번 (Brisbane)	2014.2.3	2016.12.15	2018.10.27	ASC 조선소	현역
DDG-42	시드니 (Sydney)	2015.11.19	2018.5.19	2020 (예정)	ASC 조선소	건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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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2007년에 호주 해군은 퍼스급 방공구축함 3척의 후속함으로 호바트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확보하기로 결정하였다. 선도 함인 호바트함(DDG-39)은 설계를 거쳐 2012년부터 건조가 시작되었으며 2017년에 취역하였다. 2번 함인 브리즈번함(DDG-41)은 1년 후인 2018년에 취역하였다. 3번 함이 자 최종 함인 시드니함(DDG-42)은 2018년에 진수하였으며, 현재 의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드니함은 항해 시험을 거쳐 2020년에 취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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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개량

스페인의 알바로 데 바산급(F-105)을 기반으로 하는 호바트급은 이지스 베이스라인 7.1 버전을 탑재하도록 개발되었다. 현재 기준으로는 성능에 큰 문제점은 없지만 점차 증가하는 공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주 해군은 포스 2030(Force 2030)이라는 계획에 따라 호바트급에 이지스 베이스라인 8, RIM-66 SM-2 블록 IIIB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향상된 RIM-174 SM-6 함대공 미사일로 성능 개량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Mk.41 수직발사기에 토마호크(Tomahawk) 순항 미사일 탑재도 포함되어 있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탑재할 경우 48 셀에 불과한 Mk.41 수직발사기의 배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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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호바트급
- 함종 : 미사일 구축함(DDG)
- 만재 배수량 : 6,350톤
- 전장 : 146.7m
- 전폭 : 18.6m
- 흘수 : 4.9m
- 최대 속도 : 28노트
- 순항 속도 : 18노트
- 항해 거리 : 5,000 해리/18노트
- 승조원 : 205명 (사관 19) 
- 주기관 : CODOG 방식, GE LM2500 가스터빈 엔진 × 2(47,328 마력), Bazán/Caterpillar Bravo 16V 디젤 엔진 × 2(15,153 마력), 2축 추진
- 무장(미사일) : 4연장 Harpoon Block 2 함대함 미사일 발사관 × 2, 8연장 Mk.41 수직발사기 × 6(SM-2 MR Block IIIB × 32, RIM-162B ESSM × 64)
- 무장(함포) : FMC 5인치(127 mm)/62 Mk.45 Mod.4 함포 × 1, Raytheon 20 mm Phalanx Block 1B CIWS × 1. M242 Bushmaster 25 mm 기관포 × 2
- 무장(어뢰) : 2연장 324 mm Mk.32 Mod. 9 어뢰발사관 × 2
- 방어체계 : Mk.37 Mod.1 SRBOC/NATO Sea Gnat 발사기 × 4, LESCUT 어뢰기만기, Mk.169 Nulka 발사기 × 4, SLQ-25 Nixie 
- ESM/ECM : EDO ES 3701-02S ESM, SwRI MBS-567A ESM
- 레이더 : Lockheed Martin SPY-1D(V) 3차원 다기능 레이더, Northrop Grumman AN/SPQ-9B 해상탐색 레이더, Raytheon SPG-62 Mk.99 미사일 사격통제 레이더, L-3 Radarpilot 1100 항해 레이더
- 소나 : Ultra Electronics Type 2150
- 헬기: MH-60R 대잠 헬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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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