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브라질 상파울루(São Paulo)에서 1963년에 창업한 군용 트럭, 장갑차 및 민간용 SUV 차량 제조업체인 엥게사(Engesa)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브라질에 공여된 전차의 개조 및 개장 작업을 하면서 방산 기술을 축적했다. 엥게사는 1980년대까지 전자기기 분야와 철도 사업 분야까지 진출하며 사세를 확장해 종업원 수가 5,000명에 육박하고 12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린 종합 방산업체로 성장했다. 이를 토대로 그간의 경험과 자산을 밑거름 삼아 본격적인 방산 제조업에 뛰어든 엥게사는 1980년대 초반부터 자비를 들여 현대적인 주력전차 개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브라질 육군은 남미 대륙 내에서는 이렇다 할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국산 전차 개발에 큰 관심이 없음을 알았으므로 신형 전차는 어디까지나 해외 수출을 우선 목표로 삼아 개발을 진행하였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1980년대 환경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전통의 대형 방산업체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엥게사는 남아메리카라는 지리적 이점, 그리고 그간 EE-3 자라라카(Jararaca), EE-11 우루투(Urutu), EE-9 카스카벨(Cascavel) 같은 장갑차 수출 사업을 진행하면서 얻은 판로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업을 강행했다. 특히 엥게사의 제품은 낮은 가격 대비 높은 안정성, 그리고 간단한 유지 정비 소요로 좋은 명성을 쌓고 있었기 때문에 전차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낙관하였다. 엥게사는 2차 세계대전 시기 전차를 정비하면서 기술적인 노하우를 많이 쌓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부메랑(Boomerang)’으로 명명된 차량용 현가장치였다.

당시 엥게사가 자체 개발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신규 전차 도입을 진행 중이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사우디 군은 당시까지 운용한 프랑스의 AMX-30을 대체할 전차를 물색하고 있었으며, 이미 중동 지역에 수출 이력을 쌓아놓고 있던 엥게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촉하며 사우디 육군의 요구도를 파악했다. 사실 사우디 육군은 독일의 레오파르트(Leopard) 2 전차에 관심을 가졌지만 독일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외에는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우디가 입찰을 열 경우 엥게사의 제품에도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최초 엥게사는 독일의 티센-헨셸(Tyssen-Henschel)과 파트너 협력을 추진했고, 나중에는 포르쉐(Porsche) 쪽에 타진했으나 여기에 독일 정부가 개입하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독일 기업과 기술 협력 가능성을 차단당한 엥게사는 자체 기술력만 가지고 독자적으로 신형 전차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편 엥게사는 본국인 브라질 육군 쪽에도 신형 전차 판매를 타진했으나 브라질 육군은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신형 전차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선 브라질 육군은 35톤 이상의 전차 중량을 선호했으나 엥게사의 최초 설계는 이보다 가벼웠고, 둘째로는 철로를 통한 전차 수송을 위해 전차의 전폭이 3.2m 이하가 되어야 했으나 엥게사의 설계는 이를 소폭 넘어갔다. 두 조건 모두 개발 착수 전까지 수정이 가능했으므로 엥게사 측은 급히 설계를 변경했으며, 주포 화력 문제에 대해서도 사우디와 브라질의 요구가 상이했기 때문에 아예 시제 차량을 두 대로 제작하여 하나는 프랑스 GIAT 사(現 넥스터) 제 120mm 활강포를 설치하고, 다른 하나에는 영국 비커스(Vickers) 제 105mm 강선포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엥게사는 1982년부터 신형 전차 개발에 들어갔으며, 제식 번호로는 EE-T1, 별칭으로는 “오소리오(Osório)’라 명명됐다. 오소리오는 ‘파라과이 전쟁’, 혹은 ‘삼국동맹 전쟁’ 당시 브라질의 전쟁 영웅인 마누엘 루이스 오소리오(Manuel Luis Osório, 1808~1879) 원수로부터 이름을 따왔다. 오소리오 전차는 기본적인 서방 전차의 트렌드에 맞춰 43톤으로 중량을 정하고, 승무원은 전차장, 포수, 운전수, 장전수의 4인으로 정했으며 전차 규격도 트렌드에 따른 10m x 3.2m – 2.37m에 근접하게 맞추었다. 엔진은 12기통 디젤 엔진을 채택해 최대 1,100마력을 냈으며, 이를 통해 전차 최고 주행 속도는 시속 70km/h, 항속 거리는 550km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EE-T1 전차의 1번 시제 차량(105mm 강선포 장착)은 1985년에 출고했다. 사우디는 AMX-30 대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말로 관심이 있던 후보군만 압축해 미국의 M1 에이브럼스(Abrams) 전차와 영국의 챌린저(Challenger) 전차, 프랑스의 AMX-40 전차(하지만 곧 사업에서 자진 철수), 그리고 오소리오 전차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입찰을 참여시키고 평가에 들어갔다. 세 대가 경쟁하던 구도에서는 EE-T1이 초반부터 선두를 지켰다. 우선 사우디가 원하는 화력과 성능을 충족했으며, 생존 장비 또한 셋 중 가장 신형 전차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오소리오가 세 전차 중에 가장 낮았으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1989년 중순에 EE-T1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은 1990년에 급작스럽게 발생한 걸프전(Gulf War) 때문에 형세가 뒤집혔다. 이라크가 인접 수니파 계열 국가인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전차 도입 사업 자체가 중단되어 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이 상황에서 사우디는 걸프전을 치르며 외교 및 군사적으로 미국과 더 관계를 강화할 필요를 느꼈으므로 결국 기존 결정을 취소했으며, 다시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AMX-30의 후속 전차로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사의 M1A2 에이브럼스 전차를 선택했다. 사우디 사업 실주(失注) 후 120mm 활강포를 장착한 오소리오 2번 시제 차가 출고했지만 판매 이력이 전무한 오소리오가 새롭게 개척할 시장은 말라버렸고, 냉전 말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오소리오의 판매처는 모두 막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자비를 들이며 모든 사운(社運)을 오소리오 전차 하나에 걸었던 엥게사는 1993년에 파산했다.

엥게사의 파산 후 두 대의 시제 차량은 미래 연구용으로 브라질 육군에 인계되었으나, 레오파르트 1 전차를 370대 이상 보유 중이던 브라질 육군은 영영 오소리오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엥게사의 야심 찬 도박은 실패로 끝났으며, 오소리오는 영영 양산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두 번 다시 빛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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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오소리오는 처음부터 엥게사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전차인만큼, 차체 설계부터 기존 전차들과 차이를 보였다. 오소리오는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전차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설계였으며, 브라질의 제한적인 국가 인프라 기반에 맞춰 개발된 측면이 강하다. 우선 전투중량은 처음부터 43톤으로 고정해놓고 설계에 들어갔는데, 그 이유는 43톤이 브라질 내 대부분의 교량이나 도로, 오버패스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중량이었기 때문이다. 전차 폭 또한 브라질 내의 도로와 철로 폭에 맞추어 설계했으므로 열차 등으로 수송하기에 용이했다. 1980년대 제3세계의 인프라라는 것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으므로 오소리오는 “제3세계” 수출에 적합한 전차가 될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엥게사 역시 이러한 점에 기대를 걸었으므로 브라질 육군이 오소리오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출로만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오소리오에는 차체 전면부와 포탑에 복합장갑이 채택됐다. 자세한 복합재의 구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국제 초밤(Chobham) 장갑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강철, 알루미늄, 카본 섬유와 세라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소리오의 장갑 자체는 얇지만 매우 견고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데, 출고 당시인 1986년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대전차 미사일류가 전면부 장갑을 뚫을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차포까지 견디기에는 장갑이 얇아 대부분의 서방 전차 주포는 오소리오의 장갑을 관통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무장으로는 두 종류의 주포를 채택했는데, EE-T1으로 제식 번호가 부여된 1번 차량은 브라질 육군을 염두에 두면서 영국제 L7A3 105mm 강선포를 채택했다. 예비 탄약은 45발 씩 적재가 가능했으며, 포탄으로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 Armored-Piercing Fin-Stabilized Discarding Sabot), 대전차고폭탄(HEAT: High-Explosive Anti-Tank Warhead), 고폭탄(HE: High-Explosive), 점착식 고폭탄(HESH: High-Explosive Squash Head), 대인탄(APERS: Anti-PERsonnel), 백린탄(WP: White Phosphorus) 및 캐니스터(Canister)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2번 차량인 EE-T2는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면서 프랑스 GIAT 사의 G1 120mm 활강포를 채택했으며, 38발의 예비탄을 적재할 수 있었다. 120mm 활강포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과 대전차고폭탄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두 차량 모두 장전수가 장전하는 형태였다. 포신도 안정성이 높았기 때문에 EE-T2의 경우 이동 표적을 상대로 2km 거리의 표적을 80% 확률로 명중시킬 수 있었다. 오소리오의 부무장으로 EE-T1은 7.62mm 기관총 두 정을 장착하고 있으며, 한 정은 주포와 공축식으로 설치되어 있고 다른 한 정은 포탑 위에 설치됐다. EE-T2는 공축식 7.62mm 기관총과 대공기관총 용도로 12.7mm 기관총이 포탑에 설치됐다.

오소리오의 엔진은 네덜란드 MWM 사의 TBD 234 디젤 엔진으로, 최대 1,040 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엔진과 하나로 묶인 변속장치는 독일제 ZF LSG300 자동변속기로, 이미 독일의 레오파르트 2, 한국의 K-1전차, 이탈리아의 C-1 아리에떼 등에 사용된 제품이다. 엔진과 변속장치는 단일 블록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야전에서도 30분이면 교체가 가능하다. 현가장치는 챌린저 1, 2에서도 사용된 영국 던롭(Dunlop) 제 유기압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오소리오의 무한궤도는 레오파르트 2와 동일한 제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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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오소리오는 개발 후 단 한 번의 국제 입찰인 사우디아라비아 전차 교체 사업에만 참여했으며, 실제 평가 자체도 M1A1, AMX-40, 챌린저 1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아 1989년 8월에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오소리오는 총 340대, 72억 달러로 계약할 예정이었으며, 사우디가 사막 환경에서 운용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약간의 소소한 개조만 가한 후 “알 파흐드(Al Fahd)” 전차로 명명하여 사우디 육군용으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후 연이어 사막의 방패(Operation Desert Shield, 1990), 사막의 폭풍(Operation Desert Storm, 1991) 작전이 시작되자 엥게사와 사우디 정부는 계약서까지 작성해놓고 협상이 중단됐으며, 사우디 사업 체결만 기다리던 오소리오는 1990년 경영난 악화 때문에 3,000명의 직원까지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걸프전이 끝나면서 사우디는 1991년 AMX-30 대체 전차 사업 결과를 뒤집었으며,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시작하여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전차로 도입 계약을 변경해버렸기 때문에 엥게사는 도산하고 말았다. 당시 사우디는 걸프전을 통해 지켜본 M1A1의 활약상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강화, 그리고 전쟁 기간 중 미국에 진 엄청난 부채 때문에 선택이 없던 상황이었다.

엥게사는 사우디 사업 후에도 한동안 오소리오 수출을 계속 시도했지만 냉전이 종료함에 따라 각국의 주력전차가 다량으로 중고 매물로 나왔고, 제3세계 국가들은 구식 전차들을 처분하면서 선진국의 매물 전차를 헐값에 도입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레오파르트 2를 중고 처분하면서 거의 폐차 가격에 가깝게 내놓기도 해 1990년경에는 대당 1백만 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결국 오소리오는 199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실상 판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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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EE-T1 오소리오: 기본 차량 제식 번호. 영국 비커스 사의 105mm 강선포가 장착됐다.

EE-T2 오소리오: 시제 차 2번 차량으로, 프랑스 GIAT 사의 120mm 활강포가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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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종류: 주력전차
- 제조사: 브라질 엥게사(Engesa)
- 승무원: 4명 (전차장, 포수, 운전수, 장전수)
- 전장: 9.99m
- 전고: 2.37m
- 전폭: 3.26m
- 중량: 42.9t
- 출력체계: 1,100마력 12실린더 MWM TBD 234 디젤 엔진 
- 출력 대비 중량: 26 마력/톤
- 현가장치: 유기압
- 최고 속도: 70km/h
- 항속 거리: 550km
- 주무장: 120mm GIAT G1 활강포 (P2), 48발 적재 혹은 105mm L/52 L7 강선포(P1), 38발 적재
- 부무장: 브라우닝 M2HB 12.7mm 기관총 X 2 (공축기관총/포탑 장착), 600발 적재
        7.62mm 공축기관총 X 1, 5,000발 적재
        7.62mm 다목적 기관총 x 1 (옵션)
        연막탄 발사기 x 12
- 포신각: -10도 ~ +20도
- 장갑: 알루미늄/강철, 카본 섬유, 세라믹 등 복합재 
- 화생방 방호 장비: 장착
- 등판각: 60%
- 측면 등판각: 40%
- 수직 장애물: 1.15m
- 참호 극복 깊이: 3m
- 최대 도하 심도: 1.2m / 2m(도하장비 장착 시)
- 대당 가격: 38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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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