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지난 30여년간 미군의 발은 험비(HMMWV;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였다. 지프를 대체하여 미군의 소형트럭으로 활약해왔던 험비는 야전에서 엄청난 힘과 기동성을 자랑해왔지만, 미군의 작전양상이 바뀌면서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제일 큰 문제는 방호력이었다. 1993년 소말리아의 군벌인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Mohamed Farrah Aidid)를 체포하기 위한 고딕 서펜트 작전(Operation Gothic Serpent)에 투입되었던 험비들은 반군들의 총격으로부터 전투원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후 다양한 방탄키트들이 통합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도전은 남아있었다.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이 안정화 작전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험비는 이제 소화기의 공격을 뛰어넘어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급조폭발물)의 공격에 노출되었고 수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다. 미군은 부랴부랴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 지뢰공격방호)차량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차량들은 커다란 덩치로 험비가 가져다주는 소형트럭의 이점을 제공하지 못했다.

2006년 11월 미 합참의 합동소요검토위원회(JROC; Joint Requirement Oversight Council)는 JLTV 사업을 승인했다. JLTV란 Joint Light Tactical Vehicle(합동경량전술차량)의 약자로 험비를 대체하는 차량을 도입하는 사업을 뜻했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동시에 험비를 교체하는 사업이므로 합동(joint) 사업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4인승 CTV(Combat Tactical Vehicle, 전투용 전술차량)와 2인승 CSV(Combat Support Vehicle, 전투지원차량)의 2가지 형태를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JLTV의 핵심은 생존성을 높이면서도 항공기나 선박을 통하여 전략수송이나 작전수송이 가능한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다.

개념검토단계(Concept Refinement Phase)였던 JLTV사업은 2007년 12월 22일 미 국방부 획득기술군수지원(AT&L)차관보(우리나라로 치면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의 결제에 따라 기술개발단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미 육군과 해병대는 이미 2007년 10월 기술개발사업의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구서)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기술적 성숙도와 자금확보 등을 검토한 국방부는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기술에 바탕하여 사업을 수행할 것을 제안하면서 RFP 승인을 반려했다. 결국 RFP 발행은 2008년 2월 5일에야 실시되었다. RFP에 따르면 참가업체들은 4월 7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하며 기술개발(Technology Development)사업은 모두 27개월이 걸릴 터였다. 즉, 시제차량 4대의 제작에 15개월을 할당하고 나머지 12개월은 시험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2008년 10월 28일 16.6억 불이 할당된 JLTV 기술개발단계에서 7개의 제안업체 가운데 3개의 사업자가 지정되었다. BAE시스템즈 랜드 아마먼트(Land and Armaments)의 지상시스템사업부는 내비스타 디펜스(NAVISTAR Defense)와 팀을 이루어 밸랭스(Valanx) 모델을 제시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시스템과 AM제너럴은 제너럴 택티컬 비히클(General Tactical Vehicles)라는 조인벤처를 만들어 이글(Eagle)이란 모델을 선보였다. 한편 록히드마틴 시스템 인티그레이션(Lockheed Martin System Integration)은 BAE시스템즈, 알코아 디펜스(Alcoa Defense), JWF 디펜스시스템과 공동으로 JLTV 모델을 만들었다.

한편 2008년 10월 기술개발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했던 노스롭그루먼-오시코시(Northrop Grumman-Oshkosh) 팀과 텍스트론-보잉-SAIC(Textron-Boeing-SAIC) 팀은 사업선정에 항의하여 정부회계감사국(GAO)에 이의를 제기했다. 결과 기존에 선정된 3개사에 대한 사업집행이 정지되었다. 하지만 다시 2009년 2월 17일 GAO가 이의제기를 기각함으로써 사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항의가 전혀 의미없는 것은 아니어서 2011년 2월 JLTV사업국은 설계·제조개발(EMD; Engineering & Manufacturing Development)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미루고 사업요건을 변경했다. 육군이 M-ATV에 적용된 MRAP급의 차체하부방어능력을 요구함에 따라 EMD 사업의 RFP 발행은 이듬해로 미뤄졌다.

그리고 2012년 1월 26일 드디어 미 육군은 JLTV의 EMD사업에 대한 RFP를 발행했다. RFP에 대한 업체의 응신은 동년 3월 13일까지 제출되어야 하며 최대 3개 업체까지 EMD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계약은 건당 6천5백만 불을 넘어서는 안되며, 계약일로부터 27개월 내에 사업결과를 내야만 했다. 계약 이후 업체는 12개월간의 시험평가를 위해 모두 22대의 시제차량을 제공해야 하며, 기본차량형상의 단가는 23만불 이하여야만 했다.

그리고 2012년 8월 22일 해병대를 대신하여 사업의 주관부처가 된 육군은 총액 1억8천5백만 불로 JLTV EMD 사업자로 3개 업체를 선정했다. 선정된 것은 AM 제너럴(AM General, LLC)이 독자 개발한 BRV-O(Blast-Resistant Vehicle – Off Road), 록히드마틴 코포레이션의 JLTV모델, 그리고 오시코시 코포레이션(Oshkosh Corporation)의 L-ATV였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3개사는 12개월 동안 22대의 시제차량을 생산하여 14개월간 내폭시험, 차량기능시험, 사용자 평가 등 일련의 엄밀한 시험평가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추가적인 계약기간까지 포함하여 EMD 단계는 33개월간 지속될 예정이었다.

물론 선정되지 못한 업체가 JLTV 후보차량을 개발하는 것도 허락되었다. 단 이 경우는 제작사가 스스로 비용과 위험을 부담해야만 하며, EMD 계약수여로부터 30일 이내에 참가하겠다고 정부에 통보하면 선정과정에 참여할 수는 있었다. 떨어진 업체는 내비스타 디펜스, BAE시스템즈, 제너럴 택티컬 비히클로 이 중 한 두 업체는 자비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곧 포기했다. 계속된 시험평가 속에서 미 육군은 2014년 12월 12일 JLTV 저율양산(low-rate initial production)과 본격양산에 앞선 최종 RFP를 발간하여 2015년 2월 10일까지 최종제안을 제출할 것을 제시했다. 사업의 승자는 약1만7천여대 규모의 JLTV 사업을 독식할 터였다.

사실 육군이 MRAP급으로 방호기준을 강화함으로써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오시코시였다. 오시코시는 이미 2009년 미 육군의 경량 MRAP사업인 M-ATV(MRAP All Terrain Vehicle)으로 선정되어 2010년까지 8천여 대의 차량을 미 육군, 공군, 해병대 및 특수전사령부(SOCOM)에 납품을 완료했었다. JLTV가 M-ATV급의 방호력을 요구하자, 오시코시는 자중 12톤의 M-ATV를 6.4톤으로 경량화한 L-ATV(Light Combat Tactical All-Terrain Vehicle)를 선보이고 JLTV의 후보로 내세웠다.

오시코시는 자사 JLTV 모델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미 2011년부터 바하(Baja) 1000 레이스에 참가했다. 바하 1000 레이스는 사막지형에서 무려 1,061마일의 거리를 달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오프로드 레이스로 알려져 있는데, 바하 1000 레이스의 역사상 최초의 M클래스 차량으로 완주를 기록했다. 이러한 실전적 자신감에 바탕하여 오시코시는 JLTV 사업을 추진했다.

2015년 8월 25일 육군은 JLTV의 최종사업자를 결정했다. 결과는 오시코시 L-ATV의 압승이었다. 시험과정에서 AM 제너럴의 BRV-O는 526마일에서 고장이 발생했고, 록히드마틴 JLTV는 1,271마일에서 고장이 발생했다. JLTV의 요구성능은 2,400마일 이상이었는데, 오시코시 L-ATV는 이 기준을 훌쩍 뛰어넘어7,051마일에서 고장이 발생했다. 우선 오시코시는 67억달러 상당의 초도저율생산 계약을 통하여 8가지 옵션으로 초도분 16,901대를 육군과 해병대에 납품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양산은 2018회계년도부터 이루어져 최종적으로 육군이 49,100대, 해병대가 5,500대의 JLTV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사업자가 선정되자 록히드마틴은 2주일만인 9월 8일, GAO를 상대로 이의제기를 하였다. 이에 따라 육군은 일단 오시코시에게 생산절차의 진행을 중단시켰다. 한편 록히드마틴은 동년 12월 11일 한발 더 나아가 미연방 제소법원(U.S. Court of Federal Claims)에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GAO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GAO는 록히드마틴의 이의제기를 기각했고, 육군은 다시 2015년 12월 15일부터 오시코시에게 작업재개를 요청했다. 한편 연방 제소법원은 2016년 2월 11일 록히드마틴의 생산중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였고,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록히드마틴은 2월 17일 소송 자체를 철회했다. 이로서 오시코시의 L-ATV는 JLTV로서 미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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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오시코시 JLTV는 게일 뱅크스 엔지니어링(Gale Banks Engineering)의 모델 866T V8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이 엔진은 제너럴 모터스의 대형상용트럭에 사용되는 듀라맥스(Duramax) 엔진을 패키지화 하여 게일뱅크스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866T 엔진은 최대 500마력까지도 낼 수 있지만, JLTV에서는 3,000 rpm에서 397마력으로 최적화되었다. 엔진은 디지털 제어식으로 출력을 조절하고 최대의 연료효율을 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기진단기능 등을 통합하여 유지관리도 훨씬 수월해졌다. 트랜스 미션은 앨리슨 제품을 채용하고 있다. 강력한 출력으로 인하여 JLTV는 험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빨리 달릴 수 있지만 최대시속은 전자리미터에 의해 120km/h로 제한되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480km에 이른다.

서스펜션으로는 오시코시가 특허를 가진 TAK-4i™ 독립서스펜션을 적용하여 어떠한 도로 환경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특히 TAK-4i는 20인치(508mm)까지 지상고를 조절할 수 있어, 현용 미군 차량들에 비하여 25%나 뛰어난 험지극복능력을 자랑한다. 즉 0.5m 높이의 장애물이나 도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자세를 낮추어 높이를 줄임으로써 험비처럼 기존의 수송기나 기타 수송수단의 캐빈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유연한 자세제어로 등판각은 60%에 이르고, 측면각은 40%에 이른다. TAK-4i는 JLTV에 적용되기 이전에 이미 M-ATV 등에 적용되어 실전에서도 유효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차량은 크게 2종류로 나뉘어 4인승의 전투차량과 2인승의 다목적 수송용 전투지원차량이 있다. 4인승은 1.58톤을 탑재할 수 있지만 2인승 수송용은 2.3톤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운전석의 계기는 속도와 rpm, 연료량 등을 아날로그식으로 표현하는 심플한 계기판이지만, 중앙에는 전자제어 컴퓨터가 장착되어 차량의 자가상태진단은 물론이고 공기압 등도 조절이 가능하다.

한편 승차인원의 생존성 향상은 JLTV가 등장하게 된 배경인 만큼 방호력은 매우 우수하다. 일단 JLTV는 기본방탄인 A키트가 적용되어 간단한 소화기 공격에 방호가 가능하다. 그러나 증가장갑형태의 B키트를 장착하면 MRAP 수준으로 방호력을 높일 수 있다. 방호력은 사실 운송능력과도 비례하는데, A키트를 장착한 JLTV는 자중이 6.4톤으로 공중이나 수상수송 등에 유리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승무원 보호를 위해서 JLTV는 오시코시 특허의 코어 1080™ 승무원 보호체계를 장착하고 있다. 코어 1080은 승무원의 탑승구역을 별도로 캡슐처럼 제작하여 차량의 모듈러 프레임 중간부에 얹혀놓은 방식의 설계이다. 이에 따라 폭발이 일어나면 차체하부에서 폭발력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단단한 문짝과 바닥, 그리고 심지어는 좌석까지 충격을 흡수하여 승무원을 보호하며, 자동소화장치까지 장착하고 있다. 캡슐은 단단하여 하방 측면은 물론이고 상방까지도 보호할 수 있으며, 차량 전체 중량을 지붕으로만 견딜 수도 있다. 캡슐은 야전에서도 B키트 장갑과 손쉽게 결합이 가능하여 정비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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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미군은 모두 5만대 이상의 JLTV를 채용할 계획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 미 해병대는 5,500대를, 미 육군은 49,099대를 주문하여 일선의 험비를 JLTV로 교체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20여만 대의 험비가 모두 교체되겠지만, 미군은 상당수의 험비를 재제작을 통해 개수하여 2050년까지 후방부대용 차량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미군은 2019년 1월14일부터 제3보병사단 제1기갑여단전투단(일명 레이더 여단 Raider Brigade)부터 JLTV의 보급을 시작하여 3월까지 500대의 보급을 마쳤다. 그러나 해당부대는 보급을 받기 시작한 지 4일 만에 전복사고를 일으키며, '육군이 개발하는데 4년 걸린 차량을 4일만에 잡아먹었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한편 이 사고와 관련하여 미 육군 수뇌부에서는 의외의 논평을 낸 바 있다. 즉 JLTV의 너무도 뛰어난 승차감이 병사들로 하여금 차량의 한계를 모르고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었다. 비즈니스인사더의 보도에 따르면 지휘부는 JLTV는 "전술용 차량이지 닛산 알티마가 아니다"라면서 장병들에게 안전운행을 당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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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M1278 JLTV-HGC : JLTV의 4인승 전투차량으로 토우미사일 등 대형화기 패키지를 장착하는 차량(Heavy Gun Carrier)이다.

M1279 JLTV-UTL : JLTV의 2인승 수송용차량. 다목적 수송용(Utility)이므로 UTL로 구분된다.

M1280 JLTV-GP : JLTV의 4인승 기본형 전투차량이다. 범용(General Purpose)이기에 GP란 명칭이 붙었다. 기본 차대에 공용화기 패키지를 장착할 수 있다.

M1281 JLTV-CCWC : JLTV의 4인승 전투차량으로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교전하는 기관총 등 근접전투무기 패키지를 장착하는 차량(Close Combat Weapons Carri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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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엔진: 게일 뱅크스 6.6리터 866T 6기통 디젤
- 트랜스미션: 앨리슨 자동 6단
- 서스펜션: 오시코시 TAK-4i 독립서스펜션
- 방탄: A키트/B키트 사양 
- 탑승원: 최대 4명 (운전자 포함)
- 공차중량: 6.4톤
- 지상고: 50.8cm
- 전체길이: 6.2m
- 차폭: 2.5m
- 차고: 2.6m
- 등판각: 60%
- 사면각: 40%
- 대당가격: $250,000 (기본형), $370,000~400,000 (B키트 방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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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