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공군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68년에 아부다비 육군항공대로 출발해 UAE 건국 1년 뒤인 1972년에 독립 공군이 되었으며, 처음에는 파키스탄 공군에 의지하여 교육 훈련이 진행되다가 1999년에 아부다비 공군과 두바이 공군이 통합되면서 오늘날의 아랍에미리트 공군이 되었다. 오늘날 두 공군은 하나로 지휘권은 일원화된 상태지만 다소 간의 정체성과 독립권이 남아있어 각각 서부 항공사령부(아부다비)와 중부항공사령부(두바이)로 이원화 되어 있다. UAE 공군이 본격적으로 현대화를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로, 당시 아랍에미리트는 1~4차 중동전쟁으로 불안해진 중동 정세와 오일쇼크로 인한 유가 변동 상황을 보며 야심 차게 군 현대화를 시작하여 최고 수준의 NATO 스탠더드(standard)를 목표로 하여 군 개혁을 진행했다.

한편 1970년대부터 중동 지역에 상주하기 시작한 미군은 걸프전과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대규모의 병력을 중동 지역에 주둔시켰으며, 미국은 역내 미군 자산으로 전투력을 투사함으로써 중동 지역의 동맹국들을 든든하게 보호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로 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해외 파병이나 전력 전개를 최소화하여 전비 지출을 줄였으며, 이에 따라 2011년 이라크 자유작전(OIF: Operation Iraqi Freedom) 종료를 선언한 미군은 대규모의 전력을 중동 지역에서 철수시켰다. 이에 그간 미군의 영향 때문에 역내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이란이 친미 성향의 국가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 분위기를 조성하자 그간 미군의 안보 우산 아래에 있던 중동 국가들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적대 움직임에 가장 크게 당황한 국가는 수니파 국가로 시아파 계열의 이란과 대립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연합이었으며, 미군의 철수 언급이 나오기 이전부터 분위기를 감지한 걸프 연안 국가들은 2000년대 말부터 비로소 자체적인 군비 강화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UAE의 기계공작 및 장비 제작 전문 업체인 칼리두스(Calidus, 라틴어로 ‘맹렬하다’는 뜻)는 급작스러운 정세 변화에 따라 UAE뿐 아니라 향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에 기본훈련기 겸 경공격기 소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감지하면서 자체적인 항공기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한편 1998년 브라질의 항공기 명가 엠브라에르(Embraer) 산하 장비개발본부장을 지낸 루이스 파울루 중케이라(Luiz Paulo Junqueira, 1951~2009)는 엠브라에르를 떠나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인 노바에르(Novaer)를 설립했으며, 곧 슈퍼 투카노의 랜딩기어 납품을 따냈다. 이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한 노바에르는 비즈니스젯인 EV-20을 개발하며 항공기 개발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노바에르는 동급 최강의 기체로 일컬어지는 EMB-312 투카노(Tucano) 개발을 진두지휘한 헝가리 이민자 출신의 브라질 엔지니어인 조제프 코박스(Joseph Kovács)의 설계 일부를 2007년에 구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군용 항공기 개발에 뛰어들고자 했다.

노바에르와 이해관계가 맞은 칼리두스와 미국의 록웰-콜린스(Rockwell-Collins) 3사는 코박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 기본훈련기 겸 경공격기의 국제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2015년부터 B-250 바데르(Bader)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총 25개월을 개발 기간으로 잡았다. 3사는 각각 업무를 분장하면서 노바에르는 동체 개발을, 록웰-콜린스는 항법 체계를 맡았으며, 칼리두스는 노바에르와 협업하며 체계 통합을 맡았다. B-250은 2016년 경 시제기가 출고되어 이듬해 두바이 에어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바데르는 2017년 7월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현재 양산 시설을 UAE 내 알 아인(Al Ain) 시티에 설치하고 실용 양산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졌다. 칼리두스 사는 2019년부터 B-250을 아랍에미리트 연합 공군에 인도하고 있으며, 해당 기체는 2019년 2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 전시회에도 출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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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B-250 바데르는 완전히 카본 복합재로만 제작한 동체를 채택하여 유사 등급의 경쟁 기종보다 현저하게 가벼울 뿐 아니라 기동성도 높으며, 무엇보다 기체 수명도 길다. B-250은 록웰-콜린스(Rockwell-Collins) 사가 제작한 프로 라인 퓨전(Pro Line Fusion) II 항전 장비를 채택해 조종석에는 두 장의 컬러 다목적 디스플레이(MFD: Multi-Function Display)가 장착됐다. 조종석을 최대한 넓게 구성한 점도 바데르의 특징이다. B-250은 최근에 개발된 항공기의 트렌드에 맞게 고도 0, 속도 0에서도 사출이 가능한 영국 마틴-베이커(Martin-Baker) 사의 제로-제로(Zero-zero) 사출 좌석을 장착했으며, 기내 산소 공급 장치, 일명 OBOGS(On-Board Oxygen Generating System)을 설치했다.

B-250은 유사 등급의 기본훈련기와 마찬가지로 조종사가 앞, 뒤로 앉는 탠덤(Tandem) 구조로 되어 있으며, 캐노피는 측면으로 열리게 설계해 최대한 전방 시야를 넓게 확보했다. 또한 조종석을 가급적 동체 중앙에 위치시켜 중심을 맞췄으며, 엔진실은 기체 전면에 위치시켰다. B-250이 채택한 터보프롭 엔진은 5장의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며, 날개 또한 기체 중앙부에 저익(底翼)으로 설치했다. 랜딩기어는 수납 방식으로 된 3축 랜딩기어이며, 카본 복합재를 다량 사용한 동체를 시작으로 기체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복합제를 사용해 기체 무게를 낮추는 대신 재질 수명을 늘렸다. 동체 하부에는 전자광학(Electro-Optic) 및 적외선(InfraRed) 센서를 장착해 기체의 탐지 능력을 높였으며, 웨스 켐(Wescam) 사의 MX-15 옵트로닉스 터렛(Optronics Turret) 센서와도 통합이 가능하다. 바데르는 또한 뛰어난 핸들링과 우수한 저고도 비행 특성을 자랑한다.

바데르는 프랫 & 위트니(Pratt & Whitney) 캐나다의 PT6A-68 터보프롭 엔진을 채택해 최대 1,600 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페리(Ferry) 비행 범위는 최대 2,400 해리(海里)에 달한다. B-250은 최초부터 무장과 센서를 혼용하여 장착할 목적으로 7개의 하드포인트를 설치했으며, 하드포인트에는 필요에 따라 정밀유도무기, 로켓 포드, 기관포, 기타 임무 포드나 외장 연료탱크를 장착할 수 있다.

B-250 바데르는 2017년 첫 공개 당시 EMB-312 투카노와 외양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동일한 설계자의 작품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칼리더스 측은 “(투카노와) 성능 또한 유사하지만 훨씬 저가로 공급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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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바데르는 2017년 두바이 에어쇼(Dubai Airshow)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우선적으로는 중동 시장부터 장악하기 위해 마케팅을 실시하는 중이다. 칼리두스는 2019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GDC 사와 파트너십 협력을 체결해 사우디아라비아부터 우선 B-250을 경공격기 형상으로 마케팅 할 예정에 있으며, 향후에도 주로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 통칭 MENA를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할 예정에 있다.

2017년 두바이 에어쇼 공개 당시 B-250은 PR-ZNU라는 브라질 민간 항공기 등록기호를 새겨놓고 있어 ‘브라질 항공 기술’이 강하게 녹아있음을 어필했다. 또한 훈련기로서의 능력보다 근접항공지원(CAS: Close Air Support), 정보/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반군작전(COIN: Counter-insurgency OPS) 능력에 주로 중점을 두고 홍보했으며, 베이스 설계가 투카노인 만큼 기체 안정성 면에서 믿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7년 두바이 에어쇼 당시에는 항공기 초도 비행이 이루어지기 전이라 C-17 글로브마스터(Globemaster) III로 공수해왔으나, 불과 몇 개월 뒤인 2017년 중순 경 초도 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UAE 공군이 도입 계약을 체결해 2019년부터 약 17대의 기체가 경공격기 용도로 인도 중이다. 이와 별도로 T-25 유니버설(Universal) 기본훈련기 교체 소요가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B-250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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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B-250 바데르(Bader): 기본훈련기 겸 경공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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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종류: 기본훈련기/경공격기
- 제조사: UAE 칼리두스(Calidus), 브라질 노바에르(Novaer)
- 승무원: 2명
- 전장: 10.98m
- 전고: 3.79m
- 날개 길이: 12.09m
- 탑재 중량: 21,500kg
- 추진 체계: 1,200kW (1,600마력) 프랫 앤 위트니(Pratt & Whitney) 캐나다 PT-6A-68 터보프롭 X 1  
- 최고 속도: 557km/h
- 순항 속도: 519km/h
- 항속 거리: 4,445km
- 전투 반경: 560km 
- 페리 범위: 2,400km 
- 실용 상승 한도: 9,145m
- 하드포인트: 7개 (무장 총 1,800kg 장착 가능)
- 장착 가능 무장: 레이저 유도식 폭탄 X4, 공대공 미사일 X2, 증가탱크 X1, 로켓, 건포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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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