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1933년 히틀러는 정권을 잡자마자 대대적으로 공군력 증강에 나섰다. 지난 제1차 대전에서 패한 후 오랫동안 군비 제한을 받아왔기에 당시 독일 공군의 전력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와 다름없었다. 일단 주변국과의 대결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려면 뛰어난 작전기가 필요했다. 공군의 핵심 전력은 폭격기이지만 이들이 마음 놓고 작전을 펼치려면 제공권을 확보해야 했고 이 임무는 전투기의 몫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해 말, 주력 전투기 사업이 시작되었다. 제1차 대전 당시에 활약한 복엽기의 설계 사상을 물려받은 과도기적인 1920년대 전투기들과 달리 동체 전체를 금속으로 제작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을 만큼 새롭게 부활한 독일 공군의 요구 사항은 구체적이었다. 한마디로 당대 최고의 전투기 획득이 목표였다. 이에 독일 유수의 항공기 제작사인 하인켈, 포케불프, 아라도가 참여했다.

Bf(Bayerische flugzeugwerke, 바이에른 항공기)는 이전까지 군용기를 만든 적이 없었지만 금속제 비행기인 M.20 등을 제작했던 경험을 살려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수석 엔지니어인 빌리 메서슈미트(Willy Messerschmitt)의 주도로 무기사의 전설인 Bf 109 전투기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공식적으로는 Bf 109 혹은 메서슈미트 Bf 109로 호칭되나 훗날 메서슈미트가 Bf를 인수하면서 Me 109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당국의 조건에 맞춰 고속으로 비행하고 급격한 기동을 견뎌내려면 새로운 전투기의 기체는 충분히 단단해야 했다. 그런데 고성능의 엔진과 강력한 무장을 탑재하려면 기체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말미암아 기체가 커지면 구조가 복잡해지고 비행 중에 받는 압력도 증가해서 그만큼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바이에른의 개발진들은 개발 콘셉트를 작고 단단한 기체에 맞췄다.

대신 항속 거리처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독일은 지상군을 근접 지원하는 공중 포대의 개념으로 공군을 운용할 생각이었기에 당시에는 이런 개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940년 벌어진 영국본토항공전에서 곤혹을 치른 원인이 되었고 공간이 여유가 없어 이후 기체 성능 향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Bf 109의 개발 중에 가장 큰 문제는 기체의 구조가 아니라 엔진이었다.

최초 탑재를 예정했던 BMW 116 엔진이 문제가 많아 융커스 유모 210 엔진으로 바꾸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 또한 700마력에 불과해 충분한 성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Bf 109와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다이믈러-벤츠 DB 601 엔진의 본격 양산이 1937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을 만큼 엔진 문제는 상당히 골머리를 앓게 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Bf 109뿐만 아니라 여타 경쟁작들도 공통적으로 겪던 고민이었다.

결국 영국에서 도입한 롤스로이스 케스트럴 엔진을 시제 1호기인 Bf 109V1에 장착하여 1935년 5월 29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의 역사를 떠올린다면 Bf 109의 최초 심장이 영국제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개발에 성공한 Bf 109는 1936년에 각종 시험에서 경쟁기들을 제치고 채택되었다.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성능이 압도적이었다.

Bf 109는 탄생하자마자 스페인 내전에 투입되어 실전을 경험했다. 이후 제2차 대전이 발발하고 영국본토항공전이 개시되기 전까지 유럽 하늘의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개량을 거쳐 전쟁이 끝날 때까지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라는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수많은 전투기들이 명멸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히 대단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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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단순한 구조를 지향했던 것처럼 Bf 109의 기체는 최대한 날렵한 직선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초기형의 경우는 캐노피, 카울링, 주익 등이 마치 각이 졌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였다. 덕분에 최대한 둥글게 제작된 라이벌 스핏파이어(Spitfire)와 외형 상으로 크게 대비가 된다. 기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대한 무게를 줄이다 보니 익면 하중이 작았고 급선회나 저속에서 실속을 막기 위해 넓은 보조익과 플랩을 장착했다.

비행 중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익에 연료 탱크가 없었고 무장도 주로 동체에 탑재했다. 덕분에 조종석이 더욱 좁아졌고 시야도 나빠 조종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편안한 여건이 아니었다. 같은 이유로 동체에 가까운 부위에 위치한 랜딩기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조종이 숙련되지 않으면 이착륙에 애를 먹고는 했다. 이러한 단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Bf 109는 가히 항공무기사에 손꼽힐 만큼 뛰어난 전투기였다.

속도는 동시대에 활약한 스핏파이어, P-51 등과 더불어 프로펠러기로써 최고 수준이었다. 선회력은 조금 뒤지는 편이었지만 급강하, 급상승 같은 기동력은 대단히 뛰어났다. 따라서 비슷한 성능의 라이벌 기종과 교전이 벌어질 경우 승패는 조종사의 능력에 따라 판가름 났다. 무엇보다 패전국의 기체임에도 종전 후에 많은 나라에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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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1936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Bf 109는 제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9년 8월까지 총 2,193기가 제작되어 배치되었다. 이는 같은 시기의 영국과 프랑스가 보유한 동급 전투기와 비교하면 7~20배에 이르는 양이었다. 독일과 영불 연합국이 보유한 작전기는 수량으로만 따지면 얼추 비슷했지만 이러한 질적 격차 때문에 독일이 우위에 있었다. 특히 프랑스 전역 당시까지 Bf 109가 제공권을 완벽히 틀어잡으면서 독일의 일방적 승리를 이끌었다.

전쟁이 격화된 1941년부터는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Bf 외에 아라도, 피젤러 등 독일 국내외의 총 6개 업체에서 생산되었다. 1944년에는 무려 14,152대가 제작되었으며 종전 직전까지 총 33,984대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군용기로는 소련의 IL-2 공격기 다음이고 전투기로는 앞으로도 갱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상 최대의 규모다. 종전 후에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1948년, 스페인에서 1958년까지 생산되었다.

Bf 109는 제2차 대전 내내 독일 및 추축국에서 주력 전투기로 사용되면서 특별히 어느 곳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고 평가하기 힘들 정도다. 다만 항공전사에 길이 남을 대부분의 에이스들 대부분이 사용한 애기였다는 특징이 있다. 당시 연합군 최고의 에이스는 64기의 적기를 격추시킨 소련의 이반 코체더브였는데, 이 기록은 독일 공군에서는 겨우 공동 229위에 불과한 수준이다.

독일 공군은 무려 100기 이상을 격추한 슈퍼 에이스만도 108명이나 배출했다. 이는 Bf 109의 성능과 독일 조종사들의 뛰어난 실력을 입증하는 증거로도 언급되기는 하나 사실 고통의 산물이다. 특정 출격 횟수나 전과를 기록하면 제대하거나 지상 근무로 옮길 수 있었던 연합군 조종사들과 달리 독일의 조종사들은 죽지 않는다면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계속 출격을 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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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Bf 109는 장기간 여러 곳에서 대량 생산되어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변형과 파생형이 많다.

Bf 109A : 융커스 유모 210C엔진,  MG 17 기관총 2정을 탑재한 시제기. 20기 생산

Bf 109B : MG 17 기관총 3정을 탑재한 초도기. 341기 생산

Bf 109C : 기수와 주익에 MG 17 기관총 각 2정을 장착한 화력 강화형. 58기 생산

Bf 109D : 융커스 유모 210D엔진을 탑재한 개량형. 647기 생산

Bf 109E : 1,158마력의 다이믈러-벤츠 DB 601A 엔진을 장착한 초기 양산형. 흔히 에밀(Emil)이라 불린다.

E-1 : Bf 109D를 기반으로 엔진을 환장한 모델. 1,183기 생산

E-2 : 기수에 MG 17 기관총 2정, 엔진 축에 MG FF/M 기관포 1문을 장착한 화력 강화형. 사격 시 진동 문제로 소량만 제작.

E-3 : 기수에 MG 17 기관총 2정, 주익에 MG FF/M 기관포 2문을 장착한 전쟁 초기 Bf 109 양산형.  1,276기 생산

E-4 : MG FF/M 기관포의 성능과 조종사 보호용 장갑판이 개량된 모델

E-5 / E-6 : 기수에 MG 17 기관총 2정만 장착한 정찰기

E-7 : 항속 거리 증가를 위해 투하 식 300리터 보조 연료탱크를 장착한 모델

Bf 109T : 건조 중이던 항공모함 그라프 제펠린 탑재를 목적으로 했던 함재기형

Bf 109F : 신형 엔진 장착을 위해 기수가 전면 재설계 되고 기관포를 1문으로 줄여 엔진 축에 장착한 중기 양산형. 흔히 프레드릭 (Frederick)으로 불린다.

F-1 :  MG FF/M 기관포 장착, 208기 생산

F-2 :  15mm MG151 기관포 장착, 1,230기 생산

F-3 :  DB 601E 엔진 탑재, 소량만 제작

F-4 :  VDM 9-12010 프로펠러 장착, 공기흡입구 개선, 20mm MG151 기관포 장착, 1,841기 생산

F-5 / F-6 : 기수에 MG 17 기관총 2정만 장착한 정찰기

Bf 109G : 고공에서 폭격기 요격에 적합하도록 여압장치가 추가되고 화력, 장갑 능력이 향상된 후기 양산형. 흔히 구스타프(Gustav)로 불린다.

G-1 : 1,775마력의 DB 605A 엔진 장착. 167기 생산

G-2 : 저고도 임무 전담을 위해 여압장치를 제거한 모델. 1,586기 생산

G-3 : 무선장비, 랜딩기어 성능이 향상된 G-1 개량형. 50기 생산

G-4 : 무선장비, 랜딩기어 성능이 향상된 G-2 개량형. 1,242기 생산

G-5 : DB 605D 엔진, MW50 부스터를 장착한 G-3 개량형. 475기 생산

G-6 : DB 605D 엔진, MW50 부스터를 장착한 G-4 개량형. 약 12,000기 생산

G-10 : 2000마력의 DB 605DCM 엔진 장착. 약 2,600기 생산

Bf 109H : Bf 109F-4를 기반으로 한 고고도 전투기였으나 양산에 이르지 못함

Bf 109K-4 : 전쟁 말기 생산성을 위해 구조를 간략화하고 성능을 향상시킨 최종 양산형, 805기 생산　

Avia S-99 : 종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한 Bf 109G-6. 44기 생산

Avia S-199 : 종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한 융커스 유모 211F 엔진 장착형. 559기 생산

HA-1112 : 종전 후 스페인에서 HS 89-12Z(뒤에 롤스로이스 멀린으로 환장) 엔진을 장착해서 제작한 Bf 109G-2. 239기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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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Bf 109G-6)

- 전폭 : 9.97m
- 전장 : 8.95m
- 전고 : 2.60m
- 주익 면적: 16.05㎡
- 최대 이륙 중량 : 3,148kg
- 엔진: DB 605A-1 V12 (1,475hp)
- 최고 속도 : 640km/h
- 실용 상승 한도 : 12,000m
- 전투행동반경 : 850km
- 무장 : MG131 13mm 기관총×2, MG151 20mm 기관포×1
      Wfr. Gr. 21 로켓×2
      250kg 폭탄×1또는 50kg 폭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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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