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1954년 7월 1일에 창설된 일본 해상자위대(海上自衛隊)의 가장 큰 임무는 소련 해군 태평양 함대의 군사 활동에 대한 대응이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현까지 거리가 3,000km 이상인 일본 열도는 4개의 큰 섬과 6,000여 개의 부속 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섬나라의 특성 상 외부에서 침공하려면 반드시 바다를 통과해야만 한다. 따라서 일본은 바다에서 접근하는 외부의 침입을 미리 감시, 차단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2차대전 이후 군대가 모두 해산된 상황에서도 해상보안청의 해양 경비 임무는 유지되었다. 사실 해상자위대도 해상보안청에서 군사 임무를 분리하여 독립한 조직이다.

창설 직후 해상자위대는 예산과 장비가 모두 충분하지 못하였다. 1950년대에 냉전이 격화되면서 소련 해군 태평양함대의 막강한 전력에 직면한 해상자위대는 불충분한 전력으로 넓은 해역을 방어해야만 하였다. 섬나라의 특성 상 일본 열도의 동쪽과 서쪽 해역을 모두 감안하면 6,000km 이상이 넘는 넓은 해역을 방어해야 한다. 이러한 넓은 해역에 함정을 모두 배치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해상자위대는 창설 초기에 미 해군의 교리를 받아들여 항공기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미 해군은 2차대전 당시 길고 힘들었던 대서양 대잠수함 작전에서 넓은 해역을 감시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체험하였다. 미 해군은 1956년에 록히드 P2V-7 넵튠(Lockheed P2V-7 Neptune) 해상초계기 60대를 해상자위대에 군사 원조로 공여하였다. 1950년대 당시 P2V-7 넵튠은 미 해군의 주력 해상초계기로 장시간 비행하면서 넓은 해역을 감시할 수 있는 우수한 기종이었다. 

해상자위대는 1960년대 초반에 P2V-7 기종을 대체하는 차기 해상초계기(P-X) 사업을 추진하였다. P2V-7 해상초계기의 성능에 만족하였던 해상자위대는 기존의 P2V-7 해상초계기를 성능 개량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가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에서 P2V-7 기체에 T64 터보프롭 엔진(turboprop engine)을 탑재하고, 대잠 탐지장비를 개량한 P-2J 해상초계기를 개발하여 83대를 생산하였다. 엔진을 교체하여 비행 성능이 대폭 향상된 P-2J 해상초계기는 1971년부터 실전에 배치되었으며, 1994년에 퇴역할 때까지 단 한 건의 비행 사고 없이 임무를 완수하였다.

해상자위대는 1968년에 P-2J 기종보다 한 단계 높은 대형 해상초계기(PX-L) 사업을 시작하였다. P-2J 해상초계기 국산화로 자신감이 생긴 해상자위대는 국내 개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였다. 그러나 국내 개발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였고, 1977년에는 록히드 P-3C 오라이언(Orion) 해상초계기 도입을 결정하였다. P-3C 해상초계기는 1982년부터 1997년까지 가와사키중공업에서 101대가 면허생산되었다. 200여 대의 P-3C 해상초계기를 보유하는 미 해군과 비교할 때 일본 해상자위대가 100여 대의 P-3C 해상초계기를 도입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일본 방위청(2007년 방위성 승격)은 2000년에 해상자위대 P-3C 해상초계기 후속 기종(P-X), 항공자위대 C-1 수송기 후속 기종(C-X)을 국내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해상초계기를 국내 개발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고 일본 항공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더구나 당시 P-3C 후속 사업(MMA, Multimission Maritime Aircraft)을 추진하던 미 해군이 늦어지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에 따라 일본 내부의 자체 개발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마침내 2001년 5월 25일에 일본 방위청 기술연구본부는 개발 사업을 공고하였다. 같은 해 7월 31일에 일본 항공업체의 제안서를 접수하여 평가한 결과, 기술연구본부는 P-X, C-X 2개 기종의 공통화 개발을 제안한 가와사키중공업을 개발업체로 선정하였다. 한편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 후지중공업(富士重工業) 등 다른 항공업체는 각 부문별로 협력업체로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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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기체

2차대전 이후 일본에서 개발한 항공기 중에서 순수 국산 1호기라고 불리는 P-1 해상초계기는 기체, 엔진, 항공전자, 비행제어 등 모든 분야가 자체 기술로 개발되었다. 특히 고성능 터보팬 엔진(turbofan engine)까지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P-1 해상초계기는 기본적으로 100인승 여객기 규모이며, 장시간 해상초계 임무에 적합하게 4발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P-1 해상초계기, C-2 수송기의 설계를 공통화한 결과 주익, 수평미익, 조종실 창문, 전자 장비 등을 같이 사용하여 250억 엔의 개발 비용을 절감하였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최종 조립, 시험 비행, 수평미익, 미쓰비시중공업은 중앙 및 후방 동체, 후지중공업은 주익, 수직미익, IHI는 터보팬 엔진, 도시바는 전자식 레이더, 일본전기(NEC)는 음향 시스템, 미쓰비시전기는 생존 장비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비행제어

P-1 해상초계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세계 최초로 광섬유 전자식 비행제어(Fly-By-Light)를 실용화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많은 항공기에 적용하는 전자식 비행제어(Fly-By-Wire)에서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다. 종전에는 비행제어 장비에 연결할 때 재래식 구리선을 사용하여 정전기나 전자 간섭에 취약하였고 무게도 무거웠다. P-1 해상초계기의 경우에는 일본 국내에서 비행제어 장치를 개발하면서 재래식 구리선 대신 광섬유를 사용하였다. 이에 따라 배선의 중량과 소비전력이 감소하였고, 전자 간섭에도 강해졌다. 조종실은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어 액정화면 6대, HUD(Head-Up Display) 2대에 각종 정보를 표시한다.

엔진

일본의 YS-11 여객기, T-1/T-2 훈련기, F-1/F-2 전투기는 국내 개발에도 불구하고, 기술 부족으로 엔진은 해외에서 수입하였다. 그러나 P-1 해상초계기에는 IHI에서 개발한 F7-IHI-10 국산 엔진을 탑재하는데 성공하였다. 추력 6톤 급인 F7-IHI-10 터보팬 엔진은 보잉(Boeing) 737 여객기에 탑재하는 최신형 CFM56 엔진보다 약간 작은 엔진이다. 4발 엔진을 탑재한 P-1 해상초계기는 쌍발엔진 항공기보다 해상 비행 안전성이 높다.

레이더

P-1 해상초계에는 도시바(東芝) HPS-106 레이더(radar)가 탑재되어 있다. 해면에 있는 목표물을 찾는데 주로 사용하는 HPS-106 레이더는 일본에서 국내 개발하였으며,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능동 전사주사식 위상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이다. 다른 해상초계기와 달리 기수와 동체 좌측/우측에 3개의 평면배열 안테나가 설치되어 입체적으로 목표물을 탐지하며, 정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전투체계

P-3C 해상초계기의 가장 큰 강점은 대잠 전투체계를 기내에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숙련된 승무원이 수작업으로 수집한 신호 정보를 분석하였다. P-1 해상초계기의 경우 각종 장비로 탐지한 정보를 HYQ-3 정보처리 장비에서 분석하여 승무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탐지한 정보 이외에도 HSA-108 데이터링크(datalink)를 사용하여 외부 정보를 수신하여 융합할 수 있다. HYQ-3 정보처리 장비는 SH-60K 대잠헬기에 탑재한 HYQ-2에서 발전한 장비로 일종의 인공지능을 가진 분석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전자광학탐지장비

P-1 해상초계기의 기수 아래에는 후지쓰(富士通) HAQ-2 FLIR(Forward Looking Infra-Red) 전자광학탐지장비가 탑재되어있다. FLIR 장비를 이용하여 주야간 목표물 탐색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녹화도 가능하다. 공기 저항이 크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기수 내부에 수납하며,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자기탐지장비

적 잠수함의 선체에서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탐지하는 HSQ-102 자기탐지장비(MAD, Magnetic Anomaly Detector)는 기체의 꼬리 부분에 설치되어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잠항 심도가 깊어지면서 효용성이 떨어져 미 해군은 P-8A 포세이돈(Poseidon) 해상초계기부터 폐지하였다. 그렇지만 MAD는 잠항 심도가 얕은 재래식 잠수함의 경우에는 아직도 유용한 탐지 장비이다. HSQ-102 MAD는 캐나다 CAE AN/AWQ-508(V)을 미쓰비시전기(三菱電氣)에서 면허생산한 장비이다.

음향탐지장비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향탐지장비인 JRC HRQ-1 소노부이(sonobuoy)는 P-3C 해상초계기처럼 후방 동체의 아랫면에 있는 발사관에 수납한다. 소노부이 발사관은 모두 38개이며 P-3C(48개) 대비 10개가 감소하였다. 다만 P-3C 해상초계기는 48개 중에서 3개만 비행 중에 기내 재장전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이륙 전에 미리 장전해야만 한다. 그러나 P-1 해상초계기는 일단 이륙한 다음 내부에서 모든 발사관을 재장전할 수 있으며, 회전식 자동장전 장치까지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다.

자체방어

P-1 해상초계기는 적의 위협에 대처하는 자체방어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자체방어 장비는 AN/AAR-60 미사일접근경보장치(MAWS, Missile Approach Warning System), 레이더경보수신기(Radar Warning Receiver), 채프/플레어(chaff/flare) 발사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전파 신호를 탐지하는 HLR-109B ESM(Electronic Support Measures) 안테나는 조종실 위쪽의 돔(dome)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무장

헌터-킬러(Hunter-Killer) 개념을 적용한 P2V-7, P-3C 기종과 같이 P-1 해상초계기도 탐지 장비와 공격용 무장을 동시에 탑재한다. P-1 해상초계기의 전방 동체 아랫면에 있는 폭탄창(bomb bay)에는 Mk.46 경어뢰, 97식 경어뢰, 폭뢰, 기뢰를 탑재한다. 그리고 AGM-84 하푼(Harpoon), 91식 공대함 미사일, AGM-65 매버릭(Maverick) 공대지 미사일은 주익 아래 8개의 파일론(pylon)에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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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P-X 해상초계기는 설계를 거쳐 2004년부터 2대의 비행시제기 제작을 시작하였다. 비행시제 1호기(XP-1)는 9월 28일 초도 비행에 성공하였다. 시제 1호기는 2008년 8월 29일에 기술연구본부에 납품되었다. 비행시제 2호기는 2008년 6월 19일 초도 비행에 하였다. P-1 해상초계기는 2013년 3월 13일에 시험 비행을 마치고, 3월 26일에 가와사키중공업 기후(岐阜) 공장에서 납품식을 가졌다. 해상자위대는 3월 29일에 양산 1호기, 2호기를 아쓰기(厚木) 비행 기지에 배치하였다. P-1 해상초계기의 개발은 1,800명 이상의 기술 인력이 참여하였으며, 3,500억 엔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P-1 해상초계기는 2010년부터 퇴역하는 P-3C 해상초계기 80대를 대체하고자 모두 70대가 생산될 계획이다. 현재 33대분 예산이 승인되었고 20대가 납품되었다. P-3C 해상초계기와 비교할 때 10대가 감소하였지만, P-1 해상초계기의 비행 성능이 향상되어 작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P-1 해상초계기는 현재 해상자위대 아쓰기 비행 기지에 주둔하는 제4항공군 제3항공대, 제51항공대에 배치되어있다.

터보프롭 엔진을 탑재한 P-3C 해상초계기와 비교할 때 터보팬 엔진을 탑재한 P-1 해상초계기는 순항 속도와 상승 한도는 1.3배, 항속 거리는 1.2배 향상되었다. 따라서 비행 기지에서 이륙하여 초계 구역까지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고, 시간 당 초계 면적도 향상되었다.

개량형과 파생형

배치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P-1 해상초계기는 현재 생산 중이다. 과거 P-3C 해상초계기의 경우 해상초계기형 이외에 EP-3 전자신호정찰기(5대), OP-3C 영상정보정찰기(5대)가 별도로 제작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P-1 해상초계기 생산이 마무리되면 점차 노후화되고 있는 EP-3 전자신호정찰기, OP-3C 영상정보정찰기 대체용 기체가 추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보잉 737 여객기급 기체를 가진 P-1 해상초계기의 기체를 활용하여 조기경보기를 개발하려는 검토가 진행 중이다. 한편 비행 시험이 모두 끝난 P-1 시제 1호기는 2015년에 다목적 지원기로 개조되었다.

해외 수출

보잉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동급 기종인 가와사키 P-1 해상초계기는 최근 일본 정부의 방산수출 진흥정책에 힘입어 적극적인 수출 활동을 벌이고 있다. P-1 해상초계기는 2015년 영국에서 열린 RIAT(Royal International Air Tatoo) 행사에 참가하여 처음으로 해외에서 선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해 영국은 보잉 P-8A 해상초계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고, 첫 번째 수출은 좌절되었다. 기대를 걸었던 뉴질랜드도 2018년에 보잉 P-8A 해상초계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프랑스, 독일, 태국, 베트남 등을 대상으로 수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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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P-1

- 형식 : 4발 해상초계기
- 전폭 : 35.4m
- 전장 : 38.0m
- 전고 : 12.1m
- 주익 면적 : 170m²
- 자체 중량 : 3,667kg
- 최대 이륙 중량 : 79,700kg
- 엔진 : IHI F7-IHI-10 터보팬 엔진 (6,100kg) × 4
- 상승 고도 : 13,520m
- 순항 고도 : 10,975m
- 최대 속도 : 996km/h
- 순항 속도 : 833km/h
- 전투 행동 반경 : 8,000km(최대)
- 체공 시간 : 9시간
- 무장(내부) : Mk.46 경어뢰, 97식 경어뢰, 폭뢰, 기뢰
- 무장(외부) : AGM-84 Harpoon 공대함 미사일, 91식 공대함 미사일, AGM-65 Maverick 공대지 미사일 × 8
- 최대 무장 탑재량(외부) : 7,257kg
- 승무원 : 1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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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