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총기의 방정식

우지 기관단총은 이스라엘의 절박한 역사로부터 등장했다. 1세기경 로마에 독립전쟁을 일으키다 실패한 후 전세계로 뿔뿔히 흩어진 유대인은 인종적 편견과 압박 속에서도 각국에서 금융을 휘어잡으며 나름의 영역을 지켜왔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민족주의가 국가의 기조로 자리잡으면서, 유대인들에 대한 유럽 전역의 압박은 심해졌으며, 유대인 스스로 독립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오니즘 운동이 19세기말부터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유대인들은 과거 자신들의 영토였던 팔레스타인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영국은 벨푸어 선언으로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 건설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은 반면 아랍인들에게도 오스만제국에서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맥마흔 선언으로 유대인과 아랍인에게 이중약속을 했다.

이러한 영국의 이중플레이는 유대인과 아랍인들 사이의 갈등을 터트리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나치의 박해에서 살아남은 더욱 많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모여들었고, 1947년에는 UN의 표결로 독립국가의 건설이 승인되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 건설을 선언할 경우, 이스라엘은 요르단, 이집트 등의 주변국으로부터 곧바로 공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스라엘은 아직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외국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무기를 사들일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2차대전 당시의 온갖 중고무기들을 암시장에서 밀수하거나 조그만 조병창을 만들고 불법카피품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적으로부터 노획한 무기도 곧바로 전선에 투입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소총 1만여 정, 기관단총 3,600여 정, 기관총 약 200정을 긁어모아 군대를 무장시켰다. 초기 이스라엘 군들이 보유한 총기를 보면 리엔필드 SMLE, 마우저 Kar 98k 등의 소총은 물론 영국제 스텐, 독일제 MP40 등 기관단총에다가 심지어는 민간용 사냥용 소총과 산탄총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총과 같은 보병무기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섞여서는 탄환조차 제대로 보급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군수지원의 측면에서 이스라엘군의 무장은 재앙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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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엘 갈의 등장

1923년 12월 15일 독일 바이마르에서는 고타트 글라스(Gothard Glas)가 태어났다. 고타트의 아버지인 에리히 글라스(Erich Glas)는 1차대전 당시 독일 육군의 조종사로 항공사진정찰을 개척한 선구자였다. 전후에 그는 예술가로 활동했으며, 특히 구시대 무기에 열정을 가진 무기수집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글라스는 유대인 집안이었고, 그가 태어난지 10년만에 히틀러가 독일을 장악하면서 유대인의 삶은 고달퍼졌다. 마침 그의 부모가이혼하면서 그는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전했다가, 또다시 아버지를 따라 팔레스타인으로 귀향했으며, 이때 고타트는 유대인식의 이름인 '우지엘 갈'로 개명한다.

갈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총기의 설계에 관심과 재능을 보여, 15세에 자동장전석궁을 만들기도 했다. 키부츠 야구르(Kibbutz Yagur)를 졸업하자마자 갈은 유대인 민병조직인 '팔마흐(Palmach)'에 총기엔지니어로 참여했다. 갈은 1943년 총기를 운반하다가 영국군에게 잡혀 2년간 투옥되었다가 석방된 후에, 독립과 동시에 이스라엘국방군(Israel Defense Force; 이하 IDF)에 입대하여 1948년 제1차 중동전을 치른 후에 장교로 임관했다.

애초에 비밀군사조직을 위해 총기를 밀수하고 제작했던 조병창은 독립과 함께 국가 조병창으로 바뀌었다. IDF를 위한 총기를 제작하기 위해 IDF 병기국이 설립되어 카임 카라 소령이 초대 국장이 되었으며,실무자로 우지엘 갈 중위가 선임되었다. 갈은 장교양성과정에서 자신의 기관단총을 설계하면서 지휘부의 주목을 받아 병기국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당시 IDF는 스텐을 교체할 신형 기관단총을 요구했고, 병기국에서는 카라와 갈이 서로 경쟁하면서 신형 기관단총의 설계를 위해 매진했다.

IDF의 설계노력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총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총기를 참조하는데서 출발했다. 이스라엘은 1940년대말 체코의 CZ로부터 다양한 총기들을 수입했는데, 그 중에서도 Sa.23/24/25/26 등 다양한 기관단총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들 기관단총은 바츨라프 홀레첵(Vaclav Holeček)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다른 기관단총들과는 달리 방아쇠울 앞쪽이 아니라 권총손잡이에 탄창이 삽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확장식 노리쇠를 채택하여 기존의 총기들보다 노리쇠 공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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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의 등장

카라와 갈은 각각 CZ의 기관단총에 바탕한 설계를 완성했다. 두 설계자 모두 권총손잡이 삽입 탄창과 확장형 노리쇠를 채택한 설계안을 제안했다. 카라의 K-12 설계안은 사격과 정비가 편리하고 양산도 쉬운 고성능의 총기였다. 반면 갈의 설계도 기본적인 구조는 유사했지만 고가의 공정을 피하고 프레스 가공으로 싸고 쉽게 양산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부품의 숫자도 12개나 적었다.

1951년 드디어 두 설계안의 총기를 놓고 시험평가가 실시되었다. K-12는 12정이 우지엘의 총기는 5정이 만들어져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서 시험이 반복되었다. 시험결과 양쪽 총기 모두 성능은 만족했지만, 문제는 양산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신생국가인 이스라엘로서는 K-12는 너무도 비싼 총기였으므로, 우지엘 갈의 설계가 최종적으로 채용되었다. 새롭게 선정된 기관단총은 우지엘의 이름에서 착안된 '우지(Uzi)'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갈은 애초에 이러한 명명에 반대했었다고 한다.

1952년 갈은 자신의 설계로 특허권을 취득했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추가적인 시험평가를 거친 후에 새로운 우지 기관단총을 채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1954년 3월이 되자 병기국은 우지 기관단총 8천정과 탄창 8만개의 생산을 국가조병창에 발주했다. 이렇게 우지 기관단총은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일선에 배치된 우지 기관단총은 장병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9mm 파라블럼탄을 분당 600발로 쏟아내는 우지 기관단총은 사격과 제어가 편리했으며, 무게배분도 훌륭하여 한 손으로도 사격이 가능했다. 특히 권총손잡이에 탄창을 삽입하는 방식이어서 야간이나 전투 스트레스 속에서도 쉽게 탄창교환이 가능했다. 야전분해도 쉽고 부품도 적어서 관리조차 편했다. 우지 기관단총을 계속 양산되어, 이미 1956년 시나이 전쟁 때까지 IDF 일선부대는 대부분 우지를 지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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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 전 세계로 뻗어가다

우지 기관단총이 IDF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이제 해외에서 우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가조병창인 IMI(Israel Military Industry)는 이제 유럽 총기시장에 진출을 시작했다. 1950년대 중반에 유럽 총기회사들은 아직 새로운 기관단총을 선보이지 못했는데, 그 공백을 우지 기관단총이 파고 든 것이다. 첫 기회는 네덜란드 육군으로, FN FAL로 제식소총을 바꾼 네덜란드는 이를 보조할 기관단총을 찾고 있었다. 우지는 MP 40이나 칼 구스타프, 마드센, 스털링 등 유수의 기관단총을 제치고 네덜란드 군의 제식화기로 선정되었다.

IMI는 유럽에서 기회를 확인했지만 수요가 급증할 경우 자국에서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파트너로 벨기에 FN 헤스탈과 접촉하여 우지의 유럽판매를 제안했다. FN은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1958년 FN은 IMI와 협약을 통해 우지의 면허생산 및 판매권을 획득했다. FN이 나서자 판매는 급증하여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기관단총 시장은 우지가 장악했다.

특히 우지 기관단총은 기관단총 중에서도 작은 크기여서 휴대성이 핵심이었던 전차나 장갑차의 승무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물론 특수부대는 우지를 지극히 선호했고, 공수부대들에게도 우지는 인기를 끌어 제식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로디지아에서도 우지의 면허생산에 들어가 아프리카 시장에서 판촉을 담당했다.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US Secret Service; USSS)이 우지를 채택한 것도 마케팅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1982년에 이르자 IMI는 전세계적으로 모두 1백만 정의 우지 기관단총이 팔렸음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반면 1970년대부터 기관단총 시장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AK-47 소총이 퍼져나가면서 더 이상 권총탄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으로는 이에 대항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M16 소총이 등장하고 그 단축형인 CAR-15 들이 나타나면서 대체품목까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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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장을 찾는 몸부림

이렇게 시장 자체가 줄어들자 IMI는 새로운 고객국가를 찾는 한편, 우지 기관단총 자체의 개량도 고려하게 된다. 특히 IMI가 찾은 새로운 시장은 세계 최대의 총기시장인 미국의 민수시장이었다. 군용 소총의 수입을 금지한 1968년 총기규제법을 피해가기 위해, IMI는 총열을 409mm로 늘리고 단발 사격만이 가능하도록 한 '우지 카빈'을 선보였다. 특히 이들 총기는 연발로 개조될 수 없도록 클로즈드 볼트 방식으로 개조되었다. 또한 미국 고객의 다양한 입맛에 맞도록 9mm 탄 이외에도 45ACP, 22LR, 41AE탄 등 다양한 탄종을 발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민수용 우지는 1980년부터 액션암스라는 유통사를 통하여 미국으로 수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0년 IMI는 우지의 길이를 더욱 줄인 '미니 우지(Mini Uzi)'를 선보였다. 애초에 개머리판을 접으면 47cm로 짧았던 우지 기관단총은 미니 우지에 이르러서는 전체길이가 36cm로 더욱 줄어들었다. 또한 상당한 무게의 2단접이식 철제 개머리판을 대신하여 경량의 철사식 개머리판을 채택했다. 더우기 총기의 작동방식을 기존의 오픈볼트와 동시에 클로즈드 볼트 버전도 출시했다. 다만 크기가 줄어들면서 발사율은 증가하여 분당 1,100발에 이르렀다.

이러한 우지의 변화는 명백히 경찰과 보안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미 컴팩트 기관단총이라는 분야에는 MAC-10과 MAC-11이 버티고 있었지만, 명중률과 신뢰성을 가진 미니 우지가 등장하자 시장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지는 기존의 2가지 버전에 더하여 볼트 무게를 늘림으로써 분당발사율을 낮춘 헤비볼트 모델까지 선보였다. 1987년에는 미국의 총기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단발 발사만 가능한 민수용 미니우지가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던 IMI는 1986년에는 드디어 MAC-10과 거의 유사하게 크기를 작게 만든 '마이크로 우지(Micro Uzi)'를 출시했다. 마이크로 우지는 개머리판을 펼쳐도 길이가 48.6cm였고, 개머리판을 접으면 전체 길이가 28.2cm에 불과했다. 역시 작아진 크기는 발사율에 큰 영향을 미쳐 초기 오픈볼트 모델은 분당 발사율이 1,700발에 이르렀지만, 추후에 출시된 클로즈드 볼트 모델은 분당 1,050발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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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우지

마이크로 우지의 등장은 MAC-10이 채워주지 못하던 공백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MAC-10/11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마이크로 우지는 신뢰성 있는 무기로서 전세계 특수부대와 경찰에 채용되면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며 여전히 만들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되면서 IMI는 총기 제작분야를 전담하도록 새롭게 설치했던 IWI(Israel Weapon Industry)를 2005년 SK그룹에 매각했고 이후 IWI는 민수회가 되었다. 이미 풀사이즈의 우지는 이스라엘 생산을 끝내고 해외의 면허생산만이 진행중이었지만, 미니 우지와 마이크로 우지는 IWI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총기에 필수인 피카티니 레일이 여전히 장착되지 않는 등 기존 총기의 한계가 있음을 명백히 인식한 IWI는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하는 SF 버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전손잡이를 총기 윗부분에서 좌측으로 옮기면서 피카티니 레일의 장착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2010년 IWI는 21세기의 새로운 우지 기관단총으로 '우지 프로(Uzi Pro)'를 출시했다. 기본적으로 클로즈드 볼트 방식의 마이크로 우지를 바탕으로 피카티니 레일을 채용했으며, 아랫총몸은 폴리머 플라스틱을 채용했다. 이외에도 총구에 소음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개머리판도 칙패드를 장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우지프로도 민수화를 하여 권총으로 판매하면서도, 피스톨 브레이스 형식의 개머리판 대용품까지 적용했다.

우지엘 갈은 2002년 사망하고 없지만, 우지는 21세기에도 현장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AK-47이나 M16만큼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존재했기에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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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남대와 신안산대 등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