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냉전시절 체코슬로바키아는 AK-47을 채용한 다른 동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자국산 Vz 58 자동소총을 채용해왔다. 1960년대초부터 실전배치가 시작된 Vz 58 소총은 외양상은 AK와 유사하지만 내부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적용하여 더욱 개선된 총기를 만들었다. Vz 58은 이미 신뢰성이 높은 AK-47이나 AKM보다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이 넘어 공산권의 종주국인 소련이 7.62x39mm탄을 대신하여 소구경탄인 5.45x45mm을 채용했다. 이에 따라 체코도 1977년 소구경 탄을 사용하는 새로운 총기의 개발을 시작했다.

신형 소구경 소총의 개발은 '라다(Lada) S' 연구로 시작되었다. 체코군은 신형 소총의 개발을 숨기기 위해 슬로바키아 여성의 이름으로 흔히 쓰이는 '라다'라는 암호명을 붙였는데, 이는 후에 신형 소총의 이름으로도 불렸다. 라다는 소련의 신형 5.45mm 탄을 사용하는 신형소총이 될 터였다. 라다의 초기연구는 브루노 연구개발센터의 밀로슬라프 피셰르(Miloslav Fisher)가 담당했고, 개발은 보후밀 노보트니(Bohumil Novotny)가 담당했다. 신형 '라다' 소총은 마치 소련의 AKS-74, AKS-74U, RPKS-74처럼 기본형 소총-기관단총-분대지원화기(모두 접철식 개머리판 채용)로 구성되는 보병무기체계로 개발되었다.

신형소총의 설계는 1985년말이 되어서야 완성되었고, 1986년에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시제품의 시험평가는 3년만에 종료되었고, 드디어 1989년 11월 라다 소총의 양산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신형소총의 양산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하여 좌절되었다. 1989년 수많은 동구권국가들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면서 공산당 정부가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1989년 6월 자유노조연대의 약진으로 폴란드 공산정권이 붕괴했고, 11월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체코슬로바키아도 11월 학생들의 평화시위를 기점으로 모든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하면서 11월말 공산정권이 무너지게 되는데, 이를 벨벳혁명이라고 부른다.

벨벳혁명은 체코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주었지만, 라다 소총에게는 재앙이었다. 1990년 2월에 이르러서 라다 소총은 양산 준비가 끝났지만 그 누구도 신형소총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육군은 무일푼이었고, 국가는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들 사이의 갈등으로 찢어지기 직전이었다. 결국 1993년 벨벳 이혼을 통하여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2개 나라로 분리되었다. 국가가 분리되고 군대가 반토막 나면서 애초에 30만정을 생산할 계획이던 라다 소총의 양산도 불확실해졌다. 게다가 라다를 양산할 체코 최대의 총기회사인 CZ는 민영화되었다.

한편 소련 붕괴 후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붕괴되면서 체코는 NATO에 가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소총의 탄환도 5.56x45mm NATO탄을 채용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STANAG 규격 탄창을 채용하지 않았어도 5.56mm탄을 사용하는 라다 소총이 등장했다. 이후 CZ는 라다를 좀더 가다듬어 CZ 2000 LADA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발매했지만, 체코 육군의 관심을 끄는데는 실패했다. 1999년 드디어 NATO에 가입한 체코는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다. 비록 아직 신형 소총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파병과정에서 체코 육군은 특수부대를 위하여 부시마스터 M4A3를 구매했다.

라다보다 더욱 진보한 신형소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CZ는 이미 '프로젝트 805'라는 사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5년말이 되자 CZ는 라다를 대신하여 CZ XX라는 명칭으로 신형소총의 개발을 시작했다. 갑자기 신형소총을 개발하기 힘들었던 CZ 는 라디슬라프 핀도라크(Ladislav Findorák)이라는 전직 육군장교를 불러들였다. 과거 LCZ라는 총기를 설계했던 핀도라크는 짧은 기간 내에 신형소총의 설계를 완료했고 이에 따라 라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소총인 CZ S805이 등장했다. CZ S805는 총열과 약실을 바꾸어 원하는 탄종을 사용하게 하는 모듈러 소총의 개념으로 FN SCAR와 같은 총기의 영향을 받았다. CZ는 2006년 11월에 S805 소총을 체코 육참총장 앞에서 시연했지만, 육군은 도리어 부시마스터 소총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후 CZ는 각종 방산전시회에 S805 소총을 출품하면서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마케팅과 동시에 CZ는 S805을 양산총기로 완성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 양산할 총기는 'CZ 805 브렌(BREN)'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3년만인 2009년 11월 드디어 체코 육군은 차기소총사업을 시작했다.

체코군의 차기소총사업에는 무려 27개의 모델이 출품되었으나 최종 후보로는 오직 2개의 소총만이 남았다. 바로 FN SCAR와 CZ 805 브렌이었다. 두 총기는 거의 비슷하게 우수했지만 당연히 체코군은 자국산 CZ 805의 손을 들어주어, 2010년 2월 1일 CZ 805 브렌의 차기소총 선정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체코군은 CZ사에 805A1(기본형), A2(카빈형), G1(유탄발사기) 등 약 8천 정의 소총을 발주했다.

한편 CZ는 805 브렌의 개량형을 만드는 '프로젝트 806'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806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소총은 CZ 806 브렌 2로 불리게 되었는데, 기존의 805 브렌 소총보다 무게를 500g 정도 줄였으며, 총기의 아랫총몸을 조금 더 인체공학적으로 바꾸는 등의 개량을 가했다. 신형 806 브렌2도 체코 육군에 도입되어 2016년 1월 육군은 CZ 806 2,000여정을 G1 유탄발사기 800여 정과 함께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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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CZ 805 브렌은 애초에는 모듈러 소총이라고 불렸다. 즉 총열과 약실 등의 어셈블리를 바꾸면 다른 탄총의 탄환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실제로 총열어셈블리는 좌우 3개씩 총 6개의 스크류만 제거하면 쉽게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자 입장에서는 개별탄종을 선정하여 사용하므로 실제 모듈러 성능을 감안하여 다양한 구경을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총열은 해머포징으로 뛰어난 내구성과 정밀도를 자랑한다.

크게는 A모델과 B모델로 나뉘는데, A모델은 5.56x45mm NATO, 6.8x43mm SPC, 7.62x39mm 탄 등 대표적인 돌격소총 소총탄을 사용할 수 있으며, B모델은 7.62x51mm NATO탄에 더하여 강력한 .300 윈체스터 매그넘 탄환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FN SCAR과 유사하게 A모델이 SCAR-L에 B모델이 SCAR-H에 해당한다. 또한 각 모델은 1,2,3 등의 숫자로 구분되는데 1이 기본형 소총, 2가 카빈, 3이 분대지원화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A2이면 5.56mm 카빈, B1이면 7.62mm 기본형 소총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탄창은 독일의 HK G36처럼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을 채택하고 있으나, NATO 표준의 STANAG 탄창을 사용할 수 있다.

SCAR와의 유사성은 이에 그치지 않아, CZ 805는 쇼트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가스압은 2단계로 구분이 가능하여 소음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가스조절장치와 가스피스톤은 180도로 돌리면 손쉽게 제거되어 청소하기가 용이하다. 무엇보다도 회전식인 노리쇠는 매우 부드럽게 작동하고, 반동제어도 상당히 쉬운 편에 속한다. 이로 인하여 CZ 805 브렌 A1의 경우 정밀도가 4MOA로 평가되는데, 소총치고는 상당히 정밀한 편에 속한다.

윗총몸은 포징가공된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매우 단단한 구조를 자랑하며, 아랫총몸은 폴리머 재질이다. 그러나 총기는 절대로 가볍지 않아 처음 등장했을 때는 4.2kg이었다가 다이어트를 통해 3.6kg까지 무게를 줄였지만 여전히 무거운 편이다. 분해는 간단하여 윗-아랫총몸을 결합하는 앞쪽의 핀을 제거하고 앞쪽부터 당기면 총몸이 손쉽게 제거된다. 윗총몸에는 피카티니 레일이 달려있는데,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레일의 중간을 비워놓았다. 측면에는 나사고정식으로 피카티니 레일을 부착할 수 있지만, 통상은 측면은 파지가 편하게 레일 대신 금속으로 된 덮개가 달려 있다.

장전 손잡이는 왼쪽에 달려 있어 통상 오른손잡이인 사수들이 손쉽게 장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장전손잡이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바꿀 수 있게 하여 왼손잡이 사수들도 충분히 고려했다. 노리쇠 멈치가 달려 있어 노리쇠를 후퇴된 상태로 고정시킬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버튼을 누른다고 노리쇠가 후퇴보정상태에서 해제되지 않는다. 해제하기 위해서는 장전손잡이를 뒤로 당겨야 한다.

장전손잡이와 가스피스톤 작동부 덕분에 윗총몸은 꽤나 높이가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하여 연발시 윗총몸을 감싸쥐고 사격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장전손잡이가 앞뒤로 움직이므로, 아랫총몸의 탄창결합부 쪽으로 쥐고 사격하는 경우는 장전손잡이에 손가락이 닿으면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 파지법에 주의를 요한다.

격발은 2단계 방아쇠를 채용하여 5파운드 정도의 방아쇠무게로 짧게 당기면 중간에 걸리는 듯하다가 격발된다. 방아쇠를 당기는 거리가 짧아 단발로 여러 발을 당기는데 방해는 없다. 사격모드는 안전-단발-2점사-연사로 구성되었다. 사수들의 지적사항은 안전장치의 위치인데 각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자연스러운 사격모드 조절이 쉽지 않다.

한편 CZ 805의 개량형인 CZ 806 브렌 2에서는 모듈러 성능이 더욱 강화되어 총열 교체작업에 조금 더 쉬워졌고 총열도 8인치, 11인치, 14인치 등으로 다양해졌다. 또한 총기가 파지시에 좀더 인체공학적으로 잡기 편하도록 설계되었다. 한편 실전에서 별다른 소용이 없다고 평가되던 2점사 기능은 브렌2에서는 완전히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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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CZ 805 브렌은 2010년 2월 1일 체코 육군의 제식소총으로 채용되었다. 2010년 3월의 초도계약에서 CZ 805A1 6,687정, CZ 805A2 1,250정, 그리고 피타티니 레일에 장착하는 유탄발사기인 CZ 805G1 397정이 발주되었다. 이와 함께 조준기구로는 메옵타(Meopta)사의 ZD-Dot 도트사이트와 BUIS 가늠자/가늠쇠 세트가 채용되었다. 한편 특수부대는 여기에 옵션을 더하여 메옵타의 DV-Mag3 3배율 확대경, NV-Mag3 야간 3배율 확대경, DBAL-A2(AN/PEQ-15A) 레이저표적지시기도 같이 구매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배치가 시작되어 체코 전군이 CZ 805로 무장했으며, 경찰까지도 채용했다.

해외에서는 이집트가 CZ 805 브렌 A1을 채용했고, 이후 이집트 공수부대들이 CZ 806 브렌2 7.62x39mm 탄 버전을 채용했다. 최근에는 이집트 보안부대가 CZ 807까지 채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헝가리가 자국산 AK-63D 소총을 교체하기 위하여 CZ 806 브렌2를 채용했다. 이와 더불어 헝가리는 CZ의 신형 기관단총인 스콜피언 EVO도 채용했는데, 자국에서 면허생산을 하기로 했다. 벨벳이혼으로 체코와 갈라선 슬로바키아도 CZ 805를 구매했고,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의 해군특수부대인 코파스카(Kopaska), 멕시코의 연방경찰도 채용했다.

그러나 소수나마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프랑스의 대테러부대인 GIGN가 기존의 HK416을 대체하여 CZ 806 브렌 2를 구매한 일이었다. 특히 GIGN는 5.56mm NATO탄이 아니라 7.62x39mm탄 버전을 선택했는데, 이는 2015년에 발생했던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본사의  테러공격으로 인한 여파 때문이었다. 당시 테러의 주범인 쿠아치 형제(Chérif & Saïd Kouachi)는 방탄조끼를 입고 GIGN에 대항했는데, 9mm 권총탄은 물론이고 5.56mm 소총탄조차 범인을 제압하는데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GIGN는 모두 68정의 CZ 806 브렌2 소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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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CZ 805 브렌 A1: 14인치 총열을 채용한 기본형 소총

CZ 805 브렌 A2: 11인치 총열을 채용한 카빈

CZ 805 브렌 S1: 미국 시장을 겨냥하여 16인치 총열을 채용한 민수용 소총. 민수용이므로 2점사와 연발기능은 제거되었다.

CZ 805 브렌 S1 권총: 미국 시장을 겨냥하여 개머리판을 제거한 11인치 총열의 S1 권총형. 2018년 이후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CZ 806 브렌2: CZ 805 브렌의 개량형. 총열은 기본형 소총이 14인치, 카빈형은 11인치로 5.56mm와 7.62mm가 동일하나, 기관단총형은 5.56mm가 8인치, 7.62mm가 9인치이다. 2점사 기능이 제거되었고, 전반적으로 설계가 인체공학적으로 바뀌었다.

CZ 806 브렌2 BR: CZ 806 모델 가운데 강력한 7.62x51mm NATO탄을 사용하는 자동소총으로, BR은 Battle Rifle(전투용 소총)의 준말이다. 배율조준경을 장착하여 지정사수소총으로 쓸 수 있다.

CZ 807: CZ 806 브렌2 가운데 7.62x39mm 탄을 사용하는 모델만을 별도로 독립하여 만든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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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CZ 805 브렌 A1 기준)

작동방식: 쇼트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탄종: 5.56x45mm NATO 또는 7.62x39mm
중량: 3.6kg
전장: 930mm (접철시 875mm)
총열: 360mm (14인치)
강선: 7인치당 1회전, 6조 우선
정밀도: 4MOA
장탄수: 30발들이 탄창
유효사거리: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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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국제협력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