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제1차 대전에 뒤늦게 참전한 미국은 처음 경험한 전차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아직은 성능이 미흡했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풍부했기에 전후 미국은 직접 전차를 개발하면서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육지로 접한 강력한 적대 세력이 없다 보니 전차는 군부의 투자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30년대가 되었을 때 유럽 열강들의 전차와 비교해 성능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그러던 미국에게 1940년 5월에 있었던 독일의 프랑스 침공전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독일의 3호, 4호 전차들이 불과 6주 만에 프랑스를 굴복시킨 주역이 된 것이었다. 물론 이들 전차만으로 전격전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시 독일이 도태시키기 시작한 1호, 2호 전차와 비슷한 수준의 저성능 전차만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은 다급해졌다.

4호 전차를 모델 삼아 즉시 개념 연구에 나선 육군은 보병을 가까이서 지원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단독으로 전선 돌파도 가능한 중형(中型)전차를 개발 목표로 삼았다. 미국이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도 있었기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했다. 기관총도 변변한 것이 없어서 영국, 프랑스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싸웠던 지난 제1차 대전 당시의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1940년 7월, 미 육군은 전 단계로 기존 M2 중형전차 차체에 신뢰성이 입증된 75mm 포를 탑재한 M3 중형전차 제작에 착수했다. 폴란드 전역, 프랑스 전역의 결과를 비교 검토한 결과 M2의 주포인 37mm 포로 향후 전차전에서 우위에 설 수 없음이 확인되었기에 일단 화력을 강화한 개량형으로 신예 전차 확보 전까지 전력을 확충하려는 시도였다. 그만큼 경쟁국에 비해 좋은 전차를 보유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미국은 다급했다.

이렇게 시간을 번 틈을 타 1년 만에 개발을 마친 신형 전차는 1941년 8월 2일에 M4라는 제식 부호를 부여받고 생산에 나설 수 있었다. 항상 따라다니는 셔먼이라는 애칭은 처음부터 붙었던 것이 아니라 이를 대량 사용한 영국군이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지휘관이던 셔먼(William T. Sherman)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M4가 이처럼 빨리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기존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초기형 기준으로 서스펜션, 구동 장치 등은 M2, M3의 것을 개량해 사용했고 주포는 M3을 통해 성능이 입증된 75mm 포를 회전식 포탑에 장착했다. 엔진도 새롭게 개발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항공기용으로 사용 중인 기존 성형엔진을 장착했는데, 전고가 높다 보니 처음부터 차체의 공간이 넉넉하게 설계되었다. 덕분에 추후 개조가 용이해서 다양한 개량형, 파생형이 등장했다.

그런데 M4는 전쟁 말기에 독일의 5호 전차 판터(Panther), 6호 전차 티거(Tiger)와의 대결에서 일방적이라 할 만큼 곤욕을 치렀기에 약체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M4는 이들과 급이 다른 중형전차다. 미국의 중(重)전차 개발이 늦었기에 M4가 모든 전투를 담당하면서 희생이 커졌던 측면이 있다. 적어도 탄생 당시 기준으로는 동급이라 할 수 있는 4호 전차나 소련의 T-34와 비교해서 결코 밀리지 않는 성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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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초기에 탑재한 75mm 포는 고속 연사가 가능해 근접 보병 지원에 적합했고 대전차전을 벌일 경우 4호 전차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이론 상으로 티거의 측면도 격파가 가능한 수준이나 위치를 선점해 가까이 근접해야 했으므로 실제로는 전과를 올리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후기에 등장한 고속의 76mm 포를 장착한 모델도 역부족이어서 3인치 대전차포, 90mm 포, 17파운더 포 등을 올린 다양한 화력 강화형 변형이 등장했다.

방어력은 전쟁 말기에 주 교전 상대였던 독일의 중전차들에게 쉽게 격파 당해 미약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지만 동급 전차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약한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 M4 보다 덩치가 큰 소련의 중전차들도 판터나 티거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전고가 높고 넓어서 공격 당하기 쉬웠고 측면 방어력이 빈약하여 쉽게 격파 되고는 했다. 차체는 초기에 주조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용접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동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다. M4는 차체에 비해 엔진이 강력한 편이다. 그래서 신속히 치고 들어가 위치를 선점한 후 전투를 벌인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주행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특히 VVSS 현가장치는 험지에서 등판 능력, 돌파력 등이 부족해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전쟁 말기에 광폭 궤도를 사용한 HVSS 현가장치가 장착되면서 주행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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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처음에는 리마(Lima) 기관차 공작창에서만 생산되었지만 일본의 진주만 급습 이후 여러 업체가 나누어 양산했다. 1945년 7월까지 개량형, 변형, 파생형을 포함해 무려 49,234대가 제작되었다. 이는 제2차 대전 당시 소련의 T-34 다음의 생산량이다. 어쩌면 개별 성능으로는 독일 전차들이 뛰어났음에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던 이런 어마어마한 물량이 M4가 전쟁에서 승리한 전차로 기록된 가장 큰 이유였다.

미국 이외 40여 국에서 사용했는데, 그중에는 17,181대를 공급받은 영국, 3,664대를 공급받은 소련처럼 좋은 미국산 전차를 생산해서 사용 중인 나라들도 있었다. 특히 소련 육군은 M4를 T-34에 뒤지지 않는 좋은 전차로 평가했다. 이처럼 많이 생산되고 여러 곳에서 사용되다 보니 제2차 대전 이후에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중동전쟁, 인도-파키스탄전쟁처럼 수많은 전쟁, 분쟁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M4는 사용자가 현지 목적에 맞게 개발한 파생형이 많은 전차이기도 하다. 특히 이스라엘이 개량한 M50, M51은 중동전에서 T-55를 격파하였고 이후 M60 HVMS라는 이름으로 칠레에 수출된 개량형은 21세기 초까지 사용되었다. 파라과이에서는 지난 2018년까지 3대의 M4를 운용했을 정도로 대단한 노익장을 과시했다. 여러 상황 때문이지만 기본적인 성능이 나빴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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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4 : 콘티넨털 R975 성형엔진, 75mm M3포

M4(105) : 단축 105mm M4곡사포

M4(105) HVSS : 단축 105mm M4곡사포, HVSS

M4A1 : 단일 주조 방식

M4A1E6/M4A1(76)W : 76 mm M1포

M4A1E8/M4A1(76)W HVSS : 76mm M1포, HVSS

M4A1E9 : 75mm 포, HVSS, 장갑 및 포탑 개량

M4A2 :  용접 방식, GM6046 디젤엔진, 75mm M3포

M4A2E8/M4A2(76)W HVSS : 76mm M1포, HVSS

M4A3 : 포드 GAA V-8 엔진

M4A3(75)/M4A3(75)W : 75mm M3포

M4A3(105) : 단축 105mm M4곡사포

M4A3(105) HVSS : 단축 105mm M4곡사포, HVSS

M4A3E2 : 증가장갑 장착

M4A3E6/M4A3(76)W: 76mm M1포

M4A3E8/M4A3(76)W HVSS : 76mm M1포, HVSS 특별히 이지에이트(Easy Eight)라 불린다.

M4A3E9 : 75mm M3포, HVSS, 장갑 및 포탑 개량

M4A4 : 크라이슬러 A57 엔진, 75mm M3포

M4A4(105) HVSS : 단축 105mm M4곡사포, HVSS

M4A6 : 캐터필러 D200A 엔진, 75mm M3포

M7 GMC : 105mm 자주곡사포

M12 GMC : 155mm 자주곡사포

M30 CC : 화물 수송차량

M40 GMC : 155mm 자주곡사포

M43 GMC : 8인치 자주곡사포

M10 GMC : 3인치 주포 구축전차

M36 GMC : 90mm 주포 구축전차

M32 구난전차

M74 구난전차

셔먼 DD : M4A2 기반 상륙전차

셔먼 파이어플라이(Sherman Firefly) : 17파운더포

M4 가교전차

M4 도저전차

라이노(Rhino) : 전면 하부에 삽날을 장착한 잡목 지대 개척용 전차

T34 다연장로켓 : 4.5인치 로켓

T40 다연장로켓 : 7.2인치 로켓
 
T72 다연장로켓 : T34 단축발사관형

M4A3R3 화염방사전차

캐나다 배저(Badger) : M4A2 기반 현지 개량 화염방사전차

캐나다 캥거루(Kangaroo) : M4A2 기반 현지 개량 병력수송장갑차

멕시코 M32 : 8V-92-T M32B1 디젤엔진으로 환장한 현지 개량 구난전차

인도 VA/M4A4(76) : 영국군 공급분 M4A4 현지 개량형

아르헨티나 레포텐샤도(Repotenciado) : 영국군 공급분 M4 현지 개량형

이집트 : M4A4 차체에 AMX-13 경전차의 FL-10 포탑을 결합한 현지 개량형

이스라엘 M-50 : 프랑스 CN 75-50 75mm 포로 화력을 강화한 현지 개량형

칠레 M60 HVMS : M-50에 IMI-OTO 60mm 포를 장착한 칠레 공급용 이스라엘 현지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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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생산업체: ALOC 외
- 도입 연도: 1941년
- 중량: 33.4~42.0톤
- 전장: 5.84~6.27m
- 전폭: 2.66~2.99m
- 전고: 2.74~2.97m 
- 장갑: 12.7~177.8mm
- 무장: 75mm M3포×1 외 
        12.7mm M2기관총×1
        7.62mm M1919A4 기관총×2
- 엔진: 콘티넨털 R975 성형엔진 엔진 400마력(298kW) 외
- 추력 대비 중량: 10.46마력/톤 외
- 서스펜션: VVSS, HVSS
- 항속거리: 161~241km
- 최고 속도: 35~-4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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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