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특히 태평양 전쟁은 항공모함의 위력이 여실히 입증된 전장이었다. 전쟁의 시작을 알린 일본의 진주만 급습, 커다란 변곡점이었던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 산타쿠르즈 해전 그리고 사상 최대였던 레이테만 해전 등 모두가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항공대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었다. 그런데 핵폭탄이 대전쟁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차후에 있을지 모를 전쟁에 대한 사상이 급격히 변화했다.

이제는 전선에서 밀고 당길 필요 없이 폭격기가 적의 중심에 핵폭탄을 투하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게 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후 군비 감축을 실시하면서 지금까지 사용해 온 여러 무기들도 필요 없다면 미련을 두지 않고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그중에는 항공모함도 있었다. 1949년, 초대형 항공모함 CVA-58 유나이티드 스테이츠(United States)가 건조를 시작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제작이 취소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항공모함이 여전히 전략적 기동 타격 수단으로써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덕분에 사장될 것 같았던 초대형 항공모함 프로젝트가 부활하면서 1955년 취역한 CV-59 포레스탈(Forrestal)을 시작으로 미국은 본격적인 슈퍼캐리어(Super Carrier) 시대에 진입했다. 4척의 동급 함을 만들어 배치한 후 1956년부터 개량형인 키티호크(Kitty Hawk)급의 제작을 이어갔을 만큼 행보가 거침없었다.

미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1958년 2월 4일, 무기사에 새로운 역사를 쓴 CVN-65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의 건조에 나섰다. 일사천리로 제작을 완료하고 1961년 11월 25일, 취역한 엔터프라이즈는 사상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이자 역시 최초로 함정용 위상배열레이더인 SCANFAR를 장착한 당대 최신 기술의 집합체였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불침(不沈)의 전설을 쓴 CV-6의 이름을 승계했을 만큼 기대는 대단했다.

하지만 총 6척의 동급 함을 획득하려는 최초 계획은 취소되었고 엔터프라이즈만으로 프로그램은 종료되었다. 건조 중 깜짝 놀랐을 만큼 제작 비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었다. 4억 5천만 달러의 획득가는 함께 제작 중이던 키티호크급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2019년 현재가로 환산할 때 40억 달러 정도이므로 사실 니미츠급 후기형의 60억 달러, 최신 제럴드 R. 포드급의 130억 달러에 비하면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 투입되었어도 당시에는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다 보니 이런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엔터프라이즈의 작전 효과가 좋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후속한 2척의 항공모함은 재래식 동력함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배치 직후 발발한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엔터프라이즈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미국은 CVN-68 니미츠(Nomitz) 이후의 항공모함은 핵추진 방식으로 건조할 것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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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탄생 당시에 엔터프라이즈는 사상 최대의 군함이었다. 93,970톤의 만재 배수량은 이후 니미츠급, 제럴드 R. 포드급에게 추월당하지만 342m의 길이는 여전히 이들보다 길다. 비행갑판의 크기는 선체의 크기와 비례하므로 이 역시 사상 최대다. 물론 크기가 크다고 반드시 작전 효율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제2차 대전 형 항공모함과는 가히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전작인 포레스탈급, 키티호급보다도 뛰어났다.

보이지 않는 내부에 위치하지만 8기의 A2W 원자로는 엔터프라이즈를 이전의 항공모함들과 뚜렷하게 구별시키는 기준이다. 총 28만 마력의 힘을 발휘해서 니미츠급의 26만 마력보다 강력하나 니미츠급은 2기의 A4W 원자로를 장착하고 있으므로 단위 원자로 당 출력은 25퍼센트 수준이다. 후속작들보다 엔터프라이즈의 선체가 조금 더 큰 이유도 이처럼 원자로를 많이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써는 대단한 700여 km의 탐지 거리를 자랑하는 AN/SPS-32와 AN/SPS-33로 구성된 SCANFAR 위상배열레이더는 그 특유의 모양과 엄청난 크기 때문에 엔터프라이즈의 또 다른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진공관을 기반으로 했던 당시의 기술력 때문에 가동에 많은 전력이 필요했고 툭하면 고장이 발생해 애를 먹었을 만큼 안정성은 좋지 않았다. 결국 1980년대 초 AN/SPS-48와 AN/SPS-49로 교체되었다.

함재기는 기종이나 작전 투입 상황에 따라 탑재량이 다르나 퇴역 직전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했을 당시의 기준으로 약 70여 기를 운용했다. 4기의 사출기를 통해 함재기를 이함시키고 어레스팅 후크와 와이어를 이용해 착함시키는 방식이므로 여타 슈퍼캐리어와 비교해서 이착함 능력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 기본적인 자위용 무장을 갖추기는 했으나 방어는 전적으로 전단을 구성하는 호위함들에게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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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엔터프라이즈는 1962년 8월 3일, 지중해의 제6함대에 배치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11월 4일, 퇴역할 때까지 27번의 전개(Deployment)를 했다. 교전 행위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1962년 10월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발하자 해상 봉쇄 작전에 투입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때 엔터프라이즈가 보여준 뛰어난 전개 능력에 감명 받은 미 군부는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를 다시 추진하게 되었다.

3번째 전개 당시인 1964년 5월 13일에 엔터프라이즈는 핵추진 순양함 CGN-9 롱비치(Long Beach), 핵추진 구축함 DLGN-25 베인브리지(Bainbridge)와 전단을 구성해 무보급으로 65일 동안 총 30,216마일을 항해하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위엄을 선보였다. 1965년 11월에 배속을 제7함대로 바꾼 후, 베트남 전쟁에 투입되어 12월 2일부터 북베트남 일대에 대한 폭격 작전을 수행하며 최초로 실전을 벌였다.

1969년 1월 14일, 주기한 F-4 전투기에 장착된 Mk 32 주니 로켓의 오발에 의한 화재로 말미암아 15기의 함재기가 손실되고 27명 사망, 314명이 부상당하는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수리를 마친 직후인 4월 14일, 북한이 EC-121 정찰기를 격추시키는 사건이 발발하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자 동해에 긴급 전개했다. 이처럼 초기 활동기인 1960년대는 엔터프라이즈에게 있어 가장 고단하고 파란만장했던 시기였다.

1971년 연료봉을 교체하고 난 후, 이른바 양키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베트남 해안에 다시 전개했다. 6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무려 5,200여 회의 출격 작전을 펼치면서 지상군을 지원했다. 1973년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손을 떼면서 엔터프라이즈도 철군했고 이후 1980년대까지는 통상적인 제해 임무에 투입되어 한반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위기가 고조되면 출동하고는 했다.

1998년 사막의 여우 작전에서 함재기를 출격시켜 이라크의 군사 기지를 공격했다. 이는 베트남전쟁 이후 최초의 실전 투입이었다. 2001년에 9.11사건이 발생하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암약하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 공격에 투입되어 3주 동안 700여 번의 출격을 실시했다. 이후 2003년부터 이라크 침공전에서 활약했다. 이처럼 전 지구에 흔적을 남긴 엔터프라이즈는 2012년 11월 4일, 27번째 전개 임무를 종료하고 퇴역에 들어갔다.

선체의 노후가 심해 시기가 2년 앞당겨졌지만 51년의 활동 기간은 항공모함으로서 현재까지 미 해군 역사상 최장의 기록이다. 이후 치장 물자로 전환해 여러 부품이 여타 항공모함 수리용으로 제공되다가 2017년 2월 3일에 해군 군적에서 완전히 제적되었다. 이후 박물관으로 운용할 계획도 나왔으나 원자로를 해체하려면 선체를 절단해야 하므로 폐기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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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CVN-65 엔터프라이즈 : 초도함

계획 2번 함~6번 함 : 건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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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제작: 뉴포트 뉴스 조선소(Newport News Shipbuilding and Drydock Company)
- 기공: 1958년  2월  4일
- 진수: 1960년  9월 24일
- 취역: 1961년 11월 25일
- 만재 배수량: 93,284톤
- 전장: 342m
- 선폭: 78.4m
- 흘수: 12m
- 추진기관: 8×웨스팅하우스 A2W 원자로 280,000마력(210MW)
            4×웨스팅하우스 증기 터빈
            4×프로펠러
- 속력: 33.6노트
- 항속거리: 무한
- 무장: 3×시스패로 발사관
        3×20mm 팰렁스 CIWS
        2×RAM 발사관
- 센서: AN/SPS-48
        AN/SPS-49
        AN/SLQ-32
        Mk36 SRBOC
- 함재기(퇴역 전): F/A-18A/B 전폭기
                   F/A-18C/D 전폭기
                   EA-18G 전자전기
                   E-2 조기경보기
                   C-2 수송기
                   SH-60 대잠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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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