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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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B-29 폭격기

전략폭격기의 시대를 개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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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폭격기의 시대를 개막한 B-29 슈퍼포트리스 <출처: (cc) Joerg Spantzel at Wikimedia.org >
1956년 퇴역을 했다가 2013년 복원된 B-29 폭격기 'DOC', 비행 가능한 B-29 2대 중 1대다.<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개발의 역사
 
1934년 미국은 B-17의 양산을 시작하자마자 차세대 폭격기에 대한 개념 연구에 착수했다. 상황이 급해서가 아니라 무기는 개발 기간, 예산, 전력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처럼 배치와 동시에 다음 후속작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당시 미국의 안보 상황도 지극히 안정적이었기에 새로운 폭격기의 배치는 B-17의 노후화가 시작될 1950년대 중반으로 예정했다.
B-17 폭격기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1934년부터 후속 폭격기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

하지만 1939년 4월, 독일을 방문한 미 육군 항공단(USAAC: United States Army Air Corps, 미 공군의 전신)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독일 공군이 강력하다는 데 크게 충격 받았다. 그동안 미국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전투기보다 폭격기 전력 육성에 주력해 왔다. 환경이 달랐기에 전투기의 성능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목도한 독일의 폭격기들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놀랐던 것이었다.

문제는 머지않아 전쟁 발발도 예견되었을 만큼 나치가 상당히 호전적이라는 점이었다. 전쟁이 벌어져도 미국과 곧바로 교전을 벌일 가능성은 적었고 폭격기로 폭격기를 상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이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대비는 해야 했다. 귀국한 참관단은 상부에 차세대 폭격기의 개발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해 9월 우려대로 전쟁이 발발하자 5년 내 실전 배치를 목표로 본격 개발이 시작되었다.

1943년 2월 18일, 11명의 테스트 승무원을 비롯해 34명이 사망한 XB-29의 추락 사고 현장. <출처: Public Domain >

새로운 폭격기의 조건으로 B-17의 2배에 이르는 작전 반경과 폭장량이 요구된 사업에 보잉이 제출한 XB-29 개발안이 채택되었다. 1940년 6월 27일, 설계도만 보고 5기를 선 발주했을 정도로 보잉의 제안은 경쟁사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한마디로 당대 최고 기술의 집합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중 일부는 현대 항공기 제작에도 사용되고 있을 만큼 혁신적이었다.

그래도 이때만 해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급습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참전을 결정한 미국이 전시 경제로 전환하면서 1942년 9월 21일, XB-29 시제 1호기의 시험 비행이 이루어졌을 만큼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1943년 2월 18일, 시제 2호기가 비행 중 엔진 화재로 기체가 추락해 승무원 전원과 사고 지점 부근에 있던 23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참변을 겪기도 했다.

B-29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지 5년 만에 실전에 투입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

이를 비롯한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보잉은 그해 7월 모든 요구 사항을 충족한 완성작을 선보였다. 이후 시험을 거쳐 B-29 슈퍼포트리스(Superfortress)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결정되었고 목표했던 5년 만인 1944년 5월부터 작전에 투입되었다. 제2차 대전 당시에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된 무기 프로젝트였을 만큼 충분한 지원을 받았기에 B-29는 경이적일 정도로 신속히 개발과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특징

B-29는 최대 9.1톤의 폭탄 탑재가 가능하다. 이는 개발 당시에 기준으로 삼은 B-17이나 B-24의 3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만큼 작전 효율이 좋았다. 전작들과 비교해 방어력도 대폭 향상되었다. 기체가 20mm탄까지 방어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좋은 데다 초보적인 컴퓨터를 탑재한 FCS의 도움을 받아 중앙에서 기관총 터렛을 원격 제어하는 방식이어서 효과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 있었다.

기체도 튼튼했고 방어용 터렛도 효율적으로 작동되어 방어력이 향상되었다. <출처: (cc) Mark.murphy at Wikimedia.org >
비행 성능도 기존의 모든 기록을 초월했다. 최대 9,000km에 달하는 거리를 날 수 있어 작전 반경이 크게 향상되었다. 거기에다 9,710m의 최대 고도와 최대 시속 570km의 속도 덕분에 전투기나 대공포로부터의 공격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었다. 물론 무적은 아니었지만 격추시키기가 몹시 어려웠다. 특히 비행 능력과 화력이 떨어지는 대부분의 일본 전투기들에게는 가히 난공불락에 가까웠다.
B-29는 여압장치가 장착되어 편안한 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출처: Public Domain >
여압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해 두툼한 방한복과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했던 이전 폭격기와 달리 승무원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편안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1938년 개발된 보잉 307여객기에 여압장치가 최초로 설치되었지만 보잉은 B-29를 대량 생산하면서 해당 분야의 기술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B-29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B-29의 R3350엔진은 신뢰성과 내구성의 한계로 운용유지가 까다로웠다. <출처: 미 공군>

하지만 문제점도 있었는데 시제 2호기 추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엔진 결함이 대표적이었다. 라이트 R-3350 성형 엔진은 2,200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냉각 계통에 문제가 많아 쉽게 과열되고 종종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불어 내구성도 좋지 않아 75시간마다 교환을 해야 했다. 만일 평시에 개발이 되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B-29의 탄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운용 현황

일본 본토를 융단 폭격 중인 B-29 비행대 <출처: Public Domain >
B-29가 일선 배치되기 시작한 1944년 4월이 되자 유럽 전선은 독일의 패망이 가시화되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B-29는 장거리 비행 능력을 살려 인도 배치를 시작으로 태평양 전선에 투입했다. 6월 5일, 인도에서 출격한 78대의 B-29가 태국의 철도망 폭격한 것을 시작으로 실전에 모습을 보였고 6월 16일에는 중국 청두에서 출격한 편대가 기타큐슈에 위치한 하야타 제철소를 폭격하기도 했다.
인류 최초로 핵폭탄을 떨군 B-29 "에놀라 게이"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일본 본토에 대한 본격적인 공습은 티니안, 사이판, 괌 등을 점령해 비행장을 확보한 후인 11월 24일부터 이루어졌다. 이때부터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끊임없이 맹폭을 가했는데, 결정타는 1945년 8월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폭탄이었다. 이때부터 전략폭격은 핵폭탄 투하를 의미하게 되었다. B-29는 1946년까지 총 3,970기가 생산되어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 임대된 소량을 제외하고 전량 미국이 운용했다.
사상 최초로 핵폭탄을 투하한 B-29 에놀라 게이 <출처: (cc) Clemens Vasters at Wikimedia.org >

B-29는 새로운 역사를 개척했지만 전성기는 불과 5년 정도에 불과했을 만큼 상당히 짧았다. 한국전쟁에서 MiG-15에 속절없이 격추당하며 더 이상 난공불락이 아님이 입증된 것이었다. 보다 거대한 B-36, 고속의 B-47 그리고 완벽한 후계자인 B-52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초계기, 전자전기, 정찰기 등으로 변신한 일부를 제외하고 1950년대 초반에 전량 퇴역했다. 무기사에 새겨진 명성에 비해 이처럼 생애는 상당히 짧았다.


변형 및 파생형

XB-29 : 최초 보잉 모델345로 제안되었던 프로토타입. 총 5기 제작

XB-29 <출처: Public Domain >
YB-29 : 실험용. 총 14기 제작
YB-29 <출처: Public Domain >

B-29 : 초기 양산형. 총 2,513기 제작

B-29 <출처: Public Domain >
B-29A : 주익과 방어력이 향상된 개량형.  총 1,119기 제작
B-29A <출처: Public Domain >
B-29B : 저고도 작전을 위해 속도가 향상된 개량형. 총 311기 제작
B-29B <출처: Public Domain >

B-29C : 성능이 향상된 라이트 R-3350 성형 엔진을 장착한 개량형. 종전으로 제작 취소.

B-29D(XB-44) : 3,500마력의 프랫휘트니 R-4360-35 성형 엔진을 장착한 개량형. 후에 개발이 완료되어 B-50이라는 제식 부호로 실전 배치.

B-29D <출처: Public Domain >
KB-29 : 공중급유기
KB-29 <출처: Public Domain >
EB-29 : 호위전투기 탈부착 실험기
EB-29 <출처: Public Domain >

RB-29J (RB-29, FB-29J, F-13, F-13A) : 장거리 정찰기

SB-29 : 해상 초계기

SB-29 <출처: Public Domain >
TB-29 : 훈련기
TB-29 <출처: Public Domain >
WB-29 : 기상관측기
WB-29 <출처: Public Domain >
B-29 AEW : 조기경보기
B-29 AEW <출처: Public Domain >
투폴레프 Tu-4 : B-29를 무단 복제한 소련의 전략폭격기
Tu-4 <출처: (cc) Maarten at Wikimedia.org >


제원

- 형식: 4발 성형 엔진 장거리 전략폭격기
- 전폭: 43.06m
- 전장: 30.18m
- 전고: 8.45m
- 주익 면적: 161.3㎡
- 최대 이륙 중량: 60,560kg
- 엔진: 라이트(Wright) R-3350-23 성형 엔진(2,200마력)×4
- 최고 속도: 570km/h
- 실용 상승한도: 9,710m
- 전투행동반경: 5,220km
- 무장: 최대 9,100kg 폭장(단거리 저고도 비행)
        12.7mm M2/AN 기관총×8~10정 (터렛)
        12.7mm M2 기관총×2정 또는 20mm 기관포×1문 (후방)
- 항전 장비 : AN/APQ-13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