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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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소련의 공대지미사일 개발사

보다 정확하게 타격하는 시대를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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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 하늘에서 폭격이 시작되다

2015년 11월 지중해 상공에서 시리아의 목표를 향해 Kh-101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Tu-160 폭격기. 이처럼 폭격은 공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출처: (cc) Mil.ru at Wikimedia.org >
비행기가 무기로 사용된 이후 빠른 속도와 멋진 기동을 선보이며 공대공전투를 벌이는 전투기가 지금도 하늘의 주인공처럼 부각되고는 한다. 하지만 공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지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이고 공중전은 단지 상대의 방해 없이 원활히 공격할 수 있도록 제공권을 확보하는 행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적의 핵심 거점을 제압하거나 무력화시키지 않고 전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동력 비행체를 이용해 최초로 폭격을 실시한 기울리오 가보티 <출처: Public Domain >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공격을 가하는 방법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인간이 선호한 전술이다. 따라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자 지상의 목표물 공격에 비행기를 사용하려 했던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1911년 11월 1일, 이탈리아 정찰기 조종사였던 가보티(Giulio Gavotti)가 600피트 상공에서 수류탄 수준의 급조 폭탄 4개를 오스만 진지를 향해 던지면서 동력 비행체를 이용한 최초의 폭격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전쟁사에 신기원이 열렸지만 정작 전과는 미미했다. 초창기 항공기는 엔진의 힘도 부족한데다 기체의 대부분이 나무와 천으로 이뤄졌을 만큼 골격이 빈약해서 충분한 전과를 올릴 정도의 폭탄을 탑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대충 조종사가 눈으로 보고 어림잡아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이다보니 야포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제2차 대전 당시 융단 폭격을 가하는 미국의 B-17 비행대 <출처: Public Domain >

아무리 초기 항공기의 속도가 느리고 상승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움직이는 상태에서, 그것도 높은 곳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명중시키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그래서 제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대규모 폭격기 편대가 출격해서 일거에 많은 폭탄을 퍼붓는 이른바 융단 폭격 방식으로 작전을 펼쳤다. 외형상으로 위력은 대단해 보였지만 사실 너무 낭비가 많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2. 정확하게 공격하는 방법

단순히 따져도 불필요한 탄약의 소모가 많아지는 것은 전쟁 전체를 놓고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전쟁에서 살상을 피할 수 없지만 굳이 승패와 직접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나 시설까지 공격할 필요는 없다. 정밀 유도 공격이 가능해진 오늘날도 오폭 가능성이 있을 정도인데 융단 폭격처럼 특정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이 빈번했던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은 희생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급강하 폭격기인 Ju 87 슈투카. 폭격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강하 시 요격 당할 가능성이 컸다. <출처: (cc) Bundesarchiv >

그래서 제2차 대전 당시에는 Ju 87이나 미드웨이 해전의 주인공인 SBD처럼 목표물 바로 위까지 다가가 공격하는 급강하 폭격기가 활약했다. 그런데 폭탄을 투하하려면 속도를 줄여 저공까지 내려가야 하니 고공에서 작전을 펼치는 여타 폭격기보다 요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급강하 폭격기처럼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으면서 보다 안전하게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었다.

탄두를 결합한 로켓은 이런 목적에 상당히 적합한 플랫폼이었지만 문제는 목표까지 이끄는 방법이었다. 사실 정확히 타격할 수 없다면 로켓은 단지 폭탄을 멀리 보내기만 하는 값비싼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무기지만 신기전처럼 대략 화력을 일거에 투사하는 용도로 운용되었다. 이런 방식은 탄두의 위력이 부족하다면 융단 폭격보다 오히려 타격 효과가 뒤질 수밖에 없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운용한 Hs 293. 육안으로 비행 방향을 유도하는 초보적인 방식이었지만 최초의 공대지미사일로 평가된다. <출처: (cc) VeryFullHouse at Wikimedia.org >

이처럼 용도가 제한적이던 로켓은 목표까지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마침내 미사일로 진화했다.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적함 공격용으로 운용한 Hs 293은 최초의 공대지미사일로 평가된다. 액체연료 로켓에 295kg의 탄두를 장착했고 폭격기에 탑승한 사수가 육안으로 보고 18개 채널의 주파수를 이용해서 목표물까지 유도했다. 재래식 폭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었다.


3. 소련의 도전

Hs 293이 실전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면서 가능성을 입증한 공대지미사일은 제2차 대전 이후에는 반드시 보유해야 할 무기가 되었다. 비록 독일은 패망했지만 승전국들은 관련 기술을 노획해 계속 연구에 나섰다. 지금은 레이저, 레이더, 적외선, 광학, 위성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유도하지만 1950년대 개발된 미국의 AGM-12 불펍(Bullpup)이나 프랑스의 AS-20은 Hs 293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을 정도로 벤치마킹했다.

러시아의 스탠드오프 병기인 Kh-59MK2. 550km의 사거리를 지닌 대표적인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다.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소련(이하 러시아 포함)은 미국과 더불어 냉전을 주도한 나라답게 공대지미사일 분야를 선도했다. 1939년에 발발한 할힌골 전투에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제2차 대전 내내 RS-82, RS-132 로켓을 폭격기에 탑재해 대지 공격에 사용했을 만큼 소련은 기술적 기반이 대단히 잘 갖춰진 나라다. 종전 직후부터 S-5, S-8, S-13, S-24, S-25처럼 지금도 사용 중인 다양한 무유도 로켓과 별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공대지미사일의 개발도 병행했다.
1950년대 개발된 AGM-12 공대지미사일. Hs 293처럼 완전 수동으로 미사일을 유도했다. <출처: Public Domain >
지상의 목표를 대상으로 하는 공대지미사일과 해상에 위치한 함정 공격이 목표인 공대함미사일이 별도로 구분되지만 원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작은 Hs 293처럼 방해물이 적어 유도가 쉬운 공대함미사일이 먼저다. 사실 최신 순항미사일도 복잡한 지형지물을 회피하며 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소련도 마찬가지여서 1947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1953년부터 실전 배치된 KS-1 코메트(Komet)도 공대함 임무를 위해 탄생했다.
S-5 로켓 발사 훈련 중인 루마니아 공군의 MiG-21. 무유도 로켓은 비록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중요한 공격 무기다. <출처: (cc) Mihai Zamfirescu at Wikimedia.org >
용도도 상이하고 종류도 많기에 소련 최초의 공대지미사일에 대해 의견이 많지만 배치 순서로 보면 KS-1은 최초라 할 만하다. 이렇게 시작된 소련의 공대지미사일은 2018년 푸틴 대통령이 5대 신무기 중 하나라고 공개한 Kh-47M2 킨잘(Knzhal)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다. 소련의 공대지미사일은 전술적 타격이 목적인 소형 유도탄과 적 후방의 핵심 시설이나 항공모함처럼 전략 목표를 노리는 대형 유도탄으로 크게 구분이 된다.
러시아가 전격 공개한 Kh-47M2 킨잘. 대단한 성능을 가졌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성능과 배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출처: (cc) kremlin.ru at Wikimedia.org >

소형은 전투기 같은 전술작전기의 기본 무장이고 대형은 MiG-31, Su-30 같은 고성능 전투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탑재량이 뛰어난 폭격기에서 운용했다. 따라서 비행기에서 지상의 목표를 공격하는 미사일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지 역사도 길고 종류도 많아 일률적으로 역할이나 성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이점은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의 공대지미사일도 마찬가지다.


특징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 비행기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유도 무기라는 공통점을 제외한다면 모든 소련제 공대지미사일의 특징을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사용 용도만으로도 Kh-25, Kh-31처럼 전술 작전기에 기본적으로 탑재하는 유도탄부터 Kh-15, Kh-55처럼 전략핵탄두까지 운용할 수 있는 모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때문에 각기 다른 별개의 무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전술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Kh-15. 탄생 이후 소련, 러시아만 운용하고 있는 중요 무기다. <출처: (cc) George Chernilevsky at Wikimedia.org >
사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에서 개발한 공대지미사일도 마찬가지여서 이를 소련제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구조가 유도 장치, 탄두, 추진체로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공대지를 떠나 미사일이라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강력한 화력을 선호하는 소련군의 사상이 반영되어 상대적으로 크기가 조금 큰 편이다. 화력을 강화하려면 탄두가 커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추진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공대지, 공대함, 지대함, 함대함 등 다양한 용도의 변형이 있는 Kh-35 <출처: (cc) Pliskin at Wikimedia.org >

거기에다가 비행 유도와 관련이 많은 전자, 통신 분야가 서방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는 점도 미사일의 크기가 커지게 된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용하는데 문제가 있을 정도로 크다는 의미는 아니고 반대로 서방제라고 무조건 콤팩트 한 것도 아니다. 초기에 개발된 미사일들은 정확도가 뛰어난 편이 아니었지만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제는 장거리 스탠드오프 공격까지 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되었다.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