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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北 미사일 겨냥한 美 레이저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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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7 06:07

지난 2000년 미국 조사단이 은밀히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의 대기상태를 조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왜 미 전문가들이 비밀리에 우리나라 대기상태를 조사했는지 궁금증을 초래했는데 이내 그 의문은 풀렸다.

한반도에서 레이저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대기환경을 조사했던 것이다. 레이저 무기는 기상과 대기상태에 매우 민감하다. 그 주인공은 ABL(Airborne Laser)이었다. YAL-1으로 불린 ABL은 보잉 747 ‘점보기’에 메가와트급의 강력한 출력을 가진 화학 레이저를 실어 수백㎞가량 떨어진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였다.

미사일 발사 직후 우주 공간으로 치솟아 올라가는 상승 (Boost) 단계에서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목표물에 떨어지는 종말 단계에선 속도가 마하 20~25(음속의 20~25배)에 달해 요격이 어렵지만 상승 단계에선 이보다 속도가 느려 종말 단계에 비해 요격이 쉽다.
레이저 무기 장착한 F-35 스텔스기 개념도 / 조선DB

레이저 무기는 요격 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발사 비용이 훨씬 싸다는 게 강점이다. 포탄이나 미사일이 1발당 수백만~수십억원 수준인 데 비해 레이저는 1회 발사비용이 1200(1달러)~수백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기상 상태에 매우 민감해 안개가 많이 끼어 있거나 날이 흐리면 위력과 정확도가 크게 약화된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 위력이 클수록 출력장치의 크기도 커져 항공기 등에 탑재하기 어렵다는 것도 기술적인 난제였다.

미국은 당초 2010년 최초 실전배치를 목표로 ABL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07년 9월 저출력 레이저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ABL은 북 미사일 위협 대책에 부심하는 주한미군사령관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2008년 4월 당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한국이 북한의 심각한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어 미사일 방어(MD)대책이 시급하다”며 “ABL 이 이런 북 미사일 위협 방어에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ABL을 동해상에 배치하면 북한이 미 본토나 주일미군 등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상승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첨단 북 미사일 요격무기가 될 뻔했던 ABL은 비용과 성능, 안정성 문제 등으로 2011년 개발이 취소됐다.

그러나 전투기와 헬기 등 소형 항공기에 레이저 무기를 싣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계속됐다. 미국이 지난 1월 17일 발표한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Missile Defense Review)’에는 그런 미국의 노력과 ‘야심’이 잘 나타나 있다.

‘트럼프판 스타워즈(별들의 전쟁)’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하늘과 우주 공간에 기반을 둔 미국의 새 미사일 방어전략이다. 기존 미사일 방어전략은 지상·해상 발사 요격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반면 새 미사일 방어전략은 공중과 우주 공간에 각종 첨단 탐지장비와 요격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ABL처럼 적 미사일의 상승 단계에서 레이저 무기를 동원해 요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레이저 무기 탑재수단으로 F-35 스텔스 전투기, 드론(무인기) 등을 제시했다. 보잉 747에 탑재됐던 ABL보다 탑재 수단이 훨씬 작아진 것이다.

F-35 같은 전투기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하는 계획은 3~4년 전부터 미 언론에 보도돼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5월 디펜스테크 등 미 군사전문지들은 미 공군이 오는 2023년까지C-17·C-130수송기, F-35, F-15, F-16 등 전투기에 ‘레이저포’인 고에너지 레이저 발사기를 장착해 적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공군은 우선 C-17·C-130수송기에 레이저 발사기를 탑재해 배치한 뒤 소형화 기술이 실현되는 대로 F-35, F-15, F-16 전투기로 레이저 발사기를 옮겨 싣기로 했다는 것이다. 항공기를 통한 첫 레이저 공중 시험발사는 오는 2021년 이뤄지며, 10~100킬로와트의 레이저 발사에 필요한 연료는 제트유에서 얻기로 했다고 한다. 항공기 탑재 레이저 무기의 가장 큰 장점은 1갤런의 제트유로 수천 차례나 발사가 가능해 발사 비용이 매우 싸다는 것이다.

레이저 무기 장착한 AH-64 아파치 공격 헬기 / 조선DB

이어 2017년 11월 미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 공군연구소와 미 록히드마틴사가 2021년 시험을 목표로 전투기 레이저 무기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은 우선 전투기를 적의 지대공·공대공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용 레이저 무기부터 개발키로 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그해 6월 미 육군은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AH-64 ‘아파치’ 공격헬기에 장착된 레이저 무기로 1.4 ㎞ 떨어진 표적을 파괴하는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아파치 헬기는 우리 육군도 36대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미 육군과 해군은 각종 레이저 무기 사격 시험에 성공했다. 미 해군은 2014년 상륙함에서 30킬로와트의 레이저 무기 LaWS를 시험했다. 미 육군은 2020년대 초까지 8륜 구동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중형 전술차량에 고출력 레이저를 탑재할 계획이다. 적 드론은 물론 미사일, 박격포탄까지 격추할 수 있는 무기다.

F-35 등에 레이저 무기가 장착되더라도 실제로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본격적인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메가와트급의 강력한 출력이 필요한데 아직 전투기 등에 소형화된 메가와트급 레이저를 달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번 미 보고서도 “현재 F-35 등의 레이저 무기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수준이며 앞으로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저 출력별 위력을 보면 수십~100킬로와트는 무인기와 소형 보트를, 수백 킬로와트는 순항미사일과 휴대용 대공미사일, 무인기, 유인기 등을, 1메가와트 이상은 초음속 고기동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을 각각 파괴할 수 있다.

미국이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에 비중을 두고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MDR)는 북한에 대해 “현재 북한과는 평화로 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이제 존재한다”면서도 북한의 미사일을 ‘특별한(extraordinary) 위협’으로 평가했고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F-35는 우리 공군도 올해부터 4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만약 미국을 향해 ICBM을 발사하면 동해상에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F-35나 무인기를 출동시켜 상승 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최대 1000㎞ 밖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첨단 센서를 단 개량형 ‘프레데터’ 무인기도 시험 중이다. ‘레이저 드론’은 이 드론에 레이저 무기를 달아 상승 단계의 미사일을 요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