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기습 침공으로 독소전쟁이 발발했다. 독일은 쾌속의 진격을 거듭하며 연이어 엄청난 승리를 거두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렇게 소탕했음에도 소련군의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여전히 강력했던 것이었다. 결국 그해 겨울 모스크바 전투에서 패하며 6개월 안에 소련을 정복하겠다는 히틀러의 꿈은 깨졌다.

자만에 빠져 소련을 깔본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모두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과 달리 소련제 무기의 성능은 좋았다. 특히 KV, T-34 같은 전차는 독일제보다 뛰어났다. 지금까지는 앞선 작전 능력을 내세워 승리해왔지만 모스크바 전투에서 보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부랴부랴 묵혀두었던 중(重)전차 개발을 서둘러서 이듬해 6호 전차 티거(Tiger, 이하 티거 I)를 데뷔시켰지만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이미 소련의 전차는 경사장갑처럼 보다 앞선 여러 기술을 적용하고 있었다. 반면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티거 I은 장갑과 화력을 늘리기 위해 기존 4호 전차를 전후좌우로 키운 형태여서 기술적으로 그다지 앞선 것은 없었다. 보다 가벼운 5호 전차 판터(Panther)가 티거 I보다 나중에 나왔던 이유도 이처럼 단순히 크기를 늘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1943년이 되면서 전쟁의 주도권은 소련에게 넘어갔다. 이제 독일은 더 이상 물량 경쟁을 벌일 수 없어 질로써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러기위해 일발로 적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화력과 적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뛰어난 방어력을 갖춘 전차가 필요했다. 티거 I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고 한창 판터의 개발도 진행 중이었지만 이와 별개로 일선에서는 더욱 강력한 전차를 요구했다.

이렇게 소요가 제기되어 헨셀(Henschel)과 포르쉐(Porsche)가 개발 경쟁을 벌였는데, 이들은 티거 I 개발 당시에도 한번 부딪혔던 사이였다. 흔히 양사의 포탑을 별개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단지 생산 시기만 다를 뿐이지 모두 크루프(Krupp)가 제작한 것이다. 따라서 차체의 성능에 따라 승자가 가려져야 했다. 헨셀은 T-34와 이를 카피한 판터처럼 경사 장갑을 채용하고 엔진을 후방에 탑재했다.

반면 포르쉐는 엔진을 차체 중간에 설치했고 티거 I 개발 경쟁에서 신뢰성 문제로 인해 고배를 마시게 했던 하이브리드 방식을 이번에도 고집스럽게 사용했다. 동력 및 현가장치도 제작사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각종 실험 결과 헨셀의 제시안이 좋은 것으로 판단하여 계약자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전차가 가히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강인 ‘6호 전차 B형(Panzerkampfwagen Tiger Ausf. B, 이하 티거 II)’이다.

육군이 초도 물량으로 1,500여대를 발주하고 티거 I의 생산을 종료시켰을 만큼 엄청난 기대 하에 양산에 들어가 1944년부터 일선에 공급되었다. 전쟁 말기여서 비록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그런 기대대로 티거 II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덕분에 독일에서는 티거 B(Tiger B), 쾨니히스티거(Königstiger) 등으로, 연합국 측에서는 킹타이거(King Tiger), 로열타이거(Royal Tiger) 등의 강력한 이름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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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티거 II는 공식적으로 6호 전차로 분류되지만 티거 I과 전혀 다른 별개의 전차다. 일단 경사장갑 때문에 외형에서부터 다르다. 티거 I과 같은 88mm 구경이지만 길이가 늘어나고 포구 속도가 증가 된 71구경장의 KwK 43 L/71 포를 채택하여 파괴력을 대폭 증가시켰다. 당시 존재하던 대부분의 전차를 2,500m 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122mm 구경 포를 장착한 소련의 IS-2전차보다 공격력이 뛰어났다.

이와 더불어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했다. 경사장갑에 150~180밀리미터의 전면 장갑을 채택하여 방어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켰다. 미국의 M26이 티거 II를 격파하려면 약 1,300m이내로 접근하여야 했는데, 그나마 이것도 200m까지 다가와야 공격을 할 수 있던 IS-2보다 좋았다. 이처럼 공격력이 강하고 방어력이 뛰어나다 보니 원거리 기갑전에서 티거 II와 마주치면 싸움이 되지 않았다.

티거 II의 약점이라면 기동력이었다. 방어력을 늘리면서 거의 70톤에 육박한 무게는 현재 미군의 주력인 M1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700마력의 12기통 마이바흐(Maybach) 엔진으로는 힘이 부족했다. 시속 38킬로미터는 당시 기준으로 느린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속도를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거기에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연비가 최악이었다. 더불어 복잡한 구조도 야전에서 정비하고 부품을 조달하는데 애를 먹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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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티거 II는 데뷔한지 1년도 안되어 전쟁이 끝나고 고질적인 물자 부족과 연일 계속되는 연합국의 폭격으로 말미암아 제2차 대전 당시에 활약한 주요 전차로는 극히 적은 총 492대만 생산되었다. 만들기도 어려웠고 생산량도 적어서 독일군은 꼭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티거 I처럼 별도의 중전차대대를 편성해 운용했다. 한마디로 전쟁 말기에 가동할 수 있었던 독일군 최고의 전투 자산이었다.

1944년 7월 18일, 제503중전차대대가 노르망디 전투에 투입되면서 처음으로 전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부전선에서는 8월 12일, 제501중전차대대가 비스툴라 강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전했다. 당연히 무적은 아니어서 최초 전투 당시에 가까운 곳에 매복해 있던 T-34/85의 기습을 받고 2대가 격파당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최강이라는 명성을 얻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티거 II는 기동력이 부족했지만 독일이 방어에 임한 수세기에 등장해서 크게 문제는 없었다. 반면 독일의 마지막 공세로 기록 된 1944년 12월의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에서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속도가 늦고 고질적인 동력 계통의 문제로 말미암아 돌파를 지속하는데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제공권을 박탈당한 상태여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았다. 결국 그렇게 생을 마감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최강의 전차였다.

현재 티거 II 전차는 보빙턴 전차박물관, 영국 국방대학원(Defence Academy of the United Kingdom), 휫크로프트 개인 콜렉션, 러시아의 쿠빈카(Kubinka) 전차박물관, 벨기에의 라글레즈(La Gleize) 박물관, 독일 뮌스터(Munster)의 독일 전차박물관(Deutsches Panzermuseum), 미국 포트 베닝의 국립 기갑·기병 박물관(National Armor & Cavalry Heritage Museum) 등에 보관되어 있다. 실기동이 가능한 유일한 티거 II 전차인 233호차는 현재 프랑스의 소뮈르(Saumur) 박물관에서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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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Sd.Kfz.186 야크트티거(Jagdtiger)

티거 II 자체에 128mm 포를 탑재한 구축전차

게레트(Gerät) 809

티거 II 차체에 173mm 포를 탑재한 자주포. 제안만 되고 양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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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생산업체: 헨셀
- 도입연도: 1944년 
- 중량: 69.7톤
- 전장: 10.26m
- 전폭: 3.75m
- 전고: 3.09m 
- 장갑: 25~185mm
- 무장: 8.8 cm KwK 43 L/71 포×1
        MG34 7.92mm 기관총×2
- 엔진: 마이바하 V-12 HL 230 P30 엔진 700마력(515kW)
- 추력대비중량: 10마력/톤
- 서스펜션: 토숀바
- 항속거리: 170km
- 최고속도: 3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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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