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전드급은 대양을 횡단하여 먼 바다까지 진출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개발 과정
북미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미국은 북쪽으로 캐나다, 남쪽으로 멕시코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또한 북쪽을 제외한 매우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국경과 해안선 경비가 중요하다. 반면에 미국과 캐나다는 NATO 회원국이고, 미국과 멕시코는 관세 협정을 맺고 경제 협력을 도모하는 관계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서 외적의 침입을 허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러한 지리적인 조건을 가진 미국은 해양 경비가 다소 느슨한 편이었다. 이러한 해양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미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은 해상 침입 대응보다는 12해리 영해의 밀수, 마약, 불법 밀항, 불법 조업 단속이나 해난 사고 구조에 주력하고 있었다.
- 1990년대까지 미 해안경비대의 최대급 대형 경비함이었던 해밀턴급 <출처 : 미국 국토안보부>
2001년에 발생한 9.11 사건 이후 국토안보부(US Homeland Security)가 출범하고 미국 본토에 대한 안보를 강화하면서 해양 경비를 맡고 있는 미 해안경비대도 국토안보부에 편입되었다. 이전까지 미 해안경비대는 연안에서의 단속, 경비와 구조에 적합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었고 경비함의 규모도 작았다. 물론 미 해안경비대도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조직을 확장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시도하였지만 해군력이 워낙 강한 관계로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9.11 사건을 계기로 미 해안경비대는 “Integrated Deepwater System Program"이라는 명칭으로 50 해리(nautical mile)까지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하였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거친 파도를 견디면서 먼 바다에서 작전이 가능한 신형 경비함이 필요하였다. 특히 IDS 계획은 신형 경비함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함정, 유인 및 무인항공기, 헬기가 네트워크(network)로 결합된 입체적인 감시체계가 특징이다.
- 의장 공사 중인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 <출처 : Alan Hinkel at wikimedia.org>
- 레전드급 선도함인 버솔프(Bertholf)함이 건조 중이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한편 미 해군도 지금까지의 항공모함 중심의 대양해군에만 머물지 않고 연안 해역에서의 작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는 연안 해역에서 작전할 수 있는 신형 전투함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신형 전투함은 기본적으로 같은 선체를 사용하고 기본 설계가 끝나면 각기 다른 임무에 맞게 무장과 센서(sensor)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계획은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LCS, Littoral Combat Ship), 해안경비대의 국가안보경비함(NSC, National Security Cutter)으로 점차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미 해군이 연안전투함에 대해 지나친 성능을 요구하면서 건조 계획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미 해안경비대는 미 해군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독자적으로 대형 경비함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 레전드급 선도함인 버솔프함의 취역식 <출처 : 미 해안경비대>
한편 미 해군은 연안전투에 적합한 선형으로 단일 선체(mono-hull)와 삼동선(三胴船, three-hull) 중에서 선택을 하지 못하였고 연안전투함 건조 계획은 계속 지연되었다. 그러나 미 해안경비대는 건조 비용이 높은 삼동선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통적인 단일 선체를 채택하였다. 이러한 힘든 과정을 거쳐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군함사업부에서 개발한 미 해안경비대의 신형 경비함(WMSL, Maritime Security Cutter, Large)이 바로 레전드(Legend)급이다. 배수량 4,000톤 규모인 레전드급은 미 해안경비대 역사상 가장 큰 경비함으로 먼 바다로 진출하여 6개월 이상 작전이 가능하며 항해 거리가 12,000 해리에 달한다. 이 정도의 성능은 웬만한 함대 구축함의 수준에 해당하며 이는 미 해안경비대가 레전드급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미 해안경비대는 작전 범위를 확장하고자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과 HC-144A 해상감시기를 도입하였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미 해안경비대는 2005년부터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의 건조를 시작하였다. 건조를 마치고 2008년부터 차례로 취역하기 시작한 9척의 레전드급은 1960년대 말에 취역하여 노후화가 심각한 12척의 해밀턴(Hamilton)급 대형 경비함을 우선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해밀턴급 대형 경비함(WHEC, High Endurance Cutter)은 대형 경비함이지만 장기간 취역으로 노후화가 심하고 탑재 장비와 네트워크 작전 능력이 부족하였다. 미 해안경비대는 일단 레전드급 9척을 건조하여 노후된 해밀턴급 12척을 대체하고 추가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 알래스카 해역에서 미 해군과 합동으로 기동훈련 중인 버솔프함 <출처 : 미 해안경비대>
특징
선체
- 레전드급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선체를 가지고 있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미 해군과 공동 개발을 단념한 미 해안경비대는 건조 비용을 절약하고자 전통적인 선형인 단일 선체를 채택하였다. 다만 기술의 발전과 작전 환경의 요구에 따라 스텔스(stealth) 설계를 적용하여 매우 세련된 외관이 특징이다. 구형 해밀턴급 대형 경비함의 경우 중량을 줄이기 위해 선체는 강철로 건조하고 상부 구조물은 알루미늄(aluminium)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바닷물에 부식되기 쉽고 화재가 발생할 경우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레전드급의 선체는 강철로 건조되었다. 그리고 먼 바다에서 항해할 경우 거친 파도를 막기 위한 대형 파도막이(bulwark)가 함수에 설치되어 있다.
- 레전드급은 레이더 반사를 줄이기 위해 상부구조물이 안쪽으로 경사져있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선내 거주 구역은 6개월 이상 작전할 경우에 대응하여 충분한 거주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해군과 달리 배수량에 비해서 탑승 인원이 적은 경비함의 특성 상 3단 침대가 아닌 4인 1실이 설치되어 있다, 승무원용 침대는 148명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대 250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한편 장기간 작전에 따른 휴식과 체력 관리를 위해서 휴게실과 체육단련실도 마련되어 있으며 최대 230일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 레전드급의 대형 상부구조물 뒤쪽으로 헬기 격납고, 비행갑판, 고속정 격납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은 중무장을 탑재하지 않기 때문에 선체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선체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함교 구조물의 앞에는 57 mm 함포가 있고, 상부 구조물의 뒤쪽에는 헬기용 비행갑판이 있다.
기관
- 오른쪽으로 선회 중인 레전드급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미 해안경비대는 미 해군의 스프루언스(Spruance)급 구축함보다 앞서 가스터빈 엔진을 선택하였다. 1967년부터 취역한 해밀턴급 대형 경비함은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을 채택하였고 레전드급은 CODAG(COmbined Diesel And Gas turbine) 방식을 채택하였다.
- 알래스카의 추운 기후에서 작전 중인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 <출처 : 미 해안경비대>
주기관은 2대의 20기통 MTU 20V 1163 디젤엔진(출력 9,655 마력)이다. 고속으로 항해할 경우 제너럴 일렉트릭 LM2500 가스터빈 엔진(출력 29,500 마력)과 디젤엔진을 함께 가동하며 2축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미세한 방향 전환을 위해 함수에 보조 추진기(bow thruster)를 가지고 있다.
- 플로팅 독(floating dock)에 올려진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의 선체 <출처 : Alan Hinkel at wikimedia.org>
함 내에서 사용하는 전원은 주기관과 독립하여 3대의 캐터필러(Caterpillar) 3512 디젤엔진 발전기로 공급한다.
전투체계
- 레전드급은 경비함의 특성 상 매우 큰 상부 구조물이 특징이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중무장을 탑재하지 않는 경비함은 일반적으로 군함 수준의 전투체계를 탑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양 안보 수호라는 임무가 주어진 레전드급은 종전과 다르게 Link-11 데이터링크(datalink)를 사용하여 본부와 경비함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CGC2(Coast Guard Command and Control)를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활용은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적은 수의 경비함으로 더 넓은 해역의 경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신형에 속하는 레전드급은 미 해군의 이지스 체계(Aegis system)와 같은 소프트웨어(software)를 사용하고 있다. 레이더는 TRS-3D/16 3차원 해상탐색 레이더, SPS-73 항해 레이더, SPQ-9B 사격통제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 레전드급의 선실은 해군 군함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무장
기본 무장인 함포는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과 같은 1문의 보포스(Bofors) Mk.110 CIGS(Close-In Gun System） 70구경 57 mm 단장 함포를 탑재한다. 이 함포는 분당 220발 사격이 가능한 고속 함포로 대공, 대해상 사격이 모두 가능하다. 특히 이 함포는 미 해군 연안전투함의 건조가 지연되면서 미 해안경비대의 레전드급이 먼저 실용화하였다.
- 57mm 함포의 사격 <출처 : 미 해군>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해에서 작전하는 경비함의 경우 대함 미사일의 위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먼 바다로 진출하여 선제적으로 위협에 대처하는 임무를 맡은 레전드급은 대함 미사일 방어가 가능한 Mk.15 20 mm CIWS(Close-In Weapons System)을 헬기 격납고 위에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레전드급에 탑재된 20 mm CIWS는 대공 사격과 대해상 사격이 모두 가능한 블록 1B이다.
- 헬기 격납고 상부에 설치된 Mk.15 20mm CIWS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레전드급은 생존성 향상에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SLQ-32(V)2 ESM, Mk.53 Mod 6 방해책(decoy) 발사기를 탑재하고 있다.
고속단정
- 레전드급은 신속한 검문검색을 위해 고속단정을 사용한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 레전드급에 탑재하는 고속단정 <출처 : 미 해군>
경비함의 임무 특성에 맞게 의심 선박을 검문하기 위한 고속단정을 탑재한다. 일반적으로 고속단정은 경비함의 옆쪽에 탑재한다. 그러나 레전드급의 경우 신속하게 고속단정을 내려서 검문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함미에 고속단정 전용 경사로(slipway)가 설치되어 있다. 레전드급은 3척의 고속단정을 탑재할 수 있는데 보통 2척의 CB-OTH(Cutter Boat-Over the Horizon)와 1척의 SRP(Short Range Prosecutor)를 탑재한다.
- 레전드급은 함미에 있는 슬립웨이를 사용하여 신속하게 고속정을 내리거나 회수할 수 있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항공기
- 레전드급은 MH-60J 대형 구조헬기가 충분하게 내릴 수 있는 넓은 비행갑판을 가지고 있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 레전드급의 비행갑판에 착함한 HH-65 구조헬기 <출처 : 미 해안경비대>
함미에는 구조헬기가 이착함 할 수 있도록 대형 비행갑판(15 m × 24 m)이 설치되어 있다. 해군과 달리 해안경비대의 특성 상 헬기를 고정으로 배치하지는 않으며, 필요에 따라 파견한다. 레전드급은 2개의 헬기 격납고를 가지고 있으며, 보통 2대의 HH-65 중거리 구조헬기를 탑재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1대의 HH-65 구조헬기를 대신하여 2대의 무인헬기(VUAV)를 탑재할 수 있다.
- 규모가 큰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은 거친 바다에서 장기간 작전이 가능하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동급함 (레전드급 9척)
- 미 해안경비대의 경비정과 나란하게 항해 중인 해밀턴함 <출처 : 미 해안경비대>
함번 | 함명 | 착공 | 진수 | 취역 | 건조 | 비고 |
WMSL-750 | 버솔프 (Bertholf) | 2005.3.29 | 2006.9.29 | 2008.8.4 | 노스롭 그루먼 인걸스 조선소 (Northrop Grumman Ingalls Shipbuilding) | 현역 |
WMSL-751 | 웨이슈 (Waesche) | 2006.9.15 | 2008.7.12 | 2010.5.7 | 노스롭 그루먼 인걸스 조선소 (Northrop Grumman Ingalls Shipbuilding) | 현역 |
WMSL-752 | 스트래튼 (Stratton) | 2009.7.20 | 2010.7.20 | 2012.5.31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현역 |
WMSL-753 | 해밀턴 (Hamilton) | 2012.9.5 | 2013.8.10 | 2014.12.6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현역 |
WMSL-754 | 제임스 (James) | 2013.5.17 | 2014.5.17 | 2015.8.8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현역 |
WMSL-755 | 먼로 (Munro) | 2014.11.6 | 2015.9.12 | 2017.4.1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현역 |
WMSL-756 | 킴볼 (Kimball) | 2016.3.4 | 2016.12.17 | 2019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시험중 |
WMSL-757 | 미젯 (Midgett) | 2017.1.27 | 2017.11.22 | 2019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건조중 |
WMSL-758 | 스톤 (Stone) | 2018.9.14 | 2019 | 2020 | 헌팅턴 인걸스 (Huntington Ingalls) | 건조중 |
- 경사진 상부구조물은 레전드급의 가장 큰 특징이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 뒤쪽에서 바라본 레전드급은 군함과 비교할 때 매우 간결한 느낌을 준다. <출처 : 미 해안경비대>
운용 현황
- 금문교를 통과하여 항해 중인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 <출처 : 미 해안경비대>
미 해안경비대는 2003년 4월 2일에 노스롭 그루먼 군함사업부와 선도함 설계 계약을 체결하였다. 함선 건조는 노스롭 그루먼에서 진행하고 탑재하는 지휘통신장비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에서 공급한다. 선도함인 버솔프함은 2004년에 계약이 체결되고 2005년 3월부터 건조가 시작되었다.
-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과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이 항해 중인 모습 <출처 : 미 해군>
모두 9척의 건조 계약이 체결되어 6번 함까지 취역하였다. 7번 함은 건조를 마치고 해상 시험 중이며 2019년 초에 취역할 예정이다. 현재 8번 함, 9번 함이 건조 중이며, 2018년에 10번 함, 11번 함의 건조 예산이 승인되었다.
- 이지스 구축함과 함께 작전 중인 레전드급 대형 경비함 <출처 : 미 해군>
제원
- 함명 : 레전드급
- 함종 : 대형 경비함(WMSL)
- 표준 배수량 : 3,257 톤
- 만재배수량 : 4,178 톤
- 전장 : 127.4m
- 전폭 : 16.5m
- 흘수 : 6.4m
- 최대 속도 : 28kt
- 항해거리 : 12,000nm/9kt
- 승조원 : 128명 (사관 17명)
- 주기관 : CODAG, GE LM2500 가스터빈엔진 (29,500 마력) × 1, MTU 20V 1163 디젤엔진 (9,655 마력) × 2, 2축 추진
- 무장(함포) : Bofors Mk.110 57 mm/70 함포 × 1, Mk.15 Phalanx Block 1B 20mm 기관포 × 1, 12.7mm 기관총 × 4
- 방어 체계 : Mk.53 Mod 6 디코이(decoy) 발사기
- ECM/ESM : SLQ-32(V)2
- 레이더 : TRS-3D/16 3차원 해상 탐색 레이더, SPS-73 항해 레이더, SPQ-9B 사격통제 레이더
- 헬리콥터 : HH-65 × 1/무인헬기 × 2 또는 HH-65 × 2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