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덴마크 다음으로 실용적인 경기관총을 만든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초로 “진정한 휴대용 자동화기”를 만든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역사적 화기는 동시에 1차 세계대전을 대표하는 ‘나쁜 총’중 하나로 거론되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쇼샤” 경기관총은 경기관총의 또 다른 역사적 이정표중 하나로 기억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개발의 역사

쇼샤(Chauchat) 경기관총의 역사는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육군의 퓌토(Puteax) 병기 개발 연구소(Atelier de Construction de Puteaux (APX))는 한 사람이 휴대 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하면 소총에 가까운 형태의 사격까지도 가능한 자동화기의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이 개발을 주도한 인물은 루이 쇼샤(Louis Chauchat) 대령으로, 그는 1907년경 무렵에는 기본 설계를 마무리짓고 1909년까지는 최소 8정의 시제품을 만들어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당시 기본 설계는 롱 리코일, 즉 총열이 마치 대포처럼 거의 탄 전체 길이만큼 길게 왕복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존 M. 브라우닝이 1906년에 설계한 레밍턴 모델8 반자동 소총을 기초로 한 것이었다고 알려졌다.

1911년, 프랑스 육군은 쇼샤의 그의 조수 샤를 쉬테르(Charles Sutter)가 완성한 시제품을 100정 주문해 본격적인 테스트에 착수한다. 이 총들은 CS(Chauchat-Sutter) Mle1913이라는 이름을 달고 1913년부터 1914년 사이에 188정이 생산되어 프랑스 육군의 테스트를 받게 된다.

이처럼 꽤 오랜 시간동안 설계와 테스트가 진행된 쇼샤의 기관총이었지만, 1914년에 상황이 급변한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프랑스군은 문자 그대로 모든 종류의 무기가 급히 대량으로 필요하게 됐지만, 특히 자동화기 부족은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그 와중에 발견한 쇼샤, 정확히는 CS 기관총은 프랑스군에게 정말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잖아도 자동화기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그것도 새로운 시대의 전쟁에 필요한 경기관총인데다 기존의 그 어떤 자동화기보다 단순하고 생산이 쉬운 설계로 만들어진 덕에 짧은 시간동안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육군은 이 총을 CSRG Mle1915, 즉 1915년형 CSRG 기관총이라고 이름 붙이고 황급히 대량생산을 하기 시작했다(프랑스군이 1차 대전 초반에 얼마나 자동화기 부족을 겪었는지, 얼마 안되는 수량의 Mle1913조차 실전에 투입되어 현존하는 샘플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CSRG는 원래 이름은 CS에 더해 RG를 덧붙인 것인데, G는 새로 이 총을 대량생산하기로 결정된 업체인 글라디아토르(Gladiator)사, R은 이 회사의 생산 총책임자이던 폴 리베롤(Paul Ribeyrolles)의 머릿글자다. 글라디아토르는 원래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자전거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전쟁이 벌어지자 생산 주 업종을 무기 생산으로 변경하면서 이 새로운 기관총의 양산을 맡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차 세계대전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경기관총이자 현대적 경기관총 및 자동화기의 또 다른 선조중 하나, ‘쇼샤’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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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쇼샤는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가벼운 총이었다. 무게가 겨우 9kg에 불과한데, 물론 현대의 자동소총이 기준이라면 결코 가볍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대 기준으로도 기관총들과 비교하면 무겁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 사실이다. 게다가 그 시대에는 루이스나 오치키스등의 다른 경기관총들도 12~13kg이 보통이었으니, 쇼샤는 비슷한 무게의 마드센과 함께 그 시대에는 손꼽히게 가벼운 경기관총이었다. 게다가 쇼샤는 자동 사격뿐 아니라 반자동 사격도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가벼울 뿐 아니라 운용개념면에서도 나름 선진적인 면모가 있었다. 쇼샤는 당시 최초의 ‘자동소총’이라고 불리우는 것도 가능한 총이었다. 물론 소총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한 명이 휴대가 가능할 뿐 아니라 거치하지 않은 상태의 견착 사격 혹은 지향 사격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졌다. 이는 특히 참호전이 발발하자 중요한 특징으로 여겨졌는데, 필요하면 돌격시에 이 총을 이동하면서 사격해 적의 머리를 최대한 못 들게 하는 ‘보행 사격’개념을 실현할 수도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개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탈착식 탄창을 아래에 장착할 수 있게 한 것은 나름 선구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당시의 자동화기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의 높은 생산성과 낮은 단가였다. 쇼샤는 부품의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몸통등 많은 부품이 철판 프레스 가공등의 대량생산 공법을 활용해 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원통형 몸통도 파이프등과 별 차이 없는 압출 성형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일단 작동방식 자체가 문제였다. 총열이 거의 총탄 전체의 길이만큼 길게 왕복하는 롱 리코일(Long Recoil) 방식은 작동기구를 꽤 단순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대신 여러가지 단점을 유발했다. 상당한 질량을 가진 총열이 앞뒤로 격하게 움직이는 만큼 총이 심하게 흔들렸고 사수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게다가 큰 질량의 총열이 격하게 움직이는 만큼 부품의 마모도 심해 총의 수명도 썩 긴 편이 아니었으며, 1초에 4발 정도밖에 안되는 느린 발사속도에도 불구하고 콘트롤이 쉽지 않은 원인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양각대는 얇고 파손되기 쉬운데다 사격 중에 접혀버릴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고정도 불확실했으며 거치하지 않고 사격해야 할 때 파지해야 할 수직 보조손잡이의 위치도 너무 뒤쪽이라 앞쪽 무게가 만만찮은 이 총을 안정적으로 휴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문제는 탄창이었다.

쇼샤의 탄창은 탄피 바닥에 큼직한 림(테두리)이 돌출된데다 탄피의 각도도 매우 심하게 경사가 진 8mm 르벨(Lebel) 탄약의 형태 때문에 반원형에 가까운 심하게 휜 형태로 만들어졌다. 앞서 언급한 수직 손잡이의 위치가 너무 뒤로 쏠린 이유도 이 탄창으로 인해 앞에 손잡이를 달 자리를 못 만들어서인데, 문제는 이 탄창이 휴대가 불편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결함이 많았다는 것이다.

쇼샤의 탄창은 일단 내구성 자체가 약했다. 사용된 철판도 두껍지 않아 조금만 세게 쥐고 있어도 송탄불량등의 문제가 나기 쉬웠다. 또한 사용된 스프링도 종종 필요한 수준 이하의 장력밖에 없곤 했다. 이 때문에 현대의 총기들처럼 탄창을 잡으면 그대로 고장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었고, 20연발 밖에 안되는 탄창임에도 불구하고 사수들은 잘 해야 18발, 대부분 16발 까지만 채워서 운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탄창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쇼샤의 탄창은 경량화 및 잔탄 확인의 용이성을 위해 측면에 틈직한 구멍이 뚫려있다. 문제는 그 구멍으로 당연히 진흙이나 모래등의 이물질이 쉽게 들어오고, 당연히 작동불량의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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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의 역사

1915년부터 1918년 사이에 약 26만정의 쇼샤 경기관총이 생산되었다. 이는 이 총을 루이스 경기관총과 함께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된 자동화기로 자리매김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막대한 숫자 그 자체가 쇼샤를 1차 대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렸다. 프랑스군 입장에서는 극심한 무기 부족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대량의 경기관총을 제공해 프랑스군의 보병화력을 어떻게든 보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비록 분대지원화기라는 위치보다는 소대지원화기에 더 가까운 수준으로 운용되었지만(전쟁 말기에는 18명당 1정씩 배치), 그래도 이 총이 나중에 분대지원화기 개념을 완성시키는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총이 ‘훌륭한’총이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영국의 루이스 경기관총은 단순히 많은 뿐 아니라 총 그 자체의 퍼포먼스나 품질로도 충분히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반면 쇼샤는 그 장점 이상으로 단점도 상당하다 못해 장점을 거의 다 뒤덮어버릴 정도의 만만찮은 수준이었다.

쇼샤는 원래 정해진 규격대로 생산된 총으로, 진흙같은 오염 없는 상태에서 좋은 탄창만 골라 사격한다면 불편할지언정 작동에 큰 문제가 있는 총은 아니었다. 문제는 가장 먼저 선결될 조건, 즉 ‘원래 규격대로’부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1916년 까지는 워낙 급하게 생산이 이뤄지다 보니 말도 안되는 품질의 부품들도 상당수 섞여있었고, 또 부품 자체의 품질을 떠나 조립 품질 그 자체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이로 인한 문제가 속출했고, 이런 문제들이 그럭저럭 용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되는 것은 1916년 후반의 일이었다.

이런 개선에도 불구하고 총 자체도 진흙등의 이물질에 결코 강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탄창이었다. 탄창의 최대 문제인 옆에 뻥 뚫린 구멍들은 1918년 6월에 밀폐된 탄창의 일선 보급이 시작될 때 까지 결국 막히지 않았고, 그 뒤로도 일선에 사용된 탄창의 대다수는 옆에 구멍이 뚫린 형태였다. 이로 인해 탄창에 진흙등 이물질이 유입되면 총 본체에 들어갔을 때 못잖은 심각한 작동불량들을 유발하기 일쑤였다.

또 다른 문제는 가늠자-가늠쇠의 위치였다. 많은 쇼샤들은 조준한 곳보다 지나치게 낮게, 오른쪽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지만 어떻게 된 것이 전쟁 끝무렵까지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샤는 프랑스군의 전쟁 수행에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차지했다. 사실 프랑스군은 이 총의 작동 신뢰성이나 명중률등의 능력이 또 다른 당시의 프랑스군 주력 기관총인 오치키스 Mle1914 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Mle1914는 수십 킬로그램의 무게를 가진 거치형 기관총이라 애당초 성격 자체가 달랐고 가격도 압도적으로 비쌌다. 게다가 야전에서는 최일선에서 병사들이 비교적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경기관총에 대한 요구가 늘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프랑스군에게 쇼샤는 좋은 소리는 못 들을지언정 숫자도 많고 성능도 아쉬운대로 어떻게든 쓸 수는 있는 무기로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보병과 함께하는 경량 자동화기라는 개념에서는 어떻게 보면 루이스 이상으로 더 현대적인 자동소총에 가까운 느낌도 있다. 하지만 1917년 8월부터 참전한 미군 유럽원정군(AEF)의 입장은 또 달랐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이었지만, 막상 병력은 급한대로 모은다 쳐도 무기는 별개 문제였다. 특히 기관총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이 때문에 1차 대전에 싸운 미군의 대부분은 중기관총은 오치키스 Mle1914로, 기관총은 쇼샤로 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미군도 프랑스군과 같은 8mm탄을 쓰는 기본형 쇼샤 기관총을 사용했다. 그러나 소총은 미군 제식인 .30-06탄약을 쓰는 M1917이나 M1903을 쓰면서 경기관총은 다른 탄약을 쓰는 총이 섞여있으면 운용상 불편할 것은 당연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는 쇼샤를 .30-06탄에 맞게 개조한 버전을 약 19,000정 생산해 공급했다.

문제는 이 .30-06탄 사용 버전이었다. 원래 쓰던 8mm탄보다 더 강력한 .30-06탄을 쓰기 위해 급하게 개조된 쇼샤는 원래보다 훨씬 잦은 고장을 일으켰고, 종종 몇 발 쏘지도 못하고 탄피 배출을 못하며 멈춰버리는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그러잖아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던 쇼샤는 미군에게 최악의 원성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나마 야전에 배치된 것은 공장에서 출고된 총들 중 나은 축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미군은 공장에 검사관을 상주시켜 품질을 검사했고, 그 결과 미군용으로 제작된 .30-06탄 사용 쇼샤중 약 40%가 일선에 지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명한 브라우닝 자동소총(BAR)을 개발해 배치했지만, 문제는 배치가 시작된 것은 1918년 9월이라는 점이다. 이 때면 이미 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로, 2개월 뒤 전쟁이 끝날 시점에도 아직 AEF소속 미군 사단의 75%가 쇼샤로 무장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프랑스 외에도 벨기에가 약 7,000정을 사용했고, 그 외에도 세르비아와 이탈리아가 프랑스로부터 이 총을 소량 공급받아 운용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폴란드나 핀란드등 많은 나라들이 프랑스군으로부터 잉여품이 된 쇼샤를 넘겨받아 운용했지만, 프랑스 자신도 이 총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1940년에 독일에 항복할 시점까지도 3만정 넘는 재고가 보관되어 있었다(당시 주력 경기관총은 이미 1924년에 개발된 FM24/29로 넘어간 다음). 이 총들은 독일군이 접수한 뒤 후방부대나 친독 민병대 무장용등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쇼샤는 이래저래 해서 약 19개국이 운용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1930년대에 후계 총기를 선정해 이를 대체했다. 그러나 시리아등 일부 국가들은 1940~50년대 사이까지 전쟁에 사용했고, 심지어 1960년대에 베트남에서는 프랑스군이 남기고 간 극소량의 쇼샤가 실전에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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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길이 1.143m
- 무게 9.07kg
- 총열 길이 470mm
- 탄창 20연발
- 사용 탄약 8x50mm R (8mm 르벨)
- 발사속도 240~250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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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홍희범 | 군사전문지 편집장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전투외상 응급처치>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