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6A1으로 2세대를 맞이한 M16소총은 약 10년 만에 또다른 변화를 계기를 맞는다. 계속 성숙해가는 M16의 3세대 모델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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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A1을 넘어서

1978년이 되자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는 M16A1의 개량형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었다. 콜트는 여전히 1967년 단일구매계약의 연장선 상에서 M16A1을 생산해오고 있었는데, 콜트사 자체에서 만드는 부품은 겨우 12가지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품들은 디에마코(Diemaco, 현 콜트 캐나다)나 아말라이트 등 70개의 하청회사에서 만들어지며, 콜트가 이를 조립하여 납품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실제 각군에서 사용 중인 M16A1은 1970년대말에 이르러서는 거의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개선점에 대한 지적사항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강선회전율이었다.

NATO는 미국의 요청이 있은 지 10년만인 1977년 5.56x45mm 탄을 NATO 표준으로 채용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유럽국가들은 기존의 M193탄보다는 좀더 사거리나 관통력이 향상된 탄환을 원했다. 여전히 장거리 교전을 선호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탄조끼 기술이 향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M193탄은 신형 방탄조끼들을 관통할 수 없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영국, 독일, 벨기에의 회사들은 기존의 5.56x45mm탄과 규격은 똑같지만 탄자의 형상과 추진장약을 바꿔 성능을 향상시킨 탄약의 개발에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세계적인 총기회사인 벨기에 기업 FN은 SS109라는 탄환을 내놓았다. 미국의 M193탄의 유효사거리는 450m인데 반하여 SS109는 600m까지 증가했다. 또한 62그레인(4g)의 탄자를 사용하여 55그레인의 M193보다 탄자의 중량을 늘렸고, 탄자의 내부에 강철을 채용하여 600m의 철제헬멧을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문제는 강선의 회전율이었다. M16A1의 총열은 12인치당 1회전의 강선을 채용했는데, 이 총열에 SS109 탄을 사용할 경우 90m가 넘어가면 탄도가 안정되지 않았다. SS109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강선회전율을 더욱 높여야만 했는데, 최소한 9인치에 1회전을 하도록 해야만 했다. 결국 새로운 M16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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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A2의 탄생

그리하여 M16A1을 대체할 A2모델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막상 M16A2의 총열은 7인치에 1회전을 하는 강선을 채택했다. 이는 SS109와 동시에 개발된 SS110 예광탄 때문이었다. 구형 M196 예광탄은 450m까지 유효사거리를 가졌는데, SS110은 무려 800m에 이르렀다. 다만 SS110 예광탄을 사용하려면 강선회전율은 7인치당 1회전에 이르러야만 했다. 따라서 A2에서도 1/7 회전율의 강선을 채택한 것이다. 미군은 SS109 보통탄과 SS110 예광탄을 각각 M855와 M856으로 제식 채용했다. 기존의 탄환과의 구분을 위하여 M855탄의 끝부분에는 녹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데, 이로 인해 M855탄은 '그린 팁(Green Tip)'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개선은 탄환의 변경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존 총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M16A1 PIP(Product Improvement Program, 성능개량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총열의 무게를 늘려 내구성과 명중률의 향상을 꾀했고, 총열덮개도 기존의 삼각형 형태에서 원통형으로 변경 되었으며, 권총손잡이도 더욱 확실한 파지를 위하여 손가락에 맞춰 형태가 변경되었다. 왼손 사수의 안전한 사격을 위한 기구들이 포함되었고 가늠자/가늠쇠도 개선되는 등 다양한 개량을 적용한 총기가 1981년 등장했다. 바로 M16A1E1(콜트 모델 645)이었다.

미군은 1981년 11월 시험평가를 위하여 M16A1E1 50정을 도입했다. 그리고 시험평가를 거친 후 성능이 만족한다고 판단하고 1982년 9월 A1E1 소총의 제식화를 결정, 1983년 11월 20일에 'M16A2 5.56mm 소총'이라는 제식명칭으로 채용되었다. 1983년 2월의 시험평가에 따르면 M16A1E1은 제시된 27개의 요구조건 가운데 19개를 충족시켰고, 5개 사항은 일부 만족시키며 3개 항목에서는 조건에 충족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전반적으로 성능에서 만족했다고 판단하고 채용을 결정했으며, 결함사안은 양산 전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제식화 이후 최초로 구매를 결정한 것은 해병대로, 초기 양산형의 M16A2는 1984년 1월 해병 사격술 교육훈련대(Marine Marksmanship Training Unit)에 최초로 보내졌다.

SS109 규격의 채용 이외에도 M16A2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점사(burst) 기능의 채용이었다. 이는 베트남전의 교훈을 적용한 것으로, 당시 총격전에서 흥분된 병사들이 연사로 사격하면서 탄창 하나를 수 초 내에 비워버리면서 탄환을 낭비했던 사례가 반복됐는데, 연발사격시에는 완전한 통제가 어렵고 따라서 명중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아예 연발기능을 없애는 대신 방아쇠를 한번 당기면 탄환이 3발 발사되는 3점사를 채용하는 것이 타당하는 제안이 나왔고, M16A2에 이러한 제한이 적용된 것이다. 또한 방아쇠의 무게를 M16A1에 비하여 1.35파운드 증가시켜 M16A2는 무려 6파운드에 이르렀다. 3점사와 무거운 방아쇠로 인하여 일선에서는 사격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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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A2의 거듭된 진화

한편 M16A2가 제식화된 직후에 이를 다시 개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당시 미 육군 피카티니 조병창(Picatinny arsenal)에서는 총기에 결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을 개발하여 이를 소화기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M16A2의 상부리시버의 손잡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피카티니 레일을 장착하고, 손잡이도 착탈식의 피카티니 레일로 만든 모델이 1984년 4월 소개되었다. 바로 'M16A2 엔헨스드 라이플(Enhanced Rifle)'로 M16A2E1으로 구분되었다. M16A2E1은 상부리시버의 피카티니 레일 이외에도 접이식 가늠쇠를 채용하여, 총기 상부에 조준경을 장착하더라도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다.

M16A2E1은 콜트사의 선임엔지니어인 헨리 테트로(Henry Tatro)가 설계를 맡아 1985년 4월에 최종형이 육군으로 보내졌다. 미 육군은 1985년부터 M16A2E1의 시험평가를 실시했지만, 실제로는 M16A2를 구매했다. 1985년부터 1986년사이 육군과 해병대는 21만7천여 정을 구매했다. 미 육군이 M16A2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말 부터였다.

M16 계열은 전통적으로 콜트사가 독점해왔는데, 아주 예외적으로 A1의 신속한 양산시에 2개업체가 들어온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M16A2부터는 이러한 독점이 깨어져 1988년 FN의 미국 자회사인 FNMI(FN Manufacturing, Inc.)도 납품을 시작했다. 콜트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여 이의를 제기했지만, GSA(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는 1989년 1월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기각시켰다.

육군과 해병대는 과거 XM16E1을 M16A1으로 업그레이드 했던 것과는 달리 M16A2 사업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총기로 구매했다. 양군이 총기를 교체하자 공군과 해군도 잇따라 교체에 나섰다. 우선 공군은 1989년말에 기존의 M16(노리쇠전진장치가 없는 모델)을 M16A2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도 M16A1을 M16A2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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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A2의 새로운 가능성

미 해군의 선택은 좀 달랐다. 해군에서 소총을 대대적으로 사용하는 부대는 특수부대인 실팀(SEAL Team)이었다. 연발을 선호하는 실팀의 요청에 따라 해군은 M16A2E3라는 모델의 개발에 예산을 지원했다. M16A2E3는 기존의 M16A2와 모든 부분이 유사하지만 점사기능을 없애고 대신 연발사격이 가능하도록 한 모델이었다. 실팀은 1992년부터 M16A2E3를 지급받기 시작했는데, E3 사양은 1996년 제식화되면서 'M16A3 5.56mm 소총'으로 분류되었다. M16A3는 이후 실팀은 물론이고 해군공병대인 씨비(Seebee)와 해군기지의 경계병력용으로 해군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사실 M16A2에서는 E1이나 E3보다 더욱 급격한 개량형이 존재했다. 바로 M16A2E2이다. 사실 이 총기는 M16A2라기 보다는 완전히 별도의 총에 가까웠다. 미 육군은 M16A2를 선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6년 ACR(Advanced Combat Rifle, 차기전투소총) 사업을 시작했다. 전투 스트레스 속이라도 미군 보병은 50야드(45m)에서는 표적을 대부분 맞출 수 있었지만, 240야드(약 220m)의 표적에 대해서는 명중률이 1/10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ACR은 이러한 명중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개발된 차세대 소총이었다.

ACR 사업은 1986년 2월 제1단계가 시작되어 HK(Heckler& Koch, 헤클러 운트 코흐), 슈타이어(Steyr Mannlicher), AAI(AAI Corporation), 아레스(Ares, Inc.), 맥도널 더글라스 헬기사업부(McDonnell Douglas Helicopter Systems MDHS) 등이 참가했다. 당연히 현재 미 육군의 제식소총을 납품하던 콜트도 이에 뛰어들었는데, 그 후보모델로 만들었던 것이 바로 M16A2E2였다. 그러나 통상 M16A2E2라는 명칭보다는 콜트 ACR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콜트 ACR은 사실 대단히 새로운 총기라기 보다는 M16 플랫폼을 거의 그대로 살린 모델이었다. 탄환도 기존의 M855탄을 그대로 발사할 수 있었다. 다만 큰 차이점은 M855와 규격이 같으나 탄자가 2개인 듀플렉스 탄환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충격완충장치로 기존의 스프링 버퍼를 대신하여 유압식 버퍼를 채용함으로써 반동을 무려 40%나 감소시켰다. 총몸 윗 쪽에는 피카티니 레일이 아니라 위버 레일(weaver rail)을 장착하여 손잡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손잡이를 제거하면 엘칸(Elcan) 사의 3.5배율 조준경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콜트 ACR은 나이츠 아머먼트(Knight’s Armament)에서 만든 반동억제소염기(muzzle brake compensator, MBC)를 채용했는데, MBC는 발사시 소음을 무려 13.5 데시벨이나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동을 효율적으로 제어가능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ACR사업은 1989년 8월에 3단계의 본격적인 선정테스트 사업으로 넘어가면서 4개의 업체만이 남았는데, 그 업체들은 HK, 슈타이어, AAI와 콜트였다. 4개 사가 만든 제안 모델을 놓고 실사격 시험평가가 실시되었는데, 그 어떤 업체의 총기도 ACR의 요구조건에 근접하지 못했다. 실은 ACR은 M16A2보다 100% 이상의 성능을 요구하는 매우 어려운 사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 보병학교의 1987년 연구보고서에서는 소총이 무기로서 갖는 성능은 이미 100%에 이르렀으며, 폭발탄을 개발하지 않는 한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한 보고서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군은 스마트 폭발탄을 발사할 수 있는 OICW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1990년 무려 3억불의 비용을 소모한 ACR 사업은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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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카빈을 부활시킨 M4

그러나 M16A2 계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결실을 맺은 시리즈는 따로 있다. 바로 M4 카빈이다. 사실 미군은 1950년대 초까지 M1, M2, M3 카빈을 개발하면서 휴대성이 높은 총기 카빈(carbine)을 개발해왔다. 이미 말을 타는 기병은 사라지고 없지만 카빈 총기는 짧은 전장으로 휴대성이 높아 2차대전과 한국전은 물론이고 베트남전에서까지 애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카빈이라는 분류의 총기의 개발은 멈췄다. 특히 M16이 채용되면서 그러한 구분은 없어지는 듯했다. 오히려 M16의 총열 길이를 짧게 한 '기관단총' 모델들이 등장하여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미군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카빈을 부활하기로 하고, XM4(콜트 모델 720)라는 시험제식명칭하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 대상은 신형 총기의 개발이 아니라 M16A2의 단축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거 M16의 기관단총형이던 XM177E2의 경우 총열길이는 11.5인치 였으나, XM4에서는 14.5인치 총열을 채택하여 더욱 정밀도를 추구했다. XM4는 M16A2와 같이 연사기능 대신 점사기능을 보유하도록 했다.

미 육군은 1987년 1월 30일 XM4를 'M4 5.56mm 카빈'(콜트 모델 920)으로 분류하고 제식화했다. 그러나 실제 일선에 지급이 시작된 것은 1989년 4월부터였다. 미 해병대도 M4를 확보하기 위해 1987년 4월 사업을 계획하였지만, 미 의회가 예산을 주지 않아 1990년까지 중단되었다. 한편 연발기능을 배제한 M4는 특수부대에게는 적합하지 않았으므로, 연발기능을 추가한 M4E1이 개발되어 1994년부터 M4A1(콜트 모델 921)으로 특수부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M4와 M4A1은 일선에 지급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육군 전차병용 총기로 끈질기게 사용되던 M3A1 그리스건을 드디어 대체하는 총기가 되었다. M4는 XM4에서 제식화되면서 M16A2E1에서처럼 가늠자를 겸하는 손잡이가 제거되도록 하여 피카티니 레일을 채용했다. 이러한 레일의 장착은 결국 M16 4세대 모델의 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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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석·박사과정을 거쳤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며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대테러실무를 가르치며, 합참·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