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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도발, 우리軍도 영상 반격… '안보 협력국'끼리 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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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5 03:14

- 국방부 "日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 4분26초 동영상 공개
靑 NSC 소집 하루만에 정면 대응… 아베, 신년회견서 언급안해
日 "추적 레이더 조준" 우리軍은 "탐색용 레이더만 가동" 쟁점

국방부가 4일 '일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과 관련해 일본 측의 주장을 강력 반박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군사 당국 간 갈등을 물밑 조율해야 할 양국 최고 지도부가 정면 대응에 나선 뒤 전선이 확장되며 갈등의 파고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연일 우리 측 입장을 반박해온 일본은 일단 이날은 맞대응을 유보했다.

◇비장한 배경음악의 4분 26초 영상

국방부가 이날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4분 26초 분량의 국문판 동영상에는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접근했을 당시 일본 주장과 달리 우리 함정이 추적 레이더(STIR-180)를 조사(照射)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지난달 20일 북 어선 구조 작전을 하는 우리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동그라미)가 접근하고 있다.
국방부가‘일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과 관련한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4일 제작 공개한 동영상의 한 장면. 지난달 20일 북 어선 구조 작전을 하는 우리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동그라미)가 접근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일본 P-1 초계기가 우리 함정을 위협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동영상 첫 화면에서 국방부는 비장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 작전 방해 행위를 사과하고 사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우리 해경 경비함 삼봉호가 촬영한 일본 P-1 초계기의 저공 접근 장면을 처음 공개했고 일본의 주장들을 자막을 통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국방부는 "일본 초계기는 왜 인도주의적 구조 작전 현장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나" "일본 측이 주장하는 추적 레이더 증거 자료가 있다면 양국 실무 협의에서 제시하라"는 자막도 넣었다. 국방부는 앞으로 영문 등 각국 언어로 번역한 영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日, 맞대응은 유보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이날 우리 국방부 반박 영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 방위성은 조선일보가 이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자 "(한국의 반박 영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언제 대응할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미에(三重)현 이세 신궁을 참배한 뒤 현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개별적으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성 부대신(차관)은 이날 우리 국방부가 반박 영상을 공개하기 전 "항공법 등에서 금지하는 패턴은 저공으로 함선 위 통과, 급강하, 큰 소리 내기, 함선과 같은 진로 비행, 근거리 횡단, 모의 공격 비행"이라며 "당시 자위대 초계기는 위협 비행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전화 통화를 가졌다. 일본 측은 "사실에 입각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인식이 일치했다"고 했지만, 양국 국방 당국 간 추가 협의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추적 레이더 조준, 위협 비행 여부 쟁점

한·일은 이번 논란에서 크게 두 가지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 함정이 추적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하고, 우리 측은 탐색용 레이더(MW-08)는 가동했지만 추적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논란은 일본 초계기의 광개토대왕함 150m 위 근접 '위협 비행' 여부다. 일본 측은 민항기 관련 규정을 근거로 "150m 위로 비행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국방부는 "일본 측이 언급한 규정은 군용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초계기는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의 군사적인 '레이더 조준' 갈등이 정치적인 갈등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안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아베 총리도 문제지만 우리가 '맞불 작전'으로 나가는 것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방위성의 반대에도 영상 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지지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국방부 차원에서 대응하던 우리 정부는 지난 1일 아베 총리가 신년 인터뷰를 통해 우리 측에 '재발 방지책'을 공개 요구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군 당국 차원에서 최고 지도부 차원으로 대응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