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 권총은 단순하고도 효율적인 설계로 인하여 수많은 카피품이 나왔다. 애초에야 무단복제였지만 진작에 특허기간이 지나면서 어떤 회사라도 합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911 권총의 설계에 바탕하였지만 복열탄창을 채용하거나 더블액션이 가능하는 등 독창적인 설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하에는 1911에 바탕한 독특한 총기들을 소개한다.

---

변형모델

콜트

콜트사는 1911 권총의 설계를 바탕으로 파생형 이외에도 다양한 변형모델을 제시했다. 1911 권총을 기반으로 크기를 크게 줄인 서브컴팩트 권총으로 머스탱(Mustang)이 1983년에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독특하고도 급격한 1911권총의 변형은 더블액션 기구를 채용한 1911인 콜트 더블이글(Double Eagle)이었다.

더블이글

1970년대부터 미국의 경찰관들은 리볼버에서 점차 반자동권총으로 무장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는데, 유독 콜트만이 이 분야에서 약했다. 콕드 & 락드 상태여야 즉각 대응이 가능한 1911 권총의 특성상, 안전문제로 경찰관들이 이를 채용하기를 꺼려하자, L.W.시캠프(Seecamp)와 같은 커스텀업체에서는 1911권총의 작동방식을 더블액션으로 바꿔주는 커스텀 작업을 1973년부터 시작하기도 했다.

결국 콜트도 시류를 인정하고 1985년에서야 1911 권총을 더블액션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더블이글이다. 더블이글은 더블액션 방아쇠 기구에 커다란 방아쇠울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더블액션으로 안전을 확보한 결과 그립 세이프티는 생략되었고, 탄창 멈치 위쪽에 디코킹 레버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복열탄창은 채용하지 않아 45구경도 장탄수가 7발에 불과하다. 콜트는 1990년부터 더블이글을 본격적으로 생산했지만, 너무도 늦게 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열탄창을 채용하여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한 채 1997년 생산이 종료되었다.

파라 USA

1911의 변형모델을 만드는 회사 가운데 가장 독특한 존재는 파라(Para) USA이다. 원래 이 회사는 캐나다의 파라 오드넌스(Para Ordnance Mfg)로 1985년 창립되어 독특한 총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 회사는 1911 권총의 설계를 바탕으로 복열탄창을 채용한 P시리즈 권총을 만들어냈었다. 그러다가 2009년에 파라 오드넌스는 미국에 지사를 냈으며, 이후 회사의 본점을 아예 미국으로 옮기면서 미국회사로 바뀌었다. 2012년부터는 레밍턴를 인수합병한 모회사인 프리덤 그룹에 인수되어 레밍턴의 자회사로 되어 있다. 레밍턴에서 R1911 시리즈가 나옴에 따라 더 이상 파라 USA로 생산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14.45 시리즈

파라오드넌스의 대표적인 권총이었던 P14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모델로, 5인치 총열에 45ACP 탄을 사용하는 1911 권총을 복열모델로 만든 것으로 14발의 탄환을 장전한다. 복열 계열로는 가장 기본형인 익스퍼트(Expert) 14.45와 익스퍼트 14.45 스테인레스, 그리고 레일을 장착한 택티컬 시리즈의 블랙옵스(Black Ops) 14.45가 있다.

경기용 권총인 컴피티션(Competition) 시리즈는 조금 더 다양하여, 5인치 총열에 45구경 14발을 장탄하는 프로 커스텀 14.45, 똑같은 사이즈에 40구경 16발을 장탄하는 프로 커스텀 16.40, 9mm 탄환 18발을 장탄하는 프로 커스텀 18.9가 있다.

워트호그

오피서 크기의 권총을 복열화한 워트호그(Warthog) 시리즈도 발매되었는데, 3인치 총열에 45구경을 사용하지만 장탄수는 무려 10발이다. 워트호그는 스테인레스 모델도 있다.

LDA 시리즈

서브컴팩트 사이즈의 1911을 더블액션 권총으로 만든 시리즈. 은닉을 위하여 해머가 없으며 일단 더블액션 권총처럼 초탄을 더블액션으로 발사하는 방식이다. LDA는 Light Double Action의 준말이다. LDA 오피서와 LDA 캐리 2가지 시리즈가 있으며, 45구경과 9mm 2가지로 발매된다. LDA 오피서 45구경의 경우 장탄수는 7발이다.

시그암스

시그 자우에르(SIG Sauer GmbH & Co. KG)의 미국 법인인 시그암스(SIGARMS Inc; 현재 미국법인의 이름도 시그사우어SIG Sauer, Inc.)는 2004년 새로운 1911 권총인 GSR(Granite Series Rail) 권총을 발매했다. GSR은 1911 권총에 기존의 시그 P220 계열의 감성과 현대적 개량을 더하여 만든 권총이다. GSR을 발매 초기에 '올해의 권총' 상을 받을 만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는 GSR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고 통상 시그 1911로 불린다.

시그 1911

시그사우어의 1911은 다른 1911 권총들처럼 기본형, 코맨더, 컴팩트, 서브컴패트로 나뉘는데, 이를 각각 풀사이즈, 캐리, 컴팩트, 울트라컴팩트로 부른다. 여기에 더하여 권총 손잡이 끝 부분이 밥테일(Bobtail) 형식으로 굴곡진 모델은 패스트백(Fastback)으로 구분한다.

45ACP 모델의 기본형은 8발 탄창이 기본이며, 9mm 파라블럼(Parabllum), .357 시그(SIG), .40S&W, 10mm 오토 등 다양한 탄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의 1911들과는 달리 탄피 차개가 슬라이드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시그 1911은 초기의 호평과는 달리 급탄 등에서 잦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니쉬에 따라서 건블루, 니켈피니쉬, 브론즈피니쉬, PVD 피니쉬 등이 적용되며 도색모델에 투톤 모델도 있어 옵션이 다양하다. 일관된 체계로 구분되지는 않고, 플랫다크어스의 PVD모델은 엠퍼러 스콜피언(Emperor Scorpion)으로 불리는 등 구분은 상대적으로 난잡하다.  니켈 레일 풀사이즈, 엠퍼러 스콜피온 풀사이즈, 레일 장착모델도 있다.

STI 인터내셔널

1990년 건스미스인 버질 트립(Vergil Tripp)은 "모듈러 프레임 총기"를 기치로 컴피티션 1911 커스텀을 만드는 전문업체인 트립 리서치를 발족시켰다. 특히 1993년경에는 CAD 전문가인 샌디 스트레이어(Sandy Strayer)가 합류함으로써 복열탄창의 고성능 1911 권총을 만들고 이를 2011® 권총이라고 불렀다. 이미 당시에는 파라 오드넌스가 대용량 1911 권총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STI는 금속제 모듈러 프레임에 강화플라스틱 방아쇠울과 권총손잡이를 결합하는 등 경량화를 이루어 컴피티션 슈터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997년 데이브 스키너가 트립 리서치를 인수하면서 회사명을 STI 인터내셔널로 바꾸었다.

엣지

STI의 대표적인 2011 계열 권총으로 무려 20년 가깝게 컴피티션 권총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총기가 엣지(Edge)이다. 슬라이드를 제대로 지지할 수 있도록 권총 손잡이를 손에 맞추어 만들며, STI의 독특한 리코일 마스터 시스템(Recoil Master system)으로 반동 억제가 편리하다. 5인치 총열이 기본이며, 컴피티션 슈팅에서 많이 쓰이는 .38슈퍼, 9mm, .40 S&W, .45ACP 등 각 탄환별로 생산된다. 복열탄창 모델이므로 45구경의 경우 장탄수가 14발에 이른다.

DVC

현재 STI의 주력라인업인 최고급 컴피티션 권총으로, DVC-리미티드, DVC-오픈, DVC-옴니, DVC-캐리, DVC-스틸, DVC-3건 등이 있다.

택티컬

STI 총기들 가운데 실전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총기로, 45구경과 9mm 두 가지 구경으로 발매되었다. 모듈러 2011 프레임에 바탕하는데 권총손잡이의 두께는 보기와 다르게 복열탄창 권총 치고는 상당히 얇은 편으로, 4.15인치의 총열길이에도 불구하고 통상의 양산총기와는 비교될 수 없는 정확성을 자랑한다. 레일을 장착하며 웨폰라이트를 장착할 수 있으며, H.O.S.T 모델의 경우는 슬라이드 위쪽에 초소형닷 사이트를 장착할 수 있다.

스트레이어-보이트 Inc.

인피니티 파이어암스

인피티니(Infinity)는 STI에서 2011 모듈러 프레임을 개발했던 샌디 스트레이어가 퇴사하여 프로 슈터이자 건스미스인 마이클 보이트(Michael Voigt)와 창립한 스트레이어-보이트(Strayer-Voigt, Inc. ; 통상 SVI로 불림)사의 1911 커스텀 권총의 브랜드 명이다. 인피티니 권총들은 통상 싱글스택(일반적인 1911 단열탄창 모델), 컨실드 캐리(Concealed Carry), 와이드바디(Wide Body, 복열탄창모델), 경기용 오픈 건(Open Guns)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커스텀 총기이므로 특별한 양산라인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디토닉스 디펜스

디토닉스(Detonics)는 1976년 창립된 1911 컴팩트 권총 전문제조사이다. 디토닉스는 1977년 컴뱃 마스터(Combat Master)를 양산하면서 콜트보다도 먼저 1911 서브컴팩트 권총의 장르를 열었으나 1987년 파산하고 말았다. 이후 디토닉스의 인원들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아리조나주로 옮겨 뉴 디토닉스(New Detonics)를 설립하고 비즈니스를 이어갔지만 1992년 또 다시 파산하였다. 이후 2004년 저명한 총기 저술가이자 공상과학소설가인 제리 에이헌(Jerry Ahern)이 2004년 디토닉스를 부활시키면서 디토닉스 USA가 죠지아주에서 재설립되었고, 이 회사는 2007년 디토닉스 디펜스(Detonics Defense)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MTX

2011년에 처음 소개된 디토닉스의 신형 1911로 4.25인치 총열에 12발 복열탄창을 채용했다. 복열탄창 권총이지만 그립감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프레임을 최대한 가공하였다. 기본적으로 1911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싱글액션 권총이지만, 컴뱃마스터 시절부터 계속된 디토닉스의 전통에 따라 그립 세이프티는 생략되었다.

STX

미 육군의 XM17 차기권총 선정사업을 위하여 디토닉스 디펜스와 STI가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 모듈러 프레임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STI의 기술력이 결합되었으며, XM17 사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프레임이 금속으로 제작된 권총으로 4가지 조합이 가능했다. XM17의 요구에 맞춰 격발방식도 싱글액션이 아니라 스트라이커 격발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진작에 사업에서 탈락함으로써 XM17로 채용되지 못했다.

컴뱃 마스터

디토닉스의 첫모델이자 1911 서브컴팩트의 최초모델로 전설적인 총기이다. 이전까지 대부분 1911 권총의 단축형들은 콜트를 잘라서 만든 수제 커스텀이었으나 컴뱃마스터는 최초로 프레임부터 서브컴팩트 권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모델이다. 1975년에 처음 개발된 후 소량 커스텀 생산을 하다가 1977년에서야 양산체제를 갖추었다. 장탄수는 6발이다. 컴뱃 마스터 Mk I이 매트 블랙 피니쉬, Mk II는 새틴 니켈 피니쉬, Mk III가 하드크롬 피니쉬였다. Mk IV는 블루 피니쉬에 조절가능한 가늠자를 채용했고, Mk V는 스테인레스 스틸, Mk VI는 최고급모델, 그리고 Mk VII은 가늠쇠와 가늠자가 없는 모델이다. 디토닉스 USA시기까지만 생산되었으며, 현재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석·박사과정을 거쳤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대테러실무를 가르치며, 합참·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