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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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티거 전차

제2차 대전을 대표하는 지상전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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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에 전시된 티거 131호. 티거는 생산량이 적었지만 전쟁사에 엄청난 흔적을 남겼다. <출처: (cc) Simon Q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35년, 독일은 재군비를 선언한 후 공개적으로 전차 제작에 나섰지만 오랫동안 중화기의 보유와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1호, 2호 전차는 등장 당시부터 성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고 제2차 대전 발발 직전에 도입이 시작된 3호, 4호 전차도 여러 경쟁 전차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다만 독창적인 작전을 구사한 덕분에 진격의 선봉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VK30.01(H) 차체에 3호 전차 포탑을 올린 실험 전차. 양산에 이르지 못했으나 티거 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출처: (cc) pieve at forum.warthunder.com >

하지만 1940년 프랑스 전역을 분석한 독일군 당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위를 누리려면 성능이 강화된 전혀 새로운 전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간 절감을 위해 이전에 여러 이유로 폐기되었던 VK30.01을 기반으로 중량 30톤 내외에 75mm 포를 장착하는 신예 전차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1941년 5월, 보고를 받은 히틀러가 새로운 전차는 보다 강력한 화력과 방어력을 보유해야 한다며 개발 과정에 개입했다.

그동안 독일은 전차의 무게를 당시에 존재하던 대부분의 교량을 건널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해 왔다. 그래서 처음 구상 당시에 신예 전차의 무게를 35톤 정도로 예정했으나 히틀러의 명령을 따르려면 이를 초과해야 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 방어력 향상은 장갑의 두께와 비례하는 데다 강력한 88mm 포를 탑재하면 무게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프로젝트가 45톤 급인 VK45.01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구동 계통에 문제가 많아 경쟁에서 탈락한 포르쉐의 VK45.01(P) <출처: Public Domain >

작전이나 무기 개발에 툭하면 자행된 히틀러의 간섭은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지만 적어도 이때의 결정만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예 전차를 히틀러의 주장대로 개발해야 할 만큼 곧이어 발발한 독소전쟁에서 경험한 소련의 KV과 T-34의 성능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일사천리로 개발을 마친 포르쉐의 VK45.01(P)와 헨셀의 VK45.01(H) 시제품이 1942년 4월 20일 공개되었다.

포탑은 동일한 것을 사용했으므로 두 모델의 차이는 차체였다. VK45.01(P)는 디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었고 VK45.01(H)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다. 각종 실험 결과 안정성이 좋다고 평가된 VK45.01(H)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어 그해 중반에 전선 투입을 목표로 양산에 착수했다. 어쩌면 전쟁 중이라서 가능할 수 있었던 전광석화 같았던 개발과 생산 과정이었다.

러시아 쿠빙카 군사 박물관에 전시 중인 티거. <출처: (cc) Mike1979 Russia at Wikimedia.org >
이렇게 1942년 8월부터 전선에 공급이 시작된 새로운 독일의 중(重)전차가 너무나도 유명한 6호 전차 티거(Panzerkampfwagen VI Tiger Ausf.E, 이하 티거)다. 원래 티거는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VK45.01(P)에 붙인 예명이었는데, 이후 6호 전차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비록 1942년 8월 29일에 벌어진 최초의 실전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이후 개량을 거듭해 제2차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차로 군림했다.
티거 1 (6호전차)의 활약상 <출처: 유튜브>


특징

티거는 포탑의 전면이 120mm에 이를 정도로 장갑이 두터웠다. 덕분에 경사장갑을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등장 당시에 소련의 ZiS-3대전차포나 영국의 6파운더 포로 격파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을 만큼 대단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살아남는 자가 결국 이기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한 이점을 제공해 주었다. 이를 믿고 티거 승무원들은 수적 열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갑전을 벌였다.

피탄 된 티거의 측면을 살펴보는 독일 병사들. 두터운 장갑 때문에 방어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출처: (cc) Bundesarchiv >
티거가 장착한 8.8cm KwK 36 L/56 주포는 유효 사거리 내에서 당대 존재한 모든 전차를 일격에 격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최대 92발의 탄을 휴행할 수 있어 지속 전투력도 뛰어나 기동력을 상실했을 경우에는 마치 고정 포대처럼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단지 포의 파괴력뿐만 아니라 TZF9 광학조준기와 머즐 브레이크의 성능이 뛰어나고 차체의 안정성도 좋아서 명중률 또한 훌륭했다.
대단한 정확도를 자랑한 TZF9 광학조준기 <출처: (cc) MisterBee1966 at Wikimedia.org > https://en.wikipedia.org/wiki/Tiger_I#/media/Fi
이처럼 방어력과 공격력이 이전 전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지만 문제는 56.9톤에 이르는 무게였다. 이런 덩치를 감당하기에 당시 동력 및 주행 계통 장치의 성능이 부족했다. 시속 38㎞의 최대 속도는 당시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었고 신형 조향 장치 덕분에 조종도 편리했으나 기계적 신뢰성은 그다지 좋지 않아 고장이 자주 발생했다. 더불어 정비 요소가 많아 야전에서 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티거 전차의 소개영상 <출처: 유튜브>


운용 현황

티거는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독일군과 함께하며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1942년 말 북아프리카 전역에 투입된 제501중전차대대가 이듬해 5월까지 신형 M4을 비롯한 150여 대의 미군 전차를 격파하면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평원에서 툭하면 대규모 기갑부대들이 뒤섞여 자웅을 겨룬 동부전선에서의 전과와 비교하면 대단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다.

1943년 쿠르스크 전투 당시의 사격을 가하는 티거. <출처: (cc) Bundesarchiv >
1943년 소련군이 손실한 기갑 차량이 약 22,000여 대였는데 이 중 약 5,000여 대가 티거에 의해 격파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공군의 지원 없이 전차 간의 원거리 교전은 일방적이라 할만한 결과를 가져왔다. 주포의 사거리와 화력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보니 상대방의 사거리 밖에서 유유자적하게 공격을 할 수 있었던 반면 상대는 티거를 격파하려면 최대한 빨리 근접해 치고 들어와야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위험했다.
견인되는 티거. 적진 한가운데서 고장 나거나 피격되었더라도 어지간하면 회수해 사용했을 만큼 티거는 독일군에게 상당히 귀한 무기였다. <출처: (cc) Bundesarchiv >
이처럼 티거는 전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무기지만 생산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총 1,347대가 제작되었는데 동시기에 활약한 T-34, M4 같은 전차들이 수만 대 이상 생산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일선에서 대단히 귀한 대접을 받아 독립 중전차대대처럼 별도의 부대로 편성해서 운용했고 격파된 것이라도 완파가 아니면 회수 후 수리해서 재사용했다.
보빙턴 전차박물관에 전시된 티거 전차 <출처: 유튜브>


변형 및 파생형

슈트룸티거(Sturmtiger) 

티거 차체를 개조해 38cm 구포를 탑재 한 돌격포

<출처: Public Domain >

페르디난트 / 엘리판트(Ferdinand / Elefant) 

VK 45.01(P) 차체를 이용한 구축전차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베르게티거(Bergetiger)

티거 차제를 기반으로 제작된 구난 차량

<출처: (cc) Konrad Lackerbeck at Wikimedia.org >

제원
프랑스 비뮈티에에 전시 중인 티거 <출처: (cc) Daniel*D at Wikimedia.org >

- 생산업체: 헨셀
- 도입 연도: 1942년 
- 중량: 57톤
- 전장: 8.45m
- 전폭: 3.56m
- 전고: 3.00m 
- 장갑: 25~120mm
- 무장: 8.8 cm KwK 36 L/56 포×1
        MG 34 7.92mm 기관총×2
- 엔진: 마이바흐 HL230 P45 V-12 700마력(515kW)
- 추력 대비 중량: 13마력/톤
- 서스펜션: 토숀바
- 항속거리: 195km
- 최고속도: 45.4km/h
- 양산 대수: 1.347대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