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이 처음 개발된 여명기인 19세기 끝무렵, 다양한 기관총들이 등장했지만 그 중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기관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오치키스(Hotchkiss) 기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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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사실 오치키스 기관총을 만든 프랑스의 오치키스사는 상당히 복잡한 유래를 가진 회사이기도 하다. 창업자인 벤자민 B. 호치키스(Benjamin Berkeley Hotchkiss)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1826년에 태어난 그는 코네티컷 주에서 기계공으로 일했지만, 코네티컷주는 마침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의 집약지이던 콜트사(社)가 있던 곳이다. 그는 곧 콜트사에서 일하면서 총기 및 무기 기술자로서의 능력을 쌓아가기 시작했고, 곧 당시 갓 등장한 강선포를 위한 새로운 포탄들을 디자인해 특허를 얻으면서 부(富)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남북전쟁이 터지면서 미국 정부가 그가 개발한 포탄들을 엄청나게 사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프랑스로 사업 거점을 옮긴 것은 바로 그를 부자로 만들어 준 남북전쟁의 종결 때문이었다. 남북전쟁이 끝나자 미국 정부의 포탄 조달은 엄청나게 줄어버렸고, 그 때문에 그는 사업할 곳을 찾다가 1867년에 프랑스로 옮겨간 것이다.

프랑스로 이전해 현지에 오치키스(정식 명칭 Hotchkiss et Cie)사를 창립한 그는 처음에는 소구경 속사포의 개발에 큰 성과를 거둔다. 1875년에 개발된 42mm 산악포는 고국 미국에서도 대량으로 사용되어 20세기 초반까지도 애용되었고, 1872년에 개발된 오치키스 속사포는 세계 최초의 ‘기관포’로서 진짜 기관포가 등장할 때 까지 세계 각국, 특히 각국 해군에서 적 어뢰정및 고속정 대응용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오치키스 속사포는 대개 37mm 혹은 47mm의 5연장 회전포로, 개틀링처럼 여러개의 포신이 번갈아가면서 발사되지만 개틀링과 달리 포신마다 노리쇠가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노리쇠만으로 작동해 특허 문제를 피해갔다. 37mm 속사포는 1분에 60발이 넘게 사격이 가능했는데, 총탄이 아닌 포탄을 이 속도로 발사한다는 것은 지금 기준으로도 만만찮은 화력이다.

하지만 정작 창업주 호치키스 본인은 그 뒤의 본격적인 기관총 사업에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다. 1885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치키스, 혹은 영어식 발음대로 ‘호치키스’ 기관총이라 불리는 총들은 정작 호치키스 본인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오치키스 기관총의 원 개발자는 심지어 회사가 있던 프랑스 사람도 아니었다. 오스트리아의 귀족이자 군인인 아돌프 오드콜렉(Adolf Odkolek von Ujezda)은 오늘날의 가스압 작동 방식의 원조가 될 가스 피스톤 작동식의 기관총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1893년에는 프랑스로 건너와 오치키스사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지 않겠냐고 타진한다.

때마침 세상은 맥심 기관총의 등장으로 여러 업체나 발명가들이 완전자동식 기관총에 도전하던 때였다. 오치키스사는 오드콜렉의 아이디어를 사들인 뒤 설계를 더욱 다듬었고, 마침내 1897년부터는 정식으로 기관총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오드콜렉의 아이디어를 정식 설계및 양산품으로 다듬은 사람은 미국인 공장장인 로렌스 베네(Laurence Benét), 그리고 그의 프랑스인 조수 앙리 메르시에(Henri Mercié)였다.

원래 오치키스사에서 처음 만든 기관총은 당시의 다른 기관총 대부분이 그렇듯 무겁고 큰, 여러 명의 조작인원이 필요한 중(重)기관총이었다. 1897년형(Mle 1897)이나 1900년형(Mle 1900)등의 개량형은 러일전쟁 당시의 일본을 위시해 꽤 많은 나라들에서 사용되었지만, 정작 개발국인 프랑스에서는 민간 기업인 오치키스가 아닌 정부 조병창에서 독자 개발한 (일부러 오치키스와는 철저하게 다르게 설계한) 총기(Mle 1907)를 제식으로 채택했다. 민간에서 개발한 무기를 가급적 구매 않으려는 경향은 당시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보이던 묘한 자존심인데, 결국 1914년에는 제식인 Mle 1907이 도저히 전시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는데다 신뢰성조차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치키스 기관총을 Mle 1914라는 이름으로 제식 채택해 대량으로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1914년 이전에도 프랑스가 오치키스 기관총을 구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Mle1900등의 오리지널 중기관총 버전도 주로 식민지 주둔군등을 위해 어느 정도 구매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프랑스 정부가 사실상 오치키스 이외의 곳에서는 구입하지 못할 변형도 있었다- 바로 경기관총이었다.

1909년, 오치키스는 1909년형 오치키스 기관총(Mle 1909)를 내놓는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경기관총들 중 하나인 오치키스 경기관총이다. 23kg이 넘는 원래의 오치키스 중기관총은 당연히 기병대나 산악부대등에서 쓰기에는 불편하다. 그래서 오치키스사에서는 이 무게를 15kg까지 줄인 경기관총 버전을 개발했고, 그것이 바로 Mle 190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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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le 1909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독특한 총이다. 경기관총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중기관총을 방불케 하는 면모 역시 적잖이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무게를 가볍게 하려고는 했지만 동시에 일반적인 경기관총에 비해 지속 사격능력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고, 그 때문에 무게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사용국별 버전에 따라 다르지만 무게가 아무리 가벼워도 12kg, 무거우면 15kg까지 나갔다. 아직 기관총의 무게를 줄이는 설계가 확립이 안된데다, 안정된 사격을 위해 앞쪽의 양각대 뿐 아니라 개머리판쪽의 거치대까지 갖춰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간이형 소형 삼각대에까지 거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실제 사격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양각대는 가늘고 약해 의외로 믿을만하지 못했다.

총열은 나름 장시간의 사격을 고려해 꽤 굵은데다 냉각핀까지 갖춰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로 총열교환 없이 지속사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금의 기관총들처럼 쉽지는 않아도 나름 당시 기준으로는 꽤 신속하게 총열을 바꿀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됐는데, 지금처럼 자주 총열을 바꿀 것을 고려하지는 않았는지 손잡이 등 맨손으로도 뜨거운 총열을 잡고 뺄 수 있는 디자인은 되어있지 않았다. 보통 300발의 연속사격 후 총열을 바꾸게 되어있었으나, 비상시에는 1,000발까지의 연속사격이 가능했다.

작동 방식은 롱 스트로크 피스톤을 이용하는 가스압 작동식이다. 노리쇠는 회전식인데, 오늘날의 회전식 노리쇠들처럼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일종의 나사처럼 여러개의 폐쇄 돌기가 있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회전식의 야포용 폐쇄기처럼 보이는 부품인데, 원래 오치키스 중기관총은 노리쇠가 상하로 작동하는 틸팅 볼트(Tilting bolt) 방식에 가까웠지만 이래서는 부피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폐쇄 방식과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급탄방식은 오치키스 중기관총과 같은 30발짜리 클립을 이용하는 것이다. 구 일본군이 ‘보탄판’이라고 부른 이 클립은 오치키스사가 맥심 기관총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으로, 사실 탄약띠 방식에 비해 눈에 띄는 장점이 있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급탄기구를 탄약띠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컴팩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장점이었다. 또 상자형 탄창에 비하면 클립이 대량생산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탄약등의 소모품 가격에 민감하던 기관총 보급 초기의 군대들에서는 나름 장점이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탄약띠에 비해 지속사격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나중에는 클립을 세 발 길이로 잘라 연결한 일종의 변형 링크로 만든 변칙적인 탄약띠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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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의 역사

Mle 1909는 ‘본국’인 프랑스에서는 기병과 산악병, 그리고 베르됭 요새의 방어용 등으로 많지 않은 양이 생산되어 배치되었을 뿐이지만, 잠시나마 이 총을 군용 제식으로 지급해 사실상의 주력 기관총으로 운용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1909년, 미국은 이 총을 자국군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대량으로 주문해 배치한 것이다. 사실 미군은 1904년부터 1908년까지 284정의 맥심 기관총을 라이센스 생산으로 콜트사에서 만들어 구매했지만, 필리핀등에서 미군이 겪은 실전 경험은 지속사격능력이 높지만 무겁고 불편한 중기관총보다는 경기관총을 더 선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미국은 이 총을 ‘베넷-머시(베네-메르시의 영어식 발음) 기관 소총(Machine Rifle) M1909’라는 이름으로 콜트사와 스프링필드 조병창에서 나누어 라이센스 생산을 진행했는데, 총 생산량은 일부 자료에 의하면 700정이 채 안되지만 현재는 대략 1,000정쯤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정도 있다(900번대 총번도 발견).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천 단위를 넘지 않는 작은 숫자가 생산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당시 미군의 규모가 많지 않은데다 1개 연대에 기관총 4정이 있는게 고작이었기 때문에 병력대비 기관총 요구량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한때 이 총은 미국에서 ‘낮에만 쏘는 총’이라는 비아냥을 받은 바 있다. 1916년 4월, 멕시코의 판초 비야가 이끄는 반군들이 국경을 넘어 뉴멕시코주의 미국 마을인 콜럼버스를 습격해 소수의 미국 민간인과 미군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밤에 벌어진 이 습격에서 당시 언론들은 당시 사용된 4정의 Mle 1909가 어두운 곳에서는 제대로 장전하기도 힘들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많은 비난을 퍼부었지만, 실제 조사 결과 4정이 90분간 진행된 전투중 20,000발 이상을 사격했다. 1분에 총 1정당 55~56발꼴로 쏜 셈인데, 조명도 제대로 없는 밤중에 야습을 당한 혼란 속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분전한 셈이었다.

하지만 미군에서의 사용은 오래 가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은 기관총 재고를 다 털어도 1,400정이 채 안되는 상황에 처했고, 그 중 670정이 M1909였다. 겨우 이 숫자를 유럽에 파병하느니 오치키스 Mle 1914등을 유럽 현지에서 대량으로 조달해 운용하는 편이 낫다고 미군이 판단하면서 M1909는 사실상 1차 대전에서 전량이 미국내에서의 훈련용으로만 남게 된다.

막상 실전에서의 대량 사용은 미국보다는 영국이 더 적극적이었다. 1차 대전중 영국은 이 총의 생산 공장까지 자국내에 유치하면서 “호치키스 Mk.I” 기관총으로 이름 붙이고 기관총 부족을 메꿀 대안으로서 활용했는데, 처음에는 원래 용도대로 기병대를 중심으로 하는 “큰 총이 불편한” 병과들에 주로 지급되었으나 무시 못할 숫자가 기관총 부족에 시달리던 보병부대들에도 사용되었다.

영국에서의 호치키스 Mk.I사용이 가장 두드러진 병과가 실은 기갑이었다. 1차 대전중에 생산된 전차의 대부분이 이 총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원래 영국군은 루이스 경기관총을 전차용으로 사용했지만, 총열을 감싼 재킷이 파편등에 맞아 파손되면 총열 자체까지 휘어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그보다는 보병 병과에서의 루이스 기관총 수요가 많아서 그랬다는 의견도 있다)로 총열이 재킷으로 감싸져있지 않은 호치키스를 대량으로 장착했기 때문이다.

기갑 이외에도 항공쪽에서도 나름 호치키스 Mk.I이나 프랑스의 Mle 1909가 잘 쓰였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느라 애쓰던 초창기의 항공기용으로는 가벼운 공랭식이 더 어울리기 때문인데, 항공기용으로는 클립을 세 발씩 토막낸 식으로 만든 변칙적인 탄약띠가 사용되어 지속사격능력을 높였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 생산된 호치키스 Mk.I은 그 수량이 거의 4만 정에 달해 1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기관총들 중 나름 물량을 갖춘 기종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워낙 양도 적고 일찌감치 진부화되어 1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사실상 용도폐기됐지만, 영국 및 영연방 국가, 혹은 이들에게 원조받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1차 대전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영국은 이 총들을 일종의 예비용으로 비축했다가 2차 대전중 홈 가드(향토방위대)등의 2선급 임무에 동원했고, 전체적으로 18개국에서 대략 1930년대~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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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에이션

Mle 1909 “Portative”: “휴대용(Portatile)”라고 이름붙여진 프랑스군 버전(8mm 르벨). 7mm 버전은 칠레등에도 수출되었다.

M1909 “Benet-Mercie Machine Rifle”: 미군용 버전. 사용탄은 .30–06. 콜트사와 스프링필드 조병창에서 라이센스 생산했으나 총 생산량이 다 합쳐도 1천정을 좀 넘을 것으로 추정.

Hotchkiss Mk.I: 영국 엔필드 조병창에서 생산된 버전(.303브리티쉬). 1916년부터 사용. 영국군용은 대부분이 금속제 탈착식 개머리판과 독립된 권총손잡이를 가진다.

Hotchkiss Mk.I*: 개머리판이 없는 거치사격용 버전. 주로 전차에 사용. 변형 탄약띠(3발 클립을 연결)로 급탄. 표준 30연발 클립도 사용 가능. Mk.I의 금속제 개머리판도 장착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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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중량: 12.8kg(영국제), 15kg(미국/프랑스제)
- 길이: 1.19m(영국제), 1.244m(미국/프랑스제)
- 총열길이:  565mm(영국제), 610mm(미국/프랑스제)
- 발사속도: 500~550발/분
- 급탄수단: 30발 클립 혹은 탄약띠(영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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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홍희범 | 군사전문지 편집장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