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은 어떻게 싸울 것인가?

6.25 전쟁은 미군에게 보병전투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독일군을 상대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M1 개런드(Garand) 소총과 M1/M2 카빈은 절대다수의 중공군 앞에서는 효율적인 보병무기이기 어려웠다. 미군 보병은 인력도 화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냉엄한 진실에 마주서야만 했다.

우선 M1 개런드 소총은 강력한 30-06탄(7.62×63mm)을 24인치(60.9cm)의 총열로 발사하여 장거리에서도 비교적 정확한 사격이 가능했다. 그러나 겨우 8발들이의 클립식 탄창에 무려 4.3kg을 넘는 무게에 전체 1.1m의 길이로 절대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에 적합한 소총은 아니었다.

M1 카빈은 2.4kg의 무게로 가볍고 장탄수도 15발에 이르러 M1 개런드보다는 조금 나았고, M2 카빈은 연발기능에 30발들이 탄창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카빈이 사용하는 .30 카빈 탄(7.62×33mm)환은 유효사거리가 300야드(약 270m)에 불과했고, 지근거리에서도 충분한 저지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근거리에서 저지력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콜트 1911 권총에서 사용하는 45ACP 탄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이었다. M3 그리스 건(Grease Gun)이나 M1 톰슨(Thomson) 기관단총이 이에 해당하는데, 30발 들이 탄창을 제공하면서 꽤나 단단한 화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사거리는 100야드(91m) 수준에 불과하여 교전거리는 지극히 제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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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소총의 고민

미군은 부랴부랴 M1 개런드에 나름 현대화 개량을 가한 M14 소총을 1957년에 제식으로 채용했다. 사실 M1 개런드를 자동소총으로 만드려는 노력은 이미 2차대전 말부터 시작되었지만, 2차대전 후의 분위기는 너무도 평화로워 새로운 소총의 개발에 투입될 만한 충분한 예산은 없었다. 1952년부터 실시된 미 육군의 신형소총 선정시험에는 스프링필드 아모리의 T44와 T47, 그리고 FN에서 개발한 T48(이후에 FN FAL로 등장) 등이 참가했으며, 결국 T44가 선정되어 M14가 된 것이다.

M14는 기존에 미군이 보유하던 M1 개런드 소총, M2 카빈, M1918A2 BAR(Browning Automatic Rifle, 브라우닝 자동소총), 그리고 M3A1 그리스건까지 교체하기 위해서 채용되었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우선 BAR를 교체하기 위해 M14의 분대지원화기형인 M15가 계획되었지만 예산부족으로 사업이 취소됐다. M14는 M2 카빈이나 M3A1 그리스건의 휴대성을  쫓아갈 수 없었고, 그리스건은 1991년 걸프전까지도 전차승무원의 화기로 일선을 지켰다. 심지어는 미 공군은 M14를 아예 제식화기로 채용조차 하지 않았다.

미군은 M14를 채용하면서도 2차대전 당시의 30-06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7.62mm 탄환을 제식으로 채용했다. 완전히 새로운 총기와 탄환을 개발할 만한 동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고, 기존의 총기에 대한 관성으로 인하여 10년 이상을 개발하고도 M1 개런드를 소규모 개량한 M14를 채용한 데 그친 것이다. 그러나 .30구경 탄환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미군 내부의 지적이 잇달았다.

대표적인 것이 홀 보고서(Hall Report)이다. 미 육군의 애버딘 탄도연구소(BRL, Ballistic Research Laboratories)의 연구원인 도날드 홀(Donald L. Hall)은 1952년 3월 발간한 보고서, '보병소총의 효율성 연구(An Effectiveness Study of the Infantry Rifle)'을 통하여 대구경 소총탄보다 소구경 소총탄이 훨씬 효율적임을 지적했다. 이 연구는 한국전쟁에서 보병무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마셜 리포트'에 대한 후속 연구의 성격을 띄었다.

"일반적으로 소총과 탄환을 합친 무게가 15파운드(6kg) 정도라면, .21구경(5.3mm) 탄환을 보유한 병사가 M1 개런드 소총을 든 병사보다 2.5배 더 많은 표적을 사살할 수 있다. (중략)
이런 관점에서 500야드 이상의 사거리에서 효율적인 소총보다 500야드까지 효율적인 소총이 더욱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홀 보고서가 등장한 지 3개월 만에 또다른 주요문건인 히치맨 보고서(The Hitchman Report)가 등장했다. 히치맨(Norman A. Hitchman)이 작성한 '보병 휴대용 무기를 위한 작전요구조건(Operational Requirements for an Infantry Hand Weap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도 30구경 탄환보다 작은 구경으로도 충분히 군사적 관점에서 의미있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히치맨 보고서는 홀 보고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지적을 했다.

"M1 개런드 소총으로 100~300야드를 사격할 때 만족스럽지 못한 명중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착탄군 분산 이론(pattern-dispersion principle)을 적용하여 사람에 의한 조준의 실수를 보정할 수 있다.
범용 보병소총의 실질적인 작전요구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명중률 향상과 동반된) 바람직한 착탄군 분산을 적용할 수 있는 설계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착탄군 분산을 제어할 수 있고 일제사격이가능한 자동작동기구 설계의 소구경 경량총기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소구경 화기의 낮은 반동은 착탄군 분산 제어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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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자, 아말라이트

이런 맥락에서 항공기제작사인 페어차일드(Fairchild Engine and Airplane Corporation)는 1954년 10월 아말라이트(ArmaLite)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만들었다. 죠지 설리반(George Sullivan)이 사장을, 찰스 도체스터(Charles Dorchester)가 공장장을, 그리고 유진 스토너(Eugene M. Stoner)가 수석설계자를 맡은 이 회사는 새로운 보병소총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AR-10과 AR-15라는 새로운 소총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T48 소총의 22구경 변형모델을 생산하고자 기획하기도 했었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수석 엔지니어인 스토너가 강력히 추진하던 것은 바로 AR-10 설계였다. 7.62mm 탄을 사용하는 AR-10은 경량화에 중점을 둔 총기로, 강화플라스틱과 항공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무게는 3.3kg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토너에게는 이를 22구경탄으로 바꾼 총기를 설계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새로운 소총은  20발 탄창에 무게는 6파운드(2.7kg)이하로 줄이면서도 30구경 카빈탄을 뛰어넘는 살상력을 가져야만 했다. 유효사거리는 최초에는 300야드 였던 것이 점차 400야드에서 500야드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스토너는 AR-10을 소구경탄에 맞게 축소한 새로운 소총을 개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AR-15였다.

스토너는 AR-15 소총을 들고 1957년 5월 포트 베닝의 보병학교에서 시험평가에 나섰다. 미군이 M14를 차기 소총으로 채용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였는데, 이날 시험은 미 육군이 별도로 추진하던 소구경 고속탄 소총사업(Small Caliber High Velocity Rifle program)의 일환이었다. 이날 시연된 AR-15는 .222 레밍턴 스페셜 탄(후에 .223 레밍턴 탄으로 재명명됨)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총열덥개와 개머리판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M1 카빈이나 M14 소총 만큼이나 '전통적'으로 보였다. 이 사업에는 윈체스터 .224구경 경량소총과 오드넌스의 .22구경 T48 소총도 참가했다.

시험평가에서 AR-15는 1천발의 발사 중에 불과 6.1발의 오작동을 보여주었다. 평가결과 보병 위원회는 AR-15와 윈체스터 경량소총 모두 M14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총기로 평가했다. M14로 무장한 병사는 개인당 탄환휴대량이 220발에 불과했지만, .22구경의 경량탄환을 사용하는 병사는 무려 650발까지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보병위원회는 새로운 총기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관문은 높았다. 7.62mm NATO탄에 비하여 위력이 다소 부족했으며, 또한 소구경탄의 연사시에 커다란 불꽃으로 위치가 드러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1958년 8월 보병 위원회는 아말라이트와 윈체스터에게 모두 총기를 보완하여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윈체스터는 추가 개발을 포기하고 사업에서 빠져나갔고 아말라이트만이 남았다.

1959년 초가 되자 신형소총의 개발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계속적인 개발로 M14를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 애초에 M14가 제식으로 결정되었으니 추가개발은 필요없다는 의견, 그리고 특수목적화기로 별도로 개발해야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갈렸다. 이런 와중에 아말라이트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1959년 2월 19일, 아말라이트는 콜트사에 AR-10과 AR-15 소총의 생산권을 넘기게 되었다. 콜트는 단돈 7만5천불에 생산권을 취득했고, 정당 4.5퍼센트의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콜트가 스토너의 소총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AR-10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고 AR-15가 가능성을 보였다. 호주, 미얀마,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AR-15를 소량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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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말릴 수 없다

1959년 5월이 되자 미군 전투개발시험센터에서는 M14로 무장한 11명의 1개 분대보다 AR-15로 무장한 5~7명의 1개분대가 이론적으로는 더욱 명중률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1960년 7월이 되자 전설적인 공군 지휘관인 커티스 르메이(Curtis E. LeMay) 대장이 AR-15를 직접 사격했다. 일설에 따르면 르메이는 1957년 전략공군사령관 시절 아프리카의 사냥여행 당시 아말라이트 사장이 가져온 AR-15 소총을 사용해보고는 진작에 이 신형소총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한다. 시험 사격 후에 르메이는 미 공군이 사용하던 M2 카빈소총을 대신하여 AR-15를 추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미 육군에서도 AR-15의 시험평가가 계속되어 수정을 거친 10정의 시험용 소총을 평가한 결과, 1천발 사격 중에 오작동은 2.5회에 불과했다.

공군의 AR-15 사랑은 대단하여 1960년 11월에는 AR-15에 관한 새로운 연구가 등장했다. 즉 M14의 사수가 명사수(Expert) 자격을 취득할 확률은 22%에 불과하나 AR-15는 무려 43%가 가능하다는 결과였다. 그리고 이듬해에 이르러 공군이 AR-15 8만정을 도입하겠다고 나서자, 국방부와 미육군 등 관련기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굳이 신형 M14 소총을 두고 왜 다른 총기를 구매하느냐에서부터 어렵사리 표준화된 7.62mm NATO탄과 호환되지 않는 총기를 살 필요가 있느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빗발쳤다. 당장 의회가 예산을 할당하려고 하지 않았다.

1961년 이제 공군참모총장이 된 커티스 르메이는 우선 다른 방법을 찾아서 시도했다. 새롭게 취임한 케네디 대통령은 공산게릴라를 제압하기 위한 대분란전 능력향상을 강조했고, 르메이는 공군 특공대(Air Commando, 추후에 공군 특수작전부대로 개칭)와 분쟁지역에 파견된 공군 기지경비요원들을 위하여 AR-15를 사주기로 했고, 국방부는 마지못해 AR-15 8,500정을 구매했다. 그러나 케네디는 AR-15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르메이에게 물러나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사실 르메이의 공군특수부대 뿐만 아니라 새롭게 창설된 해군 특수부대 실(SEAL) 팀도 AR-15 172정을 제식화기로 구매했다. 당시 AR-15를 선정했던 지휘관 보엠(Roy Boehm) 대위는 허락없이 총기를 선정했다고 내부 감사를 받으면서 군법회의에 오르기 직전이었으나, 리틀 크릭을 방문한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에게 대원들이 읍소하여 군법회의를 면했다는 얘기도 있다.

AR-15를 미군의 신형 제식소총으로 채용시키기 위해서 콜트는 전력을 다했다. 당장 미군이 채용하지 않더라도 총기와 관련된 모든 사업에 AR-15를 밀어넣는 것이 목표였다. 이런 와중에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고등 연구사업국)의 주관하에 동남아의 군대(즉 베트남)에 소화기를 지원하는 에자일 사업(Project AGILE)이 시작되었다. ARPA와 함께 이 사업을 주관하던 미군 베트남 군수지원자문단(MAAG-V, Military Assistance and Advisory Group, Vietnam)은 베트남의 정글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 오히려 M14보다는 오히려 AR-15가 적합하다면서 사업의 일환으로 AR-15 1천 정을 도입하여 베트남군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AR-15가 우수한 총기일 수 있다는 점을 육군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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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채용되다

1962년 1월 미 공군은 AR-15 소총(콜트사 분류명 모델 601) 을 M16이라는 제식명으로 공군 제식소총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경고가 있었고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았만,  고집불통 르메이는 AR-15를 채용하기로 결심한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1962년 7월이 되자 에자일 사업으로 남베트남 군에 지급되었던 AR-15의 실전 보고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AR-15를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한 남베트남 군은 그 성능에 만족하여, AR-15야말로 M1 개런드, M2 카빈, BAR와 톰슨 기관단총까지 모두 대체할 수 있는 범용 총기라고 단언했다. 한편 발매 초기에 AR-15를 도입했던 호주의 특수부대 SASR(Special Air Service Regiment)도 보르네오 전선의 대분란전(COIN, Counter-Insurgency) 임무에서 활용하면서 그 유용성을 입증했다.

한편 이제 겨우 M14 소총을 양산하기 시작한 미 육군은 고민에 빠졌다. AR-15에 관해서는 극찬하는 보고서와 폄하하는 보고서가 동시에 올라오는 등 혼란스러웠지만, M14 소총으로 베트남 전선에서 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AR-15를 채용하더라도 신형 소총과 신형 탄약의 양산라인을 구축하는데까지만 해도 2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미 육군은 1962년 다시 한 번 AR-15를 시험평가하기로 결심했다. 한편 또 다시 시작된 시험평가를 놓고 미 육군 보병위원회는 "AR-15에 불리한 테스트만 골라서 실시하라"라는 메모를 남겨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62년 말 드디어 AR-15의 시험평가에 대한 결과보고서가 발행되었다. 보고서는 총열에 물이 찬 상태에서 사격의 어려움, 사거리와 관통력의 저하 등 AR-15의 한계점을 열거했다. 그러나 M14의 탄착군에 비하여 AR-15의 탄착군은 그 크기가 절반 이하로 매우 정밀했다. 시험평가 결과에 따라 발행된 권고사항을 보면 미 육군의 차기소총은 현재 지급중인 M14가 아니라 AR-15로 바뀔 것이 예측될 정도였다. 미 육군의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1. M14 소총은 유럽전선에서 계속 사용되며, 유럽파병의 예비대에도 계속 지급한다.
2. 다른 지역에서 M1소총에서 M14로의 교체는 그 속도를 늦춘다.
    AR-15 운용부대의 경험에 바탕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3. AR-15의 신뢰성과 야간사격능력 부재를 수정한다.
4. AR-15를 공수부대, 공중강습부대, 특수부대에 지급한다.
5. 개량형 M14E2(M14A1)은 M14 운용부대에만 지급한다.
6. 여타 신형총기의 개발은 계속한다.

1963년이 되자 AR-15의 탄환과 총열에 대한 권고사안이 이어졌다. 기존의 14인치 당 1회전 총열이 12인치당 1회전으로 바뀌면서 탄도 특성이 향상되었다. 총열과 약실에 크롬도금을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으나 논란 끝에 채용되지는 못했다. 레밍턴 .223 탄환은 당시에는 5.56mm 탄이 아니라 5.64mm 탄이라고도 불렸는데, 탄환 설계와 추진장약 문제도 거론되었으나 이도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1963년 미 공군은 1만9천 정의 추가 도입을 요구했고, 추후 5년 내에 8만 정을 모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미 육군은 1963년에는 겨우 338정 만을 도입했지만, 공수부대·공중강습부대·특수부대의 수요를 합치면 이듬해 부터 8만5천 정을 구입할 것이 예측되었다. 한편 MAAG-V의 후신인 베트남 군사지원사령부(MACV; Military Assistance Command, Vietnam)는 AR-15 1만 정의 구매를 요청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해병대도 AR-15에 관심을 보여 시험평가를 실시했으나 도입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맥나라마 국방장관은 AR-15가 M14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하고 M14의 생산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개발중인 신형소총인 SPIW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잠정도입소총(interim rifle)로 AR-15를 도입할 것을 승인했다.

1963년 3월 미 육군이 AR-15의 주요 획득부서로 지정되면서 AR-15는 드디어 미군의 제식소총으로서 미래가 밝아졌다. 생산업체인 콜트와 설계업체인 아말라이트와의 세부협상을 육군이 맡아 진행했는데, 공군과는 달리 미 육군은 노리쇠 전진장치를 채용한 모델을 선정했고, 이는 콜트사에서는 모델 602로 분류되었다. 이에 따라 1963년 9월 미 육군은 AR-15 모델 602 소총을 "XM16E1 5.56mm 소총"으로, 신형탄환은 "M193 5.56mm 볼 탄환"으로 제식 채용되었다. 동년 11월 미 국방부는 1,330만 불로 콜트와 계약을 맺어 미 육군과 해병대용으로 XM16E1 8만5천정, 미 공군 용으로 M16 1만9천 정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은 몇 번의 수정을 거쳐 계약물량은 20만1천 정으로 늘어났다. 드디어 M16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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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대테러실무를 가르치며, 합참·방위사업청,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