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포르투갈에 이어 대항해 시대를 개척하기 시작한 스페인은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1492년에 신대륙을 발견하는 등 대양을 개척하였다. 스페인이 자랑하던 무적함대(Armada Invencible)는 1588년에 영국-네덜란드 연합함대에게 패배하였다. 그 결과 스페인은 영국에 해양 주도권을 내어주면서 해군력이 점차 쇠퇴하였다.

2차대전 당시에 중립을 표방한 스페인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보유하고 있던 해군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고, 2차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노후한 해군력의 재건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스페인은 1953년에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기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 해군은 미 해군으로부터 중고 플레처(Fletcher)급 구축함을 인수하여 해군력을 우선 보강하였다. 

이후 스페인 해군은 함대 방공임무를 담당하는 방공구축함 도입을 추진하였다. 당초 스페인 해군은 영국 해군과 협력하고자 하였으나, 외교적인 문제로 포기하고 미 해군과 협력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1966년 4월에 미 해군의 녹스(Knox)급 호위구축함을 방공구축함으로 개조한 F-70 발레아레스(Baleares)급 호위함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5척이 취역한 발레아레스급 호위함은 1986년부터 5척이 취역한 산타 마리아(Santa María)급 호위함과 함께 스페인 해군의 주력을 담당하였다.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NATO 회원국은 당시 가장 큰 위협이었던 소련 해군의 잠수함에 대응하고자 대잠구축함과 호위구축함을 대량으로 건조하여 실전에 투입하였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주력을 차지하기 이전까지 재래식 디젤 추진 잠수함을 상대로 하는 대잠 작전은 레이더(radar), 소나(sonar), 폭뢰만으로도 충분하였다. 따라서 대잠전투함의 규모도 크지 않았고 건조 비용도 높지 않았다.

197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유럽 해군은 점차 노후화하는 호위함에 대한 교체가 시급해졌다. 원자력 잠수함이 등장하고 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투함에 탑재하는 전투체계와 무장에 투자하는 비용이 점차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 해군은 구형 호위함을 새로 개발하는데 필요한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NATO 해군은 1990년대 취역을 목표로 공동으로 호위함을 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렇게 하여 시작한 NFR-90(NATO Frigate Replacement for 1990s) 계획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등 8개국이 참여하면서 큰 규모로 발전하였다. 스페인은 노후한 호위함을 대체하고자 4척의 방공호위함을 건조할 계획으로 NFR-90 계획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NFR-90 계획에 참여한 각국은 선체와 전투체계의 공용화에 의견이 달랐고, 다양한 임무를 하나의 호위함에 집약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으로 NFR-90 계획은 난항을 겪었고 1989년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계획에서 탈퇴하였다. 스페인도 3개국에 이어 1990년 1월에 NFR-90 계획에서 탈퇴하였다.

스페인 해군은 기동함대를 공중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방공호위함이 반드시 필요하였고, NFR-90 계획을 대체할 대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1994년에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등 3개국은 TFC(Trilateral Frigate Cooperation)라는 명칭으로 호위함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 TFC 계획은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선체를 건조하고, NFR-90 계획에서 개발하던 NAAWS(NATO Anti-Air Warfare System) 방공전투체계와 APAR(Active Phased Array Radar)를 탑재한다는 구상이었다.

스페인 해군은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Príncipe de Asturias)급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기동함대의 방공 임무를 담당하는 고성능 방공호위함이 필요하였다. 특히 스페인 해군은 미 해군과의 연합 작전을 중시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 네덜란드 해군은 대잠호위함을 보호하는 정도의 방공호위함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성능의 차이는 협의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왔고, 결국 구형 호위함의 교체가 시급했던 스페인 해군은 1995년 6월에 TFC 계획에서 탈퇴하였다.

스페인 해군은 TFC 계획에서 탈퇴하면서 이미 개발을 시작한 F-100 호위함에서 NAAWS 방공전투체계를 미 해군의 이지스 무기체계(Aegis Weapon System)로 대체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등장한 스페인 해군의 방공호위함이 바로 알바로 데 바산(Álvaro de Bazán)급 호위함이다.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은 소규모 호위함에 이지스 무기체계를 탑재한 전투함으로 유명하다. 배수량이 9,000톤에 달하는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과 비교할 때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의 배수량은 6,000톤으로 알레이 버크급의 2/3 규모에 불과하다. 스페인 해군은 4척의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을 우선 건조하여 실전에 배치하고, 추가로 2척을 건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하여 후속함 2척 중에서 1척만 승인되었고 나머지 1척은 취소되었다.

한편 스페인이 탈퇴한 다음 TFC 계획에 남은 독일은 작센(Sachsen)급 호위함, 네덜란드는 데 제벤 프로빈셴(De Zeven Provincien)급 호위함을 완성하여 실전에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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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SPY-1D 3차원 다기능 레이더를 탑재하는 알바로 데 바산급은 레이더 작동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함미 비행갑판을 건현보다 낮게 배치하는 독특한 선형을 가지고 있다. 함수에는 내파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히 큰 불워크(bulwark)가 설치되어 있다. SPY-1D 3차원 다기능 레이더를 상부 구조물에 설치한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과 달리 알바로 데 바산급은 함교 위 마스트(mast)에 다기능 레이더를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이지스 전투함이지만 알레이 버크급과는 매우 다른 선형을 가지고 있으며 외관상 느낌도 다르다. 특히 함교와 마스트, 연돌을 포함한 상부 구조물은 매우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선체는 피격을 당할 경우 화재 발생에 대비하여 경합금(aluminium alloy)이 아닌 강철(steel)로 건조되었다. 선체의 내부는 4개의 갑판(deck)과 13개의 격벽(bulkhead)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무거운 AN/SPY-1D 3차원 다기능 레이더가 설치된 마스트는 연돌과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중량을 견디기 위해 아랫부분의 선체 격벽까지 보강재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현대의 전투함답게 완전한 화생방 방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유사시 공기정화기를 통해 선체 내부의 공기를 공급하는 양압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기관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과 달리 배수량이 작은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은 순항용 디젤엔진(Diesel engine), 고속항해용 가스 터빈엔진(gas turbine engine)을 조합한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관실은 피격에 대비하여 여러 구획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함수부터 전방 발전기실, 전방 기관실, 후방 기관실, 후방 발전기실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순항용 엔진은 바산-캐터필러(Bazan-Caterpillar) 3600 디젤엔진 2대, 고속 항해용 엔진은 GE(General Electric) LM2500 가스 터빈엔진 2기를 사용한다. 주기관은 좌우 분리되어 2개의 추진축을 구동하는 2축 추진 방식이다.

이지스 무기체계를 비롯한 각종 장비에 필요한 대량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주기관과 분리하여 4대의 MTU 12V 396TE54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발전기(최대출력 1,100kW)가 각 발전기실에 2대 씩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알바로 데 바산급의 경우 스텔스(stealth) 성능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엔진과 발전기를 진동 방지 구조물 위에 설치하였으며, 연돌에는 적외선 방사량을 줄이기 위한 냉각기를 설치하였다.

전투체계

함대방공 임무를 맡고 있는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의 핵심은 이지스 무기체계(AWS, Aegis Weapon System)에 있다. 가장 중요한 센서인 SPY-1D 3차원 다기능 레이더는 함교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최신형에 속하는 알바로 데 바산급 5번 함은 성능이 향상된 SPY-1D(V) 3차원 다기능 레이더를 탑재한다.

알바로 데 바산급에 탑재된 이지스 무기체계는 알레이 버크급보다 축소된 것으로 레이더 안테나의 크기를 줄이고 Mk.99 미사일 사격통제 장치도 2개로 축소하였다. 그리고 군사규격 장비를 대신하여 민간용 장비를 많이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가격 인하를 도모하고 있다. 알바로 데 바산급 선도함부터 4번 함에 탑재된 이지스 무기체계는 베이스라인(baseline) S-1이라고 불리며, 미 해군의 베이스라인 5 페이즈(phase) III와 동급이다. 그리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기존 4척에 대한 성능 개량이 실시되었다. 성능이 향상된 베이스라인 S-2는 미 해군의 베이스라인 6 페이즈 I와 동급으로 탄도탄 탐지 및 추적, 동시교전, SM-2 블록(block) IIIB,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2012년에 취역한 알바로 데 바산급 5번 함에는 베이스라인 7 페이즈 I에 해당하는 베이스라인 S-3가 탑재되어 있다. 스페인 해군은 기존 4척의 이지스 무기체계를 5번 함과 동급으로 성능 개량할 계획이다.

미사일

함대방공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무장으로 함교 구조물 앞에 48셀(cell) 규모의 Mk.41 수직발사기(VLS, Vertical Launching System)가 설치되어 있다. 수직발사기 내부에는 SM-2 블록 IIIA(베이스라인 S1), SM-2 블록 IIIB(베이스라인 S2)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32발을 탑재한다. 그리고 수직발사기에는 ESSM(Evolved Sea Sparrow Missile)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64발을 별도로 탑재한다. 그리고 장거리 해상 전투에 사용하는 하푼(Harpoon) 블록 IC 함대함 미사일을 2개의 4연장 발사관에 격납한다.

함포

전투함의 기본 무장인 함포는 1문의 Mk.45 54구경 5인치(127mm) 단장 함포를 함수에 탑재한다. 이 함포는 새로 제작한 함포가 아니라 미 해군의 타라와(Tarawa)급 강습상륙함에서 철거된 함포를 재생하여 성능 개량한 함포이다. 근접방어용 무장으로 스페인 바산에서 개발한 메로카(Meroka) CIWS를 탑재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  

대잠 무장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기본 무장인 Mk.46 Mod.5 경어뢰를 발사하는 Mk.32 Mod.9 2연장 어뢰발사관이 현측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적 잠수함은 탑재한 대잠헬기에서 투하하는 어뢰로 공격한다.

대잠 헬기

함미에 헬기용 대형 비행갑판이 설치되어 있다. 현재 알바로 데 바산급에는 SH-60B LAMPS Mk.III 다목적 대잠헬기 1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보다 대형인 NH90 대잠헬기도 탑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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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알바로 데 바산급, 총 5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F-101	알바로 데 바산 (Álvaro de Bazán)	1999.6.14	2000.10.31	2002.9.19	나반티아 (Navantia)	현역
F-102	알미란테 후안 데 보르본 (Almirante Juan de Borbón)	2000.10.27	2002.2.28	2003.12.3	나반티아 (Navantia)	현역
F-103	블라스 데 레소 (Blas de Lezo)	2002.2.28	2003.5.16	2004.12.16	나반티아 (Navantia)	현역
F-104	멘데스 누네스 (Méndez Núñez)	2003.5.16	2004.11.12	2006.3.21	나반티아 (Navantia)	현역
F-105	크리스토발 콜론 (Cristóbal Colón)	2009.2.20	2010.11.4	2012.10.23	나반티아 (Navantia)	현역
F-106	호안 데 아우스트리아 (Juan de Austria)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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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당초 4척이 계획된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순차적으로 취역하였다. 이지스 무기체계와 헬기를 탑재한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은 배수량에 비해 종합적인 전투력이 높다. 그리고 헬기를 탑재하지 않는 알레이 버크급 플라이트(Flight) I 구축함보다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스페인 해군은 2척을 추가 도입하려고 추진하였다. 그러나 2008년에 발생한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1척이 삭감되고 1척만 완성되었다. 스페인 해군은 모두 5척의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도입 계획은 없다. 스페인 해군은 먼저 도입한 4척은 플라이트 I, 나중에 도입한 1척은 플라이트 II로 구분하고 있다. 5척의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은 현재 스페인 해군의 제31전대에 소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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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개량

알바로 데 바산급 호위함에 탑재된 이지스 무기체계는 기술 발전에 따른 성능 개량이 꾸준하게 요구되는 핵심 장비이다. 선도함부터 4번 함(플라이트 I)은 건조 당시 AWS 베이스라인 S-1을 탑재하고 있었다. 2007년부터 2010년에는 플라이트 I에 대해 베이스라인 S-2로 성능 개량을 진행하였다.

나중에 건조된 알바로 데 바산급 5번 함(플라이드 II)은 최신형에 속하는 베이스라인 S-3를 탑재하고 있으며, 향후 플라이트 I에 대해 추가적인 성능 개량이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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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알바로 데 바산급
- 함종 : 미사일 호위함(FFG)
- 만재배수량 : 6,250톤
- 전장 : 146.4m
- 전폭 : 18.6m
- 흘수 : 7.2m
- 최대 속도 : 28노트
- 순항속도 : 18노트
- 항해 거리 : 4,500 해리/18노트
- 승조원 : 201명 (사관 21) 
- 주기관 : CODOG 방식, GE LM2500 가스터빈 엔진 × 2(47,328 마력), Bazán/Caterpillar 3600 디젤 엔진 × 2(12,240 마력), 2축 추진
- 무장(미사일) : 4연장 Harpoon Block 1C 함대함 미사일 발사관 × 2, 8연장 Mk.41 수직발사기 × 6(SM-2 MR Block IIIB × 32, RIM-162B ESSM × 64)
- 무장(함포) : FMC 5인치(127mm)/54 Mk.45 Mod.2 함포 × 1, BAE  Systems 25mm Mk.38 Mod.2 기관포 × 2, Oerilkon 20mm 기관포 × 2
- 무장(어뢰) : 2연장 324mm Mk.32 Mod. 9 어뢰발사관 × 2
- 방어 체계 : SRBOC Mk.36 Mod.2 채프 발사기 × 4, SLQ-25A Nixie 어뢰기만기
- ESM/ECM : Indra Aldebaran ESM/ECM (플라이트 I), Rigel(플라이트 II)
- 레이더 : Lockheed Martin SPY-1D 3차원 다기능 레이더(플라이트 I), SPY-1D(V) 3차원 다기능 레이더(플라이트 II), DRS SPS-67 해상탐색 레이더(플라이트 I), Indra Aries II(플라이트 II), Raytheon SPG-62 Mk.99 사격통제레이더, FABA Dorna 사격통제레이더, Raytheon SPS-73(V) 항해레이더
- 소나 : Raytheon DE 1160 LF
- 함재기 : SH-60B LAMPS Mk.III 대잠 헬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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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