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기 개발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했다. 전차 개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전차 개발은 1956년 소련이 T-54A 전차의 중국 생산에 동의하고 시설과 부품을 지원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1960년 이념 분쟁이 터지면서 소련의 도움이 끊겼고, 중국은 소련제 무기를 분해하여 기술을 터득하는 역공학으로 부품을 자체 개발하면서 독자 개발의 길을 가게 되었다.

소련의 지원으로 개발된 59식 전차는 문제가 많았지만, 여러 차례 개량을 거쳐 중국육군 주력 전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련은 지속해서 신형 전차를 개발한 데 비해, 중국은 전차 개발 기술력이 떨어졌던 탓에 소련 전차들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런 중국에 1980년대 들어 소련 견제를 위해 서방 국가들이 손을 내밀었다. 서방 국가들의 도움으로 59식 전차를 기반으로 69식과 79식 전차가 개발되었다. 하지만, 이들 전차는 1세대 전차로 이미 다른 전차 선진국의 2세대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중국은 서방에서 도입한 화력통제시스템을 복제하고, 영국제 L7 105mm 강선포를 복제한 83식 전차포를 탑재한 80식 전차를 개발하면서 2세대 전차 개발국이 되었다.

하지만, 80식 전차의 외형은 주물로 제작된 둥근 포탑 등 1세대 전차의 모습 그대로였다. 80식 전차는 제617 공장(현재 북방공업그룹주식회사 NORINCO)가 설계와 개발을 담당했다. 제617 공장은 80식 전차의 엔진, 구동부, 화력통제장비, 방어력을 향상시킨 88식 전차도 개발했다. 하지만, 중국군은 80식과 88식 전차에 만족하지 못했다.

1989년, NORINCO는 제201 연구소(현재 중국북부차량연구소)와 함께 80식 전차를 기반으로 하는 신형 2세대 전차 개발을 발표했다. 새로운 전차는 기존의 둥근 형태의 주물제 포탑에서 벗어나 복합장갑을 갖춘 용접으로 제작된 각진 형태의 포탑이 달렸다. 신형 전차는 컴퓨터화된 화력통제시스템과 조준경이 조합되어 표적 획득 능력이 향상되었다. 주포는 80식 전차에 탑재된 105mm 강선포를 유지했다.

85식으로 명명된 신형 전차는 소련의 T-72에 준하는 성능을 목표로 했지만, 그에 못 미쳤다. 당연히 중국 군부는 이 전차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중국 군부는 1990년 걸프전에서 자신들이 이라크에 판매한 69식 전차와 소련제 T-72M1 전차가 미군의 M1A1 에이브럼스 전차에 제대로 교전도 못하고 파괴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 군부는 더 강력한 화력과 전투능력을 갖춘 3세대 전차 개발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의 능력으로 3세대 전차 개발은 역부족이었다. NORINCO는 대안으로 85식 전차를 추가로 개량하기로 했다. 주포를 약간 개량한 85-I식이 나왔지만 여전히 중국 군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많은 노력 끝에 125mm 활강포와 자동장전장치를 갖춘 85-II식 전차와 85-III식 전차 프로토타입이 개발되었다. 이들 전차의 개발에는 중국이 1980년대 말 중동 국가를 통해 입수한 소련제 T-72 전차가 큰 도움이 되었다. 중국은 T-72의 주포, 자동장전장치 등 많은 부분을 참고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개량을 거쳤음에도 85식 전차 계열은 중국 군부의 눈에 들지 못했다. 중국 육군은 1996년에야 85-II식 전차를 다시 개량한 85-IIM식(현재 96식 전차) 도입을 결정하고, 1997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이 전차는 85-I식의 각진 포탑을 유지하고, 레이저 거리계와 탄도 컴퓨터로 이루어진 JSFCS-212 화력 통제 시스템, 포수 조준경, 2축 포신 안정장치를 갖추어 3세대 전차의 특징을 일부 갖추었다.

중국 군부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85식 전차는 파키스탄에 제안되면서 수출 시장을 노리게 되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협력은 인도와 소련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1960년대부터 소련과 이념 분쟁을, 인도와는 국경 문제로 대립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카슈미르 지역 국경 문제로 전쟁을 치렀고, 1980년대 소련이 파키스탄 이웃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소련과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졌다.

파키스탄은 중국만 접촉한 것이 아니었다. 파키스탄은 1980년대에 소련제 T-54와 T-55, 미국제 M-47과 M-48 그리고 중국제 59식 전차를 운용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은 숙적 인도가 소련에서 T-72 전차를 도입하면서 전차 전력 증강이 필요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에 M1A1 에이브럼스 전차 판매를 요청했고, 파키스탄 대형차량수리소(HIF)에서 생산할 계획까지 세웠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M1A1 전차는 너무 비쌌고, 60톤에 이르는 무거운 전차를 운용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 거기에 더해 1988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1989년 냉전이 종식되면서 파키스탄의 중요성이 떨어졌고, 1990년 파키스탄 핵 개발 의혹으로 미국이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서 M1A1 전차 공급 협상도 중단되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1986년부터 전차 생산 협력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협력 관계가 구축되었다. 1990년 5월, 양국은 파키스탄군 전차 전력 현대화와 기술 이전, 공동 투자, 행동 규칙 등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에 서명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은 85-IIA식 전차를 라이선스 생산한 85-IIAP식을 일부 배치했다. 85식 전차는 최대 42톤으로 열악한 기반 시설을 지닌 제3세계 국가들이 운영하기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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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85식 전차는 처음 개발된 85-I에서 최종 형인 85-III식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개량이 이루어졌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공개된 정보는 별로 없다. 대다수 중국제 무기가 알려진 내용이 없고, 업체가 주장하는 성능도 증명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성능이 부풀려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85-I식은 80식 전차의 차체를 사용했기 때문에, 엔진도 동일한 730마력 12기통 12150L-7BV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주행륜은 6개이며, 3개의 리턴 롤러로 무한궤도의 장력을 유지했다. 엔진은 85-II식에서는 800마력으로 향상시킨 개량형 12150L-7BV 엔진을 달았고, 다시 85-III식에는 1,000마력 엔진으로 교체되었다.

85-I식이 80-II식의 차체를 사용했지만, 이후 개량형부터는 차체 측면과 후방이 개조된 차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차체는 무한궤도부 위에 노출되었던 연료탱크를 장갑판으로 덮었고, 차체 후방이 거의 직각으로 바뀌었다. 파워팩이 위치한 엔진룸 위에 열 배출을 위한 그릴이 있으며, 배기구는 차체 왼쪽 후방에 2개가 위치한다. 배기구는 연료를 태운 연막을 배출하는 역할도 한다. 차체 후방에는 소련제 전차들처럼 보조 연료탱크를 장착할 수 있다. 차체 측면에는 방어를 위해 사이드 스커트도 달았다.

변속기는 85-I식은 수동, 85-II식부터 반자동으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전차용 엔진 개발 기술이 떨어져, 신뢰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동륜의 서스펜션은 토션바 방식이다. 내부 연료만으로 430km를 움직일 수 있으며, 차체 후방에 달 수 있는 보조 연료탱크 사용 시 최대 600km까지 움직일 수 있다.

85-I식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용접으로 제작된 육각형 포탑을 사용했다. 이 포탑은 전면과 측면에 복합재가 추가되어 기존의 주물제 포탑보다 방어력이 높았다. 85식 계열 전차 모두 비슷한 형태의 포탑을 유지하면서 나중에 개량되면서 내부 장갑재가 교체되거나, 85-III식의 경우 외부에 폭발반응장갑(ERA)을 장착하는 것으로 방어력을 보강했다.

전차장용 해치의 중앙에 위치한 잠망경은 주야간 감시장비가 결합되어 있었고, 해치가 회전하여 360도 탐색이 가능했다. 영상 안정화 장치가 달린 ISFCS-212 사격통제시스템(FCS)을 채택하여 조준 정밀도를 높였다. 포수와 전차장은 독립적인 조준시스템을 사용하여 사격 중에도 다른 표적을 감시할 수 있다. 포수용 조준경은 야시경이 통합되어 있으며, 레이저 거리계를 갖추고 있다.

포탑 후방에는 공구 박스 등을 넣을 수 있는 바스켓을 달았는데, 부가적으로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막는 역할도 할 수 있었다. 포탑 뒤쪽에는 심수도하에 필요한 스노클용 파이프를 장착할 수 있었다.

주포는 처음에는 83식 105mm 강선포를 탑재했다가, 85-IIA식부터 소련의 2A46 125mm 활강포를 복제한 48구경장의 ZPT-98 125mm 활강포로 교체되었다. 125mm 활강포로 교체되면서 동시에 케로젤식 자동장전장치도 채택되어 전차 탑승 인원이 3명으로 줄었다. ZPT-98 125mm 활강포는 포신이 서멀 재킷(Thermal Jacket)으로 싸여 있고, 중간에 배연기(Evacuator)가 달렸다. 125m 주포의 최대 발사속도는 최대 분당 6발이다.

83식 강선포는 2,000m에서 균질압연강판(RHA) 460~480mm의 관통력을 지닌다. 125mm 활강포는 APFDSD탄 사용 시 2,000m 거리에서 RHA 500mm, BK-27 HEAT탄 사용 시 2,000m 거리에서 RHA 600mm의 관통력을 지닌 것으로 홍보되고 있다. NORINCO는 이들 포탄을 T-72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포탄 적재량은 83식 105mm 강선포를 장착한 85-I식은 46발, 85-II식은 44발을 탑재한다. 125mm 전차포를 탑재한 85-IIM식은 40발로 알려졌다. 주포 오른쪽에는 59식 7.62mm 공축기관총이 달렸고, 탄환은 2,000발을 탑재한다. 전차장 해치에는 12.7mm 54식 대공기관총이 탑재되며 500발의 탄환을 탑재한다.

T-72가 핵전쟁 상황에서도 작전할 것을 염두에 두었듯, 85-II식 전차부터 가압식 NBC 방호 시스템을 탑재했다. 차체 정면 왼쪽에는 조종수석이 위치한다. 조종수 해치에는 3개의 잠망경이 달려 외부를 관측할 수 있다. 차체 아래에는 비상시 탈출용 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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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85식 계열 전차는 다양한 개량형에 비해 도입국과 생산량은 많지 않다. 외형적 유사함 때문에 85-IIM식 전차와 96식 전차를 혼동한 경우도 종종 있다.  

개발국인 중국은 85식 계열 전차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85-IIM 전차를 약 500대 가량만 도입했다. 중국 다음으로 85식 계열 전차를 도입한 곳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85-IIA식 전차를 라이선스 생산하면서 자국에 맞게 일부 개조를 거친 85-IIAP 전차를 약 300대 가량 생산했다. 파키스탄은 85-IIAP를 택실라중공업(Heavy Industries Taxila)에서 생산했다. 미얀마도 약 200대를 도입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아프리카 수단은 약 200대 가량의 85-IIM식 전차를 도입하여 알 바시어(Al-Bashier)라고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은 1983년에서 2005년까지 벌어진 내전에서 정부군이 운용했다. 우간다도 수량 미상의 85-IIM식 전차를 도입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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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과 파생형

* 85식 전차 : 80-II식 전차 차체에 83식 105mm 강선포를 탑재한 용접제 육각형 포탑을 탑재한 시제품. 양산 안 됨.

* 85-I식 전차 : 85식 전차의 83식 강선포에 써멀 슬리브를 채택한 계량형. 양산 안 됨.

* 85-II식 전차 : 포탑 내부 설계를 변경하여 방어력을 향상한 계량형. 83식 강선포는 유지하면서 레이저 거리 측정기, 풍향 측정기 등을 채택하였으나 양산 안 됨.

* 85-IIA식 전차 : 85-II식 전차를 기반으로 125mm 활강포와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한 계량형. 양산 안 됨.

* 85-IIAP식 전차 : 85-IIA식 전차를 파키스탄에서 라이선스 한 모델

* 85-IIM식 전차 : 85-IIA식을 개량한 모델, 중국 육군이 소량 도입

* 알 바시어(Al-Bashier) : 85-IIM식 전차의 수단 제식명

* 85-III식 전차 : 차체와 포탑에 폭발반응장갑(ERA)를 적용하였고, 엔진을 1,000마력 디젤엔진으로 교체한 개량형. 양산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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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85-IIM식 기준)

- 구분 : 주력 전차(MBT)
- 제작사 : 중국북방공업주식회사(NORINCO)
- 제원 : 전장 6.32m(포신 제외) X 전폭 3.45m  X 전고 2.3m
- 전투중량 : 41톤
- 승무원 : 3명 
- 무장 : 48구경장 125mm 활강포 : 포탄 40발 
      59식 7.62X54mm 공축기관총 : 2,000발
      54식 12.7X103mm 전차장용 대공기관총 : 500발
- 파워팩 : 730마력 12150L-7BV 액냉식 디젤엔진 / 반자동 변속기
- 최고 속도 : 55km/h
- 항속거리 : 430km(내부 연료만) / 600km(외부 보조연료탱크 사용 시)
- 서스펜션 : 토션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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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