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MiG-25는 미국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전투기다. 미국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통해 MiG-15, MiG-17, MiG-21 같은 소련 전투기들의 성능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이들을 충분히 능가하는 대항마가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 감시 레이더에 관측된 최고 속도와 고고도 비행 능력이 당시까지 미국이 운용 중이던 모든 전투기들을 상회한 MiG-25가 등장하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정작 소련은 이러한 미국의 곤혹스러워하는 반응에 즐거워할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미국이 개발을 막 끝내고 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던 F-15와 견줄만한 전투기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 훗날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 F-4E를 격추시킨 전과가 있기도 하지만 MiG-25는 공대공 전투용이 아니었다. 오로지 소련 본토 공격에 나선 미국의 폭격기를 막아내는 임무에만 특화된 요격기였다.

한마디로 고고도까지 신속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승 능력과 고속 비행 능력 밖에 없었다. 폭격기를 막는 데 충분하지만 제공권 확보를 위한 공대공 전투를 벌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반면 미국은 여러 해외 기지, 항공모함, 급유기 등을 이용해서 전투기의 작전 거리를 향상시켜 폭격기를 보호할 능력이 있었다. 따라서 소련은 폭격기를 요격하기 전에 호위에 나선 전투기들과의 공중전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소련은 1980년대 중반에 Su-27을 배치하고 나서야 제공기 분야의 전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었지만, 1960년대 말은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국이 소련의 이런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련은 1968년부터 MiG-25을 기반으로 하는 신예 전투기 개발에 착수 했다. 놀랍게도 아직 MiG-25가 실전 배치되기 전이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MiG-25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속도가 전투기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였던 시기여서 MiG-25의 장점을 살리고 대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개발 목표는 뛰어난 공대공 전투 능력도 보유한 장거리 방공 요격기였다. 이후 Su-27과 MiG-29의 탄생을 이끈 순수 제공기 개발 프로젝트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었지만 일단 이들과는 별개로 미국 전투기와의 대결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1975년 프로토타입인 YE-155MP가 초도 비행에 성공한 직후에 MiG-31이라는 제식명을 부여 받고 각종 실험에 돌입했다. 덕분에 이듬해 벨렌코(Viktor Belenko)의 망명 사건으로 MiG-25가 서방에 샅샅이 공개되는 일이 발생했지만 소련은 그다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마침내 MiG-31은 1979년부터 양산이 개시되어 1982년부터 소련 방공군이 기존에 사용하던 Su-15, Tu-128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발 과정과 비슷한 외형 때문에 MiG-31을 MiG-25의 단순 개량형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본토 방공 임무에 특화되었다는 공통분모를 제외한다면 이 둘은 급이 전혀 다른 별개의 전투기라 할 수 있다. 소련 최초의 4세대 전투기라는 정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정도다.

그동안 전자, 통신 분야의 기술력 격차 때문에 소련제 전투기는 미국이나 서방 제 전투기에 비해 각종 장비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MiG-31은 공대공 전투에서 BVR이 중시되는 추세에 맞춰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장비가 최신식으로 개량되었다. 그동안 서방 제에 비해 기술력 격차가 크다고 인식되어 온 소련 전투기의 위상을 완전히 바꾼 기념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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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iG-31은 수동식이지만 세계 최초로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기다. 룩다운, 슛다운 기능까지 갖춘 자슬론(Zaslon) 레이더 초기형은 200km내에서 10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적해 이중 4개를 미사일로 각각 공격할 수 있다. 4기가 편대를 이뤄 데이터 링크하면 간이 조기경보기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고 지상의 관제소나 방공망과 결합해서 운용할 수도 있을 만큼 확장성이 뛰어나다.

레이더로 불가능한 목표물 탐색을 위해 IRST가 장착되었고 후기형은 기능이 향상된 ECM, EW 장비를 장착하여 대전자전 임무와 SEAD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방공이 아닌 공격 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디지털화 된 사격통제장치에 연동되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소련의 전투기들은 대부분 지상 관제소의 통제를 받아 임무를 수행했으나 이런 기능 덕분에 MiG-31은 단독으로 작전이 가능하다.

관련 기술력이 서방에 뒤져 자슬론 레이더 같은 탑재 장비들의 크기가 커서 MiG-31은 현존하는 전투기 중 가장 무겁다. 하지만 효율이 좋은 D30-F6 터보팬 엔진을 장착해서 항속거리가 오히려 MiG-25보다 늘어났고 현재 활동하는 모든 전투기 중에서 가장 빠른 마하 2.83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선회력이나 기동력이 좋은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MiG-25와 달리 근접 공중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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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MiG-31은 1975년부터 1994년까지 총 519대가 생산되었다. 소련 시절에는 전량 방공군에 배치되었던 최고 수준의 전투기였다. 소련 붕괴 후 현재 러시아 공군이 200여대, 해군이 30여대를 사용 중이고 운용 실태가 불분명하지만 카자흐스탄이 25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실전 기록은 없고 공대공 전투가 가능하나 운용 목적이 제한적이다 보니 아래 언급한 내용을 제외하고 공식적인 해외 판매는 없다.

시리아가 지난 2015년 8대의 MiG-31E를 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러시아와 시리아는 관련 사실을 부인 중이다. 2000년대 초반 북한이 30여대를 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확인 된 사항이 아니다. 방공망 확충에 신경 쓰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있으나 일단 경제적으로 어렵고 설령 도입이 이루어졌다면 체제 선전을 위해 굳이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으므로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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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Ye-155MP : 프로토 타입

MiG-31 (Foxhaund A) : 초기 양산형

MiG-31B : 자슬론-A 레이더, A-723 항법시스템 등을 탑재해 성능을 개량한 2차 양산형

MiG-31BS : 기존 MiG-31을 MiG-31B 사양으로 개조한 모델

MiG-31D : 위성공격용 미사일 실험을 위한 모델

MiG-31E : 대외 수출용 MiG-31 다운그레이드 모델

MiG-31F : MiG-31B를 기반으로 대지 공격 능력을 부여한 러시아 공군용 개량형. 양산되지 못했다.

MiG-31FE : 대외 수출용 MiG-31F 다운그레이드 모델

MiG-31M (Foxhaund B) : 성능이 향상된 엔진과 플라이 바이 와이어, 다기능 CRT 등을 장착한 개량형

MiG-31BM :  MiG-31B를 MiG-31M사양으로 개량한 모델.

MiG-31BSM : 멀티롤 능력을 부여한 MiG-31BM 개량형

MiG-31K : 극초음속 Kh-47M2 킨잘(Kinzhal) ALBM을 운용할 수 있는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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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MiG-31)

- 형식: 쌍발 터보팬 전투기
- 전폭: 13.456m
- 전장: 22.62m
- 전고: 6.456m
- 주익면적: 61.60㎡
- 최대이륙중량: 46,200kg
- 엔진: 솔로비에프(Soloviev) D-30F6 터보팬 (20,900파운드)×2
- 최고속도: 시속 3,000km(마하 2.83)
- 실용상승한도: 25,000m(82,000피트)
- 전투행동반경: 1,450km
- 무장: GSh-6-23 23mm 개틀링포×1
        R-33E       공대공미사일×4
        R-40RD/TD  공대공미사일×2
        R-60MK      공대공미사일×4
        Kh-58UShKE 대레이더미사일×4
        Kh-47M2     극초음속 ALBM×1 
- 항전장비: 자슬론 레이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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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