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1.08 11:11

글자크기

[무기백과]

MiG-25 전투기

과장되었던 명성

0 0
상당수가 퇴역했지만 MiG-25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전투기로 고고도를 침투하는 폭격기 요격에 특화되었고 정찰기로도 사용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지난 1960년대에 탄생한 MiG-25 폭스배트(Foxbat)는 동서 간의 대립이 극심했던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투기다. 미국의 신예 폭격기를 두려워한 소련이 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했지만 정작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던 서방은 단지 레이더 등으로 포착한 단편적 정보에 놀라 최고의 비밀 무기로 취급하면서 성능 이상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속도가 전투기의 성능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취급받던 시절에 탄생한 괴물답게 MiG-25는 미국의 고고도 전략정찰기인 SR-71이 퇴역한 이후 현존하는 군용기로 가장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그만큼 마하 3을 넘는 최고 속도는 MiG-25를 상징하는 단어이자 모든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속도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지는 않기에 이제는 구닥다리 전투기로 취급된다.

MiG-25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미국의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XB-70. 하지만 개발이 취소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
시작은 처음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신예 폭격기 때문이었다. 한국전쟁에서 MiG-15에 곤혹을 치른 미국은 배치를 목전에 둔 B-52를 후속할 차세대 폭격기는 소련의 요격기들이 쫓아오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고공비행을 가능하게 해 적진까지 날아가 폭탄을 던져야 된다고 예측했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개발에 착수한 것이 고고도에서 마하 3의 속도를 낼 수 있는  XB-70 발키리(Valkyrie) 전략폭격기였다.
MiG-25의 기초가 되었던 Ye-152 개념도. 하지만 실루엣이 MiG-21을 확대한 형상이다. <출처: Public Domain>
미국의 발걸음에 경악한 소련은 당장 XB-70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더불어 B-58 초음속폭격기, SR-71 정찰기도 골치 덩어리였다. 이에 따라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오로지 고고도로 빨리 치고 올라가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요격기의 개발에 착수했다. 당국의 지시를 받은 미그 설계국은 한창 연구 중이던 Ye-150과 Ye-152를 바탕으로 Ye-155 시제기를 완성해 1964년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Ye-155P 시제1호기 <출처: Public Domain>
이후 실험에서 속도와 고도에 관한 모든 기록을 경신했을 만큼 군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충족시켰지만 세부적인 성능은 문제점이 많았다. 사실 지금의 전투기라면 그런 문제까지 해결되어야 실전에 배치될 수 있겠지만 소련은 연구를 진행함과 동시에 1967년부터 MiG-25라는 이름으로 양산을 개시해 1970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그만큼 다급했지만 정작 바로 그때 미국은 XB-70의 개발을 취소한 상태였다.
MiG-25RB의 이륙 모습 <출처: (cc) Rob Schleiffert at Wikimedia.org >
ICBM 같은 장거리미사일의 역할이 커진 데다 강력한 방공망이 등장하면서 폭격기의 효용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탄생 배경을 모르던 미국은 놀라운 속도로 요격을 뿌리치고 나토 방공망을 우습게 넘나드는 MiG-25에 전전긍긍했다. 소련은 서방이 예상치 못한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MiG-25를 선전 수단으로 적극 이용했다.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던 냉전시대의 모습이었다.
MiG-25 "폭스배트" <출처: 유튜브>


특징

MiG-25는 요즘 등장하는 전투기들에게 일반화된 쌍둥이 수직미익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거대한 소련 영토 방공 임무에 적합한 대형 레이더를 기수에 장착하면서 공기흡입구가 주익 아래의 동체 양쪽에 설치되었다. 이런 인상적인 기체 구조는 당시에 미국이 한창 개발 중이던 F-14, F-15의 설계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까지 있었을 만큼 시대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MiG-25의 삼면도. 이후 등장하는 미국 전투기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상당히 앞선 기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출처: (cc) Kaboldy at Wikimedia.org >
MiG-25는 현재 실전 배치된 가장 빠른 군용기다. 중동에서 마하 3.2로 비행하는 모습이 레이더에 포착되기도 했지만 사실 마하 3 이상의 속도는 최대 8분 정도만 가능하다. 엔진과 동체의 능력을 고려하면 적정한 최고 속도는 마하 2.83이다. 하지만 타 비행 성능은 좋지 않아 공대공 전투 능력이 떨어져 개발 목적대로 오로지 고고도로 침투하는 폭격기 요격에 특화되었고 일부 정찰형이 지상 폭격용으로도 사용된다.
MiG-25PU의 비행 모습.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최신 소재일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과 달리 스테인리스스틸 80퍼센트, 알루미늄 11퍼센트, 티타늄 9퍼센트로 이루어진 강철 합금이어서 동급의 서방 전투기와 비교해 상당히 무겁다. R-15B-300 터보제트엔진은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지만 연비가 나빠 기체의 70퍼센트 정도가 연료 탱크일 만큼 공간 배치가 비효율적이다. 덩치에 비해 무장 능력도 떨어지는 데다 각종 전자 장비의 성능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MiG-25과 MiG-31의 운용장면 <출처: 유튜브>


운용 현황

1984년까지 총 1,186기가 생산되어 소련과 그 후계 국가들 외에 이라크, 인도를 비롯한 6국에서 사용했다. 초기에는 귀하게 취급하다 보니 공여나 판매가 아닌 대여 형식으로 소련군이 현지에서 직접 운용했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퇴역했고 알제리, 시리아, 리비아에서 정찰용으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기체의 노후화와 이들 국가의 사정을 고려하면 가동률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걸프전 당시 다국적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사막 속에 파묻어 놓았던 이라크군의 MiG-25R. <출처: Public Domain >
MiG-25의 실전은 모두 중동에서 벌어졌다. 처음에는 서방의 요격을 유유히 뿌리쳤으나 1981년 레바논 상공에서 2기의 MiG-25가 이스라엘이 새로 도입한 F-15에 격추되었다. MiG-25에 의한 격추는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 벌어졌다. 이라크의 MiG-25에 의해 F-4E 전투기를 포함한 다수의 이란기가 격추되었다. 1990년대 초에 있었던 걸프전에서는 이륙도 하지 못했을 만큼 다국적군 전력에 압도당했다.
MiG-25를 몰고 망명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온 빅토르 벨렌코의 신분증. 덕분에 미지의 전투기였던 MiG-25의 정체가 샅샅이 드러났다. <출처: Public Domain >
실전이라 할 수는 없지만 1976년 9월 6일, 일본 북부의 하코다테(函館)공항에 소련 방공군 소속 빅토르 벨렌코(Viktor I. Belenko)가 MiG-25P를 몰고 귀순한 사건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전한 망명지 제공까지 약속했을 정도로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미국은 이때 확보한 기체를 철저히 조사해서 MiG-25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단지 속도에 놀라 무서워했던 것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MiG-25의 이륙장면 <출처: 유튜브>

변형 및 파생형

Ye-155R : 정찰기형 프로토타입

Ye-155R 1호기 <출처: Public Domain>
Ye-155P : 요격기형 프로토타입
Ye-155P 시제5호기 <출처: Public Domain>

Ye-266 :  Ye-155R, Ye-155P를 기반으로 개발된 양산 전 MiG-25 실험기  

MiG-25P (Foxbat-A)  : R-15B-300 엔진, RP-25 Smerch-A1 레이더, 4기의 R-40 공대공미사일 장착한 초기형

MiG-25P <출처: Public Domain >
MiG-25PD (Foxbat-E): R-15BD-300 엔진, N-005 Saphir-25 펄스 도플러 레이더, 4기의 R-60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개량형
MiG-25PD <출처: Public Domain >

MiG-25PDS (Foxbat-E) : MiG-25P를 MiG-25PD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한 기종

MiG-25PDSL : MiG-25PD에 ECM 장비를 추가한 개량형

MiG-25PDZ : MiG-25PD에 개폐식 급유 프로브를 장착한 개량형

MiG-25PDZ <출처: Public Domain>

MiG-25M : 2대가 제작된 엔진 강화형 시험기

이즈델리(Izdelye) 99 : D-30F 터보팬엔진 장착 시험기

MiG-25R (Foxbat-B) : 카메라 및 ELINT 장비가 장착된 정찰기

MiG-25R <출처: (cc) Himmat Rathore at Wikimedia.org >
MiG-25RB (Foxbat-B) : MiG-25R을 개량해 500kg 폭탄 8개 폭장이 가능한 폭격 겸용 정찰기
MiG-25RB <출처: (cc) Dmitriy Pichugin at Wikimedia.org >

MiG-25RBV (Foxbat-B) : 개량된 SRS-9 Vraz ELINT 장비가 장착된 폭격 겸용 정찰기

MiG-25RBT (Foxbat-B) : 개량된 Tangaz ELINT 장비가 장착된 폭격 겸용 정찰기

MIG-25RBT <출처: Public Domain>

MiG-25RBN (Foxbat-B) : 야간 작전용 시제기

MiG-25RR (Foxbat-B) : 핵실험 및 전쟁을 대비한 고고도 방사선 측정용

MiG-25RBK (Foxbat-D) : 카메라를 제거하고 Kub-3K ELINT 장비를 장착한 개량형

MiG-25RBK <출처: Public Domain>
MiG-25RBF (Foxbat-D) :  Shar-25 ELINT 장비를 장착한 개량형
MiG-25RBF <출처: Public Domain>
MiG-25RBS (Foxbat-D) : Sabla-E SLAR 레이더를 장착한 개량형
MiG-25RBS <출처: (cc) Dmitriy Pichugin at Wikimedia.org >
MiG-25RBSh (Foxbat-D) : Shompol SLAR 레이더를 장착한 개량형
MiG-25RBSh <출처: (cc) Dmitry A. Mottl at Wikimedia.org >
MiG-25BM (Foxbat-D) : Kh-58 또는 Kh-31 공대공 미사일로 장착한 SEAD기
MiG-25BM <출처: Public Domain>

MiG-25PU (Foxbat-C) : 요격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MiG-25P 기반 2인승 훈련기


MiG-25PU <출처: (cc) Leonid Faerberg at Wikimedia.org >
MiG-25RU (Foxbat-C) : 정찰기 승무원 양성을 위한 MiG-25R 기반 2인승 훈련기
MiG-25RU <출처: (cc) Dmitriy Pichugin at Wikimedia.org >


제원

MiG-25P

- 형식: 쌍발 터보제트 전투기
- 전폭: 19.75m
- 전장: 14.01m
- 전고: 6.10m
- 주익 면적: 61.40㎡
- 최대 이륙중량: 36,720kg
- 엔진: 투만스키(Tumansky) R-15B-300 터보제트 (22,494파운드)×2
- 최고속도: 시속 3,470km(마하 3.2)
- 실용 상승한도: 20,700m(67,915피트)
- 전투행동반경: 1,730km
- 무장: R-4   공대공미사일×4
        R-23  공대공미사일×2
        R-60  공대공미사일×2
        R-73A 공대공미사일×4
- 항전장비: RP-25 Smerch 레이더
            RV-UM 또는 RV-4 전파고도계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