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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날개 없이 추락하는 한국 防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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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7 03:15

한때 '신성장 동력'이던 防産업계 매출·수출 모두 급감
컨트롤타워 만들고 과도한 수사·감사 줄여 회생시켜야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정부는 변함없는 전력 증강과 방산(防産) 육성을 강조하지만 아직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미래가 안갯속 같고 바닥부터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최근 만난 대형 방산업체의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잇단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대화 무드와 9·19 남북 군사합의 등에 따른 방산업계의 불안감이 드러난다. 이번 군사합의에 따라 당장 DMZ 인근을 감시하는 군단·사단급 이하 무인기(無人機) 사업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남북 관계를 떠나 최근 밝혀진 실적만 봐도 한국 방위산업은 날개 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산업연구원(KIET)이 올 8월 공개한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방산 1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9조3000억원)은 2016년에 비해 18% 정도 줄었다. 수출은 1조5000억원으로 35% 가까이 감소했다. 우리 방산 생산에서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가 넘는다. 그동안 방산 수출을 견인해온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83% 정도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바닥이다. 유도(誘導)무기 전문기업인 LIG넥스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24%로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2%)보다 훨씬 낮다. 한국 방산의 중추인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도 1.8~ 3.9%를 기록했다. 모두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8.3%)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한때 수출액 3조3000억원(30억달러)을 돌파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한국 방산이 회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성능과 신뢰성은 뒷전이고 무조건 값싼 무기로 결정하는 최저가 입찰제, 지나치게 높은 군의 성능요구 조건, 짧은 연구개발 기간 같은 구조적·제도적 폐해를 고쳐야 한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삼성그룹이 방위산업을 포기한 이유도 이런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검찰과 감사원의 과도한 방산 비리 의혹 수사·감사 관행도 바꾸어야 한다.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해군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최윤희 전 합참의장과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前) 정부 시절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진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구속기소한 8대(大) 방산비리 피고인(34명)의 무죄 선고율은 50%에 달한다. 보통 일반 형사재판에서 구속 후 무죄율(2~4%)보다 10~20배 높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방증이다.

전문성과 거리가 먼 감사원 출신들이 최근 연이어 KAI 사장이나 방위사업청장으로 임명된 것도 우려스럽다. 올 9월 말 17조원 규모의 미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탈락한 KAI에 대해선 수뇌부 인사를 포함한 분위기 쇄신과, 주인을 찾아주는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어 달 전 부임한 왕정홍 방사청장(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취임사에서 "내가 바람막이가 돼줄 테니 감사 등에 너무 위축되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말해 직원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뒷얘기가 요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일 2019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방연구개발 예산을 늘려 자주국방 능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방산은 그 자주국방의 토대이자 핵이다. 방산이 무너져 정찰위성 개발 등이 어려워지면 현 정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전환도 타격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한국군)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스라엘처럼 수출에 주력하는 것만이 한국 방산의 살길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군, 기업, 국회 등의 유기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청와대 방산비서관 신설 같은 정책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현 정부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방산 붕괴'라는 국가 안보 비상사태가 터지기 전에 청와대와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