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로켓과 미사일의 역사를 언급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 V-2다. 비록 고다드의 연구를 도용하고 이전에 있었던 여러 성과들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 제2차 대전 후 등장한 모든 장거리 로켓의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고 있을 만큼 무기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V-2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그렇지 단거리 분야를 개척한 지대지 로켓은 별도로 존재했다.

1944년 실전에 사용된 독일의 라인보테(Rheinbot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대 사거리가 160km지만 탄두가 40kg에 불과하고 정확도도 좋지 않아 무기로써는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장성이 뛰어난 다단계 구조인데다 보관이 용이한 고체 연료를 추진체로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추후 개선의 여지가 충분했다. 사실 냉정히 보자면 V-2도 단지 심리적 효과가 컸을 뿐이지 전과는 미미했다.

초기의 지대지 로켓은 이처럼 전과가 크지 않았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에 전후 소련과 미국은 적극적으로 연구에 나섰다. 당장은 핵탄두를 날릴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보였다. 폭격기 이외의 다양한 핵탄두 운용 수단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었던 시기여서 로켓이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V-2를 기반으로 ICBM 같은 장거리 로켓뿐만 아니라 라인보테를 참조해 전술 핵탄두용 단거리 로켓의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흔히 외과수술 타격이라는 언급처럼 현대의 미사일들은 정밀도가 뛰어나지만 1960년대 이전에는 그 정도로 로켓을 유도하는 기술이 부족했다. 하지만 핵폭탄은 위력이 워낙 커서 대략 목표 근처까지만 날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시 말해 속도와 사거리가 중시되었던 것이다. 전술 핵탄두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있던 단거리 로켓도 마찬가지여서 개발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더구나 라인보테 같은 교과서가 있었다.

프로그(FROG)는 그러한 조건과 개념 하에서 탄생한 소련의 단거리 지대지 로켓 시스템이다. 구조가 간단한 스핀 안정 방식으로 자세를 제어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유도이고 이동이 편리한 TEL에 장착된 단일 탄두 로켓 체계인데, 크게 1950년대에 시험 삼아 제작한 프로그-1부터 1960년대에 배치되어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운용 중인 프로그-7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소련제 무기명 대부분은 서방이 관리를 위해 부여한 이른바 나토 코드명으로 통용되는데  'Free-Rocket-Over-Ground'의 약자인 프로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칫 프로그 1부터 7까지를 일련의 시리즈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지만 단지 소련의 무유도 단거리 로켓 시스템을 인지한 순서대로 붙인 것일 뿐이다. 개발 중 영향을 주었지만 소련에서는 전혀 별개로 보고 이름도 프로그-1은 2K4 피린(Filin), 프로그-2는 2K1 마스(Mars)처럼 각각 다르다.

정식 명칭이 9K52 루나(Luna)-M인 프로그-7은 1950년대 말부터 소련포병총국(GRAU)의 주도로 개발되었다. 사거리 70km 내외에 2.8km x 1.8km 지역을 제거할 수 있는 전술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며 TEL에 장착해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다지 요구 사항이 많지 않았기에 개발은 쉽게 이루어졌고 1964년부터 소련군을 시작으로 배치가 시작되면서 동구권의 중단거리 포병 전력의 중추로 활약했다.

프로그-7은 서방에서 소련에서 제작한 무유도 단거리 지대지 로켓을 의미하는 프로그라는 이름이 붙은 마지막 작품이다. 무차별 공격이 가능한 핵탄두나 화학탄을 발사할 수는 있지만 냉전 종식 후 대부분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이 재래식 탄두로 정밀 타격하는 용도로만 사용되기에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미국에서는 더 이상 프로그나 MGR-1 어네스트존(Honest John) 같은 무유도 로켓은 사용되지 않는다.

---

특징

프로그-7은 로켓과 이를 운용하는 발사체 그리고 지원 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9M21 로켓은 최대 마하 3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오랫동안 마땅한 요격 수단이 없었다. 발사 전에 목표를 조준하지만 무유도여서 원형 공산 오차가 CEP 500~700m일 정도로 크다. 70km의 사거리는 종심이 짧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위협적이지만 유럽 같은 곳을 상정한다면 전선 인근의 목표만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9M21 로켓에는 500kg 무게의 9M21B 전술핵탄을 비롯해서 작전 목적에 걸맞은 다양한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저렴한 무유도 로켓이라 하더라도 프로그-7로 타격 효과가 제한된 재래식 탄두만을 운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운용 방법이 아니다. 초전에 대량 발사하면 광범위한 지역을 제압할 수도 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야포의 영역이다. 따라서 대량 살상이 가능한 핵탄두나 화학탄의 운용이 진정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로켓은 ZIL-135 트럭을 기반으로 한 9P113 TEL에 장착되어 이동하고 발사된다. 9P113에는 1기만 장착할 수 있어 역시 ZIL-135를 개조한 9T29 수송차량에 3기를 더 적재하고 함께 이동하며 작전을 펼친다. 통상적으로 프로그-7 포대는 9P113 발사차량 2대, 9T29 수송차량 2대, End Tray 레이더 1대, 장거리 기상 레이더 1대로 구성되며 2개 포대가 1개 대대를 구성한다. 참고로 스커드(Scud) 지대지 미사일도 비슷한 체계로 운용된다.

---

운용 현황

1970년대까지 소련군은 일선 사단에 프로그-7을 장비한 4개 대대를 배치해 핵심 타격 전력으로 운용했다. 절정기에 유럽에 500여 문, 극동과 중소 국경에 200여 문, 터키, 이란 국경에 100여 문이 배치되었으나 1987년부터 사거리와 정확도가 향상된 SS-21의 배치가 이루어지면서 순차적으로 퇴역이 이루어졌다. 바르샤바 조약국과 친소 국가들에도 공급이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의 실전 기록은 이들 국가에서 이루어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유고슬라비아 내전, 리비아 내전,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등에서 사용되었는데, 2003년에 있었던 이라크 침공 전 당시 미 제3사단 20여 명의 병력이 전사상 당하고 일부 장비가 파손되는 전과 이외에는 그다지 프로그-7의 전과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어느덧 구식 무기가 되었지만 화력 투사에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어 현재도 10여 개국에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변형 및 파생형

9M21B : 핵탄두 장착형

9M21F : 재래식 고폭탄 장착형

9M21G : 화학탄 장착형

Laith-90 : 사거리와 탄두의 성능을 향상시킨 이라크 개조형

---

제원 - 9M21B

- 무게 : 2.5톤
- 길이 : 9m
- 직경 : 0.5m (1 ft 8 in)
- 최고 속도 : 마하 3
- 사거리 : 70km

---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